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에 참석한 후진타오 국가주석(왼쪽)과 원자바오 총리. 중국 지도부는 향후 우선적으로 추진할 국정과제로 부패 척결 등 정치개혁을 내세웠다.
- 지난 3월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에 참석한 후진타오 국가주석(왼쪽)과 원자바오 총리. 중국 지도부는 향후 우선적으로 추진할 국정과제로 부패 척결 등 정치개혁을 내세웠다.

중국공산당이 창당 결의를 한 것은 90년 전인 1921년 7월 하순이었다. 23일부터 30일까지 일주일간 마오쩌둥을 비롯한 13명의 대표들이 상하이의 한 허름한 건물에 모여 차를 마시면서 ‘역사적’인 비밀회의를 했다. 당시 당원 숫자는 50여명에 불과했다.



중국공산당 당원 숫자는 2010년 말 현재 8000만명을 넘어섰다. 편의상 7월 1일이 창당기념일인 중국공산당은 현재 GDP규모가 세계 2위로 커진 중국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세계 최대, 최강의 정당으로 행세하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은 전문에서 “중국의 각 민족 인민들은 중국공산당의 영도 아래…”라는 구절을 통해 중국공산당이 정치와 경제 전반에 걸쳐 모든 국가 대사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에도 의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중국의 국가목표나 정책 어젠다(Agenda)는 매년 가을에 열리는 이른바 ‘중전회’(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먼저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중전회에서 결정된 국가목표나 정책 어젠다는 다음 해 봄에 열리는 전인대로 넘겨져 지지 결의를 받아냄으로써 정당성을 확보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전국에서 3000여명의 인민대표들이 모여 진행하는 것이 전인대이기는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중국공산당원이고, 인민대표대회의 상설기구의 요직 또한 중국공산당 간부들이 맡고 있기 때문에 회의 결과는 뻔한 것일 수밖에 없다. 올해 봄에 열린 전인대에서 결정된 “경제성장 방식의 전환-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GDP 성장목표를 7%로 하향 조정” 등의 경제정책 기조도 이미 작년 가을의 중전회에서 결정된 내용을 추인하는 절차를 밟았을 뿐이다.



“민주주의 없는 시장경제는 불가능하다”는 서양의 상식을 뒤엎고 30년간의 빠른 경제성장 끝에 중국을 미국 다음의 GDP 세계 2위 국가이자 ‘세계의 시장’으로 만든 중국공산당은 과연 언제까지 ‘당이 주도하는 경제발전’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1978년에 시작된 개혁개방 정책에 따라 이미 전 세계를 향해 열린 사회가 된 중국의 중국공산당 중추 리더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일단의 표현을 원자바오 총리가 지난 6월 27일 런던에서 한 ‘미래 중국이 나아갈 길’이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한 일이 있다.



“미래의 중국은 민주와 법치가 충분이 실현되는, 공평하고 정의로운 국가가 될 것이다. 인민민주는 사회주의의 생명이며, 민주 없는 사회주의는 없다. 진정한 민주는 자유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고, 진정한 자유는 경제적 권리와 정치적 권리의 보장 없이는 불가능하다. 현재 중국에는 부패라는 문제가 존재하고 있으며, 분배의 불공정과 인민들의 권익이 손상되는 폐단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정치체제의 개혁을 추진해서 사회주의 민주법치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 중국공산당 창당 90주년 기념일인 2011년 7월 1일 후난성 성도 창사의 샹장(湘江) 위에서 창당 축하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왼쪽 사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맨앞) 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지난 2010년 10월 1일 국경절(중화인민공화국 건국기념일)을 맞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 있는 인민영웅기념비에 헌화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 중국공산당 창당 90주년 기념일인 2011년 7월 1일 후난성 성도 창사의 샹장(湘江) 위에서 창당 축하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왼쪽 사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맨앞) 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지난 2010년 10월 1일 국경절(중화인민공화국 건국기념일)을 맞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 있는 인민영웅기념비에 헌화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원자바오가 한 연설의 요지는 작년 8월 이후 모두 7번째로 “경제 개혁의 완성을 위해서는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다른 소리를 내고 있다. 총리인 원자바오가 그런 견해를 발표하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인민일보는 지난 5월 25일 “당의 정치 기율은 고압선”이라는 논평을 통해 “중대한 정치문제에 대해 당내에서 이런 말 저런 말이 나오는 것을 당은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바로 다음 날 발표된 “감추어진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서도 “우리 사회에서 다수가 아닌, 힘 없는 군중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한 다음 “그러나 그런 감추어진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이 사회 관리층의 책임”이라고 강조함으로써 원자바오 같은 사회관리층들이 자신의 책임을 버려두고 이런저런 말을 해서 사회를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는 논지를 폈다. 인민일보는 이 두 편을 포함해서 같은 논지의 논평을 모두 다섯 편 발표했다.



