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타이어는 중국에서 공장 대형화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 사진은 중국 장쑤성 화이안공장.
- 한국타이어는 중국에서 공장 대형화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 사진은 중국 장쑤성 화이안공장.

중국에는 200여개의 중국 토종 회사를 포함해 300개 가까운 크고 작은 타이어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데다, 매년 타이어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타이어 생산량은 8억3200만개로 전년 대비 8.5% 정도 늘었다. 중국의 1년치 타이어 생산 증가량은 한국의 연간 총생산량을 초과할 정도로 많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2011년부터 추진 중인 제1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서 타이어 분야와 관련, 향후 5년 내에 중국 업체가 시장 점유율 50%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강력한 자국 산업 육성 의지를 노골화하고 있다. 타이어 업체들에게는 ‘기회이자 위기의 땅’인 중국 대륙에서 한국타이어는 9년째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2011년에도 신차용 타이어에서 약 20%, 교체용 타이어 분야에서 약 15%의 점유율을 올렸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글로벌 판매량에서는 한국타이어의 순위가 7위이지만 중국에서는 평균 점유율 18%에 매출 1조7000억원으로 브랜드 파워를 발휘하고 있다”며 “전년 대비 지난해 매출 성장률은 25%에 달했다”고 말했다.

1994년, 한국타이어는 중국 베이징에 중국지역본부를 세운 다음 국내 생산 타이어를 수입판매함으로써 중국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인한 경기 위축과 해외 사업 진출에 대한 신중론을 뚫고 한국타이어는 1998년에 중국 연구개발센터(China Technical Center)를 세우고 99년에는 저장성 자싱(嘉興)과 장쑤성 화이안(淮安) 2곳에 공장을 준공해 중국 내 현지 상품개발과 생산에 돌입했다. 3000만달러가 넘는 투자를 통한 한국타이어의 중국 공장 설립은 중국에서 최초의 외국 기업 소유 타이어 공장이었으며, 중앙 정부의 승인을 얻어낸 첫 외국계 타이어 기업이었다. 한국타이어가 지금처럼 우뚝 서게 된 요인은 무엇일까.

- 한국타이어 중국 저장성 자싱공장
- 한국타이어 중국 저장성 자싱공장

최고 품질로 중국인의 마음 사로잡아

중국 자싱과 화이안 공장에서 첫 생산을 앞둔 1998년, 한국타이어 중국 법인 관계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낮은 노동 임금을 활용해 범용 제품을 싼 값에 내놓을 것인지, 또는 높은 기술력과 품질을 갖춘 고급 제품을 중국 시장에 내놓을 것인지를 놓고 논의를 거듭한 것이다. 첫 생산출하 날짜가 불과 7개월 남은 시점에서 회사 측은 신상품을 개발해 브랜드 파워와 이미지를 높이는 쪽을 선택했다. 토종 메이커들은 물론 폴크스바겐 등 중국 진출 글로벌 기업들에게 공급하는 타이어 개발을 위해 밤낮 없이 매달렸다. 그 결과 진출 초기 한국산 및 아시아 공통 시장용 타이어를 들여와 판매하던 안일한 방식에서 벗어나 중국 노면에 적합한 중국 고객만을 위한 차별화된 상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이 제품들은 중국 진출에 성공의 서광을 비춘 신호탄이 됐으며 만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철저하게 중국 시장에 맞는 상품개발 노력을 계속한 끝에 한국타이어는 중국 공장 본격 가동 4년 만인 2003년 미쉐린, 굿이어 등 중국에 먼저 진출해 있던 글로벌 메이커들을 제치고 승용차용 타이어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규모의 경제로 비용 절감 극대화

한국타이어의 중국 소비자 만족 노력은 유통분야로까지 뻗어가고 있다. 한국 내에서 소비자들에게 신뢰와 편의성을 동시 제공해 성공한 토털 자동차 서비스 전문점인 티스테이션 1호점을 2007년 4월 중국 상하이에 오픈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60여개의 티스테이션을 운영 중이다.

