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는 ‘세계의 물과 산소의 공장’이라는 표현이 과장되지 않을 만큼 전 세계 깨끗한 물의 30% 그리고 산소의 20%를 생산하는 지역이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라틴아메리카의 초록빛 대지는 미처 땅에 발을 내딛기 전부터 싱그러운 세계로 빠져 들게 하는 마력이 있다. 이러한 마력 때문일까. 한국에서 26시간을 꼬박 날아야만 도착할 수 있는 곳이라 매번 마지막이라는 다짐을 하면서도 여행의 고단함을 뒤로 하고 또 오게 되는 곳이다.

에콰도르의 적도로부터 아르헨티나의 남단 남극에 이르기까지 라틴아메리카 대륙은 강렬한 태양빛의 여름부터 얼음산으로 뒤덮인 겨울까지 동시에 모든 기후대를 가로 지르고 있다. 이 때문에 라틴아메리카의 자연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하느님이 천지창조를 할 때 유독 라틴아메리카에 갖은 정성과 많은 공을 들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정도다. 이토록 라틴아메리카는 정말 많은 걸 가졌고 그것 때문에 슬픈 역사를 지닌 대륙이기도 하다.

수많은 자연경관 중에서도 특히 세계인들로부터 가장 많은 찬사와 감탄을 받는 곳을 꼽으라면 두말없이 이구아수 폭포일 것이다. 연간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는 세계적 명소인 이구아수 폭포는 1541년 유럽의 탐험가 알바르 누녜스에 의해서 처음 유럽에 알려졌다. 1984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고 2011년에는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더불어 세계 7대 경관 중 한 곳으로 뽑혔다. ‘이구아수’는 이 지역 원주민인 과라니족의 언어로 ‘큰물’을 의미한다. 물의 나라에 와 있다는 착각이 들 만큼 물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이구아수 폭포는 275개의 크고 작은 폭포로 이뤄져 있다. 너비가 4.5km, 평균낙차는 70m에 달한다. 북미의 나이아가라 폭포 그리고 아프리카의 빅토리아 폭포를 합친 것보다도 더 크다고 하니 그 규모가 상상이 갈 것이다. 이구아수 폭포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그리고 파라과이 등 3개국의 국경을 접하고 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가 폭포의 70% 그리고 브라질이 30%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파라과이 쪽에서는 폭포를 감상할 수 없다.

필자가 이구아수 폭포를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고등학생 때 본 영화 ‘미션’을 통해서였다. 영화 첫 장면부터 거대한 폭포가 십자가를 짊어진 선교사를 집어 삼키는 장면과 함께 엄청나게 큰 물소리는 처음부터 영화에 몰입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펼쳐졌던 웅장하고 경이로운 자연경관을 본 순간부터 이구아수 폭포는 나의 첫 번째 여행목적지가 됐다. 이후 20년이 지났다. 먼 길을 돌고 돌아 도착한 이구아수 폭포는 사람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장대하고 황홀했다. 마치 거인이 입에서 물을 토해내고 있다는 착각이 들 만큼 엄청난 굉음을 내며 끊임없이 쏟아지는 커다란 물줄기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경탄하기보다는 경외심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 아르헨티나 쪽에서는 가까이에서 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 아르헨티나 쪽에서는 가까이에서 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연간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명소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고 풍기는 분위기가 다르듯 폭포 역시도 어느 국가 쪽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생김새와 느낌이 달라진다. 따라서 폭포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브라질 쪽에서도 바라봐야 하고 아르헨티나 쪽에서도 봐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구아수 폭포를 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틀은 필요하다. 필자는 먼저 코스가 짧은 브라질 쪽부터 시작했다. 물론 숙소를 브라질 쪽에 잡은 이유도 있었지만 오후에 도착한 터라 하루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브라질 쪽에서는 폭포에 가까이 다가갈 수 없지만, 멀리서 웅장하고 신성한 자태가 한눈에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매표소에서 폭포까지의 거리가 비교적 짧고 산책로도 잘 갖춰서 있어서 서너 시간이면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제주도의 정방폭포가 전부였던 나에게 물보라를 일으키며 위용을 뽐내는 브라질의 이구아수 폭포는 놀라움이자 충격이었다. 브라질 쪽에서 폭포를 보기 위해서는 매점에서 우비(雨備)를 구입해서 입고 물 위에 놓인 좁은 다리를 걸어가야 한다. 폭포수가 떨어질 때 부서지며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들로 금세 온몸이 젖었지만 절경이 주는 황홀함에 빠져 몸이 젖는 것도 모르고 넋 놓고 바라보고 있자니 가이드가 다가와 아르헨티나 쪽 폭포수가 남았다며, 놀라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해주었다.

