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아기들은 미국의 아기들보다 잘 웃고 안기는 것을 좋아한다’는 연구 발표가 있었다. 미국 워싱턴주립대학 연구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생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의 유아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부모의 육아 방침이 영아기 때부터 유아를 심리적으로 길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유아의 부모들은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성장을 위해 어릴 때부터 큰 소리로 책을 읽어준다거나 하는 액티브한 활동을 많이 보여준다. 그에 따른 아기들의 반응은 목소리가 크며 활동적이다. 반면 아기의 휴식과 수면 시간의 규칙성을 중시하는 네덜란드 부모의 아기들은 웃기를 좋아하고 안기는 것을 좋아하며 안정감이 있다. 이 연구는 유아기에 생길 수 있는 심리적인 문제에 대한 치유를 가능하게 할 기제(機制)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이었다고 한다.

아기의 웃음소리와 미소만큼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고 즐겁게 하는 것이 얼마나 더 있을까. 잘 웃는 아기들은 자라면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로 커간다.

네덜란드에도 배고픈 아이들이 있고 가정불화로 위탁 시설에 맡겨지는 아이들이 있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아이들은 건강하고 안전을 위협 받을 확률이 아주 낮다. 그리고 아이들은 한 사회의 시민으로 적합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고 있으며 삶에 큰 위험 없이 국가와 가정으로 부터 지원을 충실히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 온 가족이 함께 휴가를 즐기고 있다.
-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 온 가족이 함께 휴가를 즐기고 있다.

국가와 가정으로부터 충실한 지원받아
해마다 유니세프에서 발표되는 ‘행복한 아이들이 사는 나라’의 순위를 매기기 위한 다섯 가지 항목에서도 네덜란드가 모두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곧잘 1위로 발표된다. 물론 이러한 데이터가 아이들의 행복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네덜란드 아이들은 국가의 체계적인 복지 제도 아래에서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아가고 있다. 미래에 자신이 살아갈 사회의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행복을 느끼는 아이들이 만드는 미래는 밝다. 그렇기에 요즈음 한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어린이집(또는 보육원)의 실태는 한국의 미래를 걱정스럽게 만드는 큰 요인이기도 하다.

네덜란드의 아이들이 행복한 이유가 뭘까. 모든 것이 순위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구상에 있는 많은 국가들 가운데 어떤 나라의 국민이 살기에 행복할까 또는 복지는 어떠한가, 교육을 잘 받고 있는가, 건강한가에 대한 데이터가 해마다 수두룩하게 쏟아져 나온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대응하며 통계학적으로 나오는 데이터를 통해서 국가의 순위가 매겨지는데, 네덜란드는 행복에 관련된 많은 항목에서 상위권을 기록한다. 그 가운데 사람들이 살면서 느끼는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번째를 차지했다. 행복이라는 것이 주관적이라 어떻게 딱 떨어지게 등수를 매길 수 있는가 하겠지만, 결국은 먹고 사는 것과 건강 그리고 살면서 충족해야 하는 욕구를 기본 수치로 만든 것이라는 점에서 네덜란드 사람들은 대체로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그렇기에 행복한 사람들이 키우는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말일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네덜란드 엄마와 가정적인 아빠
세계에서 1인당 자전거 보유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네덜란드인데 1명당 평균 1.2대의 자전거를 가지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곳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그렇기에 치마를 입은 여성들을 만나기도 그리 쉽지 않고 예쁘게 차려입고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을 만나기는 더더욱 어렵다. 네덜란드의 심리학자인 엘런 더 브라윈의 책 <우울하지 않은 네덜란드 여성들>에는 이곳 여성들은 자주적이며 용감하고 유머가 있으며 자존감이 강하다고 묘사돼 있다.

‘프랑스 여성은 몸에 살이 없어야 하지만 네덜란드 여성들은 우울함이 없어야 한다’는 말은 네덜란드에서 사용되는 유머 가운데 하나다. 어쩌면 유럽에서 외모에 가장 신경 쓰지 않는 여성들이 네덜란드 여성일 것이다. 하지만 행복지수는 부유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월등히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스트레스가 적고 내적 충실을 기하는 이들의 생활 태도 때문일 것이다.

