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유럽 북해(North Sea)는 뜨겁다. 이글거리는 태양 열기 때문이라고? 물론 그렇다. 하지만 그보다 더 북해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유럽 범선 경주대회(The Tall Ships Races)’다. 거대한 배들의 향연으로 장관을 이루는 7월의 북해. 그 현장을 살펴보자.  

유럽 범선 경주대회는 국제 항해 훈련위원회 주최로 매년 유럽 북해를 배경으로 열린다. 1956년 처음 시작했고 현재 31개국이 참가하고 있다. 참가하는 국가가 늘면서 유럽뿐만 아니라 5대양 6대주를 항해하는 프로젝트로 성장했다.

특히 유럽 범선 경주대회는 유럽 젊은 청년들의 도전정신이 돋보인다. 15~25세의 청년 중 항해 기술을 익히고 국제 교류를 하면서 심신을 단련하길 바라는 이들이 참여한다. 그리고 이들의 열정은 7월 북해를 뜨겁게 만든다. 경주대회가 열리는 항구 곳곳에서 느껴지는 젊음과 도전의 기운들! 

- 유럽 범선 경주대회에 참가한 다양한 국가들의 범선.
- 유럽 범선 경주대회에 참가한 다양한 국가들의 범선.

해로(海路) 개발 → 국가 부(富) 확대
유럽의 경우, 15세기부터 수세기를 걸쳐 바다를 장악하는 국가가 세상을 지배했다. 유럽 국가의 수많은 역사는 범선을 이용한 해양의 역사로 기록돼 있다. 해로(海路) 개발은 곧 국가의 부(富)를 늘리는 방법이었다. 수많은 자원과 문화가 배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처럼 범선은 유럽 역사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자산이다. 아직도 유럽 국가들은 바다 강국으로서 세계를 지배했던 시절의 명성을 기억한다. 나아가 젊은이들이 그 때의 기상을 이어받아 미래를 일궈나가길 바란다. 

유럽을 거점으로 시작한 범선 경주대회는 해마다 참가국이 늘어 이제는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축제로 거듭나고 있다.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 대륙이 다른 나라의 젊은이들이 함께 항해 기술을 배우고 교류하는 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범선 경주대회가 열리는 항구는 각양각색의 배들로 넘쳐난다. 특히 60년 전통을 잇는 유럽 15개국의 범선이 눈에 띈다. 세월과 더불어 성능이 훨씬 좋아졌고, 자국의 국기를 높이 단 모습도 위풍당당하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수많은 관중은 환호하고, 범선을 반기는 축포는 항구를 뒤덮는다.

행사를 시작하는 전야제가 치러지는 밤이면 유럽 곳곳에서 모인 청년과 해양 문화를 만들고 누려왔던 세대 간의 교류가 펼쳐진다. 항구를 찾은 시민과 여행객도 각 항구 도시를 느끼며 축제를 즐긴다. 중세 항구 도시에서 펼쳐진 거대한 문화 교류와 무역의 장이 오늘날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범선 경주가 시작되는 아침. 망망대해를 향해 나아가는 젊은이들은 파도와 싸우며  또 다른 항구로 향한다. 그들은 거친 바다 위에서 ‘자연의 숨소리’를 들으며 용기와 동료애를 배운다.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 항해 훈련위원회의 폴 비숍 위원장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범선 경주대회가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당시 그가 강조한 말이다. “항해 훈련위원회는 전 세계에 거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범선 경주대회가 유럽 북해에서 주로 열리지만 회원국이 늘면서 명실상부한 세계 대회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분발해야 합니다. 유럽과 미 대륙을 비롯해 아시아까지 확대해 전 세계 젊은이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 항구에 정박한 범선. 2. 네덜란드 하를링언 항구 3. 2014년 네덜란드 하를링언 대회에 첫 출전한 선원들. 4. 2014년 유럽 범선 경주대회를 취재 중인 사진작가. 5. 전야제 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행사.
1. 항구에 정박한 범선.
2. 네덜란드 하를링언 항구
3. 2014년 네덜란드 하를링언 대회에 첫 출전한 선원들.
4. 2014년 유럽 범선 경주대회를 취재 중인 사진작가.
5. 전야제 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행사.

6000명 젊은이 참가하는 유럽 범선 경주대회
지난해 범선 경주대회에서 만난 16세 소녀 말론의 말이 아직도 귀에 맴돈다. “해양 훈련을 받으면서 아름다운 광경을 봤습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뛰어요. 범선 주위를 맴도는 고래를 발견했는데 꽤 오랜 시간 범선을 따라 항해를 했답니다. 함께 있던 동료들과 그 광경을 보며 가슴이 벅차 눈물이 났던 기억은 평생 잊지 못 할 거예요.”

