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차기 최고지도자로 내정된 시진핑 국가 부주석이 지난 9월15일 베이징에서 열린 행사에 2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 중국의 차기 최고지도자로 내정된 시진핑 국가 부주석이 지난 9월15일 베이징에서 열린 행사에 2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가을에 열릴 중국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최고지도자인 당 총서기로 내정된 시진핑(習近平) 현 국가부주석이 보름 만에 공개석상으로 돌아옴으로써 중국이 정상적인 리더십 교체를 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게 됐다. 중국공산당 간부 재교육 학교인 당교(黨校) 교장이기도 한 시진핑 부주석은 지난 9월1일 가을학기 개학에 관한 연설을 한 이후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9월4일에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을 비롯한 외국 정상들과의 면담 약속을 줄줄이 펑크내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다가 지난 9월15일 전국 과학의 날 기념행사에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나타나 건재를 과시했다.

그가 15일간의 부재 기간 동안 건강에 문제가 생겨 병원에 입원해 있었는지, 당대회를 둘러싼 내부 권력투쟁 때문에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못했는지는 차츰 알려질 전망이다. 어쨌든 그의 부재는 어떤 형태로든 중국의 앞날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중국 국영 중앙TV가 이미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全大)의 개막을 알리는 ‘희영(喜迎) 18차 당대회’라는 시리즈 프로그램과 이 대회에 참석할 3000명 안팎의 대표들의 면면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내기 시작, 당대회는 10월 중순까지는 열릴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은 중국공산당에게 국가를 이끄는 정당이라는 특수한 지위를 헌법전문을 통해 보장해 놓았다. 중국의 정치와 경제의 큰 방향은 중국공산당이 결정하며, 특히 5년마다 한 차례씩 전국에서 3000명 안팎의 당 대표들이 모여 개최하는 전당대회나, 매년 한 차례씩 300명 안팎의 중앙위원들이 모여 개최하는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의 공보(公報)를 통해 발표된다. 아직 전당대회가 개최되지 않았지만 정치와 경제의 최고사령탑이 현재의 후진타오(胡錦濤)ㆍ원자바오(溫家寶) 체제에서 시진핑·리커창(李克强) 체제로 바뀐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시·리 체제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또 한 사람의 인물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흑자로 이끈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장 겸 베이징 시장 출신의 왕치산(王岐山) 현 부총리다. 그가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장이 될지, 국가부주석에 오를지, 아니면 부총리로 유임될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그가 앞으로 최소한 5년간 중국경제를 리드할 최고사령탑의 한 사람이 될 것은 분명하다.

- 리커창과 함께 왕치산(오른쪽)도 시진핑 시대 중국 경제의 사령탑으로 꼽히고 있다. 왼쪽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 리커창과 함께 왕치산(오른쪽)도 시진핑 시대 중국 경제의 사령탑으로 꼽히고 있다. 왼쪽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시진핑, 개혁개방 정책 지속 추진할 듯

중국 정치와 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새로운 트로이카의 정점(頂点)에 있는 시진핑은 그의 아버지가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에게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하도록 영향력을 발휘한 시중쉰(習仲勳) 전 경제담당 부총리라는 점에서 시진핑의 시대에 개혁개방 정책과 빠른 경제발전 드라이브의 지속을 예상해도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은 덩샤오핑이 추진한 연해(沿海)지방 우선 발전 전략의 최대 수혜지역인 푸젠(福建)성(省)과 저장(浙江)성, 상하이(上海)시에서 당서기로 리더십 훈련을 받았다는 점도 앞으로 시진핑의 중국 앞날의 큰 그림의 구도가 친개혁개방의 지속으로 그려질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해준다고 하겠다.

그러나 실물경제를 총지휘할 총리 내정자인 리커창이 후진타오 현 국가주석 겸 당총서기가 기른 인물이라는 점에서, 또 후진타오가 경제적으로는 개혁개방 정책의 지속을 유지하기는 했으나 성장보다는 분배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고, 이데올로기적으로는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보다는 마오쩌둥(毛澤東)의 공부론(共富論) 쪽으로 기울어진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후진타오 키드인 리커창의 경제 지휘봉이 가리키는 곳이 분배 중시 쪽이 될 가능성이 많을 것으로 전망해볼 수 있다.

