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민배우 황보를 동원해 광고전을 펼치고 있는 온라인 중고차 중개업체 런런처. 올해에만 지난해의 3배를 웃도는 5억위안의 광고비예산을 책정했다. <사진 : 런런처 사이트>
중국 국민배우 황보를 동원해 광고전을 펼치고 있는 온라인 중고차 중개업체 런런처. 올해에만 지난해의 3배를 웃도는 5억위안의 광고비예산을 책정했다. <사진 : 런런처 사이트>

지난 3월 30일 중국의 온라인 중고차 중개업체 런런처(人人車)는 올해 광고비로 작년(1억5000만위안)의 3배를 웃도는 5억위안(약 900억원)을 투입하고 영업 대상 지역을 30개 도시에서 300개로 늘리는 내용의 ‘종횡무진 전략’을 발표했다. 같은 날 경쟁사인 과즈(瓜子)중고차도 기자회견을 열어 광고비를 작년(5억위안)의 2배인 10억위안(약 1800억원)으로 책정했다고 선언했다. 중국 경제관찰망은 “중고차 시장에 화약 냄새가 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국에서 중고차 시장을 놓고 선점 경쟁이 가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중고차는 941만대 팔렸다. 연간 5535억위안(약 99조6300억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중국 담당 연구원은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의 경우 중고차 판매량이 신차의 2~3배에 이르는 반면 중국은 0.3배 수준에 머물고 있어 발전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올해 중국의 중고차 판매량이 1000만대 돌파하는 것은 문제 없다”(중국망) “2020년이면 중고차 시장이 연간 2000만대에 이를 것이다”(과즈중고차)는 전망이 잇따른다. 1000만대는 2009년 중국의 연간 신차 판매량 수준이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중고차 판매량은 연간 100만대 수준에 머물렀다.

중국 중고차 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잇따르는 데는 보유 차량이 1억6273만대(2015년말 기준)로 1년 새 11.5% 증가한 덕분이 크다. 중고차 시장의 기반이 두터워진 것이다. 정부의 육성책, 가성비(價性比)를 따지는 젊은층 증가, 온라인 구매 활성화도 중국 중고차 시장을 낙관하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정부의“중고차 육성”7년 만에 등장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에서 발표한 올해 정부업무보고에서 ‘중고차’를 언급했다. 중국 언론들은 정부업무보고에서 중고차가 등장한 것은 2009년에 이어 2번째라며 정부의 중고차 육성 의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7년 전의 “중고차 시장의 발전을 가속화한다”는 이번에 “중고차 시장을 활성화한다”로 바뀌었다.

중국 당국은 2009년 정부업무보고에서 중고차 육성을 처음 거론한 이후 중고차 시장 육성을 위한 조치를 잇따라 취했다. 2013년 시행에 들어간 중고차 감정평가기술 규범도 그중 하나다.

이번에도 중고차 육성책이 잇따를 전망이다. 중국의 인민은행과 은행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 3월 30일 ‘신소비 영역 금융지지 강화 지도의견’을 발표했다. 자동차 대출관리 방법을 서둘러 손질해 중고차 구매 시 자기자금으로 내야 하는 선납금 비율을 50%에서 30%로 낮춘다는 대목이 들어갔다. 선단양(沈丹陽)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 3월 1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오는 9월부터 중고차 유통기업 경영관리 규범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중고차 등록절차를 간소화하고, 중고차를 다른 지역에서 등록할 때 배출가스 기준을 신차보다 엄격히 규제하는 장벽도 철폐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당국이 중고차 시장 육성에 나서는 건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고차 시장 활성화가 신차 소비를 늘리는 등 자동차 소비의 잠재력을 실현할 것”(선단양 상무부 대변인)이라는 기대다. 중국에서 지난해 신차 판매액은 전체 소비의 12%를 차지했다. 최근 중국의 경기둔화로 신차 판매는 주춤하고 있다. 2009년 미국을 제치고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에 오른 중국이지만 지난해 4~8월은 월간 판매량이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했다. 작년 9월 중국 정부가 배기량이 작은 소형 자동차 구매자에 대한 세금 감면 정책을 시행한 덕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신차 판매 증가율은 4.7%에 그쳤다. 대기오염과 교통 정체를 이유로 신차 구매를 제한하는 대도시에서는 교체 수요가 중요하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톈진 항저우 등에서 자동차 번호판 발급을 제한하는 식으로 신차 구매를 제한하고 있다. 2015년 상반기 기준으로 중국 자동차 구매의 21.5%가 교체 수요에서 비롯됐다. 중고차 시장의 성장은 자동차 AS(사후서비스) 시장은 물론 보험 금융 시장에도 긍정적인 호재다.


