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29일의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를 기점으로 시진핑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왼쪽)과 리커창 정치국 상무위원 겸 총리를 핵심으로 하는 시(習)·리(李) 체제가 완성된다.
10월 26~29일의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를 기점으로 시진핑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왼쪽)과 리커창 정치국 상무위원 겸 총리를 핵심으로 하는 시(習)·리(李) 체제가 완성된다.

중국은 10월 26~29일의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8기 5중전회)를 기점으로 새로운 경제, 새로운 정치의 시대로 들어간다. 현재의 시진핑(習近平)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정치국 상무위원 겸 총리를 핵심으로 하는 시(習)·리(李) 체제는 2012년 11월 제18차 당 대회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경제와 정치의 기조는 2010년 제17기 5중전회 때 후진타오(胡錦濤)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정치국 상무위원 겸 총리의 후(胡)·원(溫) 체제가 기조를 짜놓은 ‘포용적 성장(包容性 增長·Inclusive Growth)’의 틀에 따라 운용돼왔다. 중국은 5년마다 열리는 당 대회와 5년마다 한 번씩 새로 짜는 ‘5개년 경제계획’의 출발시점을 서로 어긋나게 설정해 놓음으로써 경제와 정치의 계속성을 유지하는 지혜(?)를 발휘해왔다.

샤오캉은 중산층이 두터운 안정된 상태
당의 지도부는 2012년 11월에 교체됐지만, 전 지도부가 2010년에 짜놓은 제12차 5개년 경제계획의 기조에 따라 2011년 3월부터 2016년 2월 말까지 모든 재정운용이 이뤄져 왔다. 그러니까 이번 2015년 10월의 제18차 5중전회에서 제13차 5개년 경제계획의 틀을 마련하면 시·리 체제가 온전하게 경제와 정치의 틀을 짜고, 비로소 완전한 시진핑·리커창의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후·원 체제는 2010년 말의 제17기 5중전회에서 결정된 ‘포용적 성장’이라는 구호에 따라 “지금까지 양적 성장으로 일관해온 경제성장 방식을 질적 성장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2011년 3월부터 2016년 2월 말까지 경제성장의 속도를 7.0~7.5%선에 맞추겠다고 선언했다. 17기 5중전회의 결정에 따라 중국공산당과 정부는 2010년 말까지는 이른바 ‘바오바(保八)’라는 구호에 따라 연 8.0% 이상의 성장률을 내도록 독려해오다가 2011년부터 7%대의 성장을 하도록 경제운용 목표를 수정한 것이었다. 시진핑·리커창 체제는 2012년 말에 후진타오·원자바오로부터 정치권력은 물려받았지만, 경제운용 기조는 후·원 체제가 만들어놓은 포용적 성장의 틀 안에서 운용해왔다.

이번 18기 5중전회에서 만든 13차 5개년 경제계획은 2016년 3월부터 2021년 2월 말까지의 경제운용 기본 지침이 될 예정이다. 시진핑 당총서기는 2012년 말에 취임하면서 자신의 시대가 열어 갈 ‘두 개의 100년’이라는 목표가 “1921년에 창당된 중국공산당이 100년이 흐른 2021년까지는 전면적인 샤오캉(小康) 사회를 건설하고, 1949년에 수립된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100년이 흐른 2049년까지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 약속에 따르면 시진핑이 제시한 두 개의 100년 가운데 첫 번째인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의 건설’을 완성해야 하는 2021년이 바로 이번 제13차 5개년 경제계획 기간에 포함되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일까. ‘샤오캉’은 유교 경전인 예기(禮記) 예운(禮運)편에 나오는 말로 ‘다퉁(大同) 사회’의 바로 전 단계라고 규정돼있다. 다퉁 사회가 자연스럽게 모든 도덕질서가 규현되는 완전한 이상사회라고 한다면, 샤오캉 사회는 소득의 분배가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잘 이루어져서 구성원들 사이에 아무런 갈등이 없도록 잘 짜여진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다퉁 사회는 다른 말로 하면 ‘천하위공(天下爲公)’, 즉 ‘천하가 공(公) 즉 정의로움을 행하는 사회’이며, 한마디로 ‘이상적인 원시 공산사회’를 가리키는 말이다. 근대적인 용어로 말하면 완전한 공산사회가 이룩되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다퉁 사회에 비하면 샤오캉 사회는 훨씬 현실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 안에 아무런 갈등도 없는, 도덕적으로도 완전한 평등사회가 다퉁 사회라면 샤오캉 사회는 소득의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져 사회 내에 비교적 갈등이 적은 사회, 다른 말로 하면 중산층이 두터워져서 사회가 안정된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중국에서는 1840년 아편전쟁에서 패해 청왕조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캉여우웨이(康有爲), 량치차오(梁啓超) 같은 개혁사상가들과 훙슈취안(洪秀全) 같은 혁명적 사상가들이 나와 중국이 전통적인 불평등 사회에서 불평등이 사라진 다퉁 사회를 이뤄야 한다는 구호 아래 각종 개혁운동이 일어났었다. 그런 다퉁 사회의 개념은 마오쩌둥(毛澤東)에게로 이어져 마오는 사회주의적인 이상사회의 건설을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다퉁 사회를 건설하자는 중국의 근대 사상가들과 이상적인 공산사회를 건설하려던 마오쩌둥의 주장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1978년 12월에 열린 제11기 3중전회에서 권력을 장악한 덩샤오핑(鄧小平)은 그런 이상을 추구하다가 주저앉기보다는 달성 가능한 샤오캉 사회를 먼저 건설하자는 주장을 제기했다. 덩샤오핑의 샤오캉 사회의 건설 주장은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에 이어 현 권력자 시진핑에게도 이어져 덩샤오핑 시대의 ‘샤오캉 사회의 건설’에서 다소 강조된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의 건설’을 2021년까지는 달성하겠다는 정치적 구호를 만들어 내게 된 것이다.

샤오캉 사회 구현 회의적 시각도 있어
특정 사회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로 지니계수라는 것이 있다. 지니계수는 사회구성원들이 부를 완벽하게 고루 나눠 가진 상태를 0으로 표시한다. 또 부가 완전하게 불평등하게, 다시 말해 모든 부를 1인이 소유한 상태를 1로 표시한다. 지니계수가 0.5에 이르면 사회가 불안정해져서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의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중국의 지니계수는 0.469로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에 이르러 혁명이 가능한 상황으로 분류됐다. 중국의 지니계수는 실제로는 이보다 높을 것이라는 게 학자들의 추정이다. 그런 상황의 중국사회가 과연 5년 뒤에 시진핑의 말대로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를 구현해낼 수 있을까.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가 되려면 사회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0.3 정도로는 떨어져야 한다. 과연 2021년에 중국사회의 지니계수가 그 정도로 낮아질 수 있을까 하는 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는 말을 해야 하는 것이 요즘의 중국사회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