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상하이에서 고속철도 차량 한 대가 고층 주거 빌딩 옆을 달리고 있다. 이다이 이루 정책으로 철도 업종이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다.
- 중국 상하이에서 고속철도 차량 한 대가 고층 주거 빌딩 옆을 달리고 있다. 이다이 이루 정책으로 철도 업종이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다.

“아들 녀석이 겁도 없어요. 은행에서 200만 위안(약 3억5000만원)을 빌려 주식 투자를 한다고 하네요. 이다이 이루(一帶一路·일대일로) 수혜주를 사들이겠다는 거예요.”

이다이 이루, 영어로는 ‘One Belt One Road’, 다시 말해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까지를 연결하는 고대의 육상 실크로드(一帶)와 중국 남쪽 바다를 돌아 아프리카까지 가는 고대의 해상 실크로드를 부활하겠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거창한 계획이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3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다이 이루라는 보난자(Bonanza·횡재)를 찾아 나서는 중국인들이 점점 더 긴 줄을 만들어가고 있다.

고대처럼 낙타를 타고 가는 실크로드가 아니라 고속철로 연결될 중국의 현대판 실크로드 건설 계획으로 중국은 우선 여섯 갈래의 육상 실크로드를 건설할 계획이다. 동중국해 연안의 장쑤(江蘇)성 롄윈(連雲) 항에서 중국 중부~서부~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이른바 새로운 유라시아 대륙교(大陸橋), 중국~이란~터키를 연결하는 철로, 중국~파키스탄 연결 회랑, 또한 방글라데시~인도~미얀마를 연결하는 고속철과 중국~싱가포르를 연결하는 뉴 실크로드, 그리고 중국~몽골~러시아를 연결하는 대회랑(Grand Gallery)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물론 물류와 사회간접자본 투자, 중국과 실크로드 통과 지역에 있는 국가 간 외교관계 강화 등이 뒤따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미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가 설립돼 있고,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관련국들이 속속 투자계획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뜰 도시들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의 수도 우루무치와 카스, 그리고 윈난(雲南)성 쿤밍(昆明), 간쑤(甘肅)성 란저우(蘭州),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 등이다.

중국에서도 경제가 낙후한 중서부 지역의 도시들이 뉴 실크로드가 통과하는 도시가 돼 많은 돈과 사람들이 모이는 지역이 될 거라고 전망한다. 해상 실크를 뜻하는 ‘이루(一路)’를 연결하는 도시들 가운데에는 톈진(天津), 롄윈항과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와 르자오(日照) 등의 도시들에도 밝은 햇빛이 비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어떤 종목들이 이른바 이다이 이루 수혜주가 될까. 우선은 교통 관련주, 다시 말해 철도와 도로, 항만건설과 항공연결 등 관련 산업 주식들이 이다이 이루 수혜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으로는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중국과 라오스 연결 고속철, 중국~태국, 중국~미얀마, 중국~파키스탄,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 연결 철도와 중~타지크스탄 연결 철로 관련 산업 주식들이 이다이 이루 수혜주의 가장 선두에 서게 될 것이다. 철도와 함께 이들 지역을 연결하는 도로 건설 관련 종목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이들 도시들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송유관 건설이나 천연가스관 건설, 그리고 전력 공급 관련 산업체들이 이다이 이루 수혜주 범위에 들어갈 예정이다. 에너지 공급이 이뤄진 다음에는 통신산업 관련주들이 이다이 이루 수혜주로 분류돼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것이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를 연결하는 광케이블 연결계획에도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이미 4000억 위안(약 7조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철도와 도로, 에너지, 통신뿐만 아니라 앞으로 중국과 관련국들의 금융 산업 교류 확대, 문화 교류 관련 산업들의 활발한 부상(浮上)이 기대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다이 이루 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중국이 서진(西進)과 남하(南下), 북상(北上), 동척(東拓)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다이 이루 전략은 중국이 역사상 유례가 없는 영향력 확대를 경제와 정치 문화 등 다방면으로 확장해나간다는 전략이라고 파악해볼 수 있다.

중국 내 학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시작을 하고 보니 너무 거창한 전략이라 앞으로 이 전략의 실현에 50년이 걸릴지, 100년이 걸릴지도 가늠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시진핑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 임기라고 해야 2022년 10월까지 정도가 고작일 텐데, 이다이 이루라는 거창한 국가목표를 자신의 후임자에게 어떻게 계승하게 할 것인지도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중국공산당의 운명이 이다이 이루 전략과 함께 부침할지도 알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로서는 이제 더 이상 의사 교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고, 행동을 예측하기도 힘든 북한을 통과해서 대륙과 유럽을 연결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집착할 때도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이 국가의 운명을 걸고 추진하기 시작한 이다이 이루 전략에 맞추어 한국과 일본을 해저터널로 연결하는 계획의 추진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를 해봐야 한다. 우리의 서해안과 중국 산둥성, 실크로드의 출발점이 될 장쑤성 롄윈항과 해상 철도페리로 연결할 것인지, 아니면 우리 서해안과 산둥성을 해저터널로 연결하는 구상을 만들어 볼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2015년 4월21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정상 회담 직후 해상 이다이 이루 거점항인 과다르항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2015년 4월21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정상 회담 직후 해상 이다이 이루 거점항인 과다르항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일대일로와 한반도 잇는 방안 적극 나서야
더 이상 우리나 북한이 중국의 이다이 이루 전략 실현과정에서 중국 어느 학자의 표현처럼 ‘남북한이 두 개의 고도(孤島)’가 되어서는 안 된다. 중국의 이다이 이루 전략 추진에 맞추어 우리 정부도 태스크 포스를 구성해야 할 것이며, 각 기업들도 중국의 이다이 이루 전략 추진의 향배를 면밀히 살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중국에 공장을 설립한지 오래된 어느 굴삭기 제조업체가 중국 굴삭기 생산업체와의 시장 확보전에서 밀려 기업의 운명이 바뀔 지경이 된 일을 우리 기업들이 다시 겪어서는 안 된다. 굴삭기 제조 산업이야말로 이다이 이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시진핑의 이다이 이루 전략은 거대한 중국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가능성이 충분한 크기의 전략 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흐름을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 중국학술원 연구원 · 前 조선일보 베이징ㆍ홍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