우승을 점쳐보라고 하면, 거의 모든 참가자가 “자신이 우승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친다. 열여섯의 나이에 첫 항해를 시작한 선원 빌마는 친한 친구에게 청소년 훈련 참가 경험을 듣는 순간 자신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아직 미성년자로 두려움을 많이 느낄 때지만 이들은 긴 항해를 하며 용기와 인내심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추후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범선 경주대회는 배의 크기, 성능에 따라 나눠진 범선이 정해진 코스(항구 3~4곳)를 가장 훌륭하게 항해하면 우승하는 경기다. 우승하는 범선의 수장과 선원들은 하나 같이 말한다. “내 생에 잊지 못할 영광을 얻게 됐습니다. 죽을 때까지 가슴에 품고 살 겁니다.”

지난해 범선 경주대회는 17세기 해양 문화를 지배한 네덜란드 북해의 관문인 하를링언(Harlingen) 항구에서 시작했다. 덴마크, 네덜란드, 독일로 이어진 북해와 대륙 사이의 섬을 사이에 둔 바덴해(Wadden Sea)를 배경으로 펼쳐진 대회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자연의 보고로 불리는 바덴해는 2009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곳이다. 자연을 지키기 위한 인간의 노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역이기도 하다. 네덜란드에 속한 섬은 다섯 개로, 각각 특징과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바덴해와 맞닿아 있는 하를링언은 네덜란드의 해양 문화를 알기 위해서라면 꼭 가봐야 할 곳이다. 지난해 이 항구 도시를 찾았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경주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하를링언으로 들어오는 각국의 범선을 만나기 위해 무려 4시간을 항해했다. 함께 온 전문 사진작가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흔들리는 배 안에서도 한 컷의 베스트 샷을 건지겠다는 의지가 대단했다. 

거의 한 달 동안 이어지는 범선 경주대회의 항해는 전문 항해사만 685명이 참가한다. 국제 항해 훈련위원회 소속의 젊은 훈련생은 6000명가량이 참석한다. 6000명의 젊은이들이 이 대회를 위해 훈련받고, 실제 항해를 하며 도전하고 용기를 얻는다. 당시 만난 한 선원의 설명이다. “돛으로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정확히 진단해야 하고, 항해를 함께 하는 선원과의 호흡도 중요합니다. 거대한 배가 움직이며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로 항해할 수 있는 것은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몫을 성실하게 했을 때에 가능합니다. 이를 배우는 것도 젊은이들에겐 큰 경험이 될 수 있는 것이죠.”

그는 “학교 교육과 더불어 자연 속에서, 그리고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사회 곳곳에서 자신이 어떤 일을 하면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을 지를 찾아내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고 덧붙였다.

올해 유럽 범선 경주대회는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Belfast) 항구에서 시작한다. 7월5일이다. 그리고 노르웨이 올레순드(Alesund)를 지나 크리스티안산(Kristiansand)을 통과해 덴마크의 올보르(Aalborg) 항구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가슴이 먹먹해질 크기의 거대한 돛을 단 범선들이 유럽 각지에서 벨파스트로 몰려들 것이다. 벨파스트는 영국 북아일랜드의 가장 큰 도시로 18세기부터 명성을 얻었다. 아름다운 항구 도시인 것은 물론 다양한 범선을 비롯해 선박을 제조하기에 좋은 조건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 2015년 유럽 범선 경주대회의 출발점인 영국 북아일랜드의 도시 벨파스트.
- 2015년 유럽 범선 경주대회의 출발점인 영국 북아일랜드의 도시 벨파스트.

7월5일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스타트
벨파스트에 도착한 범선들은 모든 문을 열고 이곳을 찾은 방문객을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항해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울 것이다. 여기저기서 “내가 우승할거야”라는 자신감과 함께 유럽 청춘의 도전정신이 빛날 것이다. 이런 기회를 한국 젊은이들도 누렸으면 하는 게 필자의 바람이다. 푸른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청춘들의 도전! 색다른 여행의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유럽 범선 경주대회를 위해 영국으로 떠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른다. ‘올해는 어떤 범선이 우승할까?’ ‘어느 나라 범선이 가장 우수하고 뛰어난 팀워크를 발휘할까?’ ‘지난해에 만났던 청년들은 어떤 모습으로 변하고 성장했을까?’ ‘그들은 또 어떤 꿈을 꾸고 도전하고 있을까?’유럽 범선 경주대회는 유럽 항구와 범선들의 각기 다른 특색을 마주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동시에 참가하는 청년들과의 만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마음 속 울림’은 우리의 삶을 자극할 것이다. 7~8월 유럽 범선 경주대회가 열리는 항구를 찾아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