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대만 관계 단절시켜 놓고

    

중국은 경제 실익 열매따기 분주

- 마잉주 대만 총통(왼쪽)이 지난 1월 14일 재선에 성공한 뒤 그의 부인과 함께 지지자들을 향해 승리의 V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 마잉주 대만 총통(왼쪽)이 지난 1월 14일 재선에 성공한 뒤 그의 부인과 함께 지지자들을 향해 승리의 V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우리는 대만 지역의 지도자 선거와 민의 대표 선거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4년은 양안(兩岸) 관계의 평화와 발전이 정확한 길이며, 대만 동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다시 증명해주었다. … 우리는 대만 독립에 반대하며, 양안 관계가 평화와 발전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기를 희망하고, 양안이 공동으로 노력해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어나가기를 희망한다.”

마잉주 대만 총통이 지난 1월14일 4년 임기의 재선에 성공하자 중국 대륙의 대만판공실이 당일로 발표한 성명이다. 한마디로 “국민당 후보 마잉주의 당선에 만족한다”는 뜻이다. 중국 대륙의 정치를 주도하는 중국공산당은 왜 과거 내전 당시에 주적이었던 국민당 후보가 총통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고 나서는 것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중국공산당의 ‘중화인민공화국’이나 국민당의 ‘중화민국’이나 마찬가지로 중국대륙 전체를 영토로 간주하는 국토개념을 갖고 있지만, 차이잉원 후보를 내세운 민진당은 대만 섬이 중국대륙에서 분리돼 리퍼블릭 오브 타이완(Republic of Taiwan)으로 독립해야 한다는 대만 독립을 정강에 명시해 놓았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통일정책에서도 국민당은 “대륙과의 경제교류 확대를 통한 평화와 안정의 유지”를 내세우고 있는 반면, 민진당은 “대만이 대륙에서 분리돼 별도의 독립국가를 수립해야 하며 대륙과의 경제교류도 전략적인 고려에 따라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중국은 2010년 1년 동안 대만과 1453억7000만달러에 달하는 무역거래를 기록했다. 중국은 대만에 296억8000만달러 규모를 수출했고, 대만으로부터 1156억9000만달러 규모를 수입했다. 중국과 대만의 전체 무역 거래액은 2009년에 비해 36.9% 늘어난 규모였고, 중국의 대만에 대한 수출액은 44.8% 늘어난 규모, 수입액은 35.0% 늘어난 규모였다. 같은 기간 중국은 한국과 1861억1000만달러 규모의 무역거래를 했고, 한국에 739억5000만달러 규모를 수출하고, 한국으로부터 1121억6000만달러 규모를 수입했다.

그럼 여기서 같은 기간의 한국과 대만 무역 거래 현황을 살펴보자. 2010년 한국과 대만의 수출입 규모는 무역협회 통계로 284억7757만9000달러였고, 한국은 대만에 148억3049만9000달러를 수출하고, 136억4708만달러 규모를 수입했다. 2010년 중국은 대만과 1453억달러가 넘는 규모의 교역을 한 반면, 우리는 대만과 불과 284억달러 남짓한 교역을 하는 데 그쳤다. 지난 4년 동안 마잉주가 집권하는 동안 중국과 대만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너무나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중국과 대만의 무역거래의 활성화이며, 마잉주의 대만은 2010년 6월 중국과 사실상의 자유무역협정(FTA)인 ECFA(Economic Cooperation Framework Agreement)를 체결함으로써 양안 간 경제교류의 폭을 크게 넓혀 놓은 것이다.

