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전은 맘씨 착하고 가난한 흥부에게 ‘강남 갔던 제비’가 박씨를 물고 돌아와 행운을 안겨주는 줄거리로 이루어져 있다. 흥부전에 나오는 ‘강남 갔던 제비’는 한강 이남에 갔던 제비가 아니라 가을에 장강(長江), 즉 양쯔(揚子)강 이남에 갔다가 봄에 한반도로 돌아온 제비를 가리킨다. 장강 이남은 강남의 일부인 ‘쑤저우(蘇州)’라는 지명의 소(蘇)자가 말해주는 것처럼 물산(物産)이 풍부한 곳이었다. ‘소(蘇)’라는 글자는 초두 밑에 물고기 어(魚)와 벼 화(禾)자가 나란히 있는 모양인데, 글자 그대로 물고기와 쌀이 풍부한 지방을 가리키는 글자다. 지금도 중국 사람들은 쑤저우와 항저우(杭州) 일대를 ‘어미지향(魚米之鄕)’, 다시 말해 물고기와 쌀이 풍부한 고장이라고 부르고 있다.

- 춘절에 허베이(河北)성 우한(武漢)에 있는 구이웬 사원을 찾은 중국인들이 폭죽을 터뜨리고 있다.
- 춘절에 허베이(河北)성 우한(武漢)에 있는 구이웬 사원을 찾은 중국인들이 폭죽을 터뜨리고 있다.

우리가 떡국 먹듯 중국은 만두 빚어 먹어
우리의 설을 중국 사람들은 ‘춘지에(春節)’라고 부른다. 봄이 오는 계절이라는 뜻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의 설날은 아직도 추위가 가시지 않은 계절이지만, 중국의 강남 상하이(上海) 부근 춘절 날씨는 이미 최고 기온이 섭씨 17~18도, 최저가 7~8도의 봄 날씨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 남부의 광둥(廣東) 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장강 하류 강남지역은 이미 갖가지 꽃이 피기 시작한 봄으로 접어들었다. 우리의 설날 날씨와 장강 이남의 춘절 날씨는 커다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우리의 설날과 중국의 춘절 풍속은 다른 점이 많다. 우리 설날엔 아직도 잔설(殘雪)이 녹지 않은 가운데 손을 호호 불며 친척들에게 세배를 다니며 떡국을 먹지만, 중국의 춘절은 이미 산과 들에 꽃이 피어나 집안을 꽃으로 장식하고 멀리 갔던 가족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함께 둘러 앉아 만두를 빚어 먹는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제 시대는 교통과 통신이 발달해서 설날 연휴에 중국 각지로 여행하는 한국 사람들이 적지 않고, 춘절 연휴 기간에 중국에 머무는 우리 비즈니스맨들도 많은 세상이 됐다. 그러다 보니 춘절에 중국인들과 식사를 함께 하기도 하고, 중국인 가정에 초대돼 식사 접대를 받는 일도 드물지 않게 됐다. 더구나 중국의 춘절 연휴 기간 사업문제로 중국인을 만나는 일도 흔하게 됐다. 이럴 때 중국인들의 춘절 습관과 우리의 설날 습관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 우리의 설은 사흘 연휴에 불과하지만 땅 넓은 중국의 춘절은 귀성에 며칠씩 걸리기 때문에 우리보다 연휴가 훨씬 길다는 점부터 이해해야 할 것이다. 2000년 이상 춘절을 명절로 지내온 중국인들은 기본적으로 정월 초하루부터 초오(初五)까지 닷새 동안은 쉬며, 정월대보름인 음력 15일까지 일을 않고 쉬는 게 보통이다. 필자가 한중수교 직후인 1993년 춘절을 베이징(北京)에서 보낼 당시 중국인들의  휴가는 대체로 한 달 정도였다. 당시 사무실 가구를 주문했다가 소파 한 쪽은 춘절 전에 배달받고, 나머지는 한 달이나 지나서 배달받은 일이 있었다. 올해 중국의 춘절 연휴는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휴일로 선포한 날짜가 2월18일부터 2월24일까지 7일간이다. 18일은 ‘추시(除夕·제석)’ 우리말로는 그믐날이고, 19일은 설날, 그리고 23일까지 정월 초닷새까지가 공휴일인데, 그 사이에 일요일이 끼어 있으므로 하루 더 공휴일을 연장해서 24일까지 공식 휴일이라는 논리다.

