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인 가격비교사이트업체 ‘EC나비’는 혁신적인 기업문화로 급성장한 회사다. 퇴근 시간 이후 술과 안주가 무제한 제공되는 사내 바인 ‘아지토(AJITO)’는 이 회사의 창의적 경영을 단편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사람’과 ‘문화’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이곳의 경쟁력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관계단절이 화두다. 가정이든 회사든 마찬가지다. 무연(無緣)화와 폐색(閉塞)증은 위기일로의 시대병폐 중 하나다. 소통이 없으니 관계가 끊기고 또 고립되니 소외된다. 일각에선 관계복원의 요구와 실천을 어느 때보다 강조한다. 정(情)이 넘쳐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자는 의도다. 일본은 관계단절의 상징국가다. 승자독식·적자생존의 신자유주의적 철학이 저성장·고령화와 맞물리면서 파편화되고 분절된 개인이 급증하고 있다. 옆자리 동료와도 말을 섞는 게 미숙한 청년마저 적잖다. 내일의 고용 불안과 오늘의 금전 부족이 사교의 기회를 줄였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노미니케이션(飮む+Communication)’이 화제다. 일본어 마시다(飮む)와 영어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합성어로 음주교제 정도로 해석된다. 술자리를 통해 동료들과 사귀고 친해지는, 그래서 개인 만족과 사교 능력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전략을 말한다. 갈수록 일본사회에서 직장 동료와 터놓고 술을 마시는 경우가 드물어진 행태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사적 교제의 기회봉쇄가 공적 업무와 의사소통에까지 문제를 파급시키는 건 물론이다. 상사와 부하 간 갈등의 근원이 노미니케이션의 부재로까지 해석된다. 일례로 회식문화만 해도 급감했다.

하지만 ‘EC나비’라면 노미니케이션 부재 염려는 안 해도 된다. 오히려 노미니케이션을 강조하고 실천하는 회사로 더 유명하다. ‘아지토(AJITO)’로 불리는 사내의 바(Bar) 덕분이다. 회사를 방문하는 이들에겐 첫인상부터 강렬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SF 영화의 배경화면을 묘사한 아지토와 만나게 된다. ‘가까운 미래의 해적 비밀기지’를 모티브로 해 치장했다. 간접조명을 채택한 샹들리에는 물론 테이블과 소파가 구비돼 있다. 최대 40명이 앉을 수 있다. 오픈된 공간으로 임직원이면 누구든 자유롭고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일상회의를 비롯해 신입사원 회사설명회나 크리스마스·핼러윈 파티 등 사내행사도 자주 치른다. 회식은 물론 생일잔치 등 이벤트 장으로도 활용된다. 간부들의 조식 회의도 이곳에서 열린다.

그래서인지 관련자가 아니라도 한 번은 방문해보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한다. 인터넷엔 아지토 방문기가 끝없이 올라온다. TV 방송에서도 자주 소개된다.

그렇다면 아지토를 만든 이유가 뭘까. 우선 사업내용부터 살펴보자. EC나비는 일본의 대표적인 가격비교사이트다. ‘사명=서비스명’으로 최근 일본에서 주목받는 정보기술(IT) 기업 중 하나다. 사이트 오픈 3개월 만에 100만 회원을 돌파했을 정도로 영향력이 높다. 사업내용은 다양하다. 가격비교사이트를 중심으로 하되 검색지원서비스(adingo)와 네트리서치서비스(리서치패널) 등을 사업모델로 구축했다. 일본뿐 아니라 중국과 한국 등에도 진출했다.

EC나비는 모두 13가지 사업 영역을 보유하고 있다. 검색서비스는 최근 지자체와 신문사 등도 이용 중이다. 사명과 서비스명이 동일한 건 그만큼 서비스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높다는 의미다. 2005년 가격비교사이트로 주력모델을 전환하면서 사명을 바꿔버렸다. “사명이야말로 사업운영의 주요 요소로 향후 주력서비스가 바뀌면 사명도 또 바뀔지 모른다”고 설명할 정도로 유연성이 높다. 

‘가까운 미래의 해적 비밀기지’를 모티브로 해서 꾸민 사내 바 ‘아지토’는 회의와 회식 공간으로는 물론 생일잔치 등 이벤트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가까운 미래의 해적 비밀기지’를 모티브로 해서 꾸민 사내 바 ‘아지토’는 회의와 회식 공간으로는 물론 생일잔치 등 이벤트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사내 바에서 오후 6시 반부터 술 무제한 제공


최첨단 IT기업답게 2010년부터 트위터로 신입사원을 뽑아 또 한번 화제에 올랐다. 우사미 신스케(宇佐美進典) 사장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본인 트위터로 신입사원 모집공고를 낸다. 자격은 10명 이상의 팔로워(트위터를 받아보는 사람)가 있는 경우로 한정했다. 지원도 트위터로만 받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트위터를 한다면 보다 영리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게 CEO의 설명이다.

