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소호(SOHO)차이나가 베이징에 조성한 오피스텔. 베이징 상하이 등 1선 도시는 부동산 경기가 과열양상을 보이지만 3, 4선 급의 중소도시는 유령도시로 불릴만큼 부동산 경기가 한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소호(SOHO)차이나가 베이징에 조성한 오피스텔. 베이징 상하이 등 1선 도시는 부동산 경기가 과열양상을 보이지만 3, 4선 급의 중소도시는 유령도시로 불릴만큼 부동산 경기가 한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2월 24일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陽)구에 있는 부동산 등기센터가 문을 열기도 전부터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고 있다. 등기를 위한 대기표가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淘寶)에 매물로 나와 있을 정도다. 다음주 등기가 가능한 대기표는 1000위안(약 18만원), 금주 등기할 수 있는 대기표는 3000위안(약 54만원)에 팔리고 있다. 베이징칭녠바오(北京靑年報)가 최근 베이징의 부동산 매입 열풍을 전하면서 소개한 풍경이다.

이와달리 랴오닝(遼寧)성의 성도(省都) 선양(沈陽)의 전국체전촌은 저녁이 되면 적막한 어둠에 휩싸인다. 2013년 중국 전국체전을 위해 조성된 이곳은 2014년부터 ‘유령도시(鬼城)’로 불리고 있다. 물 한 병 사려면 30분을 걸어가야 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광밍르바오(光明日報)와 신징바오(新京報) 등이 보도한 내용이다.

두 장면은 요즘 중국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를 보여준다. 중국에서 부동산은 경제의 향방을 가늠하는 창(窓)이다. 부동산이 중국 경제를 이끌어온 고정자산투자의 20%를 차지해서만이 아니다. 중국 부동산 경기는 중국 경제의 고질 문제인 철강, 시멘트 같은 과잉공급 업종의 경기와 증시 등 다른 자산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또 은행권의 부실채권 증가나 지방정부의 부채 상환 능력 저하 같은 금융 위기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중국 부동산 경기의 양극화는 당국의 금융 위기 대응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하루에 1억2600만원 오른 상하이 아파트

중국 관영 CCTV는 지난 2월 24일 ‘1선 도시 부동산 가격의 역습’이라는 제목으로 전문가 대담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새해 들어 중국 언론들은 ‘광풍(狂風)’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베이징, 상하이(上海), 선전(深圳), 광저우(廣州) 등 1선 도시의 부동산 과열을 다루고 있다. 2월 20일 상하이에서는 하루 동안 3차례나 가격을 올린 집주인의 사례가 화제가 됐다. 430만위안(약 7억7400만원)짜리 아파트가 하루 사이에 500만위안(약 9억원)으로 뛰었다는 것이다. 상하이 신규 주택 가격은 지난 1월 ㎡당 평균 3만5882위안(약 645만원)으로 전달 대비 6.9%, 전년 동기 대비 24.9% 상승했다. 지난해 상하이의 부동산 거래액은 1조4000억위안(약 252조원)에 달해 도시 기준 세계 최대 부동산 시장으로 떠올랐다.

다른 1선 도시도 마찬가지다. 상하이 이쥐(易居) 부동산연구원은 선전의 경우 지난해 주택가격이 평균 50% 올랐고 100% 상승한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유령 도시 순위 리스트 돌아

1선 도시와는 달리 “3, 4선 도시는 부동산 재고 리스크가 비교적 높다”(무디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지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말 3, 4선 도시의 주택 재고량은 2085만㎡로 이를 소진하는 데 22개월이 걸릴 것으로 추정됐다. 재고가 쌓이자 부동산 개발업체가 지방정부로부터 낙찰받은 토지를 다시 반납하는 사례까지 있다. 지난 1월 중순 한 부동산 업체는 광둥(廣東)성의 허위앤(河源)시 정부에 과거 매입한 토지를 반납했다.

유령 도시 리스트가 나돌기도 한다. 중국표준순위연구원은 작년 11월 건설 면적과 인구 수를 비교해 50대 유령도시 순위를 발표했다. 네이멍구(內蒙古), 산둥(山東) ,장쑤(江蘇) 등의 지역에 많았다. 네이멍구의 얼롄하오터(二連浩特)가 1위에 올랐다. 북한 신의주 개발 기대감으로 단둥(丹東)에 조성된 단둥둥강(丹東東港)은 유령도시 36위에 올랐다. 유령 도시가 생긴 것은 지방정부가 주요 재정 수입원인 토지 매각대금을 늘리려고 신도시 개발 등을 무분별하게 유도한 탓이 크다. 중국 전역의 신도시 계획에 따르면 입주 예정 인구 규모가 중국 인구 13억의 배가 넘는 34억명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시진핑 “부동산 재고 소진”

중국은 작년 하반기 이후 ‘재고 소진’을 부동산 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웠다. 작년 11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공산당 재경영도소조 회의에서 ‘부동산 재고 소진’을 지시했고,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2016년 5대 경제 과제 중 하나로 ‘부동산 재고 소진’을 결정했다. 부양 조치는 3, 4선 도시를 타깃으로 한다.

지난 2월 2일 인민은행은 주택 구입 시 먼저 자기 돈으로 내야 하는 계약금 비율을 집 값의 25%에서 20%로 인하했다. 그러나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 선전 , 산야(三亞) 등 부동산 구매가 제한된 5개 1선 도시는 인하 대상 지역에서 제외했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 2월 19일 두번째 주택 구매자에게 부동산 취득세 인하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혜택 역시 1선 도시에는 주지 않기로 했다. 인민은행과 재정부의 정책은 부동산 부양을 3,4선 도시에 국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이같은 부동산 부양책은 이미 과열 상태인 1선 도시의 부동산 경기까지 부추기고 있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한다. 1선 도시의 부동산 과열을 막고 3, 4선 도시의 부동산 경기를 띄워야 하는 당국에 난제가 등장한 셈이다. 중국 당국은 “후커우(戶口)제도 개혁을 통해 주택 소비를 가속화하겠다”(리커창 총리)라고도 하지만 이 역시 잘 될지 의문이다. 지방정부가 후커우 제도를 개혁하려면 자금이 있어야 하는데 지방정부들이 부동산 경기 악화로 재정난에 빠져 있어 자금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3, 4선 도시의 부동산 경기 부양 과정에서 은행권 부실채권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주택 담보 대출 규제 완화 이후에도 3, 4선 도시 주택 가격이 계속 하락할 경우 관련 대출을 늘린 중소 은행들의 부실화가 빨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미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해부터 중국의 3, 4선 도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중소 은행들의 부실채권 급증으로 이어져 중국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998년 주룽지(朱鎔基) 당시 총리가 복지 수단으로 분배해온 주택을 사유화하는 개혁을 단행한 이후 중국 부호 탄생의 산파(産婆) 역할을 해온 부동산이 이젠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불러올 처지에 놓였다. 3월 5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에서 부동산 경기 양극화 해법으로 어떤 조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 오광진
고려대 심리학과, 중국 인민대 금융학 박사, 한국경제신문 베이징 특파원, 현 조선비즈 베이징 특파원.

1~4선(線) 도시

중국에서 법적이나 학술적으로 정의된 것이 아니라 언론 등이 사용하는 개념이다. 정치 및 경제 측면의 중요도를 따져 구분한다. 지역 국내총생산(GDP)과 1인당 주민소득 그리고 지역 내 대학 숫자 등을 주요 기준으로 한다. 1선 도시는 통상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을 일컫는다. 디이차이징(第一財經) 주간의 분류 기준에 따르면 1~2선 도시는 50여곳, 3~4선 도시는 150여곳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