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라이(未來)공업은 주택 등에 사용되는 전기·급배수·가스설비 등의 소재 및 자재를 생산한다. 소속 직원은 약 800명이며, 자회사는 8개다. 상품 라인업이 2만개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긴 해도, 회사덩치나 사업무대 등은 평범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낙양지가(洛陽紙價)의 파워업체로 통한다. 왜 그럴까. 미라이공업의 성공 비결을 살펴보자.

일본 미라이공업은 가히 명품기업이다. 이유는 많다. 업무량과 마감이 없다. 잔업도 없다. 더욱이 일하라고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도 없다. 문제가 생기면 현장에서 판단·행동한다. 직원은 모두 정규직이다. 잘릴 일은 더더욱 없다. 철저한 연공서열에 종신고용이 보장된다. 그런데도 연봉은 높다. 휴가는 넘쳐난다. 말 그대로 막 퍼주는 회사다. 

미라이공업은 이렇게 직원들을 대하는데도 망하기는커녕 오히려 승승장구다. 장부를 보면 장사를 꽤 잘한다. 지난해 1분기 매출은 272억엔, 당기순이익은 14억엔이었다. 물론 전년 대비 모두 늘었다. 창업 이후 적자기록은 한 번도 없다. 경상이익률은 들쭉날쭉해도 15% 내외를 기록한다. 일본 제조업 평균이 3%인데 이 정도면 상당한 성과다. 일등공신은 10여개를 웃도는 국내점유율 1위 제품이다. 또 제품 중 98%에 특허란 영광이 붙는다. 그러니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일본 재계의 문제아로 평가된다. 

미라이공업은 4명의 연극동기생이 함께 만든 회사다. 수백장의 연극포스터가 붙은 사무실 한쪽편에서 포즈를 잡은 야마다 아키오 창업주.
미라이공업은 4명의 연극동기생이 함께 만든 회사다. 수백장의 연극포스터가 붙은 사무실 한쪽편에서 포즈를 잡은 야마다 아키오 창업주.

창업주 ‘중소기업 경영의 신’ 추앙받아

철저한 직원감동 경영이다. 감동받은 임직원이 앞다퉈 충성을 맹세한다. 일본판 꿈의 직장이란 자부심 덕분이다. 회사는 기후(岐阜)현 산골짜기에서 1965년 탄생했다. 연극으로 만난 4명이 창업멤버다. 후발업체이면서 대형경쟁사를 능가하는 톱 레벨 제품을 연속해 개발함으로써 안착했다. 벽에 숨겨진 전기코드의 배선관 혹은 콘센트 스위치 속의 슬라이드박스 등을 만드는 회사다. 

창업주는 야마다 아키오(山田昭男)다. 올해 81세인 노구다. 수년 전 병을 앓아 몸이 꽤 불편해졌지만 활동은 비교적 왕성하다. 독특하고 튀는 성격의 소유자다. ‘중소기업 경영의 신’이란 별명처럼 상식파괴의 경영실천으로 집중조명을 받았다. 지금은 고문(상담역)으로 활동 중이다. 매월 10회 이상 전국을 돌며 강연한다.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춘 카리스마 경영자란 평가다. 후임은 4명의 창립멤버 중 한 명에게 물려줬다. 그는 전쟁시절인 1931년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연극에 미쳐 부모와도 의절했다. ‘순전히 먹고 살려는 이유’로 극단친구 4명과 회사를 세웠다. 책도 여러 권 냈는데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즐겁게 벌다(して、儲ける)>와 <일본에서 가장 사원의욕이 높은 회사(日本でいちばん社員のやるがある社)> 등이 대표적이다. 내용은 하나다. 즐겁게 일하도록 직원을 감동시키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게 줄거리다.

