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아시아에 올인하고

   

중국은 그런 미국 의심하고…

   

G2 태평양 패권전략 놓고 신경전

- 의류브랜드 베네통이 ‘언헤이트’ 캠페인의 일환으로 11월 17일 공개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키스하는 사진이 담긴 광고. 언헤이트 재단은 불편한 관계의 각국 지도자들이 키스하는 사진을 시리즈로 공개하면서 관용의 문화를 장려하고자 이같은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밝혔다(위쪽 작은 사진). - 지난 1월 미국을 국빈 방문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백악관 남쪽 정원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 후 주석은 “미국과 중국은 국제적 도전과 세계 평화를 위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의류브랜드 베네통이 ‘언헤이트’ 캠페인의 일환으로 11월 17일 공개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키스하는 사진이 담긴 광고. 언헤이트 재단은 불편한 관계의 각국 지도자들이 키스하는 사진을 시리즈로 공개하면서 관용의 문화를 장려하고자 이같은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밝혔다(위쪽 작은 사진).

- 지난 1월 미국을 국빈 방문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백악관 남쪽 정원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 후 주석은 “미국과 중국은 국제적 도전과 세계 평화를 위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월15일부터 18일까지 개최된 중국공산당 제17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는 5년마다 한 번씩 개최되는 전당대회를 내년 하반기에 개최하기로 결의했다. 이 전당대회는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를 핵심으로 하는 지도체제가 10년간 행사해온 리더십을 시진핑 현 국가부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지도체제에 넘겨주는 중대한 의식을 치르기로 예정된 대회다. 새로운 지도체제의 국무원 총리에는 리커창 경제담당 부총리가 내정돼 있으나, 작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소비자 물가 폭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그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 중국 안팎에서 잇달아 전해지고 있다.



리커창 총리 내정자의 대타로는 왕치산 부총리가 거론되고 있으며, 최근 단행된 은감회(銀監會·중국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 보감회(保監會·보험감독관리위원회), 증감회(證監會·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이른바 ‘삼회(三會)’의 수장 교체가 왕치산의 주관 아래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그의 총리설이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왕치산 부총리는 더구나 좌고우면하지 않고 중국경제를 주무르던 주룽지 전 총리가 키워온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미 흔들리기 시작한 중국경제에 왕치산이라는 조타수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진단이 더 널리 확산되고 있다.



11월12일부터 1박2일 동안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는 중국 내의 분위기가 그렇게 뒤숭숭한 가운데 개최됐다. 중국 내의 뒤숭숭한 분위기는 이 회의에 참석한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12일 버락 오바마(Barak Obama) 미국 대통령과 만나 1년 남짓 남은 자신의 임기 이후까지를 상정한 중국과 미국의 관계에 관한 언급을 해서 더욱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됐다.



“내년 이후의 장기적인 중·미 관계에 대해 세 가지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첫째, 양국은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호존호신(互尊互信)의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서로의 핵심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둘째, 서로 간의 경제적 이익을 공동으로 확대해 나가는 호리호혜(互利互惠)의 협력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셋째, 중국과 미국은 같이 한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동주공제(同舟共濟)의 정신으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당면한 국제적인 금융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하며, 양국의 채널을 활용해 북한 핵문제와 이란 문제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   



자신의 퇴임 이후를 상정한 ‘내년 이후의 장기적인 중·미 관계’에 관한 후진타오의 당부는 오바마 대통령뿐 아니라 자신의 후임자가 될 시진핑에게도 전하고 싶은 ‘당부의 말씀’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한편으로는 이틀 전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미 국무장관이 하와이 이스트 웨스트 센터에서 한 연설 ‘미국의 태평양 세기(America’s Pacific Century)’에 대한 답사처럼 들리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내년 이후를 넘어 장기간에 걸친 기간을 상정한 힐러리 클린턴의 연설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우리는 지난 세기에 대서양을 통해 유럽과 긴밀히 협력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우리는 이제 같은 역할을 태평양을 통해 아시아 지역과 해나가려고 한다. 앞으로의 21세기는 미국의 태평양 세기가 될 것이다. 미국은 이 다이내믹하고 복합적이며, 중요한 지역인 아시아에서 예전에 없던 참여와 동반자의 역할을 할 것이다. 앞으로 아시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 미국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일을 남에게 맡기거나, 옆으로 비켜서 있지 않을 것이다.…”



