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화동사범대학교 캠퍼스에 있는 택배 보관소. 택배 기사가 이곳에 택배 물품을 내려놓고 가면 학생들이 와서 신분확인을 한 후에 찾아간다.
중국 상하이 화동사범대학교 캠퍼스에 있는 택배 보관소. 택배 기사가 이곳에 택배 물품을 내려놓고 가면 학생들이 와서 신분확인을 한 후에 찾아간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 축제로 자리잡은 광군제(光棍節, 매년 11월 11일)에 전 세계 브랜드의 시선이 집중된다. 이날 판매 결과를 통해 중국인의 소비 수준과 소비 트렌드 변화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e-commerce) 기업 알리바바(阿里巴巴)는 2015년 11월 11일 하루 동안 산하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912억위안(약 16조1000억원)어치의 물품을 팔았다. 2014년 광군제 판매액 대비 60% 증가한 것으로, 2009년 알리바바가 광군제 행사를 만든 이래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중국 우정국에 이날 하루 8억여개의 택배 물량이 쌓인 것으로 추산했다.

광군제의 폭발적인 흥행에 힘입어 알리바바의 연간(2015년 4월~2016년 3월) 거래액은 지난 3월 21일 3조위안(약 530조원)을 돌파했다. 알리바바의 뒤를 바싹 추격하는 JD.com(징둥상청, 京東商城)도 2015년 연간 거래액이 전년보다 78% 증가할 정도로 고속 성장 중이다.


온라인 구매 늘면서 배송 중요해져

시장조사 업체 이마케터는 지난해 중국 전자상거래 소매 매출 규모를 6720억달러(약 770조원)로 추산했다. 이는 중국 전체 소매 판매의 16%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마케터는 2018년에는 전자상거래 매출이 전체 소매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온라인에서 쇼핑을 하는 중국인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

온라인 구매가 늘면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배송이다. 소비자에게 얼마나 빨리, 얼마나 안전하게 물건을 가져다주는지가 사업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됐다. 배송 지연이나 상품 파손 등 배송 관련 불만은 온라인쇼핑몰 고객이 다른 사이트로 이탈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중국 내 인터넷 보급률이 높아지고 농촌 지역의 온라인 쇼핑 이용자가 늘면서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중국 전역의 물류, 택배 시스템 확충과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알리바바는 2013년 중국과 해외의 물류창고 운영, 택배 회사들을 한데 모은 물류 정보 플랫폼을 만들었다. 알리바바는 자체 물류센터를 세워 직접 운영하지 않고 기존 물류 업체들과 손을 잡는 전략을 택했다. 알리바바의 물류 계열사 차이니아오(菜鸟)가 운영하는 이 사이트에는 현재 3000여개 물류 택배 업체가 등록돼 있다. 타오바오(陶寶), 톈마오(天猫) 등 알리바바의 쇼핑몰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주문하면 차이니아오의 물류 파트너사가 물품을 배송한다.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차이니아오 사이트에 접속해 실시간 배송 정보, 소비자 피드백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알리바바가 광군제 행사 때마다 물량 공세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차이니아오의 배송망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차이니아오는 2014년 광군제 당시 물류 파트너사들과 함께 하루 2억7800만개의 택배 물량을 처리했다. 지난해에는 광군제 주문 폭증에 대비해 배송 인력 170만명, 배달 차량 40만대를 배치했다. 물류창고 5000개와 화물 비행기 200대도 마련했다. 통원홍(童文红) 차이니아오 최고경영자는 최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평균 2억개의 물품을 배송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 회장은 그가 줄곧 강조해온 ‘데이터 테크놀로지’를 물류 시스템에도 접목했다. 차이니아오는 물품 분류와 운송장 처리, 배달 경로 지정 등을 모두 디지털화해 배송 효율성을 높였다. 2년 전 2억5000만개의 택배 물량을 배달하는 데 7일이 걸렸다면, 지금은 하루 반나절이면 가능하다.

알리바바가 축적한 데이터 기술은 새로운 소비 동력으로 부상한 농촌 지역 공략에 효과를 내고 있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늘면서 모바일 쇼핑 규모는 점점 커지는 추세다. 알리바바는 그동안 쌓아온 광범위한 주소 데이터베이스와 지역 운송 회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산골마을까지 배송망을 넓히고 있다.


알리바바, 물류 네트워크 구축에 17조원 투자

알리바바는 중국 전역을 아우르는 ‘스마트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물류창고 부지 매입 등 향후 8년간 투입될 자금만 1000억위안(약 17조60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차이니아오는 파트너사들과의 제휴에 따라 18만개 이상의 서비스센터와 130여개의 창고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등 주요 20개 도시에서는 소비자가 온라인 주문 후 당일 물품을 받을 수 있는 당일 배송 서비스를, 150개 도시에서는 그다음날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모바일 쇼핑 주요 고객군인 20대 소비자를 겨냥해 대학교 내 택배센터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차이니아오는 택배센터를 설치한 중국 내 대학수를 연말까지 1700개 이상으로 늘리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현재 차이니아오가 택배센터를 둔 대학수는 약 1200개로, 1500만명의 학생이 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와 차이니아오의 거침없는 행보에 해외 투자자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차이니아오는 지난 3월 싱가포르 국부펀드 GSI와 테마섹, 말레이시아 카자나내셔널펀드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중국 투자데이터 집계 업체 이헤이마는 이번 투자 규모를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로 추정했다.


드론 활용한 배송 서비스도 예정

JD.com은 사업 초창기부터 자체 물류 시스템 구축을 경쟁력으로 쌓아왔다. 외부 업체들을 활용하는 알리바바와는 다른 행보다. JD.com은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중 가장 큰 규모의 물류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중국 내에 7개 물류센터와 150여개의 창고, 3500여곳의 택배센터를 갖췄다. 배송 담당 직원은 5만명에 달한다. JD.com이 직접 배송까지 책임지면서 알리바바와는 달리 판매 사기 스캔들에 휩싸인 적이 별로 없다.

JD.com은 ‘공유경제형’ 배송 방식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보통 물류창고에서 물품이 출고된 후 구매자에게 물품이 전달될 때까지의 시간 동안 가장 많은 문제가 생긴다. JD.com은 배송 마지막 단계(last mile)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 커뮤니티에 주목했다. 동네 가게 주인이나 지역 주민을 고용해 물품당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고 배달시키는 것이다. 배송 지역, 시간대 등에 따라 JD.com이 배송 물품과 ‘배달원’을 연결한다.

JD.com은 최근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은 시골 지역으로 배송망을 확대하기 위해 드론(무인 비행체)을 활용한 배송 실험에도 나섰다. 일반 배달 트럭이 지나다니기 어려운 곳에 드론을 띄워 물건을 배달하려는 것이다. 13억명 중국 인구 중 개발되지 않은 시골 지역 인구는 6억명에 달한다. JD.com은 지난 1월 드론 배송 계획을 발표하며 “드론 배달로 물류 유통의 효율성을 높이고 인건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JD.com의 배송 관련 지출은 한 해 16억달러(약 1조8000억원)에 달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리서치 서비스인 ‘FT 컨피덴셜 리서치’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오프라인 매장이 부족한 중국 시골과 내륙 지역에서는 인터넷쇼핑에 대한 수요가 도시 지역보다 오히려 더 많다”며 “JD.com이 중국 구석구석에 물류 인프라를 확대한 결과, 전자상거래 업체 중 JD.com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부쩍 높아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