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도 생산·영업조직도 ‘중국식으로’

    

사회공헌활동으로 감동 경영 실천

- 지난해 10월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생산법인인 두산공정기계 유한공사(DISD) 공장에서 열린 DL503 출시 기념행사.
- 지난해 10월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생산법인인 두산공정기계 유한공사(DISD) 공장에서 열린 DL503 출시 기념행사.

지난 10월26일 중국 장쑤성 쑤저우에서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법인의 쑤저우 공장 준공식이 열렸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법인이 2007년부터 729억원을 투자해 완공한 이 공장은 연간 9800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8톤 이하 소형 굴삭기를 전문적으로 생산한다.



최승호 두산인프라코어 상무는 “2015년까지 2단계 공장 확장을 추진해 연간 1만3600대 규모로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며 “기존에 중대형 제품을 생산해온 산둥성 옌타이 공장과 더불어 중국내 투톱(Two top) 체제를 구축, 이를 교두보로 중국 굴삭기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까지 적극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한·중 수교 직후인 1994년 옌타이에 굴삭기 생산법인인 ‘두산공정기계(DICC)’를 세우면서 중국 시장에 뛰어든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진출 성공 기업으로 꼽힌다. 두산이 진출할 당시 중국 굴삭기 시장은 캐터필러·고마쓰·히다치 같은 글로벌 건설중장비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두산공정기계는 2000년 이후 이들을 제치고 중국 굴삭기 시장 선두 기업으로 자리매김 했다.



1997년 234대에 불과하던 굴삭기 판매량은 지난해 2만1789대로 급성장했다. 연평균 성장률 42%를 기록하며 외형상 93배나 불어난 것이다. 두산공정기계는 2011년 초 중국 굴삭기 시장에서 업계 최초로 누적 판매대수 10만대를 돌파, 중국에서 가장 폭넓은 고객들을 확보하게 됐다.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1990년대 중반, 생소한 ‘두산’ 브랜드로 미국, 일본의 세계적 메이커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그들과 다른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했다. 그 첫번째 ‘플러스 알파’는 공격적인 시장 진입이었다.



통상적으로 낯선 국가에 진출할 때 흔히 취하는 방식은 현지 업체와의 합작이다. 하지만 두산은 중국시장에 ‘100% 단독 투자 진출’이라는 모험수를 선택한 것이다. 초기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급팽창할 거대 시장인 중국에서 빠른 의사결정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위해 단독 법인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 (왼쪽)2011년 10월 26일 열린 두산인프라코어 쑤저우 공장 준공식에서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왼쪽에서 세번째) 등 관계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 (오른쪽)산인프라코어가 생산한 굴삭기가 중국 쓰촨성 지진피해 현장에서 복구작업을 펼치고 있다.
- (왼쪽)2011년 10월 26일 열린 두산인프라코어 쑤저우 공장 준공식에서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왼쪽에서 세번째) 등 관계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 (오른쪽)산인프라코어가 생산한 굴삭기가 중국 쓰촨성 지진피해 현장에서 복구작업을 펼치고 있다.

철저한 현지화 ·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

동시에 두산은 ‘가장 중국 기업다운 회사’를 만든다는 전략적 목표를 설정하고 중국 시장에서 ‘현지 인재 육성과 사업 육성(Growth of People, Growth of Business)’에 총력을 쏟았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현지화와의 차별화였다. 단적으로 기존 제품의 수입판매에 치중했던 경쟁업체들과 달리 두산은 현지화한 중국형 굴삭기 장비들을 앞세워 시장을 파고들었다. 선진국보다 훨씬 험한 중국의 작업 환경을 제품 제작에 반영해 ‘중국형 굴삭기’를 일본·미국 등 제품보다 저렴하게 공급한 것이다. 공기가 희박한 고원 지역 전용 굴삭기, 동북지역 혹한에 맞춘 굴삭기 등이 대표적 사례다.



현지인 중심으로 생산 및 영업 조직을 구축한 것도 한몫했다. 중국 내 주요 대학들을 직접 방문해 우수 인재들을 채용한 다음 다양한 업무 및 교육기회를 부여해 이들을 핵심인재로 키웠다. 또 이들에게 주요 부서의 관리자 업무까지 모두 맡기고 있다. 영업조직은 신속한 영업망 구축과 효과적인 관리를 겨냥해 영업지사를 둔 다음 그 아래에 일선 고객을 상대하는 대리점을 배치함으로써 현장 밀착형 영업조직으로 만들었다.



