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는 물리적으로나 심정적으로 한국과는 가장 먼 곳에 위치한 지역이다. 최근 원자재와 에너지 그리고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처로 라틴아메리카지역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했지만, 라틴아메리카지역은 우리에겐 너무나도 생소한 미지의 세계다. 따라서 우리와 라틴아메리카와의 관계는 상당히 위험한 모험이라는 단점과 엄청난 가능성과 기회라는 이점이 동시에 있다. 

- (상) 중국은 브라질 등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5월19일(현지 시각) 브라질리아의 대통령궁에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 (하) 중국은 중남미지역의 기존 최고 투자국인 미국을 대체하는 신흥 투자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지난 2월4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자리로 안내하고 있다.
- (상) 중국은 브라질 등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5월19일(현지 시각) 브라질리아의 대통령궁에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 (하) 중국은 중남미지역의 기존 최고 투자국인 미국을 대체하는 신흥 투자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지난 2월4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자리로 안내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
우리가 라틴아메리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점은 최근이다. 하지만 선진 국들은 이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을 일찌감치 알아채고 전방위적 관계를 형성해 왔다. 전통적으로 단순한 1차재 수출중심의 성장모델을 발전시켜 온 라틴아메리카 지역은 그동안 대내외적인 문제로 세계경제질서에서 수동적인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특히 최근 20년간은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와 협력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의 건설과 에너지 그리고 자원에만 국한돼 있었던 관심영역 또한 역내 경제성장과 함께 제조업, 금융, 통신, 테크놀로지 등으로 확대됐다. 비록 지난 몇 년간 라틴아메리카의 최대 경제대국인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위축되면서 해외 직접투자가 감소하고 있지만, 콜롬비아·페루·볼리비아·파나마·칠레 등이 3~5%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역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등장했다.

따라서 라틴아메리카 대륙은 해외투자자들에게는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또한 세계시장에 능동적이고 효과적으로 통합되기 위해서 자국의 산업능력과 인프라를 향상시킬 투자유치를 적극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관료주의적 관행을 개선하고 법과 제도를 정비해 효율적이고 투명한 투자환경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흔히들 중남미 지역을 단일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언어를 공유하는 동질적인 지역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는 33개국과 6억의 인구 그리고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 영어 등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이질적인 지역이다.

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념과 경제정책도 상이하다. 콜롬비아, 멕시코, 페루 그리고 칠레는 보다 정통적이고 실리적인 정책을 선호한다.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볼리비아 그리고 아르헨티나는 민족주의적이고 민중주의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중남미지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해당국가의 언어로 소통하고, 문화와 정책성향을 이해하고 신뢰에 기반을 둔 비즈니스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라틴아메리카 지역은 전 세계 지표면의 15%를 차지하는 면적에 전 세계 8%에 달하는 인구가 살고 있다. 전 세계 삼림지대의 23%와 강우량의 29%, 생물종의 60~70% 그리고 수자원의 30%를 가지고 있는 자연환경이 매우 풍부한 지역이다. 뿐만 아니라 전체 면적의 47%가 삼림지대이며, 전 세계 연료의 31%, 석유의 13%, 구리의 47%, 콩의 48%, 소고기의 31% 그리고 옥수수의 16%가 집중돼 있는 자원의 보물창고와도 같은 지역이다. 라틴아메리카 지역은 앞으로 인류의 생존 그리고 번영과 관련된 환경, 자원, 식량이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지역이니 만큼 우리에게도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모두 투자 줄일 때 돈 쏟아 붓는 중·일
우리가 눈여겨 볼 만한 현상은 최근 이 지역에서의 중국의 행보다.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중국은 특별히 이 지역에 많은 관심과 공을 들이고 있다. 최고위급 인사들의 빈번한 방문과 파격적인 투자 그리고 조건 없는 지원이 이를 입증해 준다.

