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 대학가 중관춘에 자리잡은 ‘신동방(新東方)영어학원’에서 수강생들이 토플 수업을 듣고 있다.
- 베이징 대학가 중관춘에 자리잡은 ‘신동방(新東方)영어학원’에서 수강생들이 토플 수업을 듣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있는 신동방교육그룹(新東方·New Oriental Education & Technology Group)은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의 교육사업 전문 기업이다. 2011년 현재 유료로 공식 등록한 재학생 수만 210만명이며, 별개로 운영하는 온라인 강좌 수강생이 670만명에 달한다. 중국 47개 도시에 진출해 지사를 두고 있는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합해 강사 숫자가 1만1700명에 이른다.



이와 함께 중국 전역의 54개 학교와 487개 학습센터와 네트워크 협력관계를 맺고 있으며 신동방 직영서점 29개와 함께 전국 5000개 서점과 제휴해 각종 학습도서와 CD롬 등 교육콘텐츠 등을 배포·판매하는 사업도 벌이고 있다. 양저우에는 정원 4000명 규모로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1년부터 고교 3년까지 12년 과정의 사립 초중등학교를 2002년에 열어 운영하고 있다.

신동방그룹측은 “1993년 출범 후 지금까지 배출해낸 재학생(온라인 제외)이 1100만명에 이르며, 개설한 온라인 교육 강좌만 현재 1200개”라고 밝혔다. 2006년 9월에는 중국 민간 교육업체로서는 최초로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8월 13일 현재 주가는 121달러(약 12만8000원)로 우량주에 속한다.



신동방그룹의 급속한 성장속도 또한 눈에 띈다. 2008년(5월 31일 결산회계 기준)에 각각 2억 달러와 4850만 달러였던 신동방의 총매출과 순이익은 3년 후인 올해는 5억5790만 달러와 1억180만 달러로 늘어 3년 만에 178%, 109%씩 급증한 것. 전문가들은 “신동방그룹이 중국 내에서 독보적인 시장 점유율과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는 데다 대학입시 시장과 성인 교육, 기업 교육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성공하는 등 성장전망이 밝다”고 진단한다.



1962년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3수 끝에 베이징대 영문과에 합격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졸업 후 3년 동안 미국 유학을 준비했다. 결국 포기하고 대학 내 토플(TOEFL)과 GRE 강사로 연명하던 위민훙(兪敏洪). 그는 1993년 11월 10㎡ 사무실을 구해놓고 “학생 몇 명만 있어도 앞으로 밥벌이는 된다”는 소박한 마음에서 학원 사업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지금 신동방그룹은 중국 전역에 퍼지면서 영어는 물론 각종 사설 교육의 판을 바꿔놓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신동방그룹이 이런 성공을 거둔 비결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미개척 시장을 적극 선점해나갔다는 점이다. 이른바 블루오션을 선제적으로 장악한 것. 신동방그룹이 창업한 1990년대 초는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편 지 10년이 지난 시점으로 미국, 유럽 등으로 해외유학이 본격 불붙기 시작한 시점이다. 위민훙 회장은 창업 초기 자신의 유학준비 경험을 바탕으로 유학 준비생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에 주력, “토플과 GRE 하면 신동방이다”라는 입소문이 났고 또 그에 상응하는 좋은 성과를 냈다. 창업 1년쯤 지나자 학생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위 회장은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팀을 꾸려야 할 정도가 됐다.



위 회장은 이를 위해 과감하게 중국 최고 명문인 베이징대 동문들을 상대로 삼고초려를 하면서 인재 영입 전략을 폈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교수로서 안정된 삶을 살고 있던 대학 동기 왕챵(王强)을 찾아가 영입을 제의했다. 왕챵은 당시 베이징대 영문과에서 가장 성적이 뛰어났고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엘리트였다. 이어 위 회장은 미국 벨연구소에 다니고 있던 쉬샤오핑(徐小平)와 뽀반이(包凡一)도 삼고초려해 최고의 경영관리팀을 만들었다. 쉬샤오핑은 현재 신동방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사장으로서 그룹 내 2인자로 활약하고 있다.

- 수강신청하는 학생들.
- 수강신청하는 학생들.
동시에 미국·유럽·호주 등의 해외 명문대학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고 귀국한 유학파들로 호화 엘리트 강사진을 구성했다. “최고의 교육은 최고의 강사들에 의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는 믿음에서였다. 중요한 것은 위 회장이 이런 엘리트들로 이뤄진 강사와 경영진 사이에서 화합의 리더십을 잘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엘리트 강사들은 각자 개성과 자기 주장이 강해 회의를 하면 뛰어난 아이디어들을 쏟아내지만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아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는다.



이럴 때마다 위 회장은 팽팽하고 서먹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훌륭한 결론을 이끌어낸다. 동료인 왕챵은 “매번 위 회장은 마치 접착제처럼 우리들의 생각을 연결해주며 서로 붙여놓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두 번째는 사업 초창기에 해외유학 준비 위주였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선발 사업자로서의 이점을 최대한 누리면서 다양한 분야로 적극적인 다각화를 했다는 점이다. 신동방그룹은 현재 교육과 관련된 분야라면 문어발처럼 진출해 있다. 어학 교육만 해도 일본어 독일어 스페인어 한국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중국어 등을 가르치며 대상도 중고생과 성인은 물론 만5세 이상 아동과 60~70세 고령자들을 포괄한다.



