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조강생산 6억8000만t에 달하는 세계 최대 철강강국이다. 이는 세계 철강소비의 48%를 차지하는 규모다. 세계철강협회(WSA)가 발표한 2011년 세계 조강생산 순위에서 중국 바오산(寶山)철강(이하 바오강)이 포스코를 사상 처음으로 제치고 3위에 올랐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차이나(POSCO-CHINA)는 한국 철강의 자존심을 걸고 중국시장에 나선 첨병이자, 전사(戰士) 집단이다. 1992년 한·중 수교 이전부터 홍콩을 통한 우회수출과 간접수출 방식으로 중국시장에 진입한 포스코는 1991년 베이징사무소를 열어 수출과 중국 현지 생산기지 및 코일센터 투자를 추진했다. 지금까지 40억달러를 중국에 투자해 철강분야 6개사를 포함해 49개 법인에서 212명의 주재원과 6500여명의 중국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 포스코와 중국의 사강집단이 합작해 세운 ZPSS. 포스코가 8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ZPSS는 지난해 외국기업으로는 사상 최초로 100만t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 포스코와 중국의 사강집단이 합작해 세운 ZPSS. 포스코가 8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ZPSS는 지난해 외국기업으로는 사상 최초로 100만t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포스코는 중국에 진출한 외국 철강사로서는 최초로 2003년 11월 지주회사인 포스코차이나를 세웠다. 그만큼 중국 당국과 업계의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현지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진출 초기인 1990년대 초반부터 중국 정부의 기간산업 육성과 경제발전 정책에 적극 호응해 지난 20년간 랴오닝성 다롄, 광둥성의 포산, 장쑤성의 장자강, 산둥성의 칭다오 등에 전기강판, 컬러강판, 스테인리스강 공장 건설 등 일관된 투자를 단행했던 것이 중국 당국에 믿고 상생 발전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하게 심어줬다”고 말했다.

특히 대부분 외자기업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투자를 주저하던 2009년에 경영수지 악화를 무릅쓰고 장자강포항불수강에 3억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중국 정부에 강한 인상을 남겼으며, 이는 향후 원가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외국 철강사 최초로 지주 회사 설립

포스코차이나의 눈부신 성장과 도전을 보여주는 사례는 여럿 있다. 선두 주자는 장쑤성 장자강에 있는 스테인리스 합작사인 장자강포항불수강(張家港浦項不銹鋼·ZPSS)이다. 이곳은 1997년 포스코와 중국의 사강집단이 합작해 세운 회사로 포스코가 8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해 외국기업으로는 사상 최초로 100만t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1999년 연 20만t 규모의 냉연공장 가동을 시작으로 2006년 외국기업 최초로 중국 내에 상공정 설비를 도입해 연 조강생산 80만t 규모의 스테인리스 메이커가 된 데 이어 지난해 40만t 규모의 저가원료 용해설비인 탈린로와 20만t 규모의 냉연 설비를 증설해 스테인리스 일관생산 100만t 체제를 완성한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스테인리스 일관 생산설비 준공으로 포항제철소와 함께 포스코의 전체 스테인리스 조강 능력이 300만t 규모로 늘어 아세리녹스(340만t), 타이위앤(300만t) 등에 이어 세계 2위권의 스테인리스 메이커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말했다.

산둥성 칭다오시 경제기술개발구에 자리 잡고 있는 포스코의 칭다오포항불수강(QPSS)은 노사간 상호 신뢰관계를 확립하고 직원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정해 신뢰와 소통의 문화를 정착시킨 기업으로 호평받고 있다. QPSS의 노동조합격인 공회가 중국정부로부터 ‘전국 쌍수쌍평(雙愛雙評·노사화합) 선진기업’과 ‘직원의 집 전국 우수모델’ ‘산둥성 노사관계화합 대표기업’ 등으로 각각 선정받은 게 그 증거다.