이번 대만 총통 선거의 판세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마잉주가 52%의 득표율을 올려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에게 신승을 한 가장 주요한 원인은, 전통적으로 민진당 지지 지역인 대만 남부 가오슝 일원의 농촌 지역 민진당 지지표가 예상보다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중국 대륙의 여행객 증가와 농산물 구매단 때문에 경제적인 이익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남부 농민들의 호주머니가 중국과 대만의 경제교류 확대로 형편이 나아지자, 중국으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에 대한 지지에서 이탈해 중국과의 평화 안정과 경제교류 확대를 주장하는 국민당 마잉주 후보에 대한 지지로 돌아선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20년 전인 1992년 8월의 한·중 수교 이전과 이후의 상황을 되새겨 보기로 하자. 20년 전의 한·중 수교는 왜 이뤄진 것일까.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이끄는 한국은 “베이징을 거쳐 평양으로 다가가 통일을 이룬다”는 이른바 ‘북방정책’에 따라 중국과의 수교를 추진했다. 반면 덩샤오핑이 이끄는 중국은 당시 열악한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만, 홍콩, 싱가포르와 함께 이른바 ‘사소룡(四小龍·네 마리의 작은 용)’으로 불리던 한국과의 수교를 추진했다. 당시 수교를 추진한 주역이었던 첸치천 중국 외교부장이 나중에 쓴 ‘외교십기(外交十記)’에 따르면, 덩샤오핑은 “한국과 수교하는 것은 두 가지의 이익이 있으며, 하나는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며, 한국과 대만의 관계를 단절함으로써 우리 중국의 통일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첸치천에게 빨리 한국과의 외교관계를 수립하라고 여러 차례 재촉했다는 것이다.

- 대만 국민당 지지자들이 지난 1월 마잉주 후보의 깃발을 들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 대만 국민당 지지자들이 지난 1월 마잉주 후보의 깃발을 들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중국 · 대만 인적교류도 크게 늘어나

그러니까 20년 전 중국은 한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한국이 받아들일 것을 필수조건으로 내걸었고, 한국은 그런 중국과 수교하기 위해 활발한 경제교류의 대상국이던 대만과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경제교류는 축소됐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막상 대만과 2010년 현재  한·대만 교역의 5.1배가 넘는 교역을 하고 있고, 인적교류도 2010년 대만에서 중국으로 514만명이 방문하고, 중국 공민들도 166만명이 대만을 방문하는 활발함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기간 한국에서는 284만명이 중국을 방문하고, 중국에서 한국으로 205만명이 방문했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 680만명의 인적교류가 이뤄지는 동안,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그보다 훨씬 적은 493만명의 인적교류가 이뤄졌다.

이쯤 되면 우리는 20년 전의 한·중 수교 때 덩샤오핑의 전술이 정확히 들어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꾸로 말하면 한국은 한·중 수교 당시 대만과의 관계를 단절한 뒤 대만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실패하는 전략적 오류를 범했다고 말할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당시 같은 사소룡으로서 서로 활발한 경제교류와 국제정치적 협력을 하던 한국과 대만의 관계를 단절시켜 놓은 뒤 그 자리에 자신들이 들어서 중국과 대만과의 관계 개선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경제발전의 활력소도 확보하고, 국제정치적으로 한국과 대만이 협력해 중국을 견제하는 힘을 차단하는 이중의 이익을 확보한 셈이 되는 것이다.

중국은 1996년 총통 선거 때는 혹시라도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 후보가 당선되는 상황을 막아보기 위해 선거 불과 며칠을 앞두고 대만 섬 주변 네 개의 해상 좌표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고, 그 결과 대만 국민들의 반감을 사서 민진당 후보에 대한 지지가 예상보다 높아지는 결과를 낳는 실수를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사일 대신 민진당 후보에 대한 지지가 높은 대만 남부의 농촌지역에 농산물 구매단을 보내는 이른바 ‘위안화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마잉주를 당선시키는 지혜를 발휘했다.

우리 정부는 더 이상 중국이 20년 전에 우리와 대만의 관계를 단절시켜 놓고는, 막상 자신들은 대만과의 접근책을 구사함으로써 경제교류와 인적교류의 확대에서 오는 열매를 즐기고 있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정부에도 전략이라는 것이 있다면 하루빨리 작년에만 10.8%라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대만 경제에 대한 접근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말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이란 어디까지나 정치적인 개념임을 잘 이해하는 것도 급선무라고 할 것이다.

- 중국과 대만이 2010년 6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정식 서명했다. 이날 협상장인 중국 충칭시 소피텔 호텔에서 중국측 대표인 천윈린 해협양안관계협회 회장(오른쪽)과 대만측 장빙쿤 대만해협교류기금회 이사장이 서명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중국과 대만이 2010년 6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정식 서명했다. 이날 협상장인 중국 충칭시 소피텔 호텔에서 중국측 대표인 천윈린 해협양안관계협회 회장(오른쪽)과 대만측 장빙쿤 대만해협교류기금회 이사장이 서명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