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12일 폐막된 제18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는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 이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회의결과를 바라보는 국내외 해석은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미래 중국 경제 10년을 그린 3중전회 결과를 우리는 어떻게 판단하고 대응해 나가야 할까.

그러기 위해선 3중전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중국은 실질적으로 공산당 1당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당 주도하에 정책노선이 결정되고, 정부는 당의 노선을 구체화하고 실행하는 행정기관의 역할을 한다. 그런 면에서 3중전회는 당의 정책노선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회의다.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는 공식적으로 당 서열 1, 2위지만 목표로 하는 개혁을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는 공산당 원로막후와 당 수뇌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특히, 리커창 총리는 소위 ‘리커노믹스(Liconomics)’라고 불리는 자신의 경제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하기 위해선 3중전회를 통해 반드시 당의 정책노선과 이념에 대한 수정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번 결과를 놓고 보면 상당부분의 동의를 이끌어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리커노믹스가 3중전회를 통해 달게 된 ‘날개’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후의 변화가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다. 

중국정부는 3중전회를 통해 핵심 산업에 해외·민간자본 참여를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1월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21세기 이사회’ 토론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외국 대표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중국정부는 3중전회를 통해 핵심 산업에 해외·민간자본 참여를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1월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21세기 이사회’ 토론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외국 대표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독과점 핵심 산업에 민간 참여 확대

3중전회 발표내용은 15개 영역 60여개의 중점과제로 나누어져 경제·정치·환경·문화 등의 사회전반을 포괄하고 있지만 핵심은 △성장 △시장화 △금융 △소비로 요약된다. 그동안 중국은 적극적인 대외개방과 외자유치로 수출주도형 고성장을 지속해왔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급감한 대외수출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로 매워오며 1978년 이후 연 9.8%의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하지만 고성장의 이면에는 그림자금융, 지방정부부채, 기업부채 등 금융 시스템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불안요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중국 정부는 최근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시장화와 금융을 통해 문제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 

중국 정부는 3중전회 발표문에서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기초에 두고 개혁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에둘러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화의 핵심방안을 △정부 기능축소 △시장 기능 확대라고 천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정부 기능축소는 국유기업이 독과점하고 있던 핵심 산업에 민간 자본 비중을 높여 해외기업들의 진입장벽을 낮춰줄 것임을 시사한다. 

시장 기능 확대의 방점은 ‘가격’이다. 국유기업 위주로 편제된 산업에서 나타나는 문제 중 하나는 가격 결정권이 시장이 아닌 정부에 있고 생산설비와 재고 등이 과잉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전만 해도 중국 정부는 시장이 왜곡되는 것을 바로잡지 않고 강압적인 가이드라인이나 행정 규제를 통해서 해결하려고 해 구조조정과 생산요소의 효율적 배치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 3중전회를 기점으로 조만간 원자재 가격 시장화, 국유기업 민영화, 핵심 산업의 대외개방 가속화, 정부 행정기능 간소화 등 시장 기능 확대와 관련된 정책들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은 경제개혁의 촉매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통상적으로 금리 왜곡(저금리)은 개발도상국에게 고성장과 투자 확대로 이어졌지만 성장이 적정 수준에 도달하면 부채와 자산가격 버블(거품)이라는 문제점을 낳았다. 중국 역시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예금금리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낮은 대출 금리를 강압적으로 유지해오다 보니 자산 가격 거품이 커지는 문제점이 발생해왔다. 결국 그림자 금융 등 금융시스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리자유화를 통해 비제도권 자본은 제도권으로 이양해야 한다. 이는 정부가 강조한 시장 기능 강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위안화의 국제화라는 목표를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할 위안화 환율 자유화는 수출에서 내수중심으로의 구조적 변화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확대의 방향성도 중요하다. 중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내수 확대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번 개혁안에서는 소비확대를 위해 잠재소비인구 즉, 농민과 취약계층의 소비확대를 위한 제도 정비안이 마련됐다. 첫 번째가 ‘농지 재산권 인정’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사유제는 민감한 부분이고 농지는 정부가 가장 보수적으로 관리했던 영역이다. 하지만 이번 3중전회에서는 농토의 사유화 가능성이 처음으로 언급됐다. 따라서 앞으로 농지개발과 농지거래가 진행되면서 농민계층의 소득이 늘고 지역에 따라선 부농이 출현할 수도 있다.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소비부문은 소득확대와 사회안전망 확충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과거 고성장의 수혜가 정부와 일부 계층에 집중됐다면 사회안전망 확충은 취약계층의 삶이 개선되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고가의 내구소비재보다 필수소비재와 중저가 브랜드의 소비시장이 제2의 성장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3중전회에서 농토사유화와 취약계층 처우개선이 논의됨에 따라 당장 농민공의 생활수준에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3중전회에서 농토사유화와 취약계층 처우개선이 논의됨에 따라 당장 농민공의 생활수준에 변화가 예상된다.


대만식 현지화 전략으로 내수시장 공략

과거 한국 기업들은 내수시장 선점보다 생산기지 건설 차원에서 중국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앞으로도 유효할지는 의문이다. 이미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정보기술(IT) 산업에 있어 중국은 전후방산업의 라인업을 완성해 내수뿐 아니라 수출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으며 우리와 기술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당장 중국은 과거의 방식으로 생존하거나 신규 진입이 불가능한 시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중국의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결론적으로 대만의 성공사례를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대만기업은 중국에 수출주도형으로 접근하지 않고 중국의 23번째 성(省)으로 접근하는 로컬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산업은 기술과 시장을 공유하고 있다. 소비재, 금융 업종은 양국 정부 간 협의로 특혜를 부여하고 해당 기업들은 중국진출에 철저하게 현지화 전략을 구축해가는 구조다. 결국 우리도 한·중이든 한·중·일이든 어떤 방식으로든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관세 인하보다 우리 기업들의 중국시장 진출을 자율적으로 유도하는 데 정책의 포커스가 맞춰져야 한다. 산업군별로는 중간재보다 최종재, 소비재 위주로의 시장 재편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업의 경우 규모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험, 증권, 중소기업, 민간금융, 농촌, 무역, 기업 인수·합병(M&A) 등의 영역에서 발빠른 진출과 공격적인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