야마다 아키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구두쇠다. 회사 곳곳엔 구두쇠정신이 반영된 놀라운 절약실천법이 가득하다. 이른바 ‘구두쇠(ドケチ)경영’이다. 이유는 명백하다. 직원 감동 때문이다. 스스로 판단·생각해 차별적인 제품을 내놓도록 하자면 회사는 ‘작은 절약’을 극대화해 ‘큰 낭비’에 투자해야 해서다. 불편하지 않은 ‘작은 절약’으로 낭비를 줄여 직원(사람) 본위로 압축되는 복리후생에 ‘큰 낭비’(?)를 한다는 의미다.  이 정도면 설립자는 충분히 독특하다. 여기에 더해 쩨쩨하게 아끼는 건 둘째치고 직원에겐 모든 걸 내놓는다. 가히 따르기 쉽지 않은 사고방식과 캐릭터다. 남의 시선과 고정관념은 거부한다. 승진결정을 보자. 후보자 이름을 종이에 적어 이를 선풍기에 날린 뒤 가장 멀리 떨어진 이가 낙점(승진)되는 식이다. 고교 이상 교육을 받았다면 누구나 회사 간부를 할 수 있기에 굳이 복잡한 인사시스템을 채택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신입사원을 뽑을 때도 제일 빨리 온 순서로 정했다. ‘아무나 뽑는다’는 선정원칙이다. ‘바보라도 한데 모아 신나게 일하도록 만들면 그걸로 인사업무는 끝’이기 때문이다.

직원의 ‘해보려는 의지’를 키워주는 게 설립자의 경영철학이다. 때문에 이를 저해하는 건 뭐든 없애 준다는 입장이다. 풀 수 있는 제약은 가능한 풀어 준다는 경영방침이다. 가령 작업복은 자유다. 하루 근로시간은 7시간15분이고 연간휴일은 약 140일에 이른다. 정확한 비교통계는 없지만 일본 최고의 휴일제공이라는 자랑이 빈말로 들리지 않는다. 임직원은 플러스사고를 몸에 익힌다. 

회사 위치도 이상하다. 본사는 논두렁 한가운데에 있다. 돈을 벌었으니 편한 곳으로 옮길 만도 한데 복지부동(?)이다. 게다가 본사 현관은 늘 깜깜하다. 외부 방문자라면 유령공장처럼 느껴진다. 이는 의도적이다. 낮에는 불을 켜지 않는 게 원칙이다. 생산·근무공간에는 손쉽게 끄도록 형광등에 끈을 달았다. 형광등마다 담당자를 붙여 관리한다. 자리를 비울 때 당기기만 하면 전기절약이 가능하도록 했다. 사용하지 않는 공간은 완전히 단전된다. 문 손잡이 없이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문조차 일부러 개조했다. 처음엔 개조비용이 들어도 결국엔 남는 장사라는 입장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영진과 방문손님을 위한 접대용 회사차는 없애버렸다.

‘총리가 와도 짐차로 모셔올 수밖에 없다’는 자세다. 유니폼도 없앴는데 창의적 발상을 가로막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매년 1만엔의 의복비용을 지불한다. 낭비를 경고하는 안내장도 덕지덕지 붙어 있다. 다섯 걸음에 한 장씩 붙어 있다. 여름엔 에어컨 대신 선풍기만 돌아간다. 설정온도가 27도이니 켜봐야 시원하지도 않다. 인쇄비가 아까워 식권도 안 찍는다. 공장장이 주변배수로를 점검하고 사장이 벽면에 직접 페인트를 칠한다.

없는 것도 많다. 룰이 그렇다. 대표적인 게 호렌소(ホウレンソウ)다. 보고(報告)·연락(連絡)·상담(相談)의 앞 글자(일본발음)를 뗀 말인데 이는 직장인의 필수덕목이다. 그런데 회사는 이를 없앴다. 쓸데없는 짓이라는 판단에서다. 모든 게 현장에 있으니 그곳에서 판단·행동하라는 메시지다. 책임 회피를 위해 상사에게 묻거나(상담) 서류를 작성(보고)하고 일일이 허락(연락)받는 행위야말로 불필요하다. 보고 자체가 없으니 휴대폰이 있을 이유도 없다. 정 필요하면 공중전화를 쓰면 충분하다고 본다. 일률적인 사원교육도 없다.  