리커창은 더구나 농업의 중심지인 허난(河南)성과 효율이 낮은 국영기업들이 집결돼 있는 랴오닝(遼寧)성에서 리더십 수업을 받으면서 중국의 농업과 국영기업의 문제점 해결에 관한 공부를 집중적으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 점에서 시진핑과 리커창의 정책은 서로 밀고 당기는 길항(拮抗)작용을 할 것으로도 전망된다.

새 시진핑 체제에서 삼각형 밑변의 또 하나의 꼭짓점 역할을 할 왕치산 부총리는 그의 장인 야오이린(姚依林) 전 부총리가 키워온 인물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야오이린 부총리(1917~94)는 1979년부터 1994년까지 15년간 부총리를 맡아 중국경제를 요리했던 인물이다. 야오이린은 덩샤오핑 시대에 덩샤오핑에게 최대의 반대자 역할을 했던 보수파 경제이론가 천윈(陳雲) 직계의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사위인 왕치산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관찰해야 할 것이다. 중국인들에게 장인과 사위의 관계는 우리의 경우보다 독립적이기는 하지만 왕치산의 경우 야오이린이 멘토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장인과 사위의 관계보다는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 시진핑·리커창 체제가 성장 정책을 펼지, 분배 정책을 우선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시진핑·리커창 체제가 성장 정책을 펼지, 분배 정책을 우선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산당 지도부 혁명세대 자녀들로 구성

만약 시진핑과 리커창, 왕치산 세 사람의 새로운 트로이카가 중대한 경제정책을 놓고 갈등을 보일 경우 시진핑과 리커창·왕치산이 1대 2의 비율로 역학구조가 짜일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해볼 수 있다. 선부론과 공부론의 정책이 대립할 경우 시진핑의 뜻과는 달리 리커창, 왕치산이 담합해서 공부론 쪽으로 결론을 낼 수 있다. 다시 말해 분배 우선의 정책이 채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가을에 탄생할 중국의 새로운 리더십을 구성할 9인, 또는 7인의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들 프로필의 공통점은 중국공산당 지도부 사상 처음으로 혁명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세대, 혁명에 가담한 세대의 자녀들로 구성되는 지도부라는 특징을 갖게 될 것이다. 시진핑이나 리커창이 전임자들에 비해 다소 카리스마가 떨어지는 이유도 혁명에 가담해서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아오지 않은 탓으로 진단해볼 수 있다. 1949년 10월1일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이래 중국을 이끌어온 역대 리더십의 면면이 마오쩌둥·저우언라이(周恩來), 덩샤오핑·천윈, 장쩌민(江澤民)·리펑(李朋)-주룽지(朱鏞基) 팀이었다는 점과 비교해보면 칭화(淸華)대학 법학박사 출신의 시진핑과 베이징(北京)대학 경제학박사 출신의 명문대학 출신 고학력 팀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중국의 정치와 경제의 앞날은 흥미 있는 관찰 대상이 될 전망이다.

마오시대에 중국의 경제 정책은 1840년 아편전쟁으로 시작된 서구 열강의 중국 침탈의 결과 연해지방이 먼저 산업화가 이루어진 사실을 수정하기 위해 내륙 우선의 발전 정책을 추진했고, 마오의 경제정책이 완전 실패로 판명된 뒤에 최고 권력을 잡은 덩샤오핑은 1978년부터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끌면서 연해지역의 발전을 우선하는 국가목표를 설정하고 달려왔다.

지난 30여년간 빠른 경제발전이 진행되는 동안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국제적인 경제위기가 유럽으로 번지자 그동안 수출주도형으로 짜놓은 중국경제의 틀을 이제 다시 내수(內需) 위주로 짜보려는 시도가 앞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도 하겠다. 중국이 앞으로 선부론보다는 공부론을 우선하는 국가로 성격이 바뀌어갈지, 연해지역의 발전을 우선하는 정책에서 내륙 발전을 우선하는 정책의 흐름을 보일지에 대해 우리 정부도 면밀한 관찰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