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의 상당수는 2007년 중국의 주가 대폭락으로 인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한때 6000선을 넘었던 상하이종합주가지수(상하이지수)는 2000선 아래로 떨어진 이후, 6년 동안 좀처럼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10년 만의 정권 교체가 단행된 올해 중국 국내외에서는 중국 주식시장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3월 초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우리의 국회 격)를 통해 최고 권력자의 자리를 넘겨받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과감한 개혁 조치를 내놓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크다. 중국 증시는 18차 당대회로 시 주석이 당 총서기에 취임한 직후인 지난해 12월 초부터 가파르게 상승해 1900대였던 상하이종합주가지수가 지난 1월 초 2300대로 올라섰다.

시동 걸린 증시 개혁·개방
중국 증시 상승세를 이끈 직접적인 요인은 궈수칭(郭樹淸) 주석이 이끄는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의 과감한 개혁 조치였다. 궈 주석은 2011년 10월 취임 이후 한 달이 멀다하고 각종 증시 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상장 폐지 상시화, 회계제도 개혁, 배당 강화, 주식 장기보유 투자자에 대한 배당세 철폐 등의 조치가 쏟아져 나왔다. 상푸린(尙福林) 전 주석 때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개혁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상하이지수는 지난해 하반기 1900대로 내려앉았다. 궈 주석의 개혁 방안은 장기적으로 중국 증시의 기초를 튼튼히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만한 조치였지만, 주가 대폭락으로 큰 외상을 입은 중국 투자자들의 심리를 당장 풀어줄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지난해 바닥으로 가라앉은 중국 경기도 주가 하락에 한몫을 했다.

궈 주석은 취임 1주년이 된 지난해 10월부터 좀더 직접적으로 증시를 자극하는 발언을 시작했다. 그 즈음 서방 국가들처럼 주택기금 등 연기금을 증시에 투자하는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밝혀 증시를 화들짝 놀라게 했다. 지난 1월14일에는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금융포럼에 참석해 “중국 증시의 외국인 투자 비중은 1.5~1.6%에 불과하다. 외국인 투자한도를 지금보다 9~10배 늘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하루에만 3.1%나 급등해 반년 만에 2300선을 회복했고, 선전(深) 증시도 3.31%나 뛰었다.

중국은 원칙적으로 상하이나 선전 증시의 A주(내국인 전용)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불허하고 있다.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나 ‘위안화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RQFII)’ 자격을 얻은 200여개 외국 금융기관에 한해서만 투자를 허용하고, 그 투자금액도 한도를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증시의 전체 시가총액은 23조7000억위안에 달하지만, 그 중 외국인들의 투자 액수는 3500억~3800억위안 정도에 불과하다. 만약 이 한도를 9~10배로 증가시키면 외국인 투자는 3조~4조위안 선까지 올라가게 된다. 3조위안 이상의 대규모 외국인 자금이 신규로 중국 증시에 유입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내친 김에 지난 1월 말 대만을 방문해서는 “대만인이 개인 자격으로 중국 증시의 A주에 투자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메시지까지 던졌다. 실제로 증감회는 올해 4월1일부터 중국 국내에 거주하는 홍콩·대만·마카오 투자자들에게 중국 증시 투자 문호를 개방하는 제도를 마련해 시행한다. 중국 거주 중화권 인구는 45만명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 증권가 주변에서는 수년 내에 한국인을 포함해 중국에 장기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도 중국 증시가 전면 개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때 6000선을 넘나들다가 2000선 안팎에 머물고 있는 중국 상하이지수가 올해에는 3000선까지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때 6000선을 넘나들다가 2000선 안팎에 머물고 있는 중국 상하이지수가 올해에는 3000선까지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中 새 정권, 증시 부양 가능성
올해 중국 경제 전망이 밝고, 중국 증시 자체가 오랜 침체로 저평가돼 있다는 점도 중국 증시 회복을 전망하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국제기구나 금융기관들이 보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8% 초반이다. 중국 관변 싱크탱크들의 전망도 비슷한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올 전인대에서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안정적 통화정책을 견지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따라서 통화 긴축처럼 증시를 요동치게 할 악재가 발생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2000년대 후반만해도 중국 증시의 주가는 고평가돼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이를테면 홍콩 증시와 중국 증시에 동시에 상장돼 있는 중국 기업의 경우, 중국 증시의 주가가 홍콩 증시보다 훨씬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로 중국 증시의 주가가 오히려 홍콩 증시에 비해 낮아졌다. 유재성 삼성자산운용 홍콩법인장(상무)은 “중국 당국의 잇단 증시 개혁 조치로 증시의 수요층이 두터워졌고, 중국 증시 자체도 과거와 달리 저평가돼 있다”면서 “올해는 중국 증시가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치적 환경도 우호적이다. 중국에서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주가’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국회에 해당되는 중국 전인대는 5년마다 전국적으로 대표를 다시 선출해 새로운 회기를 시작한다. 국가주석이나 총리도 통상 10년 동안 재임하지만, 형식적으로는 전인대 주기에 맞춰 5년 임기를 두 번 되풀이한다. 이렇게 바뀐 회기의 첫 해에 열리는 전인대 직후에는 통상 주가가 급등한다. 1993년 이후 2008년까지 4번의 전인대 교체기 중 3번에 걸쳐 이런 사이클이 반복됐다.