1. 지난해 9월 오사카국제전시장에서 열린 설비기계종합전시회에 참가한 미라이공업2. 중소기업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야마다 아키오 창업주(현 고문)는 현역에서 물러난 지금도 매월 10회 이상 전국을 돌며 강연하고 있다.3. 미라이공업은 인간경영을 실천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국내외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본사를 찾는다.
1. 지난해 9월 오사카국제전시장에서 열린 설비기계종합전시회에 참가한 미라이공업
2. 중소기업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야마다 아키오 창업주(현 고문)는 현역에서 물러난 지금도 매월 10회 이상 전국을 돌며 강연하고 있다.
3. 미라이공업은 인간경영을 실천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국내외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본사를 찾는다.

논두렁 한 가운데 본사 둔 괴짜기업

지나친 절약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회사 입장은 명확하다. 절약은 작은 것에 한정된다. 직원을 불편하게 하는 비용절감은 없다. 불편함과 무관한 불필요한 낭비억제에만 매진한다. 불편한 비용절감의 대표사례는 임금삭감·인력감축이다. 이 회사에선 거리가 먼 단어다. 전등을 훤하게 켜놓고 임금을 줄이는 회사야말로 바보라는 게 CEO 지론이다.

대신 직원을 자르기보단 임금을 올려줘 열심히 일하도록 해 돈을 버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다. 즉 큰 낭비다. 또 하나의 큰 낭비는 설비투자다. 아끼는 것에 몰두해 설비투자 등 쓸 때 확실히 쓰지 않으면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 또 그 결정은 현장판단에 일임한다. 실패해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기계를 도입했는데 결과적으로 사용하지 않아도 현장에선 어떤 식이든 쓰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 쓸 일이 없으면 부품전용도 방법이다. 어떻든 회사로서는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

큰 낭비의 대표사례는 직원후생 파트다. 작은 절약도 직원 감동을 위한 재원마련이 목적이다. 아낀 돈과 번 돈은 기본적으로 직원감동에 투여된다. 800명의 임직원 중 비정규직은 없다. 10명 중 3~4명이 비정규직인 일본에선 드문 케이스다. 

해고도 없다. 정년이 70세다. 원래 61세였는데 지난 2006년 단번에 무려 10년을 늘렸다. 종신고용이다. 근무시간은 줄였다. 오전 8시30분 출근해 오후 4시45분에 퇴근한다. 1일 근로시간은 7시간15분이다. 법정 근로시간(8시간)보다 짧다. 타임카드는 없다. 믿으니 가능한 일이다. 휴일은 넘쳐난다. 연간 140일이 휴가다. 일반기업보다 20일이 더 많다. 연말연시엔 몰아서 19일 연속 쉰다. 추석·연말 등 명절엔 2주간 휴가도 있다. 3개월에 한 번씩 10일 휴가가 주어진다. 샌드위치 휴가는 무조건 논다. 개인휴가는 별도다. 육아휴업은 3년까지 있다. 3회를 쓸 수 있으니 최장 9년이다. 아무리 봐도 많이 노는 회사다. 잔업도 없다. 공짜잔업(서비스잔업)은 물론 특근수당이 붙는 유급잔업도 없다. 회사는 잔업 자체를 악(惡)으로 본다. 

미라이공업 신제품의 98%는 특허권을 갖고 있으며 스위치 콘센트는 시장 점유율이 80%에 이른다.

