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환경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 변화의 속도는 계속해서 빨라졌다. 최근에는 중국 경제 성장 둔화와 부채 규모를 둘러 싼 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움직임에 대한 불안 심리로 금융시장의 불안정도 커졌다. 이런 시장 변동성과 불안정은 기업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를 헤쳐나가는 기업만이 성공할 수 있다.

지난 10년 사이 많은 기업이 설 자리를 잃었다. 반면 같은 기간 큰 성공을 거둔 글로벌 기업, 혹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도 있다. 이런 기업의 공통점은 경제 환경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했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시장의 변화를 적시에 정확하게 파악했고 그 변화를 우선순위 결정에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시기에 맞게 최우선으로 해야 할 시장을 남보다 먼저 알고 움직인 것이다.

이들 기업이 주로 고민한 것은 신흥국 전략이다. 그동안 보편적이던 방식은 탄탄한 경제 기반을 다진 선진국에서 성장한 기업이 시장 확대를 위해 신흥국에 진출하는 순서였다.

여러 다국적 기업이 선진국보다는 덜 발전했지만 가파르게 성장하는 신흥국에 진출해 제2의 도약을 이뤄냈다.

그러나 상황이 변했다. 세계는 더 이상 ‘신흥국’ ‘선진국’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다.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읽고 전략을 세워야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새로운 경제 질서로 자리잡는 글로벌 경제의 변화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변화 1 | 부유국 역할의 축소

부유한 국가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역할은 축소되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은 예나 지금이나 경제 강국이다. 국민소득도 높다. 과거에는 이들 국가의 경제 성장이 곧 세계경제의 성장이었다. 그러나 이제 달라졌다. 글로벌 경제의 규모와 성장에서 선진국, 부유국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

BCG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를 토대로 부유한 국가의 GDP 총합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사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분석했다. 152개 국가를 1인당 GDP 기준으로 부유국(3만달러 이상), 중위국(1만~3만달러), 하위국(1만달러 이하)으로 분류했다. 부유국과 중위국, 하위국의 숫자는 서로 비슷했다.

그 결과 세계 GDP에서 부유국의 GDP 총합의 비중은 2004년 79%에서 2013년 63%로 16%포인트 줄었다. 줄어든 비중은 중위국 GDP 총합이 채웠다. 여전히 부유국의 경제 규모가 크지만 중위국 경제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크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선진국은 이제 과거 우리가 알던 선진국이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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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2 | 국민이 잘 사는 건 아니지만 경제력 있는 국가의 등장

국가 경제력과 1인당 소득의 비례 관계가 깨진 것도 이 시대의 특징이다.

과거에는 나라가 잘 살면 국민도 대부분 부자였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중국과 인도를 좋은 예로 들 수 있다. 가령 중국의 GDP 규모는 2015년 세계 2위로 미국의 60% 수준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국민의 1인당 소득은 미국의 25%에도 못 미친다. 인도 역시 경제 규모가 일본의 절반 수준에 이르지만 1인당 소득을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이다.

국가 경제력은 크지만 국민소득 수준이 낮은 국가의 소비 지형도는 기존 선진국에서 나타났던 것과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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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3 | 성장 모멘텀 다양화

또 한 가지 변화는 성장 속도의 변화다. 과거를 지배하던 통념은 신흥국은 빠르게, 선진국은 더디게 성장한다는 명제였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 통념이 깨졌다. 같은 신흥국 사이에서도 성장 속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1인당 GDP 기준 중위국의 2014년부터 2016년

(추정치) 성장률 추이를 보면 과거 고속 성장을 거듭하던 브라질, 러시아의 성장률은 급락했지만 같은 기간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은 탄탄한 성장을 이어갔다.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일부는 무사히 위기를 극복했지만 일본, 이탈리아처럼 명목 GDP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부유국, 중위국, 하위국 등의 구간과 무관하게 각국이 저마다의 성장 궤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기업 경영자는 이제 달라진 환경 속에서 적합한 시장을 골라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어떤 시장을 어떤 방법으로 골라야 할까? BCG가 제안하는 두 가지의 시장 평가 기준을 활용해보자.


원칙 1 | 세계 GDP 성장 기여도를 살펴라

전 세계 GDP 증가에 한 국가가 얼마나 기여하느냐는 그 나라의 경제성장률, 경제 규모와 함수 관계를 이룬다. 즉 세계경제 성장에 많이 기여하는 국가일수록 시장 중요도가 높다는 것이다. 이 점을 활용하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중요한 시장이 어디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BCG는 IMF의 2014~2016년 자료(2016년은 예측치)를 활용해 전 세계 GDP 증가의 85%를 추렸다. 중국, 미국, 인도, 영국, 독일, 인도네시아, 한국, 호주, 캐나다, 멕시코, 일본, 나이지리아, 프랑스, 스페인,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폴란드, 말레이시아, 콜롬비아 등 20개국이다. 또 브라질, 이탈리아, 네덜란드, 러시아 등 4개국은 최근 성장이 부진했지만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이상인 국가로 주요 시장으로 꼽을 수 있다.


원칙 2 | 각국의 수요 패턴을 분석해 지출 유형을 확인하라

공략하고자 하는 국가를 고른 뒤에는 각국의 수요 패턴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국가별 지출 유형과 시장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GDP 수요는 민간소비, 총투자, 정부지출 등 세 가지 항목으로 구성된다.

2013년 GDP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GDP 가운데 민간소비의 비중이 68%였고, 인도는 60%, 영국은 65% 등을 기록했다. 반면 중국은 민간소비의 비중이 37%에 불과하고 총투자가 47%로 전체 수요의 거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또 네덜란드, 프랑스,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는 정부 지출 비중이 20% 이상으로 높은 경향을 보였다.

이처럼 국가마다 수요 패턴이 다르기에 시장 특성도 달라진다. 이에 따라 접근 전략도 달라야 한다. 투자 주도형 국가에 적합한 시장 전략, 민간소비 주도형 국가에 적합한 시장 전략은 다를 수밖에 없다. 기업 경영자는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산업별, 상품별, 포지셔닝별 기준을 세우고 꾸준히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 두 가지만으로 모든 시장을 분석할 수는 없다. 고령화 수준이나 청년 인구 밀집도 등의 인구통계학적 특징, 기후변화 등 환경 요소를 활용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상황을 인지하고 그에 대응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 변화를 수용하고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본질을 놓치지 않는 장기적인 눈이 필요한 때다.


- 보스턴컨설팅그룹(Boston Consulting Group, BCG) 엔리케 루에다-사바터 시니어 어드바이저, 데이비드 C 마이클 시니어 파트너, 디네시 카나 시니어 파트너, 알렉산더 루스 시니어 파트너, 야니카 가우젤만 시니어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