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0일 밤 10시쯤 중국 남부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시 메이룽(美蓉) 북로(北路)의 경찰 파출소는 120 긴급 출동 전화를 받았다. 부근에 있는 샹장스지청(湘江世紀城) 아파트단지 22층에서 한 남자가 추락했다는 것이었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떨어져 죽은 남자는 32세로, 은행에서 자신이 받을 수 있는 한도의 4배를 융자받아 ‘차오구(炒股·주식투자)’를 했다가 문제가 발생하자 투신자살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6월8일 중국 증권감독위원회는 블로그 웨이보(微博)를 통해 증권사의 신용거래 규제와 공매도 사업 관련 규정을 바꿀 것이라고 발표했다. 신용거래 규제는 증시에 대형악재였다. 상하이 지수는 지난 6월5일 5000을 돌파, 5023.1을 기록했다. 증시가 과열됐다는 판단에 따라 증시를 탈출할 시기를 찾고 있던 눈치 빠른 펀드들은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현물을 매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매도 거래도 했다.

- 지난 7월9일 한 홍콩 시민이 은행에 내걸린 증시 정보를 심각하게 살펴보고 있다.
- 지난 7월9일 한 홍콩 시민이 은행에 내걸린 증시 정보를 심각하게 살펴보고 있다.

6월 한달 동안 시가총액 3조 달러 증발
이에 앞선 6월4일 중국 중부 안후이(安徽)성 성도 허페이(合肥)시 싼리제(三里街) 린후이(臨淮)로의 진시우자위안(錦繡嘉苑) 아파트촌에서는 55세 남자가 쇠망치로 어머니를 살해하고, 때마침 집으로 찾아온 누나를 쇠망치로 때려 큰 상처를 입혔다. 이 남자는 16층 베란다로 나가 뛰어내려 죽겠다고 소리치며 5시간 동안 민경(民警)들과 대치하다가 구조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자는 주식투자 문제로 어머니, 누나와 불화를 빚어왔다고 중국 관영매체들이 전했다.

중국 증시는 지난해 11월21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2년4개월 만에 금리를 예금금리는 2.75%로 25bp, 대출 금리는 5.6%로 40bp 인하한다고 발표한 시점을 계기로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중국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홍콩을 통해 상하이(上海) 주식시장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은 후강퉁(港通)도 발표했다. 인민은행의 금리인하와 후강퉁의 실시는 상하이지수를 지난 해 12월16일에 3000선 돌파, 금년 4월10일 4000선을 돌파하게 하더니, 6월5일 5000선을 돌파해서 5023.1까지 끌어올렸다.

중국의 주식은 크게 A주식(A股)과 B주식(B股)으로 나뉜다. A주식이란 중국 국내기업이 발행한 인민폐 보통주식으로 중국 국내 기관과 기업, 개인들이 사고 팔수 있는 주식이다. 2013년 4월1일부터는 홍콩과 마카오, 타이완의 주민들도 A주식을 사고팔 수 있도록 허용됐다. A주식은 종이 형태로 인쇄되어 발행되는 것이 아니고 전자통장으로 거래되도록 되어있으며, 10% 이상 등락하면 거래가 정지되는 브레이크가 걸리도록 되어 있다.

6월5일 7년9개월 만에 5000선을 돌파해서 5023.1까지 치솟았던 A주식의 상하이 지수는 6월12일에는 5166.35까지 추가 상승했다가 6월19일 하루만에 6.42% 폭락해서 4500선으로 내려앉았다. 7월8일까지 한 달이 채 안 되는 시간에 30% 넘게 폭락해서 3500선까지 폭락했다. 이 기간 동안 3조 달러가 넘는 시가총액이 사라졌고, 이는 그리스가 상환에 힘겨워하던 외채의 6배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그리스보다 중국 증시가 더 세계경제에 위협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판훙(飜紅), 판훙 ! A주식이 하늘도 놀라게 하며 역전(逆轉) 강세로 상승”

판훙이란 증시 용어로, 주식배당금이란 중국어 ‘홍리(紅利)’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마침내 한 달 가까이 폭락을 거듭하던 상하이지수는 7월9일 온 세계의 걱정과 근심을 비웃는 듯, 마치 상하이 서커스라도 하듯 1200종목이 상승세로 돌아서며 7년 만에 최대로 부풀어 올랐다.

상하이 지수가 상승세로 역전된 7월9일 중국 공안부는 중국 증시가 설치된 25년 이래 처음으로 증시의 위법 거래에 대한 수사를 전국적으로 벌이겠다는 발표를 하고 나섰다. 공안부는 증권감독위원회와 합동 연석회의를 한 뒤에 “각종 증권거래의 내막과 정보 누설로 이익을 챙기는 인사이드 트레이딩, 허위 증시 정보의 유통 등 일체의 불법 거래에 대한 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공안부는 경제범죄, 특히 증시 관련 범죄에 대한 베테랑 수사관인 멍칭펑(孟慶豊·58)을 증시 수사 전담 공안부 부부장으로 발탁했다고 아울러 발표했다. 증시 보호에 대한 중국정부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7월13일 밤 상하이에서 그리 멀지않은 중국 중부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 항성(恒生)전자 빌딩에 증권감독원 요원들이 나타났다. 항성전자가 지난 6월15일부터 7월10일까지 상하이와 선전() 두 주식시장 총거래액의 0.104%, 301억 위안(5조5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주식거래를 한 배경을 조사하겠다는 것이었다. 공안부와 증감위가 나서서 증시에 대한 수사나 조사에 나선 것은 중국 정부가 주식시장을 어떻게든 떠받치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행동이었다.

- 주가가 급락한 지난 6월18일 중국 하이난(海南) 지역의 증권사에서 한 투자자가 주식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 주가가 급락한 지난 6월18일 중국 하이난(海南) 지역의 증권사에서 한 투자자가 주식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중국 공안·증감원 합동수사 벌여
1949년 10월1일 정부수립을 선포한 중화인민공화국은 사회주의 국가였다.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의 집권으로 사실상의 시장경제와 자본주의화 체제를 갖추는 과정에서 1990년대 초에 상하이와 선전 경제특구 2개 지역에만 증권거래소가 설치됐다. 중국 경제가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실험용으로 설치된 것이었다.

현재 중국 인구 14억 가운데 10% 정도가 이른바 ‘차오구(炒股·주식을 볶는다는 뜻)라는 이름의 주식투자를 하고, 주식거래자들의 90%가 우리가 개미라고 부르는 개인투자자들이다. 외국인이나 외국기업들은 주식투자자의 10% 이하이다. 중국증시가 그만큼 등락이 심하고 인화성(引火性)이 높다는 점에 우리 투자자들은 유의해야 할 것이다.

-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 중국학술원 연구원 · 前 조선일보 베이징ㆍ홍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