임직원에게 필요한 건 채찍 아닌 당근

급여는 최고 수준이다. 평균연봉이 600만엔대다. 해당지역에선 가장 높다. 연간 보너스는 5.5개월분을 제공한다. 일본 평균(3개월)의 2배다. 성과주의 인센티브는 없다. 나이가 많을수록 월급도 늘어난다. 대부분이 성과확인 후 보상해주는데 이것도 반대다. 서클활동 지원에도 열심이다. 어떤 서클이든 참가하면 월 1만엔을 준다. 파격적인 해외여행도 제공된다.

2011년엔 5년에 1회 가는 사원여행이 예정됐는데 방문지는 이집트였다. 비용은 전액 회사 몫이다. 단일행사에 1억5000만엔이 들지만 약속을 깬 적은 없다. ‘회사가 대우해주면 직원은 반드시 보답해준다’는 게 설립자가 강조하는 경영술의 전부다. 

임직원에게 채찍은 불필요하다. 채찍과 당근이 모두 필요하다는 게 상식이지만 채찍은 효과적인 통제법이 아니라고 본다. 필요한 건 당근뿐이다. 그것도 먼저 크게 준다. 근로의욕은 하늘을 찌른다. 회사는 “많은 기업 중 믿고 선택했으니 정규직으로 최고대우를 하는 건 기본”이라고 했다.

강요하지 않아도 저절로 잘 굴러가는 시스템의 안착이다. 자발의욕이란 그만큼 파워풀한 경영변수다. 물론 업무할당량이나 부여업무는 없다. 일하지 않아도 월급을 받는 게 가능하다. 그런데도 회사는 잘 굴러간다. 자발성 덕분이다. 결과는 스스로 고민·창조해 만들어낸 일류제품들이다. 하루 1~2개의 신제품은 꼭 나온다. 벽면 곳곳에 걸린 ‘늘 생각한다’는 표어의 생활적 실천결과다. ‘경쟁사와 같은 걸 만들면 지기 때문에 늘 생각하고 생각해 차별화하라’는 차원에서다. ‘늘 생각한다’는 건 명령·지시가 아니다. 생각하자는 제안·호소도 아니다. 스스로의 의지로 자발적인 생각하기를 뜻한다. 생각하는 직원집단에 회사파워가 있는 셈이다.

Tip l 야마다 아키오 창업주의 경영철학

“회사의 주인은 사장이 아니라 직원”

야마다 아키오 창업주
야마다 아키오 창업주

“물건을 만든다는 건 대기업이든 영세기업이든 똑같아요. 콘센트와 스위치란 호환성이 없으면 곤란하기 때문이죠. 결국 쓰기 좋은 걸 만들면 팔립니다. 중요한 건 차별성이에요. 다르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남이 하는 건 안 돼요. 반발적 창의성이 관건입니다. 차별화죠. 이것을 제품에 반영하도록 늘 궁리하는 사풍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물론 남들이 따라하겠지만 그런 건 팔리지 않아요. 최초로 선수를 치는 게 그만큼 중요하죠. 작고 싼 상품이라도 반복적으로 궁리해 내놓으면 경쟁사도 포기하게 됩니다. 가격인하로 공격해도 우리는 거뜬해요. 경쟁사가 스위치박스(주력제품) 값을 절반가격에 팔지만 80%의 당사점유율은 굳건합니다.

또 사원이 행복해야 회사가 잘되는 법입니다. 회사는 사장의 것도, 주주의 것도 아니죠. 바로 사원의 것입니다. 자기가 생각해 자기가 좋게 만들면 회사는 저절로 성공합니다. 경영진의 역할은 회사주인인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일하게끔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그들이 웃도록 만들어야죠. 즐겁게 일하는 직장은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제일 중요한 게 금전보상이에요. 그러자니 불편하지 않은 건 최대한 아낄 수밖에요. 그래도 돈은 한계가 있어요. 돈 말고 해줄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니 노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휴가를 대폭 늘렸죠. 대신 잔업도 없고 업무량도 없으며 해고도 없앴습니다.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둔 거죠. 내버려두니 결과는 훨씬 긍정적이었습니다. 작은 절약과 큰 낭비의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