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는 독일에 로봇이 운동화를 생산하는‘스피드팩토리’를 짓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대량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아디다스 공장에 진열돼 있는 축구화. <사진 : 블룸버그>
아디다스는 독일에 로봇이 운동화를 생산하는‘스피드팩토리’를 짓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대량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아디다스 공장에 진열돼 있는 축구화. <사진 : 블룸버그>

내년부터 세계 2위의 독일 스포츠용품 브랜드인 아디다스가 독일 현지에서 로봇을 이용한 운동화 대량생산을 시작한다. 1993년 운동화 생산을 전량 해외로 이전했던 아디다스가 자국 내 생산을 재개하는 것은 24년 만이다.

로이터통신·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아디다스는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州) 안스바흐에 로봇이 운동화를 생산하는 ‘스피드팩토리(Speedfactory)’를 짓고 올해 3분기(7~9월) 중 500켤레의 운동화를 시범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4600㎡(약 1391평) 상당의 스피드팩토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사가 진행 중이다. 현재 막바지 공사를 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내년부터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운동화 대량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같은 시기 미국에도 ‘스피드팩토리 2호’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영국과 프랑스에도 로봇 공장 건설 청사진을 갖고 있다. 헤르베르트 하이너(Herbert Hainer) 아디다스 최고경영자(CEO)는 “스피드팩토리를 통해 아디다스는 업계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며 “최신 제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부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인건비 상승에 독일로 귀환

아디다스는 지난해 3억100만켤레의 운동화를 생산했고 2020년까지 매년 3000만켤레씩 생산을 늘려 나갈 전망이다. 그러나 주요 생산기지로 활용해 온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의 인건비가 상승하고 로봇 생산비가 낮아지면서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소비지에 로봇 공장을 설립하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아디다스는 아시아 지역에서 약 100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패션 업계에서는 24시간 생산이 가능한 로봇 공장이 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해 빠르게 제작하고 유통하는 패스트 패션에 적합하다고 본다. 유럽과 미국 등 소비시장과 가까워 아시아에서 생산해 운송하는 데 따른 비용과 시간,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쟁사인 스포츠용품 브랜드 1위 미국의 나이키 역시 로봇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아디다스 측은 다만 아시아의 생산 기지를 곧바로 로봇 공장으로 대체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이너 CEO는 “스피드팩토리는 아시아 생산량을 보완하려는 것”이라며 “최근의 아디다스 매출 성장률을 봤을 때 이미 매년 2개의 공장을 증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아디다스의 매출액은 169억유로(약 22조5000억원)로 전년 대비 1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 역시 7억2000만유로(약 9585억원)를 올리며 12.2% 늘었다. 이달 초 공개된 올해 1분기(1~3월) 실적에서도 아디다스는 48억유로의 매출액을 올리며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맞춤형 제품 생산이 최종 목표

주요 외신들은 아디다스의 스피드팩토리가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의 일환이라고 분석한다. 인더스트리 4.0은 제조업에 ICT를 접목,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인더스트리 4.0에서는 방대한 정보를 빅데이터 기술로 분석하고 인공지능(AI)으로 가장 효율적인 생산방법을 찾아내도록 지시한다. 공장은 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소량다품종 생산방식 아래서도 대량생산과 동일한 방식으로 효율을 높인다. 이런 제조업 혁명이 정착하면, 제조업계 질서는 순식간에 바뀌게 된다.

현재까지 신발 생산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이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관련 업체들이 저임금의 아시아 국가로 생산 공장을 이전했었다. 아디다스는 자동화된 생산 시설을 통해 생산 기지를 다시 주요 소비지로 이동하는 실험에 나섰다. 아디다스의 목표는 스피드팩토리 간 정보 교환을 통해 지역별 요구사항이나 개별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을 곧바로 적용, 융통성 있게 신발 생산·유통에 나서는 것이다. 아디다스는 표준화된 제품보다 맞춤형 상품을 내놓는 데 스피드팩토리의 근본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

다만 이런 시도는 일자리를 더욱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점에 <포브스>는 주목했다. 한때 신발 생산은 미국 경제활동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었다. 1940년대 초만 해도 미국에서 25만명이 해당 산업에 종사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급격히 일자리가 줄어 신발 생산 관련 일자리는 약 1만4000개 수준에 그쳤다. 아시아 시장이 저임금을 무기로 ‘세계의 공장’으로 거듭나고부터는 미국 노동시장에서 신발 생산 관련 일자리 98%가 사라졌다. 아디다스처럼 생산자들이 다시 공장을 본국으로 가져오는 과정에서도 일자리는 사라진다. <포브스>는 “제조업 관련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농업인들이 거의 사라진 것과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어느 나라 정부나 경제 정책이 이를 막을 수 없었던 만큼 현실을 직시하고 대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애플의 아이폰 제조 납품 기업으로 유명한 대만의 홍하이는 중국 쑤저우에 위치한 쿤산 지역 공장 인력을 11만명에서 5만명으로 대폭 줄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로봇을 도입, 스마트팩토리를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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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스트리 4.0(Industry 4.0) 인더스트리 4.0은 제조업에 ICT를 접목,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인더스트리 4.0에서는 방대한 정보를 빅데이터 기술로 분석하고 인공지능(AI)으로 가장 효율적인 생산방법을 찾아내도록 지시한다. 공장은 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소량다품종 생산방식 아래서도 대량생산과 동일한 방식으로 효율을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