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베이징에서 열린 IT축제 테크크런치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쉬샤오핑.
- 지난해 베이징에서 열린 IT축제 테크크런치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쉬샤오핑.

중국에는 두 명의 유명한 샤오핑(小平)이 있다. 한 명은 중국 경제 발전의 초석을 다진 덩샤오핑(鄧小平)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쉬샤오핑(徐小平)이다. 중국 교육, 창업, 벤처기업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쉬샤오핑은 반드시 알아야 할 인물이다. 왜냐하면 중국 최대 사교육 기업인 신둥팡교육그룹(新東方敎育科技集團·New Oriental Education & Technology Group)의 공동 창업자이자 현재 중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벤처투자자이기 때문이다.

쉬샤오핑은 1956년 장쑤성(江蘇省) 타이싱(泰興)에서 태어났다. 1983년 중국을 대표하는 음악대학인 중국중앙음악학원을 졸업한 쉬샤오핑은 베이징(北京)대 예술교육연구실 교사, 베이징대 중국 공산주의 청년단 위원회 문화부장, 베이징 예술단 예술지도를 맡았다. 1986년 유학 열풍이 불기 시작하자 쉬샤오핑은 캐나다로 유학을 떠나 서스캐처원(Saskatchewan)대학에서 음악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쉬샤오핑은 미국 벨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던 날 그를 찾아온 한 인물로 인해 운명이 바뀌게 된다. 그 인물은 바로 현재 신둥팡교육그룹 회장인 위민훙(兪敏洪)이었다. 위민훙은 1993년 영어 교육에 사업성이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신둥팡교육그룹의 전신인 신둥팡 영어 학원을 세웠다. 중국과 외국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자연스레 유학생 수는 급증했다. 하지만 위민훙은 유학에 필요한 어학교육과 전문 컨설팅을 제대로 제공하는 업체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학원은 급격히 발전해 나갔지만 이를 꾸려나가기가 벅차 최고의 인재를 구하겠다는 마음으로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간 위민훙의 눈에 쉬샤오핑이 들어온 것이다. 쉬샤오핑은 위민훙과 대화를 나눈 뒤 비전을 확신하고 1996년 1월 귀국 길에 올라 신둥팡교육그룹을 공동 창업했다. 이때부터 신둥팡은 쉬샤오핑, 위민훙, 왕창(王强)이라는 ‘삼두마차’로 운영됐다.

그는 베이징 신둥팡 자문회사 이사장, 신둥팡학교 부교장으로 변신해 자신의 새로운 이력을 쌓기 시작했다. 사내에서 그는 주로 중국 유학생 비자, 유학과 인생자문 업무를 담당했다. 외국 유학 경험이 있던 그는 미·중 양국 간 문화 차이에 익숙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해결해 주는 것은 소통의 문제라고 봤다. 주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쉬샤오핑은 “나의 업무는 자문이라 부르지 않았고 문화를 뛰어넘는 교류”라고 말했다.

2006년부터는 변호사, 공인중개사, IT 전문자격증 교육 분야까지 진출하며 발전을 거듭하던 신둥팡교육그룹은 2006년 9월7일 중국 민간 교육업체로서는 최초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단일 교육기업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신둥팡에서 부총재를 맡던 쉬샤오핑은 2010년 돌연 새로운 꿈을 찾아 회사를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쉬샤오핑은 신둥팡에서의 성공경험과 노하우를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 기업에 전수해 주겠다고 다짐하고 교육가에서 엔젤투자자로 변신한 뒤 ‘ZHENGE엔젤투자기금(젠펀드)’을 설립했다.

젠펀드(www.zhenfund.com)가 투자한 곳은 지금까지 100여개 프로젝트에 달한다. 대표적인 투자회사로는 중국의 대표 결혼정보회사로 지난 2011년 5월 8520만 달러의 공모가액을 기록하며 중국 내 혼인사이트 중 처음으로 나스닥에 상장된 결혼정보사이트 스지자웬(jiayuan.com)이 있다. 그는 2007년 4월 신둥팡 창업멤버 2명과 함께 이 회사에 4000만 위안을 투자했다. 또한 중국 최고 B2C 수입품 종합 쇼핑몰 라이트인더박스(Lightinthebox.com), B2C 화장품 전자상거래 사이트 쥐메이요핀(jumei.com),  온라인 식당 예약 플랫폼인 메이찬왕(meican.com) 등에 수백만 달러씩 투자하는 등 특히 전자상거래 업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의 투자결정은 매우 단순하게 이루어진다. 지인이 소개해준 한 회사를 찾아가 20분간 회사 책임자를 만난 쉬샤오핑은 투자를 간절히 원하던 그의 눈에서 끓어오르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에 그는 단칼에 투자를 결정하고 1000만 위안을 즉시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의 투자 방식은 이런 식이다. 평소 그는 ‘투자의 마지막은 사람에 투자하는 것이다. 모든 것의 귀결점은 결국 사람’ 이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쉬샤오핑이 말하는 창업성공의 필수조건은 아이디어와 팀 등 두 가지이다. 그는 “아이디어는 독창적인 의견으로 첫 번째 조건이자 창업의 핵심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7~8년간의 투자경험에 근거해 아무리 번뜩이는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하나의 팀이 없으면 해낼 수 없다고 강조한다. 설령 아이디어가 있다 하더라도 같이 해낼 수 있는 팀이 없으면 창업은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같이 창업할 팀을 찾는 데 있어 3C원칙(Chemistry, Complement, Compromise)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한다. 쉬샤오핑은 “창업은 열정적으로 이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실천해 나가는 과정이다. 실질적으로는 창업은 인생과도 같아 자아를 발견해나가는 과정이고 우리들 인생이 추구하는 가치”라고 말한다.

- 베이징 중관춘에 자리 잡은 ‘신둥팡영어학원’에서 수강생들이 토플 수업을 듣고 있다.
- 베이징 중관춘에 자리 잡은 ‘신둥팡영어학원’에서 수강생들이 토플 수업을 듣고 있다.

중국 벤처기업 100곳에 투자해 성과 거둬
쉬샤오핑은 항상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독려하고 그들의 꿈을 현실로 바꿔 주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쉬샤오핑은 현재 매년 20개가량 프로젝트에 300만~4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의 목표는 기적을 창조하는 것이다. 향후 10년간 200개 회사에 투자해 40~50개를 상장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쉬샤오핑은 자신의 투자 원칙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투자에 있어 성공은 고수익을 창출해내는 것이고, 기업에 있어 성공은 더욱 높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 그리고 인생에 있어 성공은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서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그가 느낄 수 있는 인생의 만족도가 얼마나 되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가 투자를 통해 타인을 이롭게 해 자신을 이롭게 하는(利他自利) 고결한 원칙을 고수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이 전부인 그의 투자에 큰 성공은 없을 수 있겠지만 세상을 바꿀 열정과 변화를 만들어 낼 것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