티스테이션은 매월 평균 약 350~400본의 타이어를 판매하고 있으며, 매일 약 80~100대의 차량이 방문해 타이어 구매와 펑크 수리, 오일교환, 세차 서비스 등을 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티스테이션을 중국에서 2015년까지 240개로 확대하고 타이어 타운(Tire Town) 같은 리테일숍을 전면 업그레이드해 다양하고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측은 티스테인션과 타이어 타운 등의 명칭을 ‘한국 마스터즈’로 통합해 중국내 판매 기반을 더욱 공고하게 다진다는 방침이다. 올 연말까지 ‘한국 마스터즈’를 300개로 추가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타이어의 중국 성공 비결 가운데 다른 하나는 ‘규모의 경제’ 달성이다. 자싱공장의 경우, 경트럭용 타이어를 포함해 하루 6만개, 연간 2000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한다. 연산 2400만개로 세계 최대 규모인 대전·금산공장과 맞먹는다. 또 승용차 타이어 생산량으로만 볼 때는 자싱공장이 세계 최대 규모다. 글로벌 타이어 업체들이 매일 최소 2000~5000개에서 최대 2만~3만개를 생산하는 소규모 공장을 전 세계에 분산하는 전략을 쓴 것과 달리, 한국타이어는 ‘공장 대형화 전략’으로 승부를 건 것이다. 최근에는 미쉐린·브리지스톤 같은 회사들도 한국타이어를 벤치마킹해 공장 설비 확충을 서두르고 있다.

정일용 한국타이어 기업커뮤니케이션 팀장은 “타이어는 미리 수주한 물량을 정해진 기간까지 선박으로 나르기 때문에 운송비의 비중이 크지 않다”며 “한국타이어는 규모의 경제의 효율성을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R&D)센터들도 업무 분담과 특장화를 통해 개발 비용 지출을 줄였다. 한국연구소에서는 연구를 총괄하고 중국과 유럽, 미국에서는 현지용으로 특화하는 부문을 맡는 방식으로 중복 개발비로 낭비되는 요인을 극소화했다.

한국타이어가 중국 중앙정부의 국가급 개발구로 지정돼 있는 충칭(重慶) ‘양강신구(兩江新區)’ 지역 내 총 52만8300㎡(16만평)의 부지에 1조원을 투입해 2015년까지 중국 내 제3공장을 완공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공장은 승용차용 타이어 1000만개, 트럭·버스용 타이어 150만개 등 연간 1150만개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3000만개의 생산능력을 갖춘 자싱, 화이안 공장과 더불어 중국에서만 4150만개의 연간 생산 능력으로 중국 내 1위로 도약하게 돼 중국 시장 공략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지역본부장인 이병진 한국타이어 전무는 “타이어 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가장 잘 적용되는 산업 중의 하나”라며 “판매량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생산능력 확보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주요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측은 대체용(Replacement) 시장과 신차용(Original Equipment) 시장 모두에 물량 공급 확대를 노리고 있다.

중국 내 20여개 완성차 업체에 타이어 공급

뛰어난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한국타이어는 현재 상하이 폴크스바겐, 일기(日汽) 폴크스바겐, 베이징 현대, 둥풍열달(東風悅達)기아, 둥풍닛산을 포함한 중국 내 20여개 완성차 업체에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가장 공급량이 많은 곳은 폴크스바겐 계열이다. 일기(日汽) 아우디의 A6L, New A6 및 상하이 폴크스바겐의 파사트(Passat) 등 고급형 세단에도 한국타이어가 장착되는 등 중국 내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현재 로컬 자동차 회사인 천진일기, 해마기차, 상해기차, 광주기차 등에도 타이어를 공급해 중국 내 독보적인 타이어 메이커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도 중국 상황에 대해 방심할 수만은 없다. 지난해 3월 같은 한국 기업으로서 중국에 진출한 K타이어가 중국 CCTV로부터 불량품 제조 공장으로 낙인찍혀 일방적인 흠집 내기를 당하는 등 예측불허의 사태가 수시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한국타이어는 평소 공장 품질 관리를 최우선 지표로 관리하고 있다.

