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타지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함께 참석했다. 시진핑 정부는 이 회의를 통해 ‘이다이이루’ 전략을 구체화시켰다.
-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타지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함께 참석했다. 시진핑 정부는 이 회의를 통해 ‘이다이이루’ 전략을 구체화시켰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3월8일 전국인민대표대회 내외신 기자회견장에 나와 2015년 한 해 동안 중국 외교가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갈 것인지를 설명했다. 해마다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리면 총리와 외교부장을 비롯한 국무원 각부 장관들이 내외신 기자회견장에 나와 직접 현안을 설명하는 장(場)이 열린다. 왕이 부장은 이 자리에서 2015년 한 해 동안 중국이 달려갈 국가전략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이다이이루(一帶一路·일대일로) 전략을 전면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영어로 ‘뉴 실크로드’(New Silk Road)로 번역되는 이다이이루 전략을 우리말로 하자면 ‘신(新)실크로드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신실크로드 전략(미국적 개념으로는 ‘뉴 실크로드 이니셔티브’(New Silkroad Initiative)를 먼저 내놓은 쪽은 미국이었다. 지난 2011년 9월29일 로버트 호매츠(Robert D. Hormats) 미 국무부 경제·에너지·농업 차관이 미국 워싱턴에 있는 존스 홉킨스대학 SAIS(School of Advanced International Studies) 센터 아시아-코카서스 연구소 포럼에서 “오바마 미 행정부가 ‘신실크로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실크로드 전략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신실크로드 전략은 미국이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 10년 동안 전쟁을 통해 개입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중심으로,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선상에 있는 국가들의 경제적 재건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 호매츠 차관의 설명 요지였다. 구체적으로는 ‘TAPI’라고 불리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정책으로, 투르크메니스탄(T)의 천연가스를 아프가니스탄(A)을 경유해서 파키스탄(P)과 인도(I)에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미국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중국 고립책
중국은 이때부터 신실크로드 전략이 아프간과 파키스탄을 주축으로 해서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겠다는 미국의 구상과 의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이해했고 그 때부터 예의(銳意) 주시해왔다. 지난 2011년 10월23일자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힐러리의 신실크로드 계획은 미·파키스탄 관계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1일 밤 파키스탄 방문을 마치고 타지키스탄으로 날아갔으며, 클린턴이 이번에 아프간 주변 국가들을 순방하고 있는 의도는 11월 초 터키 이스탄불에서, 12월에는 독일 본에서 개최될 아프간 문제 국제회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의도는 미래 아프간의 정국에 이들 아프간 주변국들이 영향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하는 데 있으며, 특히 파키스탄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 인민일보의 진단이었다. 미국의 신실크로드 전략은  미국이 전통적으로 구사해온 중국에 대한 포위전략이라는 것이었다.

중국의 신실크로드 전략은 미국의 신실크로드 전략에 맞서서 발표된 전략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3년 9월과 10월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순방하면서 밝힌 ‘이다이이루(一帶一路)’ 구상이 바로 미국의 신실크로드 전략에 맞서기 위해 중국이 제시한 정책이었다. 중앙아시아를 통해 유럽과 중국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 바로 ‘이다이(一帶)’ 구상이고, 동남아시아를 통해 유럽과 아프리카를 해상(海上) 실크로드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 ‘이루(一路)’ 구상이다. 중국은 이 구상의 실현을 위해 런던~파리~베를린~바르샤바~모스크바~만저우리(滿洲里·네이멍구자치구 내 도시)~베이징을 연결하는 고속철 건설도 구상 중이다.

2011년 11월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하와이 이스트 웨스트 센터에서 ‘미국의 태평양 세기(America’s Pacific Century)’ 구상을 발표했고, 오바마 대통령의 ‘피봇 아시아(Pivot Asia·아시아 중시)’ 정책은 힐러리의 ‘태평양 세기’ 전략 구상의 연결선상에서 만들어진 구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그런 미국의 정책에 맞서기 위해 중국의 피봇 유라시아(Pivot Eurasia·유라시아 중시) 정책을 제시한 것이 바로 신실크로드 전략 구상이다.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Contain China Policy)을 뚫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다이이루 정책인 것이다. 지난해 5월 상하이에서 시진핑 주석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중앙아시아 각국 최고 지도자들을 초청해서 주관한 CICA 회의도 바로 신실크로드 전략구상의 일환이었던 셈이다.

세계사는 알렉산더 대왕의 페르시아 제국과 칭기즈칸의 몽골제국을 비롯한 많은 제국들이 세계를 제패하기 위해 중앙아시아와 신장(新疆)위구르의 고산지대를 넘은 발자취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에 와서는 브레즈네프 전(前) 공산당 서기장 체제의 소련(蘇聯)이 세계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가 체제 붕괴를 맞았고, 부시 대통령의 미국은 9·11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카불(아프가니스탄 수도)로 군대를 보냈다가 수렁에 빠져 지금도 허우적대고 있는 중이다. 미국에 이어 중국도 과거 동아시아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 가까이까지 뻗어있던 당(唐)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신장위구르 자치구를 넘어 중앙아시아를 통해 유럽에 이르는 길을 열어보기 위한 노력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 트럭 한 대가 중국 북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 타클라마칸 사막 내 도로를 달리고 있다. 타클라마칸 사막은 과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실크로드의 요충지였다.
- 트럭 한 대가 중국 북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 타클라마칸 사막 내 도로를 달리고 있다. 타클라마칸 사막은 과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실크로드의 요충지였다.

신실크로드에서 경제 성장동력 찾는다
빠른 경제발전을 목표로 하는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은 1978년 12월 덩샤오핑(鄧小平)이 마오쩌둥(毛澤東) 사후 떠돌아다니던 권력을 손에 쥐면서 시작됐다. ‘2015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중국의 빠른 경제발전이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7%를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로 제시해 이제 중국도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속내를 보여주었다. 중국의 새로운 국가목표가 된 ‘이다이이루’ 즉, 신실크로드 전략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중국 바깥, 바로 실크로드에서 찾아보자는 구상인 것이다.

-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중국학술원 연구원 / 前 조선일보 베이징ㆍ홍콩 특파원  

 

[알림]
그동안 중국 상하이에서 ‘박승준의 상하이별곡’을 연재해오던 박승준 교수가 지난 2월 말로 중국 푸단(復旦)대 국제문제연구원 한반도연구센터 방문교수를 마쳤습니다. 따라서 이번 호부터 연재 명을 ‘박승준의 China Inside(차이나 인사이드)’로 바꿉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