사장 자신이 1972년생의 ‘X세대’로 튀는 아이디어를 선호하는 덕분이다. 아무 것도 없지만 그만큼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인터넷공간을 사업무대로 한다는 점에서 파격적 결정이라는 평가다. 회사성적은 화려하다. 1999년 설립된 이래 시간이 갈수록 매출이 급증세다. 2008년(37억3700만엔)에 이어 2009년(53억8600억엔)은 물론 2010년(73억2400억엔)까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금융위기 여파로 대부분 기업이 고전 중이었음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다. 2011년의 경우 79억엔의 매출에 5억엔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EC나비가 아지토를 만든 건 2007년 10월이다. 사무실 안에 바를 설치해 딱딱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자유로운 발상의 공간으로 변신시키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임직원은 물론 방문자조차 놀랄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효과는 상당하다. 자유로운 횡적조직의 이미지를 가진 해적을 떠올리게 한 인테리어가 주효했다.

아지토는 언제든 이용할 수 있지만 알코올은 오후 6시30분부터 제공된다. 맥주와 소주·칵테일 등이 냉장고에 들어있는데 누구든 원하는 만큼 마실 수 있다. 수천만엔을 들여 만들었고 매월 유지비용은 수십만엔에 달하지만 애초 염려됐던 갈등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회사로선 “비용대비 효과가 아주 만족스러운 투자”란 입장이다. 주요 매스컴은 이 회사의 아지토를 재미있고 신선한 대표적인 복리후생 모델로 설명할 정도다.

EC나비가 아지토를 만든 이유는 회사이념을 살펴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회사이념은 ‘360도 멋지게’다. 이를 위한 신조가 △지속도전 △자발적 생각·실천 △본질추구 △압도적 스피드 △동료와 목표달성 △모든 걸 즐겁게 △똑바로 성실히 △꿈과 뜻 그리고 정열 등으로 요약된다. 하나같이 사람이란 키워드가 공통분모다. 결국 회사의 최대자산이 임직원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최대한 즐겁고 만족스럽게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이를 360도 전부를 아울러 멋지게 실천하자는 것이 회사의 미래지향점이다.

‘사람’과 ‘문화’를 강조하는 혁신적 기업문화는 사무실 풍경에서도 배어나온다.
‘사람’과 ‘문화’를 강조하는 혁신적 기업문화는 사무실 풍경에서도 배어나온다.


사직 희망자도 회사에서 지원


이 회사의 강점을 물으면 반드시 등장하는 단어가 2개 있다. ‘사람’과 ‘문화’다. 회사의 사업모델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인터넷에 뿌리를 뒀다는 점에서 사람과 문화의 키워드는 그 관련성이 밀접하다. “뭐든 할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직원이 많아졌다”며 “흉내가 아닌 창조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문화와 이를 실천할 사람이 관건”이라는 게 CEO의 생각이다. 사업모델은 흉내를 내도 사람과 문화는 결코 따라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요컨대 인터넷과 사업모델의 끊임없는 변화를 이끄는 기업문화를 만들고 가꾸는 최대 근거가 사람이라는 얘기다.

아직 적용해본 적은 없지만 ‘독립지원’이라는 제도의 구상도 CEO 머릿속에 담겨 있다. 회사를 일종의 기회로 활용해 본인이 원하는 길을 창조하려는 임직원을 적극 지원하자는 차원이다. 자칫 배신자(?)로 낙인찍힐 수 있는 사직 희망자조차 오히려 회사가 뒤를 봐주겠다는 것은 EC나비가 사람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업의 근간은 그곳에서 일하는 종업원에 있다는 믿음은 회사 안팎에 넘쳐난다. 종업원이 활기차게 능력을 발휘하고 고수준의 팀워크를 실현하며 성장속도를 가속화한다면 기업발전은 저절로 이뤄진다고 본다. 동시에 이외의 이해관계자에 대한 공헌도 자연스레 성취된다. 때문에 회사는 이를 위한 만족스럽고 창조적인 근무환경 제공에 매진하는 게 전부라고 본다.

따라서 ‘함께 일하는 동료’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옆자리 동료가 편하고 도움이 돼야 업무성과를 높일 수 있어서다. 사람이 존중받는 문화 제공을 고집하는 회사방침과 직결되는 철학이다. CCO(Chief Culture Officer)라는 인간존중적인 기업문화 창조를 책임지는 자리까지 신설했다.

같은 맥락에서 회사는 다양한 수단으로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는 데 역점을 둔다. 21개에 달하는 사내서클(취미동호회)에 대한 회사의 운영비 일부지원이 그렇다. 사원총회란 것도 있다. 1년에 2회 개최되는 회사의 최대이벤트로 다양한 형태의 수상식이 치러진다. 회사의 일방적 행사가 아닌 임직원이 적극 참여하는 협력적 운영형태로 유명하다. 매월 다양한 멤버와 폭넓게 만나는 교류런치 기회도 제공된다. 입사 후 1년간 선배가 도와주는 엘더(Elder) 제도도 있다. 

