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피자 시장을 장악한 회사는 미국의 피자헛이다. 피자헛의 매장은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 걸쳐 3만4000개에 이른다. 피자헛에 이은 세계 제2의 피자 회사는 역시 미국의 도미노피자이다. 도미노피자는 전 세계 60개국에 9000여개의 체인점을 두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피자업계를 주름잡는 피자헛이지만 인도에선 상황이 다르다. 두 회사는 1996년 같은 해에 인도 시장에 진출했으나 도미노피자가 피자헛을 누르고 한참 앞서가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도미노피자는 인도 전역에서 364개의 매장을 설립해 운영했다. 반면 경쟁사인 피자헛의 매장은 120개에 불과하다. 도미노피자가 3배 이상 많다. 또 도미노피자는 글로벌 패스트푸드 체인인 서브웨이(200개)나 맥도널드(211개)에 비해서도 훨씬 많다.



도미노피자는 점유율 면에서도 100억 루피(2500억원)에 달하는 인도 피자 시장의 65%를 장악하고 있다. 10여 년 전인 1999년 인도 피자 시장점유율은 피자헛 46.42%, 도미노피자 21.67%로 피자헛이 명백한 우위였다. 그러나 이 비율은 2010년 말 현재 도미노피자 65%, 피자헛 19%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지난 10여 년간의 인도 피자전쟁에서 도미노피자가 통쾌한 역전승을 거둔 것이다.



글로벌 피자 시장에서는 맥을 못 추는 도미노피자가 어떻게 인도에선 피자헛을 누르고 시장을 장악했을까.



1996년 도미노피자가 인도에 진출했을 때 인도사람 중에서 피자를 맛본 사람들은 매우 드물었다. 당시 피자는 외국인과 상류층을 상대하는 아주 고급식당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낯설고 귀한 음식이었다. 대부분의 인도인들은 피자에 대해 잘 모르고 거부감을 느꼈다.

그래서 도미노피자가 인도에서 맨 처음 한 일은 피자가 무엇인지 알리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인들은 좀처럼 외국 음식인 피자에 선뜻 마음을 열지 않았다. 인도에 진출한 후 5년 동안 연 도미노피자 매장은 겨우 50개에 불과했다. 그것도 모두 대도시권에만 한정됐다. 시골지역 사람들에게 피자는 여전히 낯선 음식이었다.



도미노피자는 2000년부터 본격적인 매장 확장에 나선다. 같은 해에 진출한 피자헛에 크게 밀린 것이 분발의 계기가 됐다. 도미노피자는 2000년 한해 동안 매장수를 100개로 2배로 늘리는 한편 대도시를 넘어 중소도시에도 적극 진출했다.



그러나 이런 확장 정책은 실패로 끝난다. 새로 설립된 많은 매장이 판매부진으로 고전하다 40여개의 매장이 2년도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았다. 도미노피자의 실적 부진은 2005년까지 계속됐다. 2005년 매출은 7억4000만 루피(185억원)에 578만 루피(1억4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실패 원인을 분석한 결과 지나치게 서구적인 피자 맛을 고집한 점, 가격이 경쟁사인 피자헛에 비해 크게 유리하지 않은 점, 훈련된 직원 부족과 관련 설비의 미흡, 중소도시 사람들의 기호와 특성을 잘 모른 채 무조건 시골에 진출한 점 등이 주요 패인으로 지적됐다.

- 인도 도미노피자 매장.
- 인도 도미노피자 매장.

도미노피자는 인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채택했다. 첫째, 피자 맛의 현지화였다. 도미노피자는 인도인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이후 20여개의 새로운 메뉴를 개발했다. 예를 들어 글로벌 피자 시장에선 들어보지 못한 키마 도피아자(keema dopiaza)나 페피 파니르(peppy paneer), 케밥(kebab) 등의 토핑을 개발해 인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도미노피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지역마다 다른 인도인들의 입맛을 고려해 지역별로 맛이 다른 토핑을 개발했다. 경쟁사인 피자헛으로서는 엄두도 못 낼 만큼 앞서 간 맛의 현지화 전략이었다.