차별화 전략으로 두산은 1998년 중국 시장 최초로 굴삭기 분야에서 할부 판매제를 도입했다. 1990년대 중후반, 자본 부족으로 구매력이 취약했던 대다수 중국 고객들은 현금 판매만 고집하는 글로벌 메이저 회사의 값비싼 장비를 구입할 여력이 없었다. 당시에는 할부판매 제도도 없어 새 장비 구입은 꿈만 꿀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굴삭기 시장의 60~70%는 중고(中古) 장비 거래였다.



이런 상황을 간파한 두산공정기계가 굴삭기 할부판매제를 도입하자, 현금 부족으로 구매를 꺼렸던 잠재고객이 실제 구매고객으로 바뀌어 판매량이 급증했다. 13.8%이던 두산의 시장점유율은 이듬해인 1999년 22.6%로 수직 상승했다. 



유통망도 대리점 체제로 운영하는 대다수 기존 회사들과 달리 했다. 즉 고객의 불만 사항을 신속하게 개선·해결하기 위해 중국 전역에 7개의 지사를 세웠고 그 지사 밑에 직영 대리점 28개를 마련했다. 그리고 직영 대리점 아래에 애프터서비스(AS)를 전담하는 사무소 290개를 만들었다. 즉 7개 지사가 소속된 직영 대리점과 사무소를 밀착관리하는 구조로, 290개의 사무소에 현지 법인의 전략이 일관되고 통일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했다.



직영 대리점 모집과 운영도 독특하게 했다. 대리점주의 경우, 건설기계 판매에 열정이 있고 이 사업의 성공을 확신하는 사람, 그리고 두산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사람을 엄선했다. 또 대리점을 영업력에 따라 A, B, C 등급으로 나누고 등급에 따라 제품 공급 가격을 차별화했다. 등급제는 대리점주의 동기 부여를 높일 뿐 아니라 제품 공급의 투명성까지 확보해 본사의 영업력을 높였고 대리점과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에서 36개의 직영 대리점과 390개의 영업·서비스 전담 사무소를 운영, 중국에서 가장 넓은 영업·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고 있다. 두산은 이들 사무소에 AS교육을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AS를 의무화시켰다. 이를 통해 중국 고객들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두산 사무소에서 제품 구입과 AS를 제공받고 있다.



이외에도 두산은 ‘1-2-1운동’(1시간 내에 고객 질문에 응답-2시간 내에 현장 도착-1일 이내에 AS완료)과 ‘SAN(Service Assurance Network) 100’ 전략(반경 100㎞ 이내 장비는 해당 AS센터가 12시간 이내에 해결한다) 같은 고객 만족형 유통·서비스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두산공정기계 관계자는 “이런 노력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서비스=두산’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며 “그 결과 경쟁사의 AS에 불만을 갖고 있던 중국 고객들이 두산 측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은 중국 시장을 단순한 생산·소비 시장으로 보지 않고 초기부터 중국의 성장과 더불어 나가는 공생 발전을 핵심 전략으로 삼아왔다. 이를 위해 중국인의 ‘마음’을 잡기 위한 사회공헌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방향도 단순한 구호나 일회성 물품 지원이 아니라 소외 계층이 스스로 역량을 키워 자립할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교육의 혜택을 잘 받지 못하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평생 재산을 만들어주는 교육 분야를 지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01년부터 저개발·낙후 지역인 칭하이와 간쑤, 닝샤 등을 중심으로 2010년 말까지 총 20개 성과 자치구에 27개의 ‘두산 희망 소학교(우리나라의 초등학교)를 세우고 지원 활동을 하는 ‘희망공정(希望工程)’을 시작했다. 2001년에는 중국내 굴삭기 누계판매 5000대를 기념해 5000호기 굴삭기 판매대금 약 75만위안 전액을 두산 희망소학교 건립에 기부했다. 2007년부터는 학교 건물 신·증축과 장학금 지급 같은 일방적인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해당 지역사회와 쌍방향 소통에 힘쓰고 있다.