온라인 매매 활성화로 투명성 강화

중국 중고차 시장의 신성장동력은 인터넷에서 나온다. 런런처 과즈중고차 요우신 등 온라인 중고차 중개업체들의 공격적인 영업이 이를 보여준다. 대부분 C2C(개인 대 개인) 비즈니스에 주력하고 있다.

런런처를 2014년 4월 세운 리젠(李健)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30여개 도시에서 1만2000대에 달하는 중고차 거래를 중개했다며 올해 말에는 300개 도시에서 월 3만대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7년까지는 영업 대상 지역을 1000개 도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전체 중고차 시장의 90%를 커버하게 된다. 2014년 11월 온라인 중고차 중개 서비스를 시작한 과즈중고차의 양하오용(楊浩湧) CEO는 올해 거래액 목표치를 200억위안(약3조6000억원)으로 잡았다. 지난해 3월 온라인 중고차 중개 시장에 뛰어든 요우신(優信)은 지난 4월 6일 기자회견을 열어 온라인 중개 서비스업체 85통청(同城)이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제소하기로 했다고 밝히는 등 공격적인 영업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중고차 중개 시장이 고성장하면서 대표 기업들의 기업가치도 급등하고 있다. 런런처는 최근 1억50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다며 4번째 투자유치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런런처에는 그동안 중국의 간판 스마트폰업체 샤오미(小米) 창업자인 레이쥔(雷軍) 회장이 관여한 벤처캐피털과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 업체 텅쉰(騰訊) 등이 투자했다. 과즈중고차는 최근 2억4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중고차 업계에서 첫 번째 투자유치 때 낸 종전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온라인 서비스업체 간지왕(趕集網)에서 2014년 11월 중고차 중개 서비스를 시작한 과즈중고차는 올해 1월 분사한 직후 추진한 투자 유치 과정에서 10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빠른 성장속도를 평가받은 덕분이다. 과즈중고차를 통한 중고차 거래량은 지난 3월 10일 하루 동안 1000대를 돌파했다. 1년여 전인 2015년 4월엔 한 달간 거래량이 1000대를 넘어섰다.

온라인 중고차 중개업체들은 투자유치를 통해 확보한 실탄을 밑천으로 금융회사들과 손잡고 소비자 금융 서비스도 제공한다. 과즈중고차는 올해 중고차 구매 고객에게 20억위안(약 3600억원)을 대출한다는 계획이다. 28개 도시에서 20여개 금융회사와 제휴했다. 요우신도 중국 1호 인터넷전문은행 웨이중(微衆)은행과 제휴해 중고차 소비자 금융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요우신 창업자인 다이쿤(戴琨) 회장은 “인터넷이 전통업종을 효율적으로 개조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정보 비대칭의 해결이다. 런런처는 매물로 나오는 중고차의 주행시간과 거리를 6년, 10만km 이내로 제한하고 고객이 구매 이후 14일 이내 이유 불문하고 다시 물릴 수 있도록 했다. 정보 비대칭에 따른 구매 고객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온라인 중고차 중개업체들도 불량 중고차 거래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국 정부가 중고차 유통기업 관리를 강화하기로 한 것이나 전국신용정보공유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한 것은 정보 비대칭 제거를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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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시장( lemon market)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남편인 조지 애컬로프(George Akerlof) UC버클리대 교수(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처음 제시한 개념. 정보 비대칭 탓에 판매자보다 제품 정보가 적은 소비자들은 속아서 살까 걱정해 가격을 낮추려고만 한다. 이로 인해 불량품만 넘쳐나게 되는데 이런 시장을 일컫는다. 겉은 예쁜데 속은 신맛을 내는 레몬에 빗대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