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장사’에 불황은 없다. 어차피 먹어야 해서다. 하지만 장기불황에 빠진 일본은 사정이 다르다. 그런데 이런 경제상황에서 매년 급성장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오쇼푸드서비스다. 이토록 급성장하는 비결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그 성공비결을 살펴봤다.
- 사람들로 넘쳐나는 한 오쇼푸드서비스 점포 모습
- 사람들로 넘쳐나는 한 오쇼푸드서비스 점포 모습

일본 음식시장은 지난해 기준 88조엔의 엄청난 규모다. 그중 외식산업이 24조엔을 차지한다. 적잖은 규모지만 시장규모는 연일 감소세다. 1997년에는 30조엔까지 떨어졌다. 패밀리레스토랑 ‘스카이락’이 점포폐쇄 후 저가 레스토랑으로 변신하는 등 전체 상황은 아주 어렵다. 이 와중에 뚜렷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업체가 있다. ‘교자(만두)의 왕’으로 불리는 ‘오쇼(王)푸드서비스’다. 2005~2010년까지 6년 연속 매출·순익이 전년 대비 100% 성장했다. 2010년은 126%의 최대기록을 세웠다. 2011년 다소 주춤했지만 업계 평균을 대폭 상향하며 선방했다. 

‘사람만이 희망’…인활경영 실천

회사의 성공배경은 품질 대비 저가 공급이다. 내수한파가 엄습한 이후 고객온기는 어디든 저가 인근에만 머문다. 회사의 최대무기는 20~30% 싼 가격경쟁력이다. 경쟁업체보다 확실한 저가파워다. 다만 단순 저가만으론 설명력이 떨어진다. 고객을 모집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아무리 싸도 고객이 안 오기 때문이다. 출혈경쟁으로 장부상황만 악화시키는 악순환일 확률이 높다. 핵심은 집객력(集客力)이다. ‘맛있으면서 싸다’는 가치를 실현한 게 주효했다. 이는 디플레가 만연한 일본사회에서 설득력이 꽤 높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오오히가시 타카유키 사장은 “싸다는 것에 맛있다는 가치가 더해질 때 저가의미가 한층 먹힌다”고 말한다.

언론이 회사의 성공 DNA로 꼽은 핵심비밀은 ‘사람(人)’이다. 일본 언론은 사람에 대한 철저한 고집과 가치추구가 V자 회복과 우상향(↗)성장이라는 성적표를 만들어내는 이유라고 평가한다. 금융위기 후폭풍으로 일본가계의 소비지출이 급감했을 때 회사는 오히려 교자 붐을 이끌며 승승장구했다. 싸고 맛있는 교자는 주머니사정이 나빠진 고객 눈높이와 맞아떨어지며 연일 문전성시를 이뤘다. 언론이 주목한 건 물론이다.

오오히가시 타카유키 사장이 추구하는 가치는 “사람이 생명인 회사”다. 그의 인재중시는 ‘인활경영(人活經營)’으로 불린다. 종업원의 생기 넘치는 활발한 움직임에 전사적 역량을 투입한다. “인간력의 향상이야말로 기업성장을 좌우하는 관건”이라는 신념강조다. 때문에 사원연수는 단발적인 신입사원뿐 아니라 일상적인 전체직원이 대상이다. 상시·반복적 의식개혁으로 고객만족을 본능처럼 몸에 익히는 접객서비스를 완성하기 위한 조치다. ‘인활경영’ 전도사는 상사그룹이다. 상부조직이 변해야 전체까지 의식전환이 조속히 확산된다고 본다. 그래서 본사·상사일수록 더 바쁘다. 또 주문 후 음식을 내주는 단순작업은 지양대상이다. 눈 맞춰 인사하고 음식을 나를 때까지 모든 과정에 인간미를 넣는 걸 중시한다. 즉 매출향상과 가치증대의 일등공신은 현장을 책임진 점장그룹의 향상된 인간력이다. 회사 허리를 책임진 주력파워답게 이들의 존재감과 역할이 오늘의 회사를 만들었다.

그도 그럴 게 부도위기 때 사업을 물려받은 현직사장은 다른 건 다 잘라도 직원만큼은 끝까지 지켜냈다. 적자가 났지만 보너스까지 줬다. 여름·겨울 계절보너스는 물론 특별보너스까지 준 이유는 경영재건에 종업원 도움이 필수라고 봐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원동력이 될 것이란 판단이었다. “종업원을 생각하지 않는 조직은 붕괴한다”는 신념은 결국 옳았다.