원자바오 총리와 인민일보 논평이 벌이는 그런 신경전을 보면 현재 중국사회 내부에는 중국공산당이 앞으로 걸어갈 길을 놓고 보수와 진보, 좌와 우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원자바오로 대표되는 진보, 또는 우익 진영에서는 “지난 30년 동안의 경제발전을 앞으로 더 지속하기 위해서는 정치 개혁이 필수적이며, 정치 개혁을 통해 경제 개혁을 완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인민일보와 그 배후인 것으로 추정되는 후진타오 중국공산당 총서기로 대표되는 보수 좌익 진영에서는 “정치체제의 개혁은 중국을 위험하게 만들 뿐 아니라 중국공산당의 존립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30여 년 전인 1978년 개혁과 개방 정책을 통한 경제발전을 시작하면서 당시 ‘총설계사(總設計師)’로 불리던 덩샤오핑은 자신보다 앞서 한국을 비롯한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네 마리의 작은 용’들이 채택한 “경제발전 우선, 정치 민주화는 다음”이라는 방식의 이른바 신 권위주의(New Authoritarianism)적 정책을 선택했다. 그러나 ‘작은 용’들과는 달리 ‘큰 용’인 중국은 경제발전 30년 만에 이제 앞으로는 어느 길로 가야 하나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는 형상이다. 그 논의의 핵심에 중국공산당이 있으며, 정치체제 개혁을 할 경우 제일 먼저 수술대에 올라야 할 중국공산당의 앞날도 창당 90년 만에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공산당이 맞는 이번 가을은 결코 조용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의 중국공산당 지도부 완전 개편의 밑그림을 완성해야 하고, 앞으로 10년 후가 될지 20년 후가 될지는 모르지만 중국공산당이 살아남기 위해서 받아야 하는 수술에 대한 논의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이번 가을에 열릴 중전회이기 때문이다.



물론 중전회의 결정과 상관없이 중국 경제의 고속성장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작년의 경우 원자바오 총리가 연초에 “8% 성장 관철”이라고 촉구했으나, 연말의 경제성장 결과는 10.3%라는 고성장을 기록했고, 올해도 작년 가을의 중전회 결의에 따라 8%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이미 전반기에 9%를 상회하는 성장률을 올리고 있다. 지난 30년간 각 지방의 공산당 지도부들의 업무 목표가 GDP성장률 지상주의였고, GDP성장률을 다른 지방보다 높게 만드는 것이 출세의 바탕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그러나 경제 개혁과 정치 개혁의 관계를 둘러싼 중국공산당 내의 논쟁은 장기적으로 중국공산당의 운명뿐만 아니라 중국의 운명도 바꾸어놓을 전망이다.

- 지난 6월 독일을 방문한 중국 원자바오 총리(오른쪽)가 독일 메르켈 총리와 회담하기 앞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지난 6월 독일을 방문한 중국 원자바오 총리(오른쪽)가 독일 메르켈 총리와 회담하기 앞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