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흡수 모래주머니·범람 차단제품 등

    

방재회사들 기발 아이디어로 ‘대박’

- 허리케인 '아이린'의 모습
- 허리케인 '아이린'의 모습

허리케인 아이린이 올여름 미국의 동부 해안을 강타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올해 미국 국립기상국 허리케인 센터가 집계한 데이터 상으로 9번째 허리케인인 아이린은 중심 풍속이 시속 97마일을 넘어서는 3급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더 강해지지 않은 채 며칠 뒤 열대성 폭풍으로 등급이 떨어지긴 했으나 그래도 동반한 바람과 비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냈다.



아이린은 플로리다 지역 언저리를 시작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통과하면서 일부 육지 지역을 강타한 뒤 계속해서 미 동부 해안지역을 따라 이동, 669만 채의 가구에 영향을 미쳤는가 하면 캐롤라이나주에서 뉴잉글랜드까지 광범위한 지역에 피해를 입혔다. 미 동부 해안선을 따라가는 이동경로는 최대의 인구밀집 지역을 그대로 덮쳤다는 말이어서 이로 인해 영향을 받은 인구수는 무려 3000만명을 넘는다.



연방응급재난대응국(FEMA)의 집계에 따르면 5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직간접적인 피해액은 무려 124억 달러에 달했다. 만일 아이린이 강도가 더 세져 3등급에서 4, 5등급으로 높아졌다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을 것이다.



또한 아이린이 많은 비를 뿌리면서 곳곳에 물이 범람, 집이나 공장, 도로, 농경지 등이 물속에 잠기는 등 피해 규모가 컸다.



미국은 인구가 밀집한 도시 지역에서는 강물의 범람을 막지만 인구수가 적은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물이 그대로 범람하도록 놔둔다. 일부러 물길을 바꾸려 하거나, 혹은 쓸데없는 둑을 쌓을 경우 오히려 자연을 거스르면서 부작용이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서 홍수 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될 경우 이들이 하는 일은 그저 현장을 떠나 대피소로 이동하는 일이다. 다소 적극적인 홍수방지 노력이라고는 집안이나 건물 안으로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 도어 댐(door Dam)
- 도어 댐(door Dam)

동네 전체의 수위가 높아져 잠기게 되면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그대로 잠기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 큰 피해가 난 것은 바로 도심지역이 침수되지 않도록 쌓아둔 둑이 무너지면서 일시에 물에 차 미처 피하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그 지역은 워낙 인구가 밀집한 곳이기에 강둑이 필요했고, 바닷물의 역류로 인한 범람도 막아야 했기에 둑을 쌓았다.



이번 아이린으로 인해 미국은 앞으로 기후변화로 더 많아질 허리케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이는 동부지역으로 올라오는 허리케인의 수가 더 늘어나면서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린으로 값진 교훈도 얻었다. 아이린이 엄청난 비를 뿌려 곳곳에서 물난리를 겪으면서 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거나 복구하는 사업이 차세대 비즈니스로 각광받고 있다. 순간의 아이디어가 거대한 사업의 단초가 됐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사례이기도 하다.



만화영화의 아이디어를 차용해 재난방지 사업의 초석을 만든 이도 있다. 주인공은 모리스 호프만이란 뉴욕에 거주하는 평범한 인물이다. 그는 어린이 만화영화에서 거대한 어린아이가 차고 있던 기저귀가 물을 빨아들여 악당이 일으킨 홍수를 모두 흡수해 주변의 사람들을 구한다는 것에서 신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홍수가 났을 때 저런 흡수 능력이 있는 도구를 이용하면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아주 바보 같은 생각이기도 했지만 그것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고 사업동기를 말한다.



그가 아이린이 엄습한다는 예보를 보면서 만들어낸 것이 바로 ‘흡수 모래주머니’다. 여느 모래주머니와 같이 생겼으나 주머니 안에는 모래 대신 강력한 흡수제가 들어 있다.



이 흡수제는 강력한 중합제로서 수백 배의 물을 흡수할 수 있는 고분자 화합물로 이뤄져 있다. 마치 어린아이들의 기저귀 재료를 넣은 것과 같다.



