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할 때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것은 중국 내수시장 규모를 너무도 기계적으로 계산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13억명에게 양말 한켤레만 팔아도 얼마냐”라는 생각부터 시작한다. 이른바 사칙연산의 오류다. 수식의 계산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차례대로 하되, 괄호를 우선으로 하고 곱셈과 나눗셈을 덧셈과 뺄셈보다 먼저 하게 돼 있다. 이것이 바로 사칙연산이다. 그런데 중국을 바라보는 우리 기업들의 시각도 이렇게 기계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현재 중국을 정체된 국내 내수시장의 새로운 돌파구 정도로 여긴다. 또 지리적·문화적으로 인접해 왠지 모르게 미국보다 만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13억명인 중국 내수시장은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이 명운을 걸고 각축을 벌이는 전쟁터로 변해가고 있다. 여기에 중국 현지 기업들은 막강한 자본력과 유통망을 무기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 가고 있다. 우리 기업에게는 선두권을 쫓아가는 것도 벅찬 일이지만 뒤쫓아 오는 추격자도 부담일 수 있다.

중국은 지역마다 문화부터 사람들의 입맛까지 제각각이기 때문에 각기 다른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 롯데마트 민항점.
중국은 지역마다 문화부터 사람들의 입맛까지 제각각이기 때문에 각기 다른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 롯데마트 민항점.
대만 기업 현지화 전략 배워야

그렇다면 자본력과 규모 면에서 현격히 열세에 놓인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서 생존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범위를 좁혀 중국의 음식료 프랜차이즈 산업을 예로 들어 생각해보자. 최근 중국인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커피·제과·패스트푸드 등의 프랜차이즈 업종이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단적으로 현재 중국 커피 소비량은 전 세계 소비량의 1% 남짓에 불과하지만 매년 20~30%의 급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이 추세대로라면 오는 2020년께에는 전 세계 커피 소비량의 25%가 중국에서 이루어질 것이라 예상된다.

이 때문에 미국의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와 유럽기업 코스타, 라바짜, 홍콩의 퍼시픽 등은 이미 1990년대부터 중국에 진출해 꾸준히 영토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중국 내수시장에서 돌풍을 기록 중인 기업들은 하나같이 대만 기업들이다. 중국 커피전문점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 중인 UBC(중국명 상도커피)가 대표적인 사례다. 상하이를 중심으로 사세를 넓힌 상도(上島)커피는 성공적인 진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제빵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85℃(중국명 85度(도)C)도 대만 기업이다. 1970년대 후반 비교적 빨리 중국에 진출한 두 업체는 현지 중국 기업들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점포수를 늘렸는가 하면 거미줄 같은 유통망과 생산라인을 구축해 현재 중국의 3~4선급 도시까지 영업망을 확대시켰다.

스타벅스와 같은 글로벌기업들의 성공은 그렇다고 해도 국내에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대만기업들의 성공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결론적으로 대만기업의 성공은 전혀 다른 데 있었다. 이들 대만 기업은 중국의 음식료 프랜차이즈산업을 브랜드와 자본력의 경쟁으로 보지 않고 부동산과 비용관리 측면으로 접근했다.

중국 건설시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건설사 입김이 강하지 않다. 건설사도 엄밀히 말하면 회사라기보다는 부동산 디벨로퍼(개발자)의 개념에 더 가깝다. 멀티플렉스센터나 백화점 등 쇼핑단지를 조성하는 데도 디벨로퍼가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대만 기업들은 부동산 디벨로퍼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목 좋은 위치를 중심으로 빠르게 영토를 넓힐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대만기업이 운용하는 점포들이 모두 매출이 좋은 것은 아니다. 이들 프랜차이즈는 손님들로 매장이 가득 차 있지만 실질적으로 적자를 기록하는 곳도 꽤 있다. 그런데도 사세는 놀라울 정도로 커지고 있다. 이유는 회사이익의 상당부분이 임대료 등 부동산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투자를 잘 한다는 뜻이다.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인건비는 싸지만 관세 등의 이유로 수입해 오는 원료값은 우리보다 비싸다. 따라서 커피를 많이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가치 있는 부동산을 매입해 또 다른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도 유통업체들에게는 중요한 과제다. 실제로 중국 주요도시 부동산 임대료는 지금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싸지만 꾸준히 오르고 있다. 

우리 기업들에게 중국 내수시장은 기회의 땅이지만 동시에 위험이 늘 상존하는 곳이다. 일단 판매망을 구축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외국 기업이 중국 내 생산 공장과 식자재 수입 망을 만들기까지는 예상치 못한 행정절차와 시간에 부딪치는 것이 다반사다. 그러다보면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의 효율성을 따지기 이전에 ‘회사 설립이 가능이나 할까’라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때문에 ‘일단 회사부터 세우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한다. 최근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이 생산과 유통, 판매과정과 관련해 지방정부와 이중세수 문제에 직면해 있는 것도 회사 설립 전 이런 부분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아서다.

반면 대만기업들은 언어와 현지인들의 입맛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을뿐더러 중국의 문화와 행정절차 등을 충분히 이해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점포를 개설할 때도 임대료가 비싼 도심 중심권보다는 변두리, 대학교 근처를 집중 공략해 인지도를 높여갔다. 이러한 대만기업들의 성공사례는 앞으로 중국에 들어가려는 우리 기업들에게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또 현지 인력관리도 주재원 중심보다도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현지 부동산 디벨로퍼나 프랜차이즈기업 고위직 인사를 스카우트해 활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중국의 한 대도시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
중국의 한 대도시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


회사 설립 전 문화부터 이해 필요

만약 중국 현지 기업과 합작회사를 설립한다면 경쟁이 치열하고 초기 투입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베이징·상하이·선전 등 1선급 도시보다는 중서부의 2~3선급 도시를 공략하는 것이 좋다. 또 중국은 지역별로 기후는 물론 사람들이 선호하는 입맛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지역마다 다른 전략을 세우고 접근해야 한다.

커피나 제빵 등 음식료 프랜차이즈 산업에게 2~3선급 이하 도시는 아직 미개척 시장이다. 때문에 우리가 보유한 효율적인 경영 노하우에 한류를 결합시켜 브랜드 이미지를 잘 만들어낸다면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 빠르게 달리는 말과 속도로 경쟁할 수 없다면 말 위에 올라타 바람을 가르는 전략은 세계의 공장으로 커가고 있는 중국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