둘째, 피자 가격을 대폭 떨어뜨렸다. 도미노피자는 애초 12인치 크기의 피자를 265루피(약 6600원)에 판매했다. 일반 인도인들이 사먹기엔 약간 부담스런 가격이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이유는 페페로니 같은 토핑 재료를 호주 등 외국에서 수입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자헛과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도미노피자는 국내 재료를 사용해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 예를 들어 도미노피자가 판매한 피자마니아라는 대형 피자는 단 129루피(3200원)에 불과했다. 이 같은 가격 파괴에 따라 도미노피자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기 시작했다. 현재도 도미노피자의 가격대는 39~265루피로 피자헛(75~350루피)에 비해 훨씬 싸다.



셋째, 신속한 배달 전략이다. 이를 위해 도미노피자는 ‘30분 내 배달 못하면 피자를 공짜로 준다’고 광고했다. 도미노피자의 가장 공격적이고 중요한 시장 공략 방안이다.



도미노피자의 글로벌 시장 전략은 배달판매이다. 그러나 이는 인도인들에게 먹히지 않았다. 당시 인도인들은 음식을 배달해 먹는 데 익숙지 않았다. 외식은 식당에 가서 먹는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



이런 인도인들의 특성은 피자헛의 캐치프레이즈와 일맥상통했다. 피자헛은 ‘식당에서 외식하듯 편안하게 피자를 먹자’고 광고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미노피자는 배달 판매 대신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포지셔닝한 피자헛에 크게 밀렸다.



도미노피자의 ‘30분 내 배달, 아니면 환불’ 전략은 바로 이런 피자헛의 전략을 깨기 위한 것이었다. 도미노피자의 이 전략은 선풍을 일으켰다. 피자헛도 배달 판매를 하긴 했으나 보통 45분 이상 걸렸다. 피자헛의 배달 판매는 ‘30분 내 배달’을 내세운 도미노피자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넷째, 중소도시 공략을 위한 패밀리 레스토랑의 설립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도미노피자는 초기 중소도시에 진출했다가 쓴맛을 보았다. 도미노피자의 전통적 시장 공략 방식인 배달 판매 위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 10여 년 전만 해도 피자헛은 도미노피자를 앞섰다.
- 10여 년 전만 해도 피자헛은 도미노피자를 앞섰다.

실패 원인을 철저히 분석한 도미노피자는 중소도시 진출 전략을 대폭 수정해 이 지역에 재도전하기로 결정했다. 새 전략은 ‘사람들이 먹으며 놀다가는’ 널찍한 패밀리 레스토랑의 설립이었다.



이는 피자헛의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왜냐하면 시골이나 중소도시 사람들은 피자를 배달해 먹기보다는 식당에 찾아가 먹는 것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미노피자는 중소도시 매장을 대도시보다 훨씬 크게 꾸몄다. 중소도시 부동산 값은 대도시에 비해 싸 이것이 충분히 가능했다.



도미노피자는 대도시권 외에 80여개 중소도시에도 진출해 있다. 현재 도미노피자 총매출의 40%는 중소도시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나온다.



이 회사의 카울 최고경영자는 “인도 중소도시에서는 아직 배달해 먹는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다”면서 “최근 인도 역사상 처음으로 시골지역에서도 피자가 식사 대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도미노피자는 인도 전역에 걸쳐 통하는 무료주문 전화번호를 하나로 통일해 고객들의 주문 절차를 간소화했다. 이런 다양한 전략은 도미노피자가 인도 시장에서 글로벌 최강자 피자헛을 따돌리고 질주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도미노피자가 요즘 인도 전역에서 매달 판매하는 피자 숫자는 자그마치 400만개가 넘는다.



최근 인도 피자 시장은 도미노피자 등이 처음 진출할 때인 1996년에 비해 많이 변했다. 인도의 시장 개방에 따라 인도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변화했고, 경제발전이 급속하게 이루어지면서 중산층 확대와 젊은이들의 소득 증가, 핵가족화, 일하는 여성들의 증가 등으로 인해 피자에 대한 선호가 크게 늘고 있다.



그럼에도 인도 가정이 피자 구매에 지출하는 비용은 전체 음식 구입비 가운데 단지 2%에 불과하다. 그만큼 앞으로 잠재력이 크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도미노피자는 올해에도 70개의 매장을 새로 오픈해 피자헛 등 경쟁사들을 한참 따돌릴 계획이다.



그러나 도미노피자가 현재 앞서간다고 해서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피자 재료 가격 상승 등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피자헛 등 경쟁사의 도전도 치열하다. 인도의 피자 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