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뒤쪽 서 있는 이)가 지난 2012년 3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해임된 후 저우융캉 당시 정법위 서기, 리커창 부총리, 리장춘 상무위원(왼쪽부터) 뒤로 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뒤쪽 서 있는 이)가 지난 2012년 3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해임된 후 저우융캉 당시 정법위 서기, 리커창 부총리, 리장춘 상무위원(왼쪽부터) 뒤로 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붕우권(朋友圈)이 부패권(腐敗圈)으로 변화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4월10일 ‘인민시평(時評)’난을 통해 이렇게 촉구했다. 친구들 사이가 부패분자들의 무리로 변질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인민일보>가 그렇게 경고한 것은 전날 오전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시 중급 인민법원이 1심 선고 공판을 한 랴오샤오화(廖少華) 재판 때문이었다. 랴오샤오화는 원래 구이저우(貴州)성 당위원회 상무위원 겸 준이(遵義)시 당위원회 서기로,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아 징역 16년을 선고 받았다.

법원의 심리 결과, 랴오샤오화는 2004년 춘절(春節·설날) 때부터 2012년 6월까지 8년여 동안 구이저우 한 도시의 시장과 한 지방 당위원회 서기로 있으면서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서 이른바 ‘친구들’로부터 1324만위안(약 23억원) 상당의 재물을 뇌물로 받고, 직권을 이용해서 국가재정에 310만위안(약 5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 형법은 5000위안(약 88만원) 이상의 뇌물 수수는 범죄를 구성하며, 10만위안(약 1700만원) 이상의 부패를 저지르면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무기징역, 또는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해놓았다.

<인민일보>는 구이저우성 당위원회 상무위원 랴오샤오화가 한 지방도시 시장과 지방 당위원회 서기로 있으면서 저지른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범죄를 법원이 심리한 결과 “무를 뽑으니 흙이 함께 붙어 올라오고…당 간부와 기업인들이 하나의 끈에 꿰어져 있고…상인들의 배후에는 탐관오리들이 포진해 있었다”고 묘사했다. 그러면서 이들 랴오샤오화 일당을 ‘정상붕우권(政商朋友圈·정치인과 상인들이 친구를 이룬 무리)’이라고 표현하고 “돈과 권력이 어깨동무를 한 형세”를 이루었다고 묘사했다. 그러면서 “누군들 서너 명의 친구가 없겠으며 당 간부라고 해서 친구를 사귀지 말라는 법은 없고 관리와 기업인들이 서로 내왕도 하지 말라는 법도 없지만,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사귐이란 이른바 최후의 선은 넘지 말아야 하며 나는 돈을 낼 테니 너는 권력을 내라고 하는 부패권(腐敗圈·부패의 무리)을 형성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민일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당(唐)나라 이세민의 통치철학을 담은 <정관정요(貞觀政要)>에 나오는 구절 “붕당비주, 이폐주명, 사백흑무별, 시비무간(朋黨比周 以蔽主明 使白黑無別 是非無間·무리를 지어 정도를 어기고 군주의 밝음을 가려 흑백도 구별 못하고 시비도 가리지 못하네)”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 국영 주류 회사 우량예가 지난 2014년 1월 쓰촨성 본사에서 소유 관용차에 대한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우량예는 당시 경매로 관용차 500여대 가운데 340여대를 매각했다.
- 국영 주류 회사 우량예가 지난 2014년 1월 쓰촨성 본사에서 소유 관용차에 대한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우량예는 당시 경매로 관용차 500여대 가운데 340여대를 매각했다.

시진핑, 반부패 척결 마무리 가닥 잡아
<인민일보>의 경고는 시진핑(習近平)이 지난 2012년 11월 중국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된 이후 지속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반(反)부패 드라이브가 이제 ‘파리 잡기(打蒼蠅)’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시진핑은 그동안 전임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 시절 권력서열 9위의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공안 담당)과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던 쉬차이허우(徐才厚), 현직 당 통일전선공작부장 링지화(令計劃) 등의 ‘호랑이들을 때려잡고(打老虎)’, 다음 단계로 순회 감찰조(監察組)를 전국에 파견해 파리 잡기에 들어간 국면으로 보인다.

시진핑이 현재 자신에 대한 암살 위협까지 받아가며 강력하게 전개하고 있는 반부패 드라이브에 우리 기업인들도 걸려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국내 정치와 기업 풍토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 사건이 보여주듯,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권력과 돈을 결합해서 붕당을 이루는 ‘정상붕우권(政商朋友圈)’을 형성해서 ‘흑백도 구별 못하고 시비도 가리지 못하는 경지에 이르러 드디어 부패의 무리(腐敗圈)를 이루는’ 지경에 이르는 사례를 종종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국내 풍토에 익숙한 우리 기업인들은 중국 내에서 사업을 하면서도 종종 실력을 갖추고 정도(正道)를 찾기보다는 ‘관시(關係)’라는 말을 들먹이며 “역시 중국 사업은 관시를 통해야 한다”면서 관시로 통하는 길을 찾는다.

그런 우리 기업인들이 이해해야 할 것은 우선 중국 사람들이 말하는 ‘관시’라는 것이 우리가 말하는 관계보다는 훨씬 더 오래 깊게 인간관계를 맺고, 슬픔과 기쁨을 함께 해야 생기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중국 기업인들이 말하는 관시란 밥 몇 번 같이 먹었다고 생기는 정도의 것이 아니다. 중국 기업인들의 경우 ‘관시’가 형성되면 평소에 만나 식사를 함께 할 때는 즐겁게 먹고 마시는 편이지만 밥 먹으면서 비즈니스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꺼린다. 흔히 “밥 먹으면서 일 이야기를 하면 소화가 잘 안 된다”며 얼굴을 찌푸리곤 한다. 서로 관시가 형성되면 중요한 일은 전화 한 통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진정한 관시가 형성됐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중국 기업인들조차 요즘 들어 관시라는 것이 곧 부패의 근원이며 인정을 주고받다가 관시가 형성되고 관시가 형성된 사람들끼리 이른바 붕당을 지어 자신들의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부패의 속성이라는 것을 차츰 깨닫고 있다. 부패에 관한 <인민일보>의 사설이 촉구하고 있는 점도 바로 친구 사이에 형성된 ‘붕우권’이 자신들의 배타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부패권’으로 흔히 변질되는 점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기업인들과는 달리 유럽이나 미국 기업인들은 중국인들의 관시를 이용하기보다는 정확히 비즈니스 원칙과 시장 원리에 충실한 비즈니스를 하는 경향이 더 짙다. 요즘 시진핑이 추구하는 반부패 드라이브의 목적도 바로 중국 사회를 원칙이 통하는 사회, 법과 규칙이 우선하는 사회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 기업인들도 잘 이해해야 할 것이다.

-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 중국학술원 연구원 · 前 조선일보 베이징ㆍ홍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