희망소학교 인근 지역의 현지 대리상 총경리를 명예교장으로 위촉해 희망소학교를 1년 365일 내내 지속적으로 돕도록 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또 매년 여름 학생들과 교사들을 초청해 베이징에 있는 두산공정기계 지주회사와 옌타이 공장 견학, 임직원 가정에서의 홈스테이, 유명 문화유적지 답사 같은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긴급 구호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10년 4월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한 칭하이성 지진 피해 현장에 신속하게 지원 복구팀을 보냈고, 2008년 쓰촨성 대지진 때 외국 기업으로는 가장 먼저 구조 및 복구작업에 참여해 ‘중국인을 위한 중국 기업’ 이미지를 강하게 부각시켰다. 당시 두산공정기계는 3개의 ‘두산 한가족 피해복구 구조팀’을 만들어 지진 피해지역 현장의 신속한 복구를 전사 차원에서 지원했으며 중국법인 임직원들이 자발적인 모금운동을 펴 약 16만위안을 중국 정부에 전달했다.

- 중국 옌타이에 위치한 두산공정기계의 공장에서 굴삭기가 생산되고 있다.
- 중국 옌타이에 위치한 두산공정기계의 공장에서 굴삭기가 생산되고 있다.

 

  Mini Interview   남돈근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총괄사업장

“중국 업체 도전, 브랜드 파워와 가치 높여 대응하겠다”

- 중국 굴삭기 시장의 특성과 잠재력은.

“중국 건설기계 시장은 전 세계 수요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최대 규모의 단일 시장이다. 특히 굴삭기 시장은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약 40%의 성장률을 보이며 성장하고 있다. 굴삭기 시장의 경우, 한 개 성의 시장 규모가 보통 다른 국가의 전체 시장 규모에 이를 만큼 거대하다. 지역마다 상이한 작업환경과 고객 특성을 보이고 있어 지역에 따른 차별화된 접근이 필수적이다. 예컨대 춘절(음력 설) 이후 2~3개월 판매량이 연간 판매의 4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고, 구매 정보 취득과 의사 결정에서 구전(口傳) 의존성이 매우 높다.”

- 싸니를 비롯한 중국 토종 회사들이 과감한 가격 인하 마케팅 등으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데 대책은 무엇인가.

“기술적 난이도가 낮은 소형 굴삭기 기종부터 중국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중국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계속될 것이다. 특히 2009년 이후 굴삭기 시장에 많은 중국 회사들이 새로 진입했다. 동시에 아직 기술력이나 브랜드 파워가 부족한 중국 기업들의 무리한 판매 조건과 판촉 상의 과당 경쟁이라는 문제가 빈발하고 있다. 올 들어 시장 성장이 둔화되면서 과당 경쟁 업체들이 과중한 자금 압박을 겪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두산은 중국 현지 기업들의 도전에 맞서 무리한 단기적 대응보다는 두산의 브랜드 파워와 가치를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대응할 것이다. 즉, 더욱 경쟁력 있는 가격과 판매 조건 하에서 고객이 정말 필요로 하는 품질과 성능,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위한 역량을 쌓아갈 것이다.”

- 중국 정부가 외국기업에 대한 우대조치를 줄이고 있는데.

“최근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 육성 정책의 일환으로 외자 기업에 대한 우대 조치를 축소하고 자국 기업에는 법인세 감면 등 우대 조치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 정부 차원에서 이런 움직임이 개별 외자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변화된 경영환경 속에서 두산은 중국 시장 1위를 해온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매출과 수익성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애프터마켓(aftermarket)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수익성 높은 대형 굴삭기 판매 확대, 휠로더 사업 진출, 핵심대형 고객) 공략 강화 등의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 중국의 모호한 법규와 정책 변경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상시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 운영하고 사회공헌 활동 등으로 중국 현지화를 강화할 것이다.”

- 중국 굴삭기 시장에서 두산과 1~2위를 다투는 일본 고마쓰를 평가한다면.

“고마쓰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으며 제품의 품질력이 매우 우수하다. 핵심대형 고객(Key Account)에 대한 우수한 영업 활동도 돋보인다. 특히 직할 영업부, 광산 사업부 등 관련 부서에서 핵심 고객에게 특별 제품 공급, 서비스 지원, 부품 지원 등을 진행하는데 이런 노력은 우리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