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업로드도 가능해 트위터와 차별화

이런 사례들은 140자 안팎의 단문 텍스트로 소통하는 웨이보가 중국 비즈니스 마케팅에 필수 도구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웨이보는 중국어로 ‘마이크로 블로그(micro blog)’를 뜻한다. 중국 정부의 IP 차단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휴대전화와 PC 등을 이용해 순식간에 수만명에게 문자와 동영상 등을 전달하는 웨이보가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2009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한 후 가입자 숫자가 2010년 말 6311만명, 1년 후인 작년 말에는 2억5000만명을 돌파했다. 현재 4억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현재 중국 내 5억3700만명의 인터넷 사용자 가운데 10명 중 8명이 넘는 꼴이다. 전체 성인 인구 가운데 최소 2명당 1명 꼴로 웨이보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웨이보에서 통용되는 정보 내용은 개인 신변잡기부터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지 못한 뉴스와 정보, 루머, 기업 및 개인 광고 등 다채롭다. 특히 트위터는 동영상을 업로드할 수 없는데 비해, 웨이보는 동영상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다. 또 기존 정보나 뉴스에 대해 리트위트를 할 경우, 트위터는 그대로 전송해야 하지만 웨이보는 다시 140자 내외의 글자를 덧붙여서 리트위트를 할 수 있어 수차례 반복되면 많은 축적된 내용을 담은 정보로 둔갑해 위력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웨이보의 위력은 지난해 7월23일 원저우(溫州)에서 일어난 고속철도 사고 처리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관영 언론들이 정부의 보도 지침에 따라 영웅적인 구조대 활동 등에 초점을 맞춘 채 진상은폐에 급급하자, 현장 주변의 한 시민이 정부가 구조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잔해를 서둘러 묻고 마무리하려 하는 사진 등을 찍어 웨이보에 잇따라 올려 진상을 전했다. 중국인들은 웨이보의 ‘진실’에 열광했으며 철도당국은 수차례 관련 정보를 정정 발표하는 수모를 겪었다.

미디어에 대한 불신이 높고 정부의 정보통제가 심각한 중국에서 웨이보는 상대적으로 덜 왜곡된 정보가 오가는 장이며, 정부의 언론 통제에서 자유롭다는 게 강점이다. 중국 정부도 웨이보에 관한한 개입이나 통제를 최소화하며 오히려 웨이보 상에 계정을 마련해 놓고 있다. 현재까지 중국 중앙 및 지방정부가 웨이보에 등록한 계정만 2만여개다. 기업들도 안심하고 웨이보에 자사 홈페이지와 손쉽게 연결되는 계정을 마련해 놓고 상품 PR이나 이미지 광고 등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웨이보 가운데 활동적인 사용자가 가장 많은 시나(新浪)웨이보의 ‘2012년 미니블로그 백서’에 따르면 ‘글로벌 500대 기업’ 가운데 29%가 시나 웨이보에 기업 계정을 개설해 놓고 있다. 또 웨이보 사용자의 56%는 최소한 한 개 기업 이상의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중국 정부가 웨이보 개인 사용자들에게 실명 등록제를 의무화하면서 한층 활발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웨이보를 이용해 특정 집단이나 연령층, 커뮤니티 등에 대한 앙케트 설문 조사나 반응 조사·투표까지 실시한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매우 유용한 정보의 기본 인프라인 셈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베이징무역관의 박한진 박사는 “웨이보를 무시하거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은 중국 비즈니스를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오궈웨이 시나닷컴 대표는 최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경제 포럼’에 참석해 “올해 중으로 시나웨이보에 등록한 기업 계정을 100만개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웨이보 활용으로 판촉·마케팅 비용 대폭 절감

웨이보 마케팅으로 짭짤한 성공을 거두는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 처음 등장한 ‘좁쌀’이라는 뜻의 ‘샤오미(小米)’란 회사가 그런 사례이다. 2010년 출범한 이 회사는 생산라인이나 판매조직은 없고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포함해 400여명의 인력만 두고 있었다. 물건은 대만계 제조업체에 아웃소싱(위탁생산)해 만들고, 판매는 100% 사전예약 방식으로 인터넷상에서만 한다.

하지만 이 회사는 중국 정보기술(IT)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작년 9월 첫 판매 때 준비한 30만대가 34시간 만에 매진됐고, 올 4월 7차 판매 때는 10만대가 365초(6분5초) 만에 다 팔렸다. 중국 이동통신기업인 ‘롄통(聯通)’은 자신들이 100만대를 대량 구입해 자체 판매망으로 팔겠다고 했다.

샤오미는 시판 후 8개월 동안 총 2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았고 올 연말까지는 500만대 판매 돌파를 자신하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작년 말 중국 20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휴대폰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 샤오미는 9위로 화웨이(華爲)·중싱(中興·ZTE) 같은 토종 대기업을 제치고 중국 국내 기업 중 최고에 올랐다.

샤오미가 이런 대박을 낼 수 있었던 비밀 병기는 웨이보 마케팅이다. 제품 발매 전부터 웨이보에 제품 관련 정보를 올려 입소문을 대대적으로 냈던 것이다. 이 회사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레이쥔(雷軍·43)은 20년 넘게 컴퓨터 백신, 온라인 쇼핑몰 같은 소프트웨어 분야에 몸담아온 IT 전문가로 웨이보에 330만명이 넘는 개인 팔로우를 거느리고 있는 파워 블로거이다. 레이쥔 CEO는 “웨이보에 의한 마케팅 효과는 샤오미의 성공에 절대적인 요소”라고 말한다. 샤오미는 올 9월에도 웨이보 마케팅을 최대한 활용해 개량형 스마트폰 모델 20만대를 판매 시작 9분 만에 전량 매진시켰다.

