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양조방법 국가 기밀로 정해 보호

 1. 준이시에 있는 옛 홍군 정치부 터. 2. 준이시에 위치한 한 공원의 전경. 3. 동주 회사의 정원인 취정.
1. 준이시에 있는 옛 홍군 정치부 터.
2. 준이시에 위치한 한 공원의 전경.
3. 동주 회사의 정원인 취정.

<일러두기>

1. 현대 중국의 인명 및 지명, 중국의 고유명사는 중국어 발음대로 표기했다. 단,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고유명사는 한자 독음대로 표기하였다.

 <예> 毛澤洞 마오쩌둥 西安 시안 / 長江 장강 杏花村 행화촌

2. 술 이름의 경우에도 중국어 발음대로 표기해야 하나 우리에게 익숙한 술에 한해서만 그렇게 했다. 여타의 술은 발음이 어렵거나 의미 전달이 잘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한자 독음으로 표기했다. <예> 茅台酒 마오타이주 五粮液 우량예 / 黃鶴樓酒 황학루주 劍南春 검남춘

3. 신 중국 수립(1949년)을 기준으로 그 이전의 인명 및 지명은 한자 독음대로 표기했다. <예> 李白 이백 杜甫 두보 南京 남경

배갈 취재를 위해 중국으로 떠나기 전, 해당 회사들에 취재 협조를 부탁하는 문서를 보냈다. 무슨 목적으로 취재를 하며 어떤 사항들이 필요하다는 등의 내용을 상세히 적었다. 여러 날 뒤, 협조를 하겠다는 친절한 답신이 중국에서 날아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회사에서는 아예 좋다 말다 대꾸가 없었다. 드문 답신 중의 하나가 동주(董酒)에서 온 것이었는데 그 내용이 퍽 흥미로웠다. 소개하면 이렇다. “저희 동주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신 데 대해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그렇지만 우리 회사의 주요산품인 동주의 생산기술과 그 배합공정은 국가과학기술부와 국가기밀보호국에 의해 국가 기밀로 돼 있어서 대외적으로 이를 누설하는 것을 엄금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취재 방문을 정중히 사양하며 이에 대한 이해가 있으시길 바랍니다.”



술 만드는 기술도 국가 기밀이란 말인가? 의아함과 함께 호기심이 발동했지만 우선은 술 회사에서 그렇다 하니 그렇게 여길 도리밖에 없었다.



중국 배갈 중에서도 특이한 존재의 하나인 ‘동주(董酒)’는 꿔이저우성(貴州省) 준이시(遵義市)에 있는 준의동주창(遵義董酒廠)에서 만든다. 1963년에 열린 제2회 전국주류평가대회에서 최고상인 금장을 받아 일찌감치 ‘국가 명주’의 반열에 든 동주는 이후 세 번의 대회에서도 거푸 금장을 획득했다.



술 회사는 준이시 중심부에서 북쪽으로 20여 리 떨어진 교외 동공사(董公寺) 지역에 있다. 동공사 일대에서 술을 만든 역사는 위진(魏晋, 3~5세기)과 남북조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증류주에 관한 기록은 청대 초기까지밖에 없다. 근대라고 할 수 있는 청말(淸末)에 이르러서야 이곳의 양조업이 일정한 규모를 이루었다. 쌀누룩으로 술을 빚는 양조장이 동공사 주위에 10여 집 흩어져 있으면서 서로 기술을 주고받았다. 그중에서도 대대로 술을 만들어온 정씨(程氏) 양조장이 가장 뛰어났다. 정씨의 후손 정명곤(程明坤, 1903~ 1963년)은 이 지역 양조법을 집대성한 이로 ‘동주의 아버지’로 일컬어진다. 그는 이곳의 토질, 기후, 원료의 조건들을 모두 감안하여 동공사교주(董公寺酒)라는 한 단계 발전된 술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수많은 민간의 양조법을 수집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자기 나름의 누룩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다. 연구를 거듭한 결과 그는 원료와 방법이 다른 두 가지 누룩을 만들었다. 하나는 쌀누룩(小曲)인데 여기에는 100가지 약초를 넣었다. 두 번째는 밀로 만든 누룩(大曲)인데 여기에는 지네와 같은 동물성 약재를 가미했다. 피를 만들고 기를 보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이들 약초와 약재들은 술의 향을 살리는 데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편 그는 대곡과 소곡을 서로 다른 발효지에서 발효시켜 진술(죽처럼 된 상태)을 얻은 다음 이 둘을 자기만의 비방으로 배합하였다.



