독일 바이에른주에 위치한 뮌헨공항 전경. 뮌헨공항은 공항서비스 부문 세계 3위이자 유럽 최고 공항으로 통한다.
독일 바이에른주에 위치한 뮌헨공항 전경. 뮌헨공항은 공항서비스 부문 세계 3위이자 유럽 최고 공항으로 통한다.

“누가 내 잠재 고객이며, 어떻게 하면 그들의 지갑을 열 수 있을까.”

전 세계 국제공항들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과거 단순한 사회기반시설 운영자에 불과했던 국제공항들이 2000년대 들어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가진 사업자로 변모하더니, 2020년을 앞두고 새로운 공항 비즈니스 모델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국제공항전문잡지인 <스카이트랙스>는 “공항들이 고객을 신경 쓰기 시작했다”며 “전 세계 국제공항들이 세계화와 모바일 환경변화 흐름을 따라잡기 위해 기존의 수동적인 공항 시스템에서 벗어난 전략적 차별화에 뛰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화와 모바일 기기,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소비자의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소비자 브랜드’로서 국제공항의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기자는 지난 4월 22일 독일 뮌헨국제공항에서 열린 위성터미널 개항식에 참석했다. 뮌헨공항은 공항서비스 부문 세계 3위이자 유럽 최고 공항으로 통한다. 1949년 소규모 지역공항에서 시작한 뮌헨공항이 어떻게 유럽 남부를 잇는 국제 허브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이날 행사에는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의 주요 인사와 전 세계 항공업계 관계자 1900여명이 초청됐다. 뮌헨은 독일의 수도인 프랑크푸르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다. 또 독일에서 가장 면적이 큰 자치주인 바이에른(Bayern)의 주도다. 바이에른주는 벨기에와 네덜란드 영토를 합친 크기다.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주 금융부 장관부터 노르베르 바틀 독일연방교통부 차관, 디터 라이터 뮌헨시장까지 독일 남부 지역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좌석 등급별로 서비스 차별화

뮌헨공항 에어브로이에서는 양조장에서 갓 만든 독일 맥주를 맛볼 수 있다(사진 위).아래는 뮌헨공항이 진행한 서핑 이벤트 사진
뮌헨공항 에어브로이에서는 양조장에서 갓 만든 독일 맥주를 맛볼 수 있다(사진 위).아래는 뮌헨공항이 진행한 서핑 이벤트 사진

뮌헨공항의 서비스 가운데 가장 눈에 띈 것은 탑승객 좌석 등급별 차별화였다. 뮌헨공항에는 루프트한자의 1등급 좌석 고객을 위해 출입국 전용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 1등급 승객이면 공항 체크인 이후 길게 늘어선 공항 출입국 줄을 기다릴 필요 없이 한 번에 면세구역으로 직행할 수 있게 했다.

퍼스트클래스 특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뮌헨공항은 비즈니스 라운지를 퍼스트클래스(세나토·Senator) 라운지와 비즈니스 라운지로 나눠서 제공했다. 세나토 라운지에는 공항 이착륙을 보며 샴페인을 즐길 수 있는 야외 테라스와 함께 시가를 태울 수 있는 시가룸을 갖췄다. 수면실에는 널찍한 퀸사이즈 베드 위에 곰돌이 인형까지 배치했다. 인천공항 주요 항공사 비즈니스 라운지 수면실엔 안마의자가 놓여 있다.

비즈니스 라운지는 책상과 1인용 소파를 배치해 출장객의 목적에 맞는 ‘노트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확보했다. 국제공항에 들른 사람들의 각자 다양한 목적에 따라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했다. 뮌헨공항 국제터미널(제2터미널)은 루프트한자와 뮌헨공항공사가 4 대 6의 지분을 투자해 만든 곳으로, 모든 라운지가 루프트한자로 통합돼 있다.

코리나 본(Corinna Born) 뮌헨공항공사 국제관계 기업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은 “공항은 해외로 나가는 관문이자 비행기를 타기 위해 거치는 곳”이라며 “공항에 머무는 시간 동안 여행객은 그 지역의 좀 더 다양한 경험을 가져가길 원하고, 한시가 바쁜 비즈니스 목적의 탑승객들은 신속 정확한 서비스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본 본부장은 이어 “(뮌헨공항은) 여객 수용량보다는 탑승객 경험에 기반한 질적 측면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뮌헨공항은 공항서비스 부문 유럽 최고를 자부한다. 지난 2014년과 2015년까지 <스카이트랙스>에서 세계 최고 공항 순위 3위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유럽 공항 가운데는 처음으로 스카이트랙스 5성급 공항에 이름을 올렸다. 뮌헨공항이 출발부터 화려했던 것은 아니다. 뮌헨공항은 1949년 전체 직원 134명의 소규모 지방공항에 불과했다. 뮌헨공항이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를 잇는 유럽 남부의 허브 국제공항으로 거듭난 계기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2년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여객수용능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독일 내에선 대안 공항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더 많은 항공편을 띄우길 원했던 루프트한자는 자금력이 부족한 뮌헨공항공사에 지분 투자를 제안했고, 양사가 6 대 4의 합작으로 제2터미널을 계획했다. 뮌헨공항은 정부와 기업이 지분 합작 형식으로 개발한 세계 유일 공항이다.

뮌헨공항 측 관계자들은 일반적인 국유 국제공항이 ‘행정편의’, 사유공항이 ‘이익위주(면세점영업)’에 집중한다면, 뮌헨공항의 경우 이익도 지키면서 공항은 물론 독일 남부 지역 발전을 위한 장기적 계획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주 금융부 장관은 “뮌헨공항을 이용하는 탑승객 숫자는 1992년 이후 현재까지 300%가 증가했다”며 “뮌헨공항의 발전은 루프트한자와 공항공사의 파트너십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극찬했다.


매년 사상 최대 매출 기록

지표상으로도 뮌헨공항공사와 루프트한자의 합작은 성공적으로 나타난다. 뮌헨공항은 매년 사상 최대 매출을 갱신하고 있다. 뮌헨공항의 지난해 매출은 지난 2014년과 비교해 12억5000만유로(약 1조6314억원)가량 늘었다.

지난 한 해 뮌헨공항을 이용한 사람은 총 4100만명으로 지난 2014년과 비교해 3.2%(130만명) 늘었다. 이용객 수가 늘어난 데는 항공노선 확충이 한몫했다. 뮌헨공항을 이용하는 항공사 숫자는 240곳에서 247곳으로 늘었고, 취항국도 70개국으로 전년 대비 두 곳이 늘었다.

항공화물 성장세가 더 컸다. 지난해 뮌헨공항이 처리한 항공화물 수송량은 전년 대비 9% 증가한 33만6000t으로 사상 최대치를 갱신했다. 반면 지난해 한국의 항공화물 실적은 전년 대비 3.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마이크 커크로 뮌헨공항 대표이사(CEO)는 “공항 매출 증대는 공항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좋은 소식”이라며 “공항은 지난해 법인세로만 지역에 35만유로(약 4억5600만원)를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뮌헨공항도 고민은 있다. 현재 뮌헨공항은 제3활주로 건설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공항 인근 지역 주민들이 환경 파괴와 소음을 이유로 공항 확대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난관을 뮌헨공항이 헤쳐나갈 수 있을까.

죄더 장관은 낙관했다. “위성 터미널 개항을 앞두고 잘 될 수 있을지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개항하니 얼마나 좋습니까. 제3활주로 건설 등 미래 공항에는 수천개의 일자리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