QPSS는 2003년 4월 착공해 연간 18만t의 STS 냉연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프랑스·독일·벨기에 등으로부터 일류 설비와 공법을 도입하고 포스코의 관리경험과 기술을 접목했다. 또 환경보호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생산 환경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바탕으로 고품질의 400개 STS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에서 위상을 더욱 공고하게 하기 위해 포스코는 고기술·고부가가치 강철 분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시작해 올 연말 완공을 목표로 광둥성 포산(佛山)시에 짓고 있는 연산 45만t 규모의 용융아연도금강판공장이 대표적이다. 이 공장은 포스코의 중국 내 첫 고급 자동차 외판용 생산 공장으로 부지면적은 27만㎡(약 8만2000평)에 달한다. 문기수 광둥순더포항강판유한공사 사장은 “자동차 외판 생산은 첨단기술과 세밀한 공정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분야”라며 “세계 1위 자동차 생산국가로 급성장하는 중국 자동차시장에 맞춰 고품질의 자동차 외판을 현지에서 생산·공급하는 체제를 갖춰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했다.

포스코차이나 측은 특히 광둥성을 중심으로 한 화남권에 위치한 전기자동차 기업인 BYD를 비롯해 류저우GM, 광저우 도요타, 광저우 혼다, 둥펑닛산 등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중국 산업의 성숙도에 따라 스테인리스전기강판공장에 이어 자동차 강국으로 도약한 중국에 맞춰 자동차강판공장을 짓고 있는 셈이다. 포스코는 중국의 급부상하는 조선업체들을 겨냥해 지난해 6월에는 중국에 해외 최초 후판 가공센터인 POSCO-CDPPC를 준공했다. 이곳은 연간 40만t 규모의 가공능력을 갖췄는데, 다롄시 창싱다오를 중심으로 한 보하이만의 조선사들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보하이만은 STX대련조선,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기업을 비롯해 중국 3대 조선소 중의 하나인 대련선박중공(DSIC) 등 조선사와 조선관련 부품사가 밀집해 있는 등 중국 조선산업의 핵심 거점이다.

포스코는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훈춘(琿春)에서 국제물류단지 조성도 진행 중이다. 총 1.5㎢의 부지에 조성되는 훈춘 물류단지는 2000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2014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훈춘 물류단지에는 광물자원, 자동차, 컨테이너 등을 옮겨 실을 야적장과 보관·가공·포장 기능을 갖춘 창고 등 각종 물류시설이 들어선다. 훈춘은 중국이 동해 뱃길 가동을 위해 부두 사용권을 확보한 북한 나진항과 북·중이 공동 개발키로 하고 지난해 6월 착공한 나선특구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중국의 관문도시이다.

중국 고객 감동시키는 밀착 마케팅

포스코차이나의 지금과 같은 성과는 사소한 고객 정보도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발로 뛰는 현장 마케팅의 산물이다. 이를 보여주는 마케팅 사례 하나가 있다.

포스코차이나의 한 주재원은 중국 자동차 제조사인 A사에 대한 중요 정보를 접했다. A사는 소재 구입의 75%를 중국 철강사에 의존하고 있는데, 구매처를 다양화하기 원한다는 것과 자국 철강사 제품으로 금형(자동차 부품 프레스시 기본이 되는 형틀) 가공을 할 때 불량이 많이 발생해 현장에서 불만이 많다는 것이었다. 금형은 자동차 생산 단계에서 자동차 모형을 결정하는 첫 단추로, 자동차사들은 금형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금형에 크랙(Crack)이 발생한다면 자칫 생산되는 모든 제품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포스코는 고객사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금형기술 서비스’에 사내 전문가들을 총동원했다.