동주의 누룩에는 130여 종의 약초와 약재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약재는 누룩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대부분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다. 분해과정에서 산(酸), 알코올,에스테르(ester), 페놀(phenol) 등을 미량 형성하기도 하는데 이들 화학성분은 100여 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시중에 판매되는 동주 제품(왼쪽)과 동주의 숙성 저장고.
- 시중에 판매되는 동주 제품(왼쪽)과 동주의 숙성 저장고.

이들 성분들이 사람의 몸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동주 회사에서는 자신들의 술이 종합적 건강 효능을 갖고 있다고 선전한다. 내과 외과 신경과 소아과 부인과 비뇨기과는 물론 심혈관 질병의 예방과 치료 작용을 한다고 드러내놓고 광고하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며 서구 사회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동주의 양조법이 완성된 1920년대 정씨주방(程氏酒坊)에는 오직 두 개의 발효지만 있었고 생산량도 아주 적어 한 해 8톤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따라서 소문난 동주가 날개 돋친 듯이 팔려 나갔지만 언제나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다. 1940년대 초 어떤 이가 제의하길 동공사교주란 술 이름은 간단명료치 않으니 앞뒤 두 글자만 따서 ‘동주’로 하자고 했고 이를 정씨가 받아들였다. 이 무렵에도 정씨 주방의 양조 기술은 전혀 바깥에 전해지지 않았다. 이는 정씨 문중만이 가지는 절대 비밀이었으며 아들에게는 전하지만 딸에겐 전하지 않았다



공산군에 의해 중국이 해방되기 전날 정씨의 양조장은 문을 닫았고 동주 또한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1957년 지방 정부는 이 전통의 명주를 복원하기로 결정하고 여러 차례 정씨에게 사람을 파견하여 도움을 청했으며 정씨가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정씨 양조장의 기초 위에 새로운 양조장이 건설되었다.



동주가 보유한 전통의 양조 방법은 법으로 보호된다. 1983년 중국 정부는 동주의 양조 기술과 배합 방법이 과학기술기밀보호법이 정한 기밀에 해당한다고 결정했으며 1996년 국가기밀보호국이 이를 다시 확인하고 밖으로 기밀이 새 나갈 수 있는 모든 선전을 금하였다.



동주 회사는 자기네의 양조 기술이 국가 기밀이란 사실을 제품 판매 선전에 최대한 활용한다. 자사의 상품명 앞에다 어김없이 ‘국밀(國密)’을 표시하는가 하면 매체의 광고에도 이를 빠뜨리지 않는다.



동주는 수수를 주원료로 하며 쌀에다 95가지의 약초를 넣어 만든 누룩(소곡)과 밀에다 40가지의 약재를 넣어 만든 누룩(대곡)을 함께 당화발효제로 한다. 쌀누룩을 섞은 원료는 ‘샤오쟈오(小)’에, 밀누룩을 넣은 원료는 ‘따쟈오(大)’에 들어가 발효 과정을 거치는데 이들 발효 구덩이들도 전통 방법으로 특별히 만든 것이다. 즉 석회를 이용하여 구덩이 바닥을 다지고 벽을 치는데 이때 석회에는 백토 진흙과 함께 복숭아나무, 등나무 가지를 찧어낸 즙을 같이 섞는다. 알칼리 성분의 발효 구덩이를 짓기 위해 이런 복잡한 공정을 거치는 것이다.



