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이어 리커창이 진두지휘

  

분배 등 질적 성장 추구로 대전환

3월14일 폐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중국 경제는 앞으로 5년간의 연평균 성장률 목표를 7%로 결정했다. 2011년 한 해 동안의 목표는 8%. 2010년 3월 초에 열린 전인대에서 원자바오 총리는 8%의 성장률 목표를 제시했으나, 각 지방의 당 서기와 성장(省長)들이 열심히 뛴 결과 10.3%라는 목표 초과달성 수치를 얻었다.

그런 흐름으로 본다면 올해 말 중국 경제는 9~10% 성장률을 올리지 않을까 예상된다. 앞으로의 5년간 성장률도 목표는 7%지만 실제 중국 지도부가 바라는 수치는 8~10%선일 것이다. 중국 경제는 구조상 매년 8% 이상 성장해야 700만명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줄 수 있고, 그래야 실업률이 더 이상 높아지지 않는다. 앞으로 5년간 평균 성장목표로 제시된 7%라는 수치는 경제적인 목표라기보다 “양적 확대보다 빈부격차의 해소 등 질적인 개선을 하겠다”는 정치적인 의미로 봐야 할 것이다.

이번 전인대 이후 나타날 중국 경제의 큰 흐름 변화는 성장률 목표 수치가 아니라, 중국호(中國號)의 조타수가 원자바오 총리에서 서서히 리커창 부총리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흐름의 정권교체 약속은 2010년 9월15일부터 18일까지 열린 중국공산당 제17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서 이미 결정된 것. 만약 당시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중국 정치는 비정상적인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당시 회의에서 시진핑 현 국가부주석을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 선출했다. 그것은 바로 2012년 가을에 열릴 중국공산당 제18차 전당대회에서 당의 지휘권이 후진타오에서 시진핑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예고한 것이다. 이에 따라 행정수반인 총리직은 2013년 3월초 전인대를 통해 현 원자바오의 후임으로 리커창을 선출한다는 정치스케줄이 확정됐음을 뜻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 경제는 이번 3월부터 시작되는 제12차 5개년 계획의 집행 총지휘자로 원자바오의 지도 아래 리커창이 서서히 전면에 나서는 흐름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1942년생으로, 베이징 지질학원에서 지질구조를 전공한 공학도 출신으로 지난 2003년부터 중국 경제의 지휘탑을 맡아온 원자바오의 시대는 접히고, 중국 최고의 명문 베이징대학 경제학 박사 출신의 리커창이 지휘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외교와 국방은 시진핑이, 경제는 리커창이 책임지고 운영하는 시(習)-리(李) 시대로 접어드는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의 변수는 왕치산이라는 인물이 될 것이다. 각각 1953년과 1955년생인 시-리보다 5년 정도 연상인 왕치산은 베이징시 시장 출신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재정을 총괄해서 흑자 올림픽으로 만든 주인공이다. 그 공으로 국무원 부총리로 승진한 다음 2008년 10월부터 시작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극복을 맡아 수많은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등 국제적인 스타가 된 인물이다. 더구나 중국공산당 혁명의 고향 옌안 출신으로 대학 전공은 역사학이었지만 입당 후 농촌경제에 대한 공부로 시작해서 중국인민건설은행 행장, 건설은행 행장, 중국 경제 개혁개방의 출발지 광둥성 당서기를 거쳐 2003년에 일약 수도 베이징시 시장으로 발탁되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름으로써 그 능력을 확고히 인정받아 중국 안팎의 주목을 받게 됐다.

2010년 9월 중순 열린 중국공산당 중앙위 전체회의의 결정에 따르면 앞으로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을 새로운 리더십은 시진핑-리커창-왕치산의 트로이카가 될 전망이다. 중국 경제의 지휘봉은 리커창이 쥔 가운데 리커창과 왕치산이 서로 협의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은 국가주석 겸 중국공산당 총서기, 리커창은 총리, 왕치산은 우리의 국회의장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맡게 될 전망이다.

지휘탑이 원자바오에서 리커창으로 바뀐 중국 경제는 어떤 밑바닥 흐름의 변화를 보이게 될까. 그 변화를 미리 짚어보는 데 중요한 것은 중국 정치와 8%라는 중국 경제성장률의 상관관계를 따져보는 일이다. 1978년 중국공산당 제11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를 통해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본격적인 경제개혁에 나선 덩샤오핑을 중심으로 한 개혁파들의 경제성장률에 대한 견해는 “무엇을 두려워하느냐, 경제성장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른바 덩샤오핑을 중심으로 한 개혁파들의 그런 경제성장에 대한 견해에 반대하는 천윈과 리펑을 비롯한 보수파들의 견해는 “경제성장이 지나치게 빠르면 사회주의의 기초가 붕괴된다”면서 당시 10% 이상의 성장률에 브레이크를 걸고, 성장률을 8% 정도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덩샤오핑이 최종 승리함으로써 중국 경제는 그동안 10% 넘는 빠른 성장의 길을 쉴 새 없이 달려왔다.

- 지난 3월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에 참석해 박수치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왼쪽)과 원자바오 총리.

5년간 경제성장률 7%로 묶어

그러나 의심할 바 없는 개혁 지지론자인 덩샤오핑의 후임자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주룽지 총리 체제가 2002년 현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로 바뀌면서 정치적으로는 좌파에 속하는 후진타오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는 그동안 끊임없이 개혁의 속도에 브레이크를 걸고, 성장률을 다소 낮추고 사회주의 이념과 사회주의적 요소를 보강해야 한다는 주장을 당내 회의를 통해 강조해왔다. 지난 9월 중순에 열린 중국공산당 제17기 5중전회에서 채택된 ‘포용적 성장’이란 개념은 바로 성장보다는 분배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후진타오 총서기의 정치적 신념이 채택된 결과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5년간 경제성장률을 7%로 묶는 결정도 내려진 것이다. 물론 중국 경제가 그동안 빠른 성장 일변도로 달려오는 과정에서 빈부격차의 악화로 0.5에 육박하는 지니(GINI)계수를 갖게 된 점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할 때가 됐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인 덩샤오핑의 생각은 “적어도 2020년까지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달려가라”는 것이었으며, 2012년을 기점으로 성장률을 8%로 하는 안정책을 취하기로 한 결정은 그런 덩샤오핑의 유훈을 어기고 다소 빨리 안정책을 택한 셈이다.

앞으로 중국 경제의 조타수가 될 리커창이 어떤 경제관을 가졌는지 아직 모른다. 다만 그를 발탁한 사람이 후진타오임을 감안할 때, 리커창도 초기에는 분배를 중시하는 후진타오의 흐름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를 장악하게 될 시진핑이 자신을 선택해준 확고한 개혁파 장쩌민의 가르침에 따라 빠른 성장을 하는 쪽으로 분위기를 잡아갈 전망이다. 2012년 이후 중국 경제의 흐름은 시진핑이 보다 빠른 성장의 분위기를 정치 쪽에서 잡아주는 가운데 리커창 총리는 안정을 추구하는 보완책을 실무 쪽에서 집행하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이번 전인대가 진행되는 동안 발생한 일본의 대지진이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중국 관영매체들은 “단기적으로 일본으로부터 생산부품을 도입하는 데 차질이 생겨 수출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0년 이미 전체 GDP 규모 2위의 자리를 중국에게 넘겨주고 3위로 밀려난 일본 경제는 이번 대지진으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더욱 불리한 요소를 안게 됐다. 중국 경제에 미칠 장기적인 영향으로는 일본의 대지진보다 지도부의 교체가 더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