창업 10년을 갓 넘긴 신생 벤처회사지만 복리후생 관련 제도는 탄탄한 편이다. 아지토 외에 사내설치 자동판매기의 음료도 공짜다. 주택임대비용도 보조해준다. 회사에서 2㎞ 이내에 거주하면 약 5만엔의 집세보조를 지원한다. 점심식대는 일부보조가 가능한데 본인부담 300엔만 지급하면 시가와 무관하게 도시락을 구입해준다. 차액은 전액 회사부담이다.

특별보장제도란 것도 있다. 근속연수가 5년을 맞은 사원에 대해 100만엔 혹은 4주간 휴가 중 하나를 필요에 따라 고르도록 배려했다. 직원건강을 위한 제도도 있다. 요통지압요법(chiropractic)의 국제적 전문가를 정기적으로 초빙해 희망직원에 한해 시술을 받도록 했다. 비용 일부는 회사가 전담한다. 이 밖에도 ‘CANI 제도’라는 시스템을 통해 근무환경을 개선시키는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수시로 새로운 복리후생을 시작한다는 게 회사 방침이다.

급여수준은 상당하다. 신입사원의 경우 월 34만~35만엔에 업적별 결산상여를 별도로 지급한다. 연봉제지만 연 2회(4월, 10월) 급여조정을 실시해 갈등소지를 원천적으로 줄였다. 대기업이 갖춘 웬만한 휴가제도도 완비했다. 여름휴가 4일 이외에 연말연시 휴가와 유급휴가도 실시한다. 경조사와 출산전후 휴가는 물론 생리휴가까지 있다.

사람을 키우는 효과적인 방법인 연수제도는 다양하다. 신입사원 연수부터 시작해 펠로우·리더·패러다임시프트연수 등 종류별로 각양각색이다. 커리어체인지(CC)와 커리어업(CU)을 지원하는 제도도 있다. 자격취득을 원할 땐 이를 손쉽게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도 구비됐다.

동시에 이 회사는 특유의 사업모델을 활용해 사회공헌을 위한 각종 기부활동으로도 유명하다. 인터넷인프라를 통해 다수의 유저가 지닌 선의를 효과적으로 모아 공생가치를 실현하는 형태다. 재해의연금·해외식림활동 지원 등이 그렇다. 클릭모금이란 게 있는데 이는 유저가 모금단체를 클릭하면 1포인트 기부되는 시스템이다. 그렇다고 유저의 포인트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되레 회사가 감사표시로 1포인트를 증정한다. 검색모금을 이용하는 것만으로 매일 간단히 사회공헌을 실천할 수 있는 셈이다.   

Tip | CEO 연구

72년생 젊은 CEO의 도전정신… “필요하면 탈선하라!”


우사미 신스케 사장은 1972년 아이치(愛知)현 출신으로 와세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컨설팅회사·벤처회사를 거친 뒤 1998년 회사를 창업했다. 창업은 사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19세에 결혼해 20세에 아빠가 된 독특한 이력 탓에 일반회사 입사가 어려울 것이란 생각을 늘 가진 결과였다. 스스로 창업해야겠다는 일종의 동기부여였다. 실현무대는 인터넷이었다. 인터넷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매료돼 “일단 해보자”는 기분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그래서일까. 좌우명이 독특하다. “할 수 있다와 없다보단 할까 말까가 중요하다.” 이 인생지침처럼 늘 진취적인 도전정신을 강조한다. 오늘날의 회사로 성장한 것도 시의적절한 도전의 결과였다. 3~4년이면 수명이 끝인 인터넷공간에서 장수할 수 있는 사업모델로 변신하고자 2004년 가격비교사이트로 서비스방향을 돌린 것도 그렇다.

결과적으로 타이밍은 좋았고 선택은 옳았다. 아지토라는 사내 무료 바를 설치한 것도 난국타개를 위한 환경변화 차원에서 시도된 카드였다. 2007년 매출이 요동칠 때였다. “당시 외부대응이 늦은 게 아닌지 판단돼 내부변화와 체질개선을 시도했는데 그때 보다 벤처다운 기업냄새를 내고자 사무공간의 내장을 바꿨다”는 게 사장의 설명이다.

폐색감에 사로잡힌 일본청년들을 위한 조언도 빠지지 않는다. 혼자서라도 얼마든 살아갈 수 있는 생존능력을 익히라는 메시지가 그렇다. 때문에 35세까진 고생스런 길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험이 고될수록 생존능력은 높아진다는 것. 학생 시절 결혼한 경험을 지닌 CEO는 “세상기준으로는 탈선했어도 얼마든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깔려진 레일 위를 벗어나 정글로 들어가도 겁낼 필요는 없다. 정글 안에 누구도 못 본 맛난 먹을거리와 진귀한 동물을 만날 수 있어서다.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 안 해봐서 후회하기보단 일단 해보는 쪽이 낫기 때문”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