“매월 본부장이 직접 공장을 방문해 ‘품질 이슈 & 모니터링 회의’를 직접 주관하며 품질 관리에 적극 개입하고 있습니다. 또 중국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해 시장에서 어떤 품질 이슈가 발생해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습니다.”(이병진 전무)

각 사업장별로 사회공헌활동, 매체 홍보활동, 정부·기관 유대관계 강화활동 등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도 벌이고 있다. 자싱공장의 경우 대규모 비용을 투자해 타이어 제조 시 발생하는 악취를 90% 이상 제거할 수 있는 친환경 설비(농축 축열 촉매연소시스템)를 갖췄다. 환경문제를 잘 해결해 지역 주민의 안전과 건강을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화이안공장도 최근 지역 정부기관에 소방차를 기증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이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모터스포츠 마케팅 활동도 펼치고 있다. 중국에서 열리는 최고 권위의 모터스포츠 대회인 ‘중국 서킷 챔피언십’과 ‘중국 랠리 챔피언십’ 후원 및 참여를 통해 타이어뿐 아니라 자동차 업계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차별화된 기업 이미지와 프리미엄 브랜드 입지를 다지고 있다.

Mini Interview l 이병진 한국타이어 중국지역본부장(전무)

“성공비결은 철저한 현지화”

“중국 진출 성공 비결은 한마디로 ‘철저한 현지화’입니다. 회사 이름의 현지화, 상품의 현지화, 인력의 현지화 3개에 주력했습니다. 중국 진출 시, 회사이름을 ‘한타이룬타이(韓泰輪胎)’ 라는 중국식 이름을 사용해 고객에게 ‘한국’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할 수 있도록 유도했고, 치밀한 시장조사 끝에 중국 도로 상황 및 고객 니즈에 적합한 중국 전용상품을 개발해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판매했습니다. 중국 노면 조건에 적합한 중국 고객만을 위한 상품을 공급한 것이지요.”

한국타이어는 실제로 현재 8000여명의 전체 임직원 가운데 한국인 주재원은 80명(약 1%)만 두고 있다. 철저하게 중국인에 의해 운영되고 제품이 판매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공장의 핵심 인력인 생산관리팀장을 중국 현지인으로 임명했고 최근에는 판매를 총괄하는 본부 팀장들도 현지인으로 배치해 사내 현지 직원들의 동기부여 상승효과도 거두었다”고 말했다.

- 현지 중국인 관리가 어려울 텐데. 어떻게 관리하고 인재를 키우는가.

“기본 원칙은 공정하게 평가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 현지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 등급 제도’ 및 ‘신(新)평가보상 제도’ 등을 도입·운영하여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인을 위한 중국회사에 근무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핵심인재 제도를 운영해 개인의 능력에 따라 조직의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가 열릴 때는 8000여명의 모든 직원들에게 엑스포 관람 기회를 줬고 최대 명절인 춘절(음력설) 때는 직원들에게 귀향 버스를 제공하는 등 직원 복지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 한국식 교육과 문화 전수는 어떻게 하나.

“각 사업장에 한국과 동일한 교육 조직과 프로그램을 도입해 신입사원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시행한다. 올해는 상하이 본부에 ‘리테일(Retail) 교육팀’ 을 신설해 내부 인원뿐 아니라 당사 제품을 판매하는 판매점 직원 대상으로 한국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던 ‘세일즈 스킬(Sales Skill) 교육’을 하고 있다.”

- 지금까지 중국 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때는 언제이며 어떻게 극복했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 경제 침체기이다. 이 시기에 한국타이어 중국본부 역시 중국 내수판매는 물론 수출까지 큰 어려움을 겪으며 공장 재고가 넘쳐나고 심지어는 공장 가동률을 30% 이상 낮춰야 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비용절감, 이익 최소화를 통해 브랜드 포지션을 유지하는 전략을 시행했다. 결과적으로 회사 내부적으로는 직원 단합을 유도해 내실을 다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내수 부양 정책 등에 힘입어 단기간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 중국 사업에서 가장 힘든 일은.

“뭐니 뭐니 해도 중국인의 정서를 이해하고, 마음을 사로잡는 일이다. 내부 직원뿐 아니라 모든 중국 사업 파트너를 대상으로 마찬가지다. 여러 기업들이 중국 사업 초기 한국적 마인드를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수행하다 실패하는 사례를 많이 보았다. ‘중국을 이해하고 중국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국 비즈니스를 성공시키는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