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10만~100만달러(1억1000만~11억원)의 투자 가능한 금융 자산을 보유한 ‘부유 중산층’이 2010년 794만명에서 2013년 1202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최근 <포브스> 중국어판은 올해 말 1200만명을 넘어설 중국의 ‘부유 중산층’이 “중국의 소비 확대와 세수 확보 등 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정부가 투자·수출 의존도를 축소하고 소비 확대를 통한 경제 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들 중산층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포브스>는 내다봤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이들은 1인당 평균 133만위안(약 2억4000만원)의 투자 가능한 금융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자산관리상품·부동산·주식 순으로 투자하고 있었다. 중국 당국이 강력한 부동산 규제를 하고 있지만, 주식 투자 수익률이 낮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들 중 39.9%는 집을 3채 이상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중국에서 금리 시장화와 자산 증권화 등이 미비한 관계로 금융 자산으로의 투자 다변화는 아직 미흡한 단계인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이들은 상당한 예금을 가진 만큼 앞으로 자산관리상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자료는 분석했다. 특히 상하이 지역의 ‘부유 중산층’은 베이징이나 광저우 지역보다 주식 투자에 적극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연령대는 1970년대생이 33.6%로 가장 많고 60년대생이 27.7%로 뒤를 이었다. ‘바링허우’(중국 신세대)로 불리는 80년대생도 19.8%를 차지했다. 이들 중 이민을 원하는 비율은 20%대로 비교적 낮았지만, 자녀의 해외 유학을 생각하는 비율은 75%나 됐다.

중국 중산층의 성장이 세계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추세다. 사진은 상하이 페어몬트피스호텔에 장식된 스와로브스키 장식물.
중국 중산층의 성장이 세계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추세다. 사진은 상하이 페어몬트피스호텔에 장식된 스와로브스키 장식물.

중국 중산층의 성장은 세계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추세다. 최근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해외 관광 소비국이 된 것도 ‘부유 중산층’의 확대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의 해외여행 소비 규모는 1020억달러로 전년보다 40% 증가했다. 중국의 해외 여행객은 2000년 약 1000만명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약 8300만명으로 8배 이상 뛰었다. UNWTO는 “중국 등 신흥국이 세계 관광업계를 지탱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에 형성되는 두터운 중산층이 글로벌 관광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중산층 엄마들이 외국산 분유를 선호하면서 전 세계에 분유 품귀 현상이 빚어질 조짐도 보인다. 중국 부모는 중국산 불량 분유를 먹고 아기들이 사망하는 사건을 겪고 나서 형편만 되면 외국산 분유를 먹인다. 중국인이 해외 슈퍼마켓에서 분유를 싹쓸이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영국·독일·호주·네덜란드·홍콩 등은 중국인 ‘분유 원정대’를 막기 위해 1인당 구매할 수 있는 분유를 1~4통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실시 중이다.

최근 중국 내 호텔산업은 두터워진 중산층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미국 시장 조사기관 이비스(IBIS)월드는 중국 내 호텔 매출이 지난해 390억달러에서 2017년에는 562억달러로 4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인터컨티넨탈호텔그룹, 스타우드그룹 등 세계적 호텔 체인이 중국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미국 CNBC가 최근 보도했다. 쉐라톤·웨스틴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스타우드그룹은 지난해 12월 대도시가 아닌 인구 100만명의 허난성 뤄허시에 쉐라톤 호텔을 열었다. 스타우드그룹이 최근 2년간 중국에 세운 호텔은 50여곳에 이른다. 현재 중국에서 운영 중인 호텔은 116개다. 인터컨티넨탈호텔그룹은 중국 내 경영 초점을 외국 방문객에서 중국인 관광객으로 바꿨다. 중국 중산층 확대로 중국 내 호텔 손님의 80% 이상이 중국인 관광객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가구업체인 이케아(IKEA)가 오는 2020년까지 중국 매장을 현재의 4배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중국 중산층 소비시장을 겨냥한 조치로 보인다. 이케아는 현재 베이징·상하이·충칭 등에 11개 매장을 갖고 있다. 이케아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올슨 사장은 “주력 시장인 유럽의 경제 부진이 계속돼 급속히 성장하는 신흥시장, 특히 중국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케아의 전 세계 매장 338개 중 245개가 유럽에 있다. 반면 베이징시 차오양(朝陽)구에 위치한 이케아 매장은 언제나 고객들로 붐빈다. 외국인도 간혹 보이지만, 새 가구와 주방용품 등을 마련하려는 중국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중국인의 집은 겉으로는 허름해 보여도 안에 들어가면 깔끔한 가구와 가전제품 등으로 단장된 경우가 많다.

“중산층 규모 작고 심리적으로 불안한 생활”
그러나 중국 중산층을 불안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 등에 비해 중국 중산층의 규모는 여전히 작고 심리적으로 불안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관영 신화망이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인용해 최근 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중산층 기준(1인당 하루 10~100달러를 소비할 수 있는 가구)에 따르면 미국 중산층은 전체 인구의 73%인 2억3000만명이지만, 중국은 전체 인구의 10%에 불과하다. 숫자로는 1억명이 넘고 2020년까지 전체 인구의 40%가 중산층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중국 중산층은 상류층과 격차가 날로 벌어져 상대적 박탈감이 심한 데다 치솟는 집값과 물가, 환경오염, 업무 스트레스 등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중국 위생위원회에 따르면 중산층의 51%가 우울증 증세를 느낀다고 한다.

WSJ는 차이나마켓 리서치그룹이 “중국 중산층은 세계에서 가장 비관적인 그룹”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심리 상태가 불안정하다며 “한 국가의 성장 동력으로 간주하는 중산층의 무기력함은 중국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후룬(胡潤)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의 억만장자 수는 408명으로 미국의 317명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근로자)의 임금상승률도 20%에 육박한다. 반면 중산층의 임금은 상대적으로 정체됐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