“춘절은 우리의 설날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오산(誤算)이다. 오랫동안 춘절을 자기네 민족 최대의 명절로 여겨온 중국인들에게는 춘절에 하지 말아야 할 금기사항들이 있다.

우선 춘절 기간에 중국인들과 식사를 같이 할 때 가급적 물고기 머리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중국인들이 그날 식탁에서 제일 귀한 손님에게 물고기 머리를 먹게 하는 관례가 있다는 점을 떠올려 물고기 머리를 중국인 비즈니스 파트너 앞으로 밀어놓는 일은 삼가야 한다. 중국인들은 새해 인사로 “니엔니엔 여우위(年年有餘·해마다 여유로워 지세요)”라는 말을 즐겨하는데 ‘여우위(有餘)’의 발음이 ‘여우위(有魚)’와 같으므로 춘절기간에 생선을 먹을 때는 머리와 꼬리는 대체로 먹지 않는 것이 관례로 돼 있다. ‘어두일미(魚頭一味)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춘절기간에 “니엔니엔 여우위”라고 인사하면서 생선 머리는 가급적 본인도 먹지 말고, 중국인 비즈니스 파트너에게도 권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우리도 그렇지만 중국인들도 춘절에 손님이 가정으로 찾아오는 일을 꺼린다. 춘절 당일은 물론 춘절 전날인 그믐날부터 정월 초닷새까지는 중국인 가정을 방문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중국 사람들은 춘절 연휴 기간에 남의 가정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자다쯔(家子)”라고 부른다. “자다쯔가 아니면 춘절 연휴에 남의 가정을 방문하지 말라”는 말을 중국사람들은 즐겨 한다. 자다쯔란 북방의 유목민족인 타타르를 가리키는 말로, 중국사람들이 말하는 자다쯔 속에는 광범위하게는 우리 민족도 포함돼 있다. 아무리 격의 없는 중국인 비즈니스 파트너가 “춘절에 객지에서 지내는데 우리집에 와서 만두라도 한 접시 함께…”라고 하더라도 사양하는 편이 낫다. 왜냐 하면 춘절 연휴 기간에 중국인 가정에는 멀리서 귀성해온 가족들이 머물고 있기 때문에 가족끼리 오순도순 지내게 해주는 것이 예의이기 때문이다.

- 중국인들이 춘절 기간 동안 고향으로 떠나기 위해 허베이성 중앙역에서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 중국인들이 춘절 기간 동안 고향으로 떠나기 위해 허베이성 중앙역에서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정월 초닷새까지 중국인 가정 방문 삼가야
또 춘절 연휴 기간은 물론 정월에 중국인들과 식사를 함께 하면서 ‘부야오(不要·필요없다)’라든가 ‘메이요우러(沒有了)’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중국인들은 손님과 식사를 하면서 친절하게 음식을 덜어주면서 권하는 습관이 있는데 일년의 운을 좌우하는 춘절 기간에는 ‘부(不)’나 ‘메이(沒)’ 같은 글자가 들어간 표현은 가급적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이미 배가 부른데 요리를 자꾸 권해서 ‘부야오(不要)’라는 말을 해야 할 상황에서는 “츠바오러(吃飽了)” 또는 “츠싱러(吃興了)”라고 말하거나 “타이두어러(太多了)”라고 말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중국과 가장 가까이 살아온 우리들이지만, 우리와 중국이 공유하고 있는 명절 습관에도 부분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까지 이해하면 차이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것이다.

- 박승준 푸단(復旦)대 국제문제연구원 / 한반도연구소 방문교수 / 前 조선일보 홍콩·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