‘금형기술 서비스’란 금형기술 전문가들이 자동차사 금형 설계 및 조정 기술을 지원하는 것으로,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고 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다. 몇 차례의 회의를 거쳐 고객 성공을 위한 두 가지 목표를 정했다. 첫 번째는 A가 사용하고 있는 타사재를 포스코재로 전환하는 러닝 체인지(Running Change), 두 번째는 고객사의 품질 불량 개선을 위한 금형 기술 지원이었다. 현장조사를 하고 자료를 분석했지만 불량의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포스코차이나 기술서비스 담당자는 매주 고객사 현장을 찾았고, 제품판매 담당자는 격주 단위로 서울 근무 담당자들도 매월 고객사를 찾아가 개선방안을 찾고자 노력했다. 현장조사를 기반으로 좀더 나은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3~4시간에 걸친 토론과 테스트 등 5개월 동안의 시행착오 끝에 결국 고객사만의 특화된 금형 조정을 할 수 있었다.

포스코 담당자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인해 품질 불량 건수가 급감했고, A사는 신차 금형 설계시 포스코가 제안한 금형 디자인을 적용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고객과 상생 파트너십을 구축하고자 고객사의 현장 근무자들에게 금형기술 교육을 실시했다. 다른 철강사들이 기술노출을 우려해 그동안 공개하지 않던 관행에 비춰 보면 포스코의 노력은 파격적이었다. 자기 것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대담한 마케팅을 통해 포스코는 A사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었고 외국 철강사 최초로 구매량의 50%를 공급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포스코차이나 관계자는 “고객은 결코 노력 없이 마음을 열지 않으며, 그 노력도 올바른 방향 아래 꾸준하면서도 전방위적인 것이어야만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 상생과 현지 우수 인재

양성에도 적극적

포스코차이나는 현지화와 지역사회 상생에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1997년 출범한 장자강포항불수강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창립 초부터 지역사회와의 유대 강화 활동으로 장학기금 설립, 교육기자재 기증, 불우이웃돕기 참여, 소방기자재 기증, 지역 주요행사 협찬, 단체 헌혈참여 등을 활발하게 전개해 온 덕분이 크다. 2007년에는 지역 인재육성을 위해 중국 장쑤성 장자강시에 국제학교 건립을 위한 기금 1000만달러를 기부했고 2007년 쓰촨성 지진, 2010년 칭하이성 지진 및 지린성 홍수 등 자연재해 구호금으로 43만달러를 출연했다.

장자강포항불수강은 포스코 고유의 혁신활동으로 ‘현장용 QSS’(퀵식스시그마), ‘마이머신’(My Machine), ‘가시화경영을 위한 VP’(Visual Planning) 등을 2007년부터 도입해 현장의 안전도 제고, 생산성 및 품질수준 향상의 효과를 이뤘다. 또 현지 직원들이 포스코의 혁신문화를 직접 체험하도록 해 회사에 대한 소속감과 포스코 패밀리로서의 자부심도 높여주고 있다.

직원교육에서도 2010년 연간 1인당 교육시간 150시간을 목표로 경영관리, 어학, 정보기술(IT), 기술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 내 진출한 다른 외국기업의 평균 교육목표가 연간 1인당 40시간 정도임을 감안할 때 장자강포항불수강의 150시간 목표는 중국 내에서 최고 수준이다. 특히 2010년에는 미래 핵심 간부를 양성하기 위해 현지 과장급 직원을 3개월간의 자체 관리자과정에 참가시켰고 차장·부장급의 직원들은 중국 최고의 명문대학인 칭화대, 베이징대의 단기 MBA과정을 수료하도록 해 고급관리자로 육성하고 있다.

관건은 글로벌 경제 침체 속에서 공급 과잉상태인 중국 철강 업계가 구조조정을 겪는 기로에 서 있는 환경적 변수이다. 하지만 포스코차이나 측은 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구조조정에 따른 업계 재편으로 고부가·신기술 시장에 대한 욕구가 커질 경우, 친환경 신(新)고로 공법인 파이넥스 등 첨단기술을 갖고 있는 포스코에는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베이징 포스코경영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중국 경제가 양적 고도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면서 철강산업도 중대 기로에 서 있다”며 “포스코는 이에 대비해 이미 자동차 외판, 전기강판 등 고부가가치 판재류의 비중을 늘려왔으며 현재 광둥성 포산에 짓고 있는 공장을 시작으로 제2, 제3의 고부가가치 자동차용 외판 공장을 건설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