아르헨티나쪽 폭포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야 한다. 275개나 되는 크고 작은 폭포수들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산책로를 따라 트레킹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브라질 쪽은 코스도 짧지만 멀리서 바라보기 때문에 잘 포장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되니 크게 힘이 들지 않지만, 아르헨티나 쪽은 폭포를 가까이서 보기 때문에 등산을 하듯 좁고 가파른 돌길을 오르고 비포장된 흙길을 걸어야 해 체력이 필요하다. 중간 중간 기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트레킹을 하기도 하지만 오프로드차를 타고 이구아수국립공원의 자연과 경치를 느끼는 방법도 있다. 이동하면서 만나는 꽃과 나무, 나비와 새들 그리고 원숭이와 코아티 등 공원 안의 자연과 생태계에 대한 설명도 이구아수 폭포 여행의 또 다른 재미다. 오프로드차를 타고 도착한 곳에서 보트를 타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 폭포를 볼 수 있으며 보트 운전수의 짓궂은 장난에 폭포수를 흠뻑 뒤집어쓰기도 한다. 브라질 쪽에서 맞은 폭포수가 가랑비라면 아르헨티나 쪽에서 맞은 폭포수는 장대비와도 같다. 승객의 박수와 호응 정도에 따라 두 번이고 세 번이고 폭포수를 맞을 수 있다. 보트를 타고 폭포 속으로 들어가면 멀리서 폭포를 눈으로만 감상할 때와는 전혀 다른 감동으로 폭포를 느낄 수 있다. 

1. 브라질 쪽에서 바라본 폭포의 웅장한 모습. 2. 숲 속에서 놀고 있는 원주민 마을공동체의 아이들. 3. 강 위에 놓인 다리를 따라 걸으며 폭포의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4. 이구아수 폭포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국경을 접하고 있다.
1. 브라질 쪽에서 바라본 폭포의 웅장한 모습.
2. 숲 속에서 놀고 있는 원주민 마을공동체의 아이들.
3. 강 위에 놓인 다리를 따라 걸으며 폭포의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4. 이구아수 폭포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국경을 접하고 있다.

공동체 방문해 원주민 생활도 체험
뭐니 뭐니 해도 이구아수 폭포의 절정은 ‘악마의 목구멍’이다. 미니기차를 타고 악마의 목구멍역에서 하차해 30분 정도 강 위에 놓인 다리를 따라 걸으면 목적지가 가까워지면서 악마의 울부짖음 같은 굉음이 점점 크게 느껴진다. 옆 사람과의 대화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커다란 물소리가 들리는 곳에 다다르면 쏟아지는 80m의 물기둥에 자칫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그러니 이곳에서는 잠깐의 황홀감만 느끼고 오래 머물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환경피해를 최소화해서 놓았다는 다리 위에서 바라보면 세상은 하늘과 맞닿은 물뿐이며 인간은 너무나도 작은 존재로 느껴진다. ‘큰물’ 이구아수를 보고 싶다면 악마의 목구멍으로 쏟아지는 물의 양이 초당 약 1만3000㎥의 양이 쏟아져 내리는 우기(雨期)인 11월부터 3월까지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구아수 여행의 진수는 물론 이구아수 폭포지만, 이곳 원주민들의 생활을 직접 보고 체험하는 원주민 공동체 방문은 보고 즐기는 시각 중심적 여행에서 문명과 환경 그리고 삶의 방식에 대해서 성찰해보는 인식여행으로 전환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구아수 폭포 근처에는 100여 개 이상의 원주민 공동체가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관광객들에게 마을공동체를 공개한다. 필자가 방문했던 공동체는 ‘브아과라니’라는 부족이었고 마을 앞에 다다르자 젊은 청년이 나와 마을을 안내해준다. 자신들의 삶의 방식, 서구문명에 대한 생각,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생활의 지혜, 사냥방식 등을 얘기해 주었다. 문자가 없기 때문에 역사를 기록하지 않지만 할아버지로부터 역사와 삶의 지혜를 배우고 다시 자식에게 그대로 물려주면서 자연과 더불어 산다고 한다. 시간의 노예가 되기 싫기 때문에 서구문명보다는 자신들의 공동체 속에서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이들. 자연 속에서 노는 것을 제한할 때 가장 슬퍼한다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들의 천진한 미소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구아수 폭포를 여행하면 자연의 범접할 수 없는 경이로움에 감탄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신의 선물인 그 자연을 보물로 만드느냐 아니면 재앙으로 만드느냐는 결국 인간의 몫이다. 이구아수 폭포의 도시, 푸에르토 이구아수 시내에는 ‘구아라오가’라는 야생동물 보호소가 있다. 생태질서를 파괴한 인간들의 양심과 같은 곳이다. 인간과 문명으로부터 상처받고 버림받은 야생동물들을 치료하고 보호하고 재활시켜서 자연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곳으로, 동물원과는 전혀 다른 곳이다. 이구아수 폭포수를 본 후 자연에 대한 감동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문명과 인간에게 상처받고 구아라오가까지 오게 된 동물들의 사연을 들으니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거대한 물의 나라 이구아수에서 필자는 신비롭고 경이로운 자연, 자연과 조화된 원주민 공동체의 삶, 그리고 자연으로부터 용서를 구하려는 문명화된 인간의 노력을 만났다.  

 

※ 손혜현 한국외국어대 중남미연구소 초빙연구원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중·고교 시절을 보냈다. 중앙대 정치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이화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1년 재직 중이던 한국외국어대 중남미연구소 연구교수직을 그만두고 아르헨티나 유학길에 올라 현재 아르헨티나 토르꾸아토 디 텔라 대학 정치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한국외국어대 중남미연구소 초빙연구원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