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독일 DHL의 소포 배달용 무인기 파셀콥터2.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5’에서 중국 ‘DJI’사가 촬영용 카메라를 단 드론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1. 독일 DHL의 소포 배달용 무인기 파셀콥터
2.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5’에서 중국 ‘DJI’사가 촬영용 카메라를 단 드론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 CES에서 화제의 주인공은 사물인터넷, 스마트자동차와 함께 드론(Drone)으로 불리는 무인항공기였다. 지난해까지 참가 업체수가 한자리 수에 그쳤던 드론은 올해 CES 행사를 주관하는 미국가전협회(CEA)로부터 별도 전시 공간까지 제공 받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드론의 정확한 명칭은 무인비행기(Unmanned Air Vehicle)다. 전투 임무 수행을 위해 개발됐다고 해서 무인전투비행기(Unmanned Combat Air Vehicle)로도 불리는 드론이 등장한 것은 지난 1916년 영국인 과학자 아키볼드 로우(Archibald Low)가 공중 목표물(Aerial Target)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부터다. 무기를 실은 비행체가 원격으로 날아가 목표물을 타격한다는 원리로 개발된 드론은 조종사 교육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명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아왔다. 


아마존·DHL 등 물류 기업 앞 다퉈 기술 선봬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때 처음 실전 배치된 드론은 이후 미국 보잉과 록히드마틴 등 대형 방산기업이 개발에 나서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미국 방산전문 컨설팅 기업인 틸 그룹에 따르면, 현재 세계 드론 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 기준 약 50억 달러며 이 중 90%가 군사용으로 쓰이고 있다. 

군사용도로만 쓰이던 드론이 산업 현장에 투입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2년 전부터다. 유가(油價) 상승으로 물류비 부담이 커진 데다 빠른 배송을 놓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물류업체들이 드론을 대안으로 선택하면서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다. 

대표적으로 물류기업 아마존은 현재 고객이 주문할 경우 어디서든 30분 내 물건을 배송하는 ‘아마존 프라임 에어’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미국연방항공관리국(FAA) 허가를 앞두고 있는 아마존은 이르면 연내 ‘아마존 프라임 에어’를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존이 개발 중인 무인기는 날개가 8개 달린 옥터콥터로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반경 16㎞ 내 지역에 최대 5파운드(약 2.3㎏) 물건을 배달하는 것이 목표다.

이밖에도 드론은 주요 영화, 오락프로그램 제작과 농업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미국 유일의 전국지 <USA투데이>는 지난해 12월 말 특집기사에서 “제프 베조스(아마존 설립자)는 이제 막 드론 기술을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개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용해 왔다”며 미국 내 드론의 인기를 전했다. 기사에 등장하는 부동산 전문가 매니 콘은 드론으로 고급주택의 상층부부터 하층부까지 집안 구석구석을 촬영해 관련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드론은 무엇보다 이동성이 편리하다. 공중을 날기 때문에 교통 체증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험준한 지형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곳곳에 설치된 다양한 센서를 통해 여러 산업에 적용하기도 쉽다.

관련 업계에서는 사실상 올해가 드론 기술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물류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독일 물류기업 DHL은 지난해 9월 ‘파셀콥터’라는 드론을 이용해 소포 배송에 성공했다. 파셀콥터는 소포(Parcel)와 수평 날개 4개가 달린 헬리콥터의 합성어다. DHL의 드론은 독일 북부 노르덴시(市) 노르트다이흐 항구에서 이륙해 12㎞ 떨어진 북해 위스트 섬에 의약품 소포를 전달했다.

그러나 최근 유가하락은 변수다. 드론은 미국, 유럽처럼 배송지가 넓어, 물류비 부담이 큰 나라에는 유리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아파트 위주의 도시 구조에서는 효과가 적다. 홍세화 바이로봇 이사는 “관련 규제로 배송 가능한 물건의 무게가 한계가 있어, 큰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배송 가능 물량에 대한 법규를 완화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뒤따른다. 오(誤)작동으로 인해 공중에서 추락할 경우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미국, 유럽 국가들은 이런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관련 제도 정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재난방재용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

이런 가운데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IT(정보기술)기업들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4월 초고도 장기비행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이 회사가 보유한 드론 기술은 날개에 태양전지판을 다는 데 있다. 이렇게 되면 수년 동안 지상으로 착륙하지 않아도 비행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개발된 민간용 드론에는 소형 배터리가 탑재돼 비행시간이 채 1시간을 넘지 않았다. 아마존이 배송지역을 물류센터 반경 16㎞로 제한한 것은 장기 비행에 따른 배터리 손실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다. 현재 구글은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의 드론에 무선인터넷 선을 부착해 전 세계 어디에서도 쉽고 빠르게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환경을 개발하는 데 앞장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전력 공급 문제가 해결돼 경제적 효과가 한층 커지게 된다. 윤광준 건국대 교수(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는 “우리나라 지형의 특성상 물류보다는 재난보호나 군사용으로 쓰이는 차세대 드론 개발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방방재청은 지난해 독일기업으로부터 재난구조용 드론을 수입해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 기기는 지난해 필리핀 태풍 재난구조 현장에 투입돼 혁혁한 공을 세운 바 있다. 이와 별도로 소방방재청은 지능형 CCTV가 열과 연기를 자동으로 인식해 산불 발생 지점을 확인하고, 산불이 발생했을 시 소방대원들에게 알려 즉시 출동하게 하는 드론도 도입할 계획이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기 때문에 도서(島嶼), 산간(山間) 지역에 긴급 의약품을 투입하는 데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현재 일반에 시판 중인 드론은 속도가 시속 35~40㎞ 수준이다. 초속 10㎞ 이상의 바람이 불면 이륙 자체가 힘들다. 건국대 윤 교수는 “올 초 CES 드론 전시회에 참가한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중국 기업이었는데 대부분 중저가 제품으로 외부 강풍 발생 시에는 비행이 힘든 기술적 한계를 갖고 있다”면서 “중저가 시장에서는 이미 중국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한 이상, 국내 기업들은 그보다는 주행시간이 길고 강풍에도 쉽게 이·착륙이 가능한 차세대 드론 시장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