강의 수준도 고학력·고소득 성인들을 위한 ‘엘리트 영어’ 유아를 겨냥한 ‘팝 키즈(Pop Kids)’ 등 수백 개에 이른다. 2006년부터 변호사 공인회계사 IT 같은 전문자격증 교육 분야로, 2008년에는 연간 10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중국 명문대 대학입시 시장에 각각 뛰어들었다. 베이징에는 대학입시 고득점을 목표로 하는 기숙형 학원까지 세워놓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 임원, 중간관리자를 상대로 한 기업교육 시장까지 진출했다. 차이나마켓리서치의 샤운 레인(Shaun Rein) 애널리스트는 “신동방그룹은 1990년대 중반부터 매년 수강생이 10만명씩 늘어 사교육 분야의 독보적인 브랜드가 됐으며 그 여세를 몰아 중국 각 지역에 직영 학습센터와 학교 등을 열어 시장 선점 효과를 백분 누렸다”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 이전만 해도 중국 주요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지금보다 훨씬 낮아 상당한 건물부지를 필요로 하는 신동방그룹의 확장 노력에 매우 유리했다는 분석이다.



세 번째는 중국적 현실에 맞는 신동방그룹 특유의 교수법과 교육 방식이다. 단적으로 딱딱하고 근엄하고 정적이 흐르는 일반 중국 학교와 달리 신동방그룹에서 일하는 대다수 강사들은 재미있는 농담과 유머를 강의 중에 많이 한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서양 사설학원과 비교해 너무 시끄럽고 요란스럽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정작 수강생들의 만족도는 무척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신동방은 중국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데 탁월하다”고 말한다.



강의실 내부 장식과 분위기도 여느 학원과 다르다. 강의실 벽 액자에는 영어나 외국어가 아니라 명언이나 책에서 뽑은 좋은 문구 등이 잔뜩 걸려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나 읽으면서 마음을 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위 회장은 “강의실은 유머가 넘치고 영감을 주는 곳이어야 한다”며 “기회가 날 때마다 수백 또는 수천명의 고교생이나 대학생들을 상대로 인생과 성공, 목표, 외국어 배우기에 관한 강연을 하는 ‘드림 투어’를 즐겨한다”고 말한다.

- (왼쪽)신동방교육그룹의 3인방, 왼쪽부터 위민훙 회장, 왕챵, 쉬샤오핑. (오른쪽)위민훙 신동방교육그룹 회장.
- (왼쪽)신동방교육그룹의 3인방, 왼쪽부터 위민훙 회장, 왕챵, 쉬샤오핑. (오른쪽)위민훙 신동방교육그룹 회장.

스타급 강사만 500명…고정급여외 성과급 지급

강사 관리도 독특하다. 수강생들에게 단순한 지식보다는 영감을 줄 수 있도록 다이내믹한 영화배우들처럼 행동하도록 별도로 교수법 훈련을 시키고 있다. 수강생의 강의 평가에 따라 높은 점수를 받은 강사는 더 많은 연봉과 성과급을, 반대로 만족도가 낮은 강사는 퇴출되거나 재교육하는 철저한 메리트 시스템이 정착돼 있다.



신동방그룹으로부터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받고 있는 스타급 강사만 500명이 넘는다. 때문에 신동방그룹 강사가 되려면 10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하며, 스타 강사가 되면 고정 급여 외에 급여의 수십 배가 되는 성과급 보너스까지 받을 수 있다. 위민훙 회장은 “대부분 외국 명문대학에서 유학하고 온 스타 강사들에게 중국 직장 가운데 최고 대우를 한다”며 “신동방 수강생들은 이들을 통해 글로벌 안목을 키우는 동시에 미래에 자신도 해외 학위를 받아 이들처럼 성공해야겠다는 메시지를 받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중국 각 지방별 특성과 개성 있는 자율 경영을 허용하는 동시에 세계 유수의 교육전문 업체 및 출판사들과 적극 제휴해 글로벌 경영을 가속화한다는 점이다. 사실 중국의 중서부 쓰촨성과 남부 광둥성은 사실상 다른 나라라고 할 정도로 문화와 관습이 크게 다르다. 상하이와 북부 랴오닝성도 딴 나라나 마찬가지다. 신동방그룹측은 이런 특성을 감안해 각 지역별 교육센터에 자율성을 부여해 그 지역의 요구와 특성에 가장 적합한 커리큘럼과 강좌와 교수법을 허용하는 유연한 경영전략을 펴고 있다.



또 토플을 총괄운영하는 미국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는 물론 대형 출판사인 맥그로 힐, 영국 캠브리지대학 출판사, 피어슨 교육(Pearson Education) 등과 단독 제휴 협약을 맺고 중국 사업 판권 외에 중국 특성에 맞는 교재 공동개발 등을 통해 신동방의 영향력과 브랜드 파워를 모두 상승시키고 있다. 사업 시작한 지 18년 만에 ‘중국 교육의 아버지’란 애칭으로 불리며 최고 기업인 중 한명으로 발돋움한 위민훙의 자기혁신과 창조적 마인드도 주목된다. 그는 “부단하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이를 시장상황에 맞춰 새롭게 실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모든 임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창조적인 발상과 아이디어로 무장하라”고 강조한다. 위 회장과 신동방그룹이 추구하는 공식 모토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라. 그러면 당신의 인생은 화려하게 빛날 것이다”이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 캄캄한 상황에서 교육 사업으로 첫 삽을 뜬 신동방그룹이 앞으로 얼마나 더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