이 고분자 화합물 주머니는 기존 모래주머니에 힘들게 모래를 넣어 가지런히 쌓아둬야 물을 막을 수 있는 어려움을 개선, 물이 들어오는 곳에 놓기만 하면 저절로 물을 흡수하면서 커져 바로 모래주머니의 역할을 한다. 물을 머금으면 부풀어 올라 물이 들어올 틈을 막기 때문에 기존 모래주머니의 틈새로 물이 새는 단점까지도 없앴다.



다른 산업 부문에서 이미 개발이 돼 있었기 때문에 그가 이것을 만드는 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이 제품을 만들면서 세운 회사는 ‘스톰테크(StormTech)’. 폭풍을 이겨내는 기술이라는 의미다.



호프만은 처음에는 광고할 자금이 없어 인터넷을 활용했다. 특히 재난 관련 방재시스템이나 장비 등을 판매하는 곳에 이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결과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아이린이 점차 동부 해안선을 따라 올라오면서 호프만이 개발한 흡수 주머니를 찾는 이들이 늘었고, 그의 흡수 주머니는 50개들이 박스에 240달러씩에 판매됐는데 무려 1만 박스나 팔려나갔다.



단 며칠 만에 그는 백만장자 대열에 올라선 것이다. 허리케인이 한창이던 때에는 하루에 무려 5000박스나 주문이 들어오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FEMA측과 재난방재용 장비 품목에 이를 포함시키는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만일 그의 제품이 재난방재용 준비도구 목록에 들어갈 경우 미 전역에 비치되는 것은 물론 군장비 품목에도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또 세계 곳곳의 물난리 관련 재난지역에도 투입될 가능성도 크다.



이번 아이린이 휩쓴 뒤 떠오른 또 다른 재난방지 기술 업체가 있다. 바로 스톰블록시스템(Storm Block System)이란 회사다. 창업자인 파 위젤은 간판이 강풍에 날리는 것을 보면서 바람에 견디게 하려면 커버를 덮어주면 될 것이라는 간단한 아이디어를 상품화했다. 그는 경주용 자동차 회사들이 풍동에서 차량의 바람저항을 실험하는 광경을 우연히 보고 이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 아이린이 몰고 온 폭우로 뉴욕 맨해튼의 거리가 물에 잠겼다.
- 아이린이 몰고 온 폭우로 뉴욕 맨해튼의 거리가 물에 잠겼다.

강풍·물 범람 차단 제품 인기

그는 실제로 길거리의 현금자동지급기나 주유소의 주유기기가 폭풍의 피해를 당하지 않게 덮어주는 보호막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400달러에서 1400달러에 달하는 알루미늄과 탄소섬유 등으로 만들어진 프레임 제품을 만들어 대느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뉴욕에 본사를 둔 프리스레이라는 방재회사도 이번 아이린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이 회사는 지난 50년 동안 물난리를 겪은 곳을 찾아다니며 복구하는 것이 주요 비즈니스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물난리를 겪고 난 이후 이를 복구하는 것보다는 사전에 이를 막는 것에 사업의 초점을 맞췄다.



물이 범람할 경우 일반 건물은 물론이고 병원이나 공공시설, 관공서 등은 물이 들면 아주 치명적인 후유증을 낳는다. 특히 공장이나 원자력발전소 같은 곳은 필수적인 재난방지 구역이다.



이 회사의 제이슨 스미스는 일반주택은 물론 중소기업들이 홍수로 물이 범람할 때 이를 막기 위해 얼마나 안간힘을 쓰는지 잘 알고 있었으며, 이를 막기 위해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같은 점에 착안해 ‘도어 댐(door Dam)’이라는 가벼운 재료로 만들어진 물 차단막을 고안했다. 가격은 개당 600달러에서 3000달러 정도. 건물 입구에 이 차단막을 설치하면 물이 넘치지 않도록 차단해준다.



특히 보험사나 지방정부 등이 이 시설을 사전에 설치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점이 매력이다. 보험사나 지방정부로서는 홍수피해를 입은 뒤 보상하는 것보다는 사전에 이를 설치하는 비용이 싸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물난리 때 일부 건물에서 물을 차단하는 막을 설치해 물난리를 피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바로 도어댐을 이용한 원리다. 엄청난 피해를 주는 허리케인까지도 비즈니스의 기회로 활용하는 미국인의 실용성이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