2013년은 그 중에서도 10년 만의 권력 교체가 단행된 해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가 이끈 중국의 4세대 최고지도부가 물러나고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중심의 5세대 최고지도부가 새로 출범했다.

중국의 새로운 정권 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지 않다. 빈부·지역 격차와 만연한 부패, 사회적 갈등 격화 등으로 공산당의 정치적 기반이 과거에 비해 크게 취약해져 있다. 이런 이유로 새 정권이 증시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단기간에 정치적 기반을 다지고 분위기를 일신하는 데 증시 부양만큼 효과가 확실한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베이징 정가에서는 ‘후 전 주석이 시 주석 취임 이후 증시 부양 카드를 쓸 수 있도록 일부러 지난 3년간 증시에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는 그럴 듯한 설도 나돌고 있다.

현실적인 필요도 있다. 시 주석이 집권하는 10년 동안 중국은 경제 총량 면에서 미국을 넘어 세계 1위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커진 경제 규모에 맞춰 국내 경제 체제를 정비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는 금융 분야에 대한 개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금처럼 자본시장의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8% 초반대로 점쳐지고 있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 거리.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8% 초반대로 점쳐지고 있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 거리.

올 10월 3중전회가 고비
중국 증시 회복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쪽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다만, 그 폭이나 강도에 대해서는 예상이 엇갈린다. 상하이지수를 기준으로 2500 전후까지 오를 것으로 보는 보수적 시각이 있는 반면, 3000선 위로 치솟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러우강(婁剛) 모건스탠리화신증권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전체적인 증시 투자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인 만큼 대담한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중국 증시가 3000선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 인민대 금융·증권연구소도 지난 1월 초 발표한 ‘2013년 중국자본시장 전망’에서 “올해 상하이지수는 2000~2700 구간에서 움직일 것이며, 최고 2900~3000선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비해 주시쿤(朱希昆) 우리투자증권 베이징지점 분석가는 2500~2600선을 최고점으로 봤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중국 증시의 미래에 대해 낙관하지만, 당장은 새 정부의 개혁이 어느 수준으로 진행되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증시 제도 개선과 국유기업 개혁, 산업 구조조정 등에서 획기적인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증권가에서는 오는 10월 열리는 중국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고비로 보고 있다. 이때 시진핑 체제 경제 정책의 큰 틀과 노선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베이징 증권가의 한 분석가는 “과거에도 정권 교체 후 처음 열리는 3중전회에서 새 정부의 경제 정책 노선이 결정됐다”면서 “3중전회 결과가 나오면 좀더 분명하게 중국 증시의 회복 여부를 점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