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공(農民工).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다. 상상할 수 없는 저임금을 받고 도시의 변두리 열악한 환경 속에 거주하면서 ‘신기루(蜃氣樓)인가, 아닌가’ 하고 눈을 씻고 보게 하던 중국경제의 고속성장을 묵묵히 뒷받침해온 사람들이 바로 농민공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4월29일 발표한 ‘2014 전국 농민공 감측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말 현재 중국의 농민공 숫자는 2억7395만 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 말 현재 전국 인구가 13억6072만 명이니 중국 인구에서 농민공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쯤 되는 셈이다. 중국 인구 10명 가운데 2명이 농촌을 떠나 도시의 변두리로 흘러와 거주하면서 중국 도시의 건설 노동과 제조업을 비롯해서 각종 3D업종의 노동을 담당해주고 있는데 이들이 바로 농민공인 셈이다.

2억7000만 명 기록, 전체 인구 20% 차지
농민공 숫자는 중국이 1980년대 초부터 개혁개방 정책 실시와 함께 시동이 걸린 경제발전이 급속히 진행되는 동안 빠른 속도로 늘어왔다. 그런데 중국 국가통계국이 조사한 2014 농민공 보고서에 따르면, 농민공의 숫자가 늘어나는 속도가 근년에 들어 잇달아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농민공의 증가속도는 지난 2010년 말에 조사해보니 2009년보다 5.5% 증가한 수치를 보여주었고 2011년에는 4.4%, 2012년에는 3.9%, 2013년 2.4%로 증가속도가 차츰 떨어지더니 지난해 말에는 1.9%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머지않아 중국 농민공의 숫자는 감소하는 국면으로 접어들 수밖에 없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 농민공 숫자의 증가세가 지난 5년간 계속 떨어져 왔다는 흐름은 도대체 중국경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일까. 2010년 말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의 결정으로 2011년부터 5년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7.0~7.5% 선으로 떨어뜨리는 이른바 ‘포용적 성장(包容性 增長·Inclusive Growth)’을 하기로 한 데 따른 성장완화정책이 반영된 것일까? 근년에 들어 부쩍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수출과 수입의 부진이 반영된 것일까? 아니면 중국공산당이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인 성장을 추구하기로 한 데 따라 빈부격차가 줄어들어 농민공의 공급이 둔화된 결과일까?

경제 전문 인터넷신문 차이신 네트워크(財新網)는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농민공 숫자 증가 속도의 하락세가 “어쨌든 결과적으로 구인난(求人難)을 가져올 것이며, 경제성장률 하락에 따른 취업난(就業難)과 함께 동시에 진행되는 ‘양난(兩難)’현상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민공 숫자 증가세의 둔화는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흐름 변화에 따른 결과로, 농민공이 담당하던 노동시장의 구조가 “무제한 공급에서 제한적 공급으로 바뀐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진단이었다.

중국의 노동시장은 2010년을 지나면서 저임금 노동력의 부족이 나타나는 ‘루이스 터닝 포인트’를 지났다는 분석이 미국과 유럽에서 제기됐었는데 이제 그런 분석이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게 이 전망의 결론이다. ‘루이스 터닝 포인트(Lewisian Turning Point)’란 197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윌리엄 아서 루이스(Arthur Lewis)가 제시한 개도국 경제발전 단계 이론으로, 농촌에서 무제한 공급되던 저임금 노동력에 의존한 제조업 발전이 한계에 이르면서 고도성장세가 둔화되는 전환점을 말한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은 임금이 높아지면서 2010년대 들어 ‘루이스 터닝 포인트’를 지났다는 분석이 있었다.

중국 농민공들의 임금은 건축현장 종사자들의 경우 한 달 수입이 2013년 2965위안(元·약 52만원)에서 3292위안으로 11.0% 증가했고, 제조업 종사자들은 2013년 2537위안에서 2014년에 2832위안으로 11.6% 증가한 것으로 중국 국가통계국은 발표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임금 부담이 늘어난 셈이었다. 이들 농민공의 연령 구성비를 보면, 지난해 말의 경우 21~30세가 30.2%로 가장 많고 다음이 41~50세로 26.4%, 그리고 31~40세가 22.8%로 세 번째를 차지했다. 농민공의 학력을 보면 중학교 졸업이 60.3%로 가장 많고 대졸자들도 7.3% 포함돼 있었다.

(좌)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올라온 중국 농민공들이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의 한 인력시장 앞에서 종이를 길바닥에 펼쳐놓고 고용해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우) 중국 인구의 20%를 차지했던 농민공 수가 줄면서 중국 경제의 생산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좌)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올라온 중국 농민공들이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의 한 인력시장 앞에서 종이를 길바닥에 펼쳐놓고 고용해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우) 중국 인구의 20%를 차지했던 농민공 수가 줄면서 중국 경제의 생산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농민공 감소로 중국 구인난 심화 예상
중국 농민공들의 숫자 증가세가 꺾였다는 흐름은 이제 더 이상 중국시장에서 노동의 수요가 늘어나면 노동자 공급이 그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응하던, 다시 말해서 “중국시장에서는 필요한 노동력을 얼마든지 공급받을 수 있다”는 개념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수요의 변화보다 다소 부족한 노동의 공급이 예상된다는 분석까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 조성됐다고 할 수 있으며 우리 기업들로서는 중국시장에서 활동하기에 더욱더 어려운 여건이 조성됐다고 해야 할 것이다.

중국 농민공 증가세가 떨어지고 있는 추세는 최근 들어 수상한 등락을 보여주고 있는 중국의 수출입과 함께 잘 관찰해야 할 중국경제의 흐름이다. 중국의 수출은 지난 3월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 하락했고 4월에는 6.4%의 하락세를 보여주었다. 수입의 변화는 더욱 커져서 지난 3월 중국의 수입액은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7% 하락했고 4월에는 16.2% 하락했다. 지난 2012년 11월에 출범한 시진핑(習近平)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시-리 체제’가 과연 이런 수상한 기간에 중국경제에 켜진 빨간 불을 잘 관리할 수 있을 지를 우리는 관측 포인트로 삼아야 할 것이다.

40~50대 농민공의 경우 하나뿐인 자녀들을 농촌에 두고 도시로 와서 건설노동을 비롯한 허드렛일을 한다, 고된 노동의 대가로 받은 임금은 쪼개고 쪼개어 쓰면서 나머지를 농촌에 남은 아이들에게 보내는 눈물겨운 사연을 보여주곤 하던 농민공의 슬픔이 임금 상승으로 해결될지 궁금하다. 해마다 어린이날이면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오던, 도시의 농민공 부모와 농촌에 남은 어린이들이 전화통화로 연결돼 하염없이 나오던 울음이 이제는 좀 줄어들까 기대해본다.

-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중국학술원 연구원 / 前 조선일보 베이징ㆍ홍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