특히 점장 권한은 막강하다. 기본메뉴(40종류)를 빼면 재량껏 음식개발이 가능하고 해당점포만의 독자서비스를 할 수 있다. 지역밀착형 점포경영을 위해 권한을 대폭 위양했다. 점장권한이 별로 없는 타사와 구별되는 차별화다. 권한이양 후 본점역할은 후방지원뿐이다. 고객접점이 부족한 본사가 간섭하기보단 사정에 능하고 의욕이 충만한 점장에 맡기는 게 낫다고 본다. 이게 사풍이 됐다. 회사의 향후전략 중 하나인 점포개장 권한도 점장에게 전폭 내줬다. 

- 오쇼의 음식은 값이 싸면서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특히 교자만두는 오쇼푸드서비스 부활을 이끈 메뉴다.(위) 오쇼푸드서비스는 할인쿠폰 금액만 연 1억3000만엔에 달할 만큼 혜택이 많다.
- 오쇼의 음식은 값이 싸면서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특히 교자만두는 오쇼푸드서비스 부활을 이끈 메뉴다.(위) 오쇼푸드서비스는 할인쿠폰 금액만 연 1억3000만엔에 달할 만큼 혜택이 많다.

20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수두룩

타사와 차별되는 또 다른 결정적인 포인트는 무차별주의다. 정규직은 물론 아르바이트·파트직원 등 비정규직이 일하기 좋은 직장환경을 정비했다. 현재 회사엔 정규직이 1700명을 웃도는데 비정규직 규모는 이를 초과한다. 이중 20년 이상 근무 중인 비정규직이 80명이 넘는다. 이직률 높은 음식업계에서 비정규직이 20년 넘게 일하는 경우는 사실상 거의 없다. 비정규직이 오래 일하는 비결은 역시 인간력을 강조하는 회사철학에 답이 있다. 비정규직이라도 원하는 근무시간을 재량껏 선택하도록 했다. 자녀양육이 신경 쓰이는 엄마직원이면 오후 2시에 퇴근할 정도로 유연성을 갖췄다. 인간력이 강조·실천되는 작업환경의 실현이다. 다양한 근로보람은 그 결과다. 일회용품의 비정규직이 아닌 한 사람의 근로자로서 느끼는 일의 보람이다.

무차별주의는 복리후생에도 적용된다. 오쇼는 비정규직에게도 확실한 보수체계를 적용한다. 일례로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장기근속의 장려여행에 차별은 없다. 10년 이상 근속이면 하와이여행을 보내주고 20년이면 하와이 부부티켓을 제공한다. 30년이면 유럽여행을 부부가 회사경비로 즐길 수 있다. 유일한 차별은 비정규직일 경우 일한 만큼의 시간급을 받는다는 것뿐이다. 이외엔 모든 직원이 평등하게 대우를 받는다. 휴가를 쓸 땐 융통성이 많다. 파트직원의 경우 휴가를 낼 땐 건강악화·자녀양육 등 불가피한 때가 많다고 봐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 질책은커녕 남은 직원이 일치단결해 벌충하는 게 기업문화다. 이들 비정규직의 근무의욕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보통의 음식점 파트직원이면 쉬고 있는 다른 종업원에게 본인이 직접 연락해 휴일교체를 부탁하는 등 점포운영에 차질을 줘선 안 되는 게 업계 룰이다.

비정규직의 애사심은 상당하다. 오래 일할 수 있고 요리·접객 등 근무내용도 정규직과 동등해서다. 그만큼 비정규직 실력이 좋다. 그렇다면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더 인간적이지 않을까. 회사설명은 좀 다르다. 구속받기 싫어하는 자발적 비정규직이 적지 않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래서 회사는 대신 보너스제도를 뒀다. 매월 업적우량 점포에 장려금이란 형태로 주는데 1위는 50만엔이다. 이하 30만엔부터 1만엔까지 지급된다. 과거엔 150만엔까지 줬다. 그것도 전액 현금이다. 분배는 역시 점장권한이다. 애사심은 밝고 직원표정에서 확인된다. 직원이 직접 길거리에 나가 자발적으로 쿠폰을 뿌릴 정도다. 아르바이트를 써도 되지만 마음을 담아 전달하기 위해서다. 할인쿠폰 금액만 연 1억3000만엔에 달할 만큼 혜택이 많다.