해외직접투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무엇보다도 거시경제적 지표 그리고 안정적인 법과 제도다. 라틴아메리카는 견고한 경제성장을 이루며 시장친화적인 법과 제도를 갖춘 국가들과 민족주의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국가들이 교차하는 지역이다.

최근 일부 전문가들은 좌파성향의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그리고 아르헨티나에서의 경제불안과 낮은 경제성과를 우려하고 있다. 이에 많은 기업들이 이들 국가들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아예 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의 경우에는 거시경제지표의 악화에도 오히려 투자와 원조를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2014년 한 해 동안 라틴아메리카에 자그마치 220억 달러를 투자했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라틴아메리카에 빌려준 차관만 해도 무려 102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미국의 차관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최근 베이징에서 개최된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국가들과의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은 “앞으로 10년간 중국은 라틴아메리카에 2500억 달러를 투자하게 될 것이며,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공동체(CELAC) 33개 국가들과 5000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거래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특히 역내 경제전망이 가장 불확실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대해서도, 중국은 향후 5년간 5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르헨티나와는 원자로 아뚜차 3호기 건설에 합의했고, 식량과 농산물산업,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개발 산업을 비롯한 에너지와 석유화학관련 산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은 라틴아메리카에서도 가장 산업화된 국가이기 때문에 현지 자동차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등 제조업분야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종래 중남미지역의 최고 투자국인 미국을 대체하는 신흥 투자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라틴아메리카 진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유일하게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를 넘어서는 니카라과운하 건설에 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 운하가 건설되면 중국은 안정적으로 원자재와 에너지를 수송할 수 있게 된다. 현재의 경제발전모델을 유지해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원자재의 안정적인 확보가 우선적으로 중요하다.

일본 역시 다른 국가들이 경제위기상황에서 투자에 신중한 것과 달리 투자를 확대했다. 도요타의 경우, 경제적 전망이 가장 불투명한 아르헨티나 시장에서 모두가 투자를 철회하고 축소하는 것과는 달리 투자를 확대했다. 경제전망이 가장 어두웠던 2011년 생산과 고용확대를 위한 8억 달러의 투자를 발표했다. 도요타의 과감한 투자확대는 아르헨티나정부의 강한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됐고, 이중환율구조와 외환위기 속에서 대다수의 다국적 기업들이 결제와 송금에 어려움에 겪었으나, 도요타는 행정적 편의를 제공받았다. 

- 지난해 7월 베네수엘라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만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 지난해 7월 베네수엘라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만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공식적인 관계 이전에 먼저 ‘친구’가 돼야
오랜 수탈의 역사를 경험한 라틴아메리카지역은 외국인 투자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지만 불균형한 교역관계에 매우 민감하다. 따라서 자신의 이윤추구에만 관심이 있는 해외자본에 대해서는 시선이 곱지 않다. 따라서 어려운 시기에 투자를 확대해 투자대상국의 고통을 분담하고, 단기적 이익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이익을 고려하고, 간접시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태도는 평화적이고 우호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동반성장에 대한 기대를 심어줌으로써 서로를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 내지 친구로 인식하게 만든다.

라틴아메리카 지역은 비공식적 제도와 관계가 중요한 지역이다. 즉 공식적인 관계에 앞서 ‘친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 간, 기업 간 관계에 있어서 공식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전에 비공식적인 관계를 통해서 ‘친구’를 만드는 것이 경직된 법과 제도를 부드럽게 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방법이다. ‘공동의 번영’, ‘상호보완적 협력관계’, ‘동반 성장’의 이미지를 구축한다면 라틴아메리카는 향후 한국경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기회의 대륙이 될 것이다.

 

※ 손혜현 한국외국어대 중남미연구소 초빙연구원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중·고교 시절을 보냈다. 중앙대 정치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이화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1년 재직 중이던 한국외국어대 중남미연구소 연구교수직을 그만두고 아르헨티나 유학길에 올라 현재 아르헨티나 토르꾸아토 디 텔라 대학 정치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한국외국어대 중남미연구소 초빙연구원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