클린턴 장관은 그러면서 미국이 열어가고자 하는 태평양의 세기에 한국과의 FTA와 일본을 포함한 태평양 국가들과의 TPP(Trans Pacific Partnership) 체결을 새로운 동기로 삼을 것이며 앞으로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태국 등 전통적인 동맹국들과의 경제협력과 안보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중국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미국에게 가장 복합적이면서도 중요한 파트너는 물론 중국이다…미국의 일부 국민들은 중국의 발전이 우리에게 위협이 된다고 보고 있고, 중국 일부에서도 미국이 중국을 억제하려고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번영하는 중국은 중국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우리 미국에게도 좋은 일이다.…미국과 중국이 공동의 이익을 확대해 나가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다.…미국과 중국이 경제적인 협력을 해나가는 데에는 다른 선택의 길이 있을 수 없으며, 미국과 중국의 협력은 보다 강력하고, 지속 가능하며, 균형 잡힌 세계경제의 성장에 필수적이다.…”



클린턴 장관은 그러면서도 “중국은 국제법을 존중해야 하고, 보다 개방적인 정치체제를 갖추어야 하며, 그렇게 하는 것이 중국의 기초를 강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중국의 동반자들로부터 더욱 더 신뢰를 받는 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의 인권 기록에 대한 심각한 관심을 밝혀왔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미국의 태평양 세기에도 중국과 경제적인 협력은 긴밀하게 해나가겠지만, 중국이 국제법을 존중하고, 정치체제 개혁과 인권 개선을 향해 나아가도록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와이 APEC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클린턴 국무장관이 밝힌, 앞으로의 두 나라 관계에 대한 의견이나 구상의 골격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후진타오가 밝힌 ‘내년 이후 장기간에 걸친 중·미 관계에 대한 세 가지 의견’은 중국과 미국이 한배를 타고 가는 가운데 경제협력도 하고, 북한 핵문제 같은 지역분쟁 문제도 해결하자는 구조로 되어 있다. 하지만 클린턴 장관이 밝힌 ‘미국의 태평양 세기’는 앞으로 미국은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태국 등 전통적인 5개 동맹국들을 포함한 태평양 국가들과의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가운데, 중국과도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는 구조로 되어 있다. 더구나 중국에 대해서는 국제법에 대한 존중과 정치체제의 개혁, 인권문제 개선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런 미국을 보는 중국의 시각은 요즘 의심투성이다. 중국의 관영매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미국이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으며, 일본이 내년부터 중국의 해양 활동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 필리핀과 해양 군사훈련을 공동으로 실시하기로 합의한 배후에도 미국이 있다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이른바 ‘신 실크로드 전략(New Silkroad Initiative)’을 수립해 인도에서 파키스탄, 아프간, 중앙아시아 국가들로 이어지는, 이른바 중국의 남부와 서부의 뒷마당에 중국 견제용 방어벽을 만들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과 일본이 구사하는 중국견제용 합종책(合縱策)에 중국-중앙아시아-러시아로 연결되는 ‘연횡책(延橫策)’으로 맞서야 한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아시아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고, 그런 미국을 경계의 눈으로 보고 있는 중국의 의심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나가야 할지 우리 사회 모두가 고민해야 할 국면이다.

- 지난 11월 13일 제19차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JW메리어트호텔에서 정상업무오찬을 마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 지난 11월 13일 제19차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JW메리어트호텔에서 정상업무오찬을 마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