실적 좋은 점포엔 현금으로 즉시 보너스 지급

사고·도전하는 인력자원이 중시돼 회사엔 표준시스템이 없다. 표준을 만들면 인간이란 안주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때문에 경영테마는 “어제와 같은 걸 오늘은 하지 않는다”로 요약된다. 시스템보다 인간력을 믿는다. 전국적인 체인점은 대부분 표준적인 작업방법·입지·매출목표 등을 설정한다. 맥도날드라면 1인당 4시간씩 쪼개 파트직원을 고용한다. 그래서 인사통제가 아주 완벽히 운영된다. 하지만 이 회사엔 표준기준이 없다. 최선을 다하면 목표는 없다. 표준시스템을 만들면 추후 개혁이 힘들다는 점도 고려됐다. 시스템이란 원천적으로 보수적이다. 표준이 없다는 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신 흉내를 내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회사는 1000개 점포 돌파목표를 내걸었다. 꿈이었던 숫자가 이제 반환점을 돌아섰다. 2012년 현재 600점포를 넘겼다. 직영점이 가맹점보다 2배 많다. 다행스러운 건 공백지역이 많다는 점이다. 출점하지 못한 지역이 많아 희망적이다. 시간은 걸릴 전망이다. 속도경쟁보다 품질경쟁 때문이다. 1개의 점포와 1명의 점장이 탄생하는 데 그만큼 철저한 과정을 거친다. 이를 설명할 때 CEO는 제조업에서나 통용되는 단어를 꺼내든다. “숙련이 축적된 기술자 양성·육성”이 그렇다. 이런 점에서 출점전략은 팽창이 아닌 성장이다. 언제 파열할지 모를 팽창을 경계하기 위해서다. “교자는 가장 간단하면서 가장 어려운 음식이기에 그만큼 고객어필·불만이 잦다는 점에서 맛을 지키고 높이는 기술자야말로 가장 소중하기 때문”이란 게 CEO 설명이다. 흔하디 흔한 교자로 상식을 넘은 특별한 성장신화를 낳은 비결이다.

Tip l CEO연구-오오히가시 타카유키 사장

“어려울 때 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

- 오오히가시 사장은 좀처럼 성공을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의 경영자다. 다만 직원들과 만나는 시간만큼은 자주 갖는다.
- 오오히가시 사장은 좀처럼 성공을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의 경영자다. 다만 직원들과 만나는 시간만큼은 자주 갖는다.

오쇼는 1967년 1호점을 냈다. 창업자 처남이던 오오히가시 타카유키 현 사장은 1969년 입사했다. 1941년 오사카 출생으로 얼음 판매를 하다 회사에 들어온 이후 교자를 구우며 10년 간 일했다. 이후 도쿄·나고야 등 전국출점의 진두지휘 책임자로 선정됐다. 이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성장세는 대단했다. 동시에 다각화를 위해 패밀리레스토랑에 손을 댔다. 부동산투자까지 단행했다. 당연히 부채는 늘어났다. 본업이던 교자는 뒤로 밀렸다. 교자를 공장에서 대량생산 후 점포에선 단순히 굽는 정도까지 전락했다. 창업 2대가 아무리 경영전략이 잘못됐다 지적해도 기존세력은 한 마디로 이를 일축했다. 나중엔 경영회의에까지 그를 소외시켰다. 그래도 오오히가시의 현장순례와 사원교육은 정열적으로 계속됐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장으로부터 호출전화가 왔다. “부(副)란 글자를 이젠 떼라”. 사장 취임 요구였다. 2000년의 일이었다. 취임 직후 회사는 그래도 이익을 냈지만 분명 무리수에 의한 결과였다. 재무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니 장부상 흑자일 뿐이었다. 600억엔에 이르는 막대한 부채가 계산됐다. 게다가 당장 갚아야 할 빚의 상환기간이 속속 다가왔다. 부도위기였다. 지인에게 돈을 빌려 막고 은행에도 빚을 졌다. 은행이 움직인 건 순전히 오오히가시의 인간성과 됨됨이, 그리고 열의를 믿은 덕분으로 알려졌다.

남은 건 경영재건이었다. 1주일간 회사재건을 위해 종이박스에 깔고 자며 고군분투했다. 회고처럼 “그야말로 지옥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부도위기에서의 부활계기는 현장순례에서 얻은 힌트가 주효했다. 여느 날처럼 점포를 돌던 그에게 교자를 먹으로 온 모자의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예전엔 교자 굽는 곳이 보였다”는 엄마 말에 아들이 “그거 한번 보고 싶다”는 답이었다. 무릎을 쳤다. 답은 원점회귀였다. 피어오르는 연기와 굽는 소리, 활기 넘치는 스텝의 조리모습은 곧 실현됐다. 손님과의 장벽을 없앤 오픈치킨이었다. 이때부터 재료를 익히지 않고 점포로 운송해 오픈치킨에서 직접 가공해 고객 앞에서 구웠다. 오쇼 점포에서만 쓰던 특이한 용어도 부활시켰다. 점장권한을 대폭 부여하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다. 지역별 뿌리내리기다. 가령 학생이 음식비가 없으면 식사 후 30분 식기세척만으로 비용을 대체해줬다. 2009년 기준 5000명 이상의 학생이 식기를 닦았다. 스텝과 가위바위보 후 이기면 교자 한 그릇을 공짜로 주는 재미난 점포도 생겨났다. 2002년 오쇼는 드디어 창업 35년 만에 흑자결산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