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운데)는 2013년 화두로 현실에 바탕을 둔 새로운 시작이란 뜻의 ‘찰실개국’을 제시했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운데)는 2013년 화두로 현실에 바탕을 둔 새로운 시작이란 뜻의 ‘찰실개국’을 제시했다.

중국 공산당의 향후 5년간 목표는 소강사회 건설이다. 사진은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의 한 슈퍼마켓 채소 코너.
중국 공산당의 향후 5년간 목표는 소강사회 건설이다. 사진은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의 한 슈퍼마켓 채소 코너.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지난 2012년 12월15일과 16일 이틀 동안 당정군(黨政軍)의 최고 책임자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시대 최초의 중앙경제공작회의를 개최했다. 영어로는 ‘Central Economic Work Conference’라고 부르는 중앙경제공작회의는 1년에 한 차례, 대체로 연말에 개최돼 국내외 경제 형세에 대한 당과 정부의 판단과 새로운 해의 정책 기조를 전달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지난 2012년 11월8일 개최된 중국공산당 제18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당총서기가 선출된 이래 처음 개최된 이번 회의에는 2013년 3월초까지로 임기가 두 달 가량 남아있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후임 총리로 내정된 리커창(李克强) 현 부총리와 장더장(張德江), 위정성(兪正聲), 류윈산(劉云山), 왕치산(王岐山), 장가오리(張高麗) 등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과 25명의 정치국원 전원, 정부 각료와 군부, 법원, 금융기관 최고 책임자들이 빠짐없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지난 한 달 동안 진행해온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당과 정부가 내린 정책 판단과 각 부문이 담당해야 할 기본 임무를 전달받았다. 시진핑 신임 당총서기는 이 회의에 참석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기조연설을 했다.

시진핑, “경제 발전 추세는 장기적으로 양호”
“우리 경제는 여전히 다시 얻기 힘든 기회와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경제사회의 발전 추세는 장기적으로 양호한 국면을 보여주고 있고, 국내 시장의 잠재력은 거대하며, 생산력의 기초는 탄탄하다. 과학기술 분야의 창조력은 강화되고 있고, 인력자원은 풍부하며,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정비는 부단히 이뤄지고 있다. …”

시진핑은 2013년 중국경제의 화두를 “온중구진 찰실개국(穩中求進 實開局)”이라고 정리했다. “안정속의 성장, 사실에 바탕을 둔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다. 이 가운데 ‘온중구진’은 후진타오(胡錦濤) 전임 당총서기가 주재한 2011년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채택된 화두로, 지난 30여년 동안 추진된 양적 성장을 질적 성장으로 바꾸기 위해 쾌속성장을 하면서도 안정을 추구하자는 뜻이었다. ‘찰실개국’은 2013년이 시진핑 시대가 맞는 첫해이므로 ‘사실에 바탕을 둔 새로운 출발을 하자’는 뜻으로, 시진핑은 최근 광둥(廣東)성을 둘러보면서 넥타이를 매지 않은 와이셔츠 차림으로 회의를 주재해 눈길을 끌었다. 참석자들도 모두 넥타이를 매지 않고 참석해 노타이 차림이 시진핑의 뜻이 사전에 전달된 결과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와 관련,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2012년 12월17일자 중앙경제공작회의 관련 사설에서 “앞으로는 수분(水分·중국어로 ‘과장’의 뜻)없는 경제성장을 할 것”이라고 써서 관심을 끌었다.

시진핑 시대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열린 이번 중앙경제공작회의는 대부분 차기 총리 내정자 리커창의 주재 아래 진행됐으며, 시진핑이 기조연설을 했다. 회의에서 제시된 2013년 중국경제의 여섯 가지 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의 지속적이고 건강한 발전을 추구한다. 둘째, 농업의 기초를 보다 충실히 하고, 농산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셋째, 산업구조 조정을 가속화하는 한편 산업 전반의 소질을 제고한다. 넷째, 급격히 진행되는 도시화가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개선이 이뤄지도록 한다. 다섯째, 민생 보호를 강화하고 최저 생활수준을 제고한다. 여섯째, 경제체제를 철저하게 개혁하고 개방을 확대한다. 2013년에도 세계경제가 복잡한 국면을 보이고, 각종 변수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경제는 여전히 중요한 전략적 발전 기회를 맞고 있다는 종합적인 판단 아래 2013년 중국경제의 우선순위를 지속 성장, 농업기반 확보, 산업구조 조정, 질적인 도시화, 민생 보호, 개혁·개방 확대에 두겠다는 것이다.