동주의 색은 맑고 투명하며 향은 우아하고 상쾌하다. 기존의 대곡주가 가지는 짙은 방향(芳香)에다 소곡주의 부드러움을 아우르는 것이다. 감치는 단맛에 담백하고도 상쾌한 약초 향기가 입안에 돌며 마신 후에는 약간의 신맛이 남아 깔끔한 뒷맛을 유도한다. 술의 맛과 향이 기이하고 특별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약향형(藥香型)’ 배갈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어느 때는 아예 ‘동향형(董香型)’이라고도 한다.



죽엽청주는 배갈(白酒)이 아니다. 제조 방식이 일반적인 배갈과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 측 분류에 따르면 이 술은 ‘보건주(保健酒)’에 속한다.

- 죽엽청주
- 죽엽청주

죽엽청주는 ‘분주’에 약재 첨가한 보건주

죽엽청주의 바탕이 되는 것은 중국의 국가 명주 분주(汾酒, 펀주)다. 즉 분주에다 죽엽청의 특색을 담고 여기에 사인(砂仁), 자단(紫檀), 당귀(當歸), 진피(陳皮, 귤껍질), 공정향(公丁香), 영향(零香), 광목향(廣木香) 등 10여 가지 약재를 첨가하고 얼음설탕과 백설탕, 달걀 흰자위 등과 섞어 정제 숙성시킨 것이다. 이 술은 위를 편안하게 하고 간과 비장을 돕고 혈액을 보태고 스트레스를 풀고 소화를 돕는 등 여러 가지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왔다.



이렇듯, 완성된 술(배갈)에 약재가 들어가기 때문에 이 술은 배갈의 범주를 벗어난다. 그렇지만 또 다른 국가 명주 동주(董酒)의 경우, 똑같이 숱한 약재가 들어가지만 완성된 술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술을 빚기 이전 단계, 즉 증류 이전의 원료에 가미되기 때문에 동주는 배갈로 분류된다.



죽엽청주는 천년의 분주와 명성을 함께한다. 죽엽청주는 분양 행화촌의 분주 회사에서 만들어지며 제2회,제3회 국가주류평가대회에서 금장을 받아 ‘국가 명주’(보건주 부문)의 하나가 되었다. 술의 색깔은 옅은 금빛으로 투명하며 미세한 푸른빛을 띤다. 분주에다 약재를 넣어서 만들었기 때문에 독특한 향기를 가지는데 그 향기는 두텁고 순하다. 입안에서는 단맛이 느껴지지만 쓴맛도 조금 있다. 자극감이 없으며 여운의 향이 길다.



죽엽청주는 멀리 고대로부터 그 명성을 이어왔다. 당시에는 황주에다 댓잎(죽엽)을 넣어서 술을 만들었다. 양(梁)의 간문제(文帝) 소강(蕭綱, 503~551년)의 시에는 “난초는 천조(짚으로 만든 제기)를 부끄러워하고 댓잎술에는 맑은 향기가 있네.(蘭羞俎,竹酒澄芳)”란 구절이 있어서 벌써 죽엽주의 향과 품질을 일러주며 북주(北周)의 문학가 유신(庾信, 513~581년)의 시에는 “농촌에서 한가함을 즐기니 친구도 떠나기를 잠시 주저하는구나. 깊어가는 봄날에 죽엽주를 마시며 한 곡조 비파를 뜯도다.(田家足閑暇,士友暫流連, 三春竹葉酒, 一曲昆鷄弦)”라는 구절이 있다.



당대(唐代)의 명류 백거이(白居易) 또한 “장독대 댓잎에 봄이 깊어가는데 섬돌 아래의 장미는 벌써 여름을 열도다.(甕頭竹葉經春熟,階底薇入夏開)”라는 시구를 남겼는가 하면 그보다 앞선 시기를 살았던 시인 낙빈왕(駱賓王)은 “댓잎에는 이별의 술이 가득하고 복사꽃에는 헤어짐의 먼 길이 있다.(竹葉離樽,桃花路長)”란 시를 지었다.