휴대폰 등을 통해 온라인 사전 주문을 받은 다음 제품을 만들어 재고를 최소화하고, 일반 매장이 아닌 전자상거래 유통망을 활용해 유통 비용을 대폭 낮추는 방식으로 샤오미 제품의 대당 가격은 애플과 삼성 제품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샤오미는 웨이보를 통해 고객 불만사항과 개선 사항도 적극 반영·흡수한다. 웨이보는 고객들이 칭찬은 물론 불평·불만을 자유롭게 쓰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샤오미의 린빈(林斌) 마케팅 본부장은 “웨이보에 올라온 고객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수집하는 것이 제품 개발과 서비스 개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웨이보가 없었다면 판촉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샤오미폰 구매자들은 ‘미펀(米粉·샤오미의 팬이라는 뜻)’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온·오프라인에 모이는데, 오프라인 미펀 모임만 최근 1년 동안 200회 넘게 열렸다.

지난해 8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 처음 등장한 샤오미의 레이쥔 CEO와 샤오미의 스마트폰 이미지(원안)
지난해 8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 처음 등장한 샤오미의 레이쥔 CEO와 샤오미의 스마트폰 이미지(원안)


Mini Interview
|시나 웨이보로 돌풍 일으킨 차오궈웨이 시나닷컴 대표

“우수 콘텐츠 제공 후 그 과정에서 광고 통해 이익 얻는다”

차오궈웨이 시나닷컴 대표는 시나 웨이보를 개발하고 보급해 중국의 새 언론 매체를 정착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차오궈웨이 시나닷컴 대표는 시나 웨이보를 개발하고 보급해 중국의 새 언론 매체를 정착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미국 시사주간지인 <타임>지가 ‘2011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가운데 한 명으로 뽑힌 차오궈웨이(曹國偉·47) 시나(新浪) 최고경영자(CEO) 겸 총재는 ‘시나 웨이보’를 개발, 보급해 중국에 새 언론 매체를 정착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미국 나스닥시장에 시나 상장 후 실적 정체로 답보 상태이던 회사를 웨이보를 통해 부흥시킨 주역이다. 상하이 푸단(復旦)대와 미국 오클라호마대학원 등을 졸업한 차오 CEO는 1999년 시나닷컴에 부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입사했다가 2006년부터 CEO를 맡고 있다.

시나 웨이보의 강점은. |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미리 정확하게 예상하고 새롭게 창조해 그들에게 먼저 제공한다는 것이다. 친구 검색, 화상, 각종 메시지 전송 등 넷 사용자들의 잠재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그 결과 올 8월 런던올림픽 기간 중에는 시나의 웨이보가 중국 전체 웨이보 체류 시간 총합계의 70%를 점유할 정도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또 웨이보 안에 등록한 특정 커뮤니티가 토론이나 교류를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적 도구(tool)를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반대로 대외 공개를 원치 않는 커뮤니티에게는 내부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시나 웨이보의 등장으로 중국인의 생활이 변한 측면이 있다면. | “중국인의 생활을 크게 바꾸었다고 자부한다. 웨이보는 PC나 휴대폰을 이용해 140자 안팎의 기사 및 메시지 투고나 화상, 동영상 전송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정보의 발신과 정보 전달의 양태를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국내외의 중대 사건에도 웨이보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넘어 소셜네트워크(SNS)상에서도 정보 검색과 전달이 매우 활발한데, 그런 SNS상에서 변화를 견인하는 주체가 웨이보다.”

미국 페이스북은 비용 대비 기업 광고 효과가 낮다는 평가가 많다. ‘시나 웨이보’는 기업에게 어떤 매력을 주나. | “페이스북은 동료들 간의 교류를 중시하는 SNS인 반면, 웨이보는 온라인상에서 연결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고 새 정보를 제공하고 또 얻어가도록 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따라서 페이스북보다 광고 효과나 상관관계가 더 높다. 시나 웨이보는 올 4월 광고플랫폼을 개설했다. 지금까지는 웨이보의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 선행투자에 주력했으나 앞으로는 사업 채산성을 좋게 하려 한다. 사이트 아래위에 있는 기업 관련 배너 광고나 우측에 있는 추천 광고 등을 적극 키우려고 한다.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효과적인 광고를 개발할 것이다. 중국에서 규제가 심한 TV광고와 달리 온라인 광고는 규제가 약하며 자유로운 편이다. 성장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중점적으로 키우겠다.”

향후 목표는. | “앞으로 1~2년 동안은 시나 웨이보상의 현재 콘텐츠를 더욱 확충하고 각종 플랫폼 강화에 주력할 생각이다. 이상적으로는 IT기술자, 개발자, 비즈니스 파트너, 기업, 일반 사용 고객, 정부 등으로부터 각자가 원하고 높이 평가받는 그런 우수한 콘텐츠를 우리가 그들에게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시나 웨이보는 그 과정에서 광고를 통해 이익을 얻는 시스템을 지향한다. 중국의 수많은 개발자로부터 지지와 환영을 받는 그런 매체로 키우고 싶다. 현대 세계에서는 언제 어디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토록 하는 그런 시스템이 필요불가결하다. 그런 점에서 시나 웨이보는 성장하고 발전할 여지가 충분히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