중국 광시(廣西)성 둥싱(東興)에서 지난 2012년 12월 7일 주민 수천명이 밀수 용의자에 대한 당국의 가혹한 처리에 항의해 폭동을 일으켰다.
중국 광시(廣西)성 둥싱(東興)에서 지난 2012년 12월 7일 주민 수천명이 밀수 용의자에 대한 당국의 가혹한 처리에 항의해 폭동을 일으켰다.

중 공산당, 5년간 전면적인 소강사회 건설 목표
지난 11월초 개최된 중국공산당 제18차 당대회는 앞으로 5년간 중국공산당이 추구할 전략적 목표는 ‘전면적인 소강(小康) 사회의 건설’임을 분명히 했다. ‘소강사회’란 중산층의 폭이 두터워져 사회 내부의 갈등이 적은 사회를 의미, ‘개혁개방의 설계사’로 추앙받는 덩샤오핑(鄧小平)이 1980년 제시한 말이다. 시진핑은 처음으로 주재한 이번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후진타오가 제시한 “전면적인 소강사회의 건설”이 시진핑 시대에도 여전히 적용될 전략적 목표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시진핑 시대에는 이른바 ‘승전계후(承前啓後)’의 정신에 따라 후진타오 시대 중국경제의 전략적 목표를 승계하면서도 “다만 발전 속도는 후진타오 시대보다는 다소 가속화하겠다”는 시진핑 지도부의 희망을 이번 중앙경제공작회의를 통해 내비치기도 했다. 회의가 폐막한 다음 날인 2012년 12월17일 발표된 당기관지 인민일보의 사설은 “복잡한 형세와 곤란한 도전에 직면해 안정적인 성장을 보다 중요한 위치에 놓을 것”이라고 의미 설명을 함으로써 앞으로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공산당이 중국경제의 기조를 후진타오 시대의 흐름을 계승하되 성장보다 분배에 무게를 두었던 흐름을 다소 바꾸어 분배도 중시하지만 성장에 다소 무게를 더 두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시진핑을 핵심으로 하는 중국공산당 새 지도부는 지난 12월4일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전국의 당간부들에게 “각종 회의를 간소화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우선 회의 시간을 줄이고, 발언할 때에는 가능한 요점만 말하고, 공허한 말이나 상투적인 발언은 하지 말 것이며, 보고서도 가능한 요점 정리형식으로 작성하라고 강조했다.

당 간부들이 지방 시찰을 갈 때에도 가능한 동행 인원수를 줄이고, 차량 대수도 줄이며, 불필요한 플래카드나 꽃장식도 하지 말 것이며, 각종 기념활동도 줄이라고 했다. 시진핑 당총서기는 그런 자신의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기 위해 각종 회의에 넥타이를 매지 않고 참석하는가 하면, 군 병영 시찰 때는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줄을 서서 식판에 음식을 자신이 담아 병사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면서 식사를 하는 모습을 관영 TV를 통해 내외에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진핑이 그런 평민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이면에는, 소득불균형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이미 0.61에 이르렀다는 중국 관영 언론의 보도와, 하루 500건이 넘게 발생하는 군체(群體)사건(집단시위)의 발생건수가 자리 잡고 있다.

지니계수가 0.5를 넘어선 사회는 폭동으로 붕괴될 위험이 있는 사회라는 진단이 유효한 가운데, 지난 34년간 빠른 속도로 숨 가쁘게 발전해온 중국 경제가 이미 병목(Bottle neck)에 이르지 않았는가 하는 진단도 가능한 상황이 중국경제가 처한 현재 상황이다. 시진핑 시대가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시진핑 새 당총서기가 추구하는, 말 그대로의 안정적 성장과 현실에 바탕을 둔 새로운 출발이 순조롭게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