서예가 회소(懷素, 725~785년)는 불문(佛門)에 있으면서도 죽엽청주를 가장 사랑해 마셨다. 이백, 두보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시인 임화(任華)가 쓴 시 <회소인초서가(懷素人草書歌)>에는 그에 대한 생동감 넘치는 묘사가 있다. “준마가 마중 와서 집안에 앉아 있는데 넘치는 술잔에서는 댓잎 향기가 풍기네. 다섯 잔, 열 잔으로는 뜻을 풀어내지 못해, 100잔을 마셔야 비로소 폭풍 같은 기운이 나온다네.(駿馬迎坐堂中,金樽盛酒竹香, 十杯五杯不解意,百杯已后始狂)” 이렇듯 1400년 전부터 기록에 나타나는 죽엽주는 황제에서부터 고관대작, 문인묵객 그리고 시정의 보통 사람들까지 즐겨 마신 건강주의 하나였다.



현대의 죽엽청주는 개선된 여러 가지 배합법을 거쳐 빚어진 것이다. 그중 한 가지는 청초(淸初)의 저명한 의학자인 부산(傅山)이 고안한 것으로서 지금까지 전해진다. 민간의 병고(病苦)를 덜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던 부산은 질병 치료의 한 방법으로 좋은 약재(藥材)를 술에 넣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으며 이것이 죽엽청주의 이름을 드높이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신중국 수립 후, 행화촌 분주 회사는 한층 더 지혜를 짜내었으며 그리하여 약재의 정선(精選)에서부터 배합에 이르기까지 일관성을 띠는 계통적인 죽엽청주 제조 기술을 완성시켰다. 죽엽청주 본래의 특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맛과 향의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는 양조법을 확립하였던 것이다. 비록 여러 향이 포함돼 있지만 그중 어떤 향도 따로 도드라지는 법이 없는 것도 여기서 비롯되었다. 이로써 죽엽청주는 중국 술 중에서도 가장 개성 있는 술의 하나가 되었으며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다. 근래 죽엽청주의 연 평균 해외 수출량은 1000여 톤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죽엽청주는 배갈 분주의 재생품에 속한다. 이는 분주를 주원료로 하며 여기에 죽엽(竹葉), 진피(陳皮, 귤껍질) 등 10여 종의 약재를 보조 원료로 써서 새로 제조한 술이기 때문이다. 죽엽청주의 색깔은 옅은 금빛 혹은 푸른빛을 띠며 알코올 도수는 크게 높지 않다.



술이 건강에 좋다는 말은 분명 아이러니에 속하지만 ‘적당히 마시면 약이 된다’는 말을 염두에 둔다면 앞선 언급도 과장이나 허언(虛言)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죽엽청주를 굳이 ‘보건주(保健酒)’라고 칭하는 술 회사에서는 이 술의 건강 기능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선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즉 죽엽청주는 위를 따뜻하게 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소화력을 증진시키며 심장병과 고혈압, 관상동맥 그리고 관절염에도 일정 부분 효험이 있다고 말한다.



또 장에서 활동하는 간균(박테리아)의 증식을 촉진시키고 장의 활동을 개선시켜 배변을 편하게 하며 인체의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효능이 있다고 선전하기도 한다. 나아가서 회사에서는 이러한 기능과 효험이 국가 위생 감독 기관의 검사를 통해 확인되었으며 엄격한 동물 및 인체 시험을 통해 과학적 근거를 얻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최학 소설가·우송대 교수 

필자 최학 교수는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했고, 1979년 한국일보 장편소설 공모에 역사소설 <서북풍>이 당선되면서 큰 주목을 받은 중견 소설가다. 대표작으로 <서북풍>, <미륵을 기다리며>, <화담명월> 등이 있으며, <배갈을 알아야 중국이 보인다>, <니하오 난징> 등 중국 관련 저서도 있다. 현재 우송대 한국어학과 교수로 많은 중국인 학생들을 가르치며 한·중 양국간 교류에 일조하고 있다. 네이버에 ‘배갈, 白酒의 향과 맛을 찾아 (
http://blog.naver.com/jegang5)’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배갈 대중화 작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