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랜드는 아이들이 서양 문화를 따르게 한다. 이는 중국 특성과 사회주의 문화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디즈니랜드를 많이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3월 3일 개막한 중국 최대 연례 정치 행사 양회(兩會,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리슈쏭(李修松) 안후이(安徽)성 정협 부주석이 한 말이다. 그는 오는 6월 문을 여는 상하이(上海) 디즈니랜드에 경계심을 표하며 “중국은 중국 전통문화를 반영한 자체 테마파크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즈니랜드는 상하이 동부 푸동(浦東) 촨사(川沙) 지역 390만㎡ 부지에 6월 16일 개장한다. 2011년 착공한 지 5년 만이다. 미국 월트디즈니는 최근 테마파크 디즈니랜드, 호텔, 쇼핑몰 등으로 꾸며지는 ‘상하이 디즈니 리조트’ 개장 100일을 앞두고 내부 모습을 공개했다.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홍콩에 이어 전 세계  여섯 번째다. 건설비 55억달러(약 6조4300억원)가 투입된 초대형 테마파크다. 디즈니랜드의 상징인 ‘마법의 성’은 6개 디즈니랜드를 통틀어 최대 규모다. 스타워즈, 캐리비안의 해적, 뮬란, 백설공주, 토이스토리 등 월트디즈니의 영화,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이 총출동한다.

월트디즈니와의 합작사인 중국 국영 상하이 션디그룹과 상하이시는 디즈니랜드가 막대한 수익과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는 최근 한 콘퍼런스에서 “디즈니랜드 입장권(성인 기준 평일 약 6만5000원, 주말 약 9만원)을 구매할 여력이 충분한 중국인은 3억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상하이 디즈니랜드 개장 직후 1년간 방문객은 최소 1000만 명이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첫 1년간 방문객을 1150만명, 하이통증권은 1560만명으로 추산했다. 방문객 1인당 일일 평균 소비액은 우리 돈 12만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중국인의 일일 평균 지출액이 7달러(약 8200원, 골드만삭스 집계) 수준임을 고려하면 매우  큰 액수다.

디즈니랜드는 중국 전역을 휩쓸고 있는 테마파크 개발 붐의 한 면일 뿐이다. 중국에서 앞으로 5년 내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테마파크 수만 60여개에 달한다. 특히 거대한 중국 소비자층을 겨냥한 외국 기업들의 공세가 거세다.

디즈니랜드와 함께 세계 3대 테마파크로 꼽히는 유니버설스튜디오(미국)와 드림웍스(미국)는 각각 베이징(北京)과 상하이에 테마파크를 건설한다. 베이징 유니버설스튜디오는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일본 오사카에 이어 세 번째, 전 세계에서는 여섯 번째다. 201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니버설파크앤드리조트는 중국 국영기업 네 곳으로 이뤄진 컨소시엄 ‘베이징 쇼우환 문화관광투자’와 함께 80억달러(약 9조3000억원)를 쏟아부을 예정이다. 

애니메이션 ‘슈렉’과 ‘쿵푸팬더’ 제작사인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은 2018년까지 상하이에 24억달러(약 2조8000억원)를 들여 ‘드림센터’를 짓는다. 상하이를 푸동(浦東)과 푸시(浦西)로 가르는 황푸(黃浦)강 동쪽 부지에는 상하이테마파크 외에 뉴욕 브로드웨이와 런던 웨스트 엔드를 본뜬 ‘드림 애비뉴’ 극장가와 아이맥스 영화관 등이 들어선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 18곳의 테마파크를 운영 중인 미국 테마파크 기업 식스 플래그스는 최근 상하이 아래에 있는 저장성(浙江省) 하이옌(海鹽)에 중국 내 첫 테마파크 건설을 시작했다. 식스 플래그스는 중국 관광 개발 업체 리버사이드 인베스트먼트그룹과 손잡고 2019년까지 46억달러(약 5조4000억원)를 들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존 오덤 식스 플래그스 회장은 “하이옌 테마파크는 중국 동부 전역에 관광 붐을 일으킬 것”이라며 “앞으로 중국에 총 6개의 테마파크를 짓겠다”라고 말했다.

중국 대기업들도 외국 회사들에 시장을 뺏기지 않으려 앞다퉈 테마파크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 최고 부자인 왕젠린 회장의 완다그룹은 칭다오, 하얼빈 등 중국 주요 지역에 10곳 이상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엔터테인먼트, 숙박, 쇼핑 시설을 갖춘 복합 리조트다. 투자 예정액은 500억달러(약 58조원)에 달한다. 완다그룹은 테마파크가 유령 놀이공원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10여 곳의 관광 업체를 인수하기도 했다. 중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화이 브라더스 미디어도 테마파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의 테마파크 건설 열풍은 중국인의 씀씀이가 커지는 것과 관련이 크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중국에서는 중산층에 진입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이 의식주를 제외하고 여행, 레저, 오락 등에 지출하는 비용도 점차 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상하이 무역관 관계자는 “중국의 1인당 가처분소득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중국 서비스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여행 인구가 대규모로 유입되면 관광, 운송, 물류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지방정부들도 테마파크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철도, 도로 등 인프라는 공급 과잉 상태고 부동산 투자도 위험이 크기 때문에 관광 산업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중국 중앙정부가 지난해 35년간 고수한 ‘한 자녀 정책’을 전면 폐지한 것도 테마파크 산업에 호재다. 모든 부부가 자녀를 2명까지 낳는 것이 허용되면서 앞으로 4년간 최대 5000만명의 신생아가 태어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이들이 자라면 테마파크의 최대 고객이 된다. 일본 도쿄 디즈니랜드 방문객의 60%는 나이가 4~17세 사이인데, 중국에서는 지금도 이 연령대 인구가 2억명에 달한다.

미국 컨설팅 회사 AECOM은 중국이 2020년 이전에 미국을 누르고 세계 최대의 테마파크 시장이 될 것으로 본다. AECOM은 2020년 중국 내 테마파크 입장객 수가 2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 김남희
숭실대 영어영문학과, 조선비즈 국제부 증권부 금융부 산업부 위비경영연구소, 현 조선비즈 상하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