네덜란드 여성의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 가운데 핵심적인 것으로 일과 삶의 조화를 이뤄 세계적으로도 높이 평가받고 있는 파트타임 일자리를 꼽을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여성이 가장 많은 나라가 네덜란드다. 파트타임이라는 단어에서 비정규직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네덜란드의 파트타임은 비정규직이 아니라 정규직이다. 정규직과 동일한 연금 규정이 적용된다. 일한 시간만큼 급여와 연금이 보장된다. 이러한 근로 시스템은 1996년 이후 네덜란드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프로젝트가 정립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돼 왔다. 여성들은 가사와 직장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사와 직장을 병행할 수 있다. 네덜란드 직장 여성의 68%는 파트타임 근로자다. 이들은 1주일에 25시간 정도를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0세부터 만 17세까지 지원금의 이름은 다르지만 꾸준히 부모들에게 양육비 명목의 국가 지원금이 지급된다. 다만 보육 시설에 대한 무상 지원이 없는 대신 가사 노동과 일을 함께 하면서도 스트레스가 없도록 국가가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네덜란드 여성들은 우울함을 극복하기 위해 긍정적인 사고를 하고 외모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또 아이에게 학업 성적을 위한 스트레스를 주는 일은 결코 하지 않는다. 다만 아이가 잠자리에 들 시간에 대한 규율은 엄격한 편이다. 네덜란드 사람들의 평균 키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크다. 어릴 적 일찍 잠자리에 드는 규칙적인 습관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일과 육아 그리고 가사 노동을 스트레스 없이 잘 해나갈 수 있도록 정책이 잘 마련돼 있는 것은 네덜란드 여성들이 우울하지 않을 수 있는 가장 큰 배경이다. 이 여성들이 기르는 자녀들은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연말 네덜란드의 아버지들이 자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면서 다양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에서 생활했던 필자에게는 거의 충격적인 기사들이었다. 그토록 자상하고 다정하면서도 아이를 돌보는 시간에 절대적으로 할애하는 아빠들에게 더 잘하라고 하는 건 일종의 사회적인 강요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일하는 시간이 적고 출퇴근 시간이 정확한 네덜란드, 게다가 아버지들 가운데 파트타임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직장인의 25%를 차지할 만큼 많은 나라, 아내와 가사 노동 분담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나라지만 더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갖기를 바라는 사회적 욕구가 들여다보였다. 

네덜란드에서는 탄력적인 업무 시간 등 일과 삶의 균형을 최고로 만들어가기 위한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다. ‘새로운 일의 방식(Het Nieuwe werken·출퇴근이 자유롭고 언제 어디서나 성과 위주의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한 일의 방식)’은 현재 거의 모든 관공서와 아주 작은 기업을 제외하고는 네덜란드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출근하는 아빠의 모습은 네덜란드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게다가 네덜란드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육아를 돕는 아주 큰 힘이다. 네덜란드의 많은 연금 생활자들은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자신의 시간을 사회 성장에 기여한다. 필자가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네덜란드어를 가르쳐줬던 트루디 할머니는 고등학교 국어(네덜란드어) 선생님이었다. 그는 일주일에 두 번 네덜란드어를 가르치는 자원봉사활동을 했고 나머지 시간 대부분은 자녀를 도와 손자를 돌본다고 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연금 생활 자원봉사자의 기여가 사회를 움직이는 큰 힘인 동시에 양육에도 크게 보탬이 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초등학교가 만 4세부터 시작된다. 그 이전의 0세에서 만 3세까지의 보육 제도는 한국과 많이 다르다. 보육시설 사용료는 젊은 부부에게 큰 부담이다. 아이들을 종일 보육시설에 맡기는 부모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일 때문에 보육시설에 맡겨야 하는 시간을 조부모가 대신하면서 가족의 유대는 더욱 돈독해진다. 자원봉사자로 사회에 헌신하는 시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문화이기에 손자를 돌보는 일은 가족이기에 더욱 행복한 일이라는 것이 보편적인 생각이다.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가족의 연대를 통한 관심과 사랑으로 더욱 높아진다.

- 네덜란드의 초등학교 수업 모습
- 네덜란드의 초등학교 수업 모습

세금인하해 보육비 부담 줄여
네덜란드 출산율은 1995년부터 꾸준히 상승하다가 2013년에 소폭 줄었다. 여성 1인당 1.68명으로 EU 27개국 평균보다 높으며 꾸준히 안정적인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자녀를 낳아 가족을 꾸리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는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울타리다. 행복한 부모가 행복한 아이를 길러내는 것이고 사회 구성원이 건강하고 행복하면 그 국가는 당연히 행복한 국가가 되는 것이다. 교육비 지원이나 복지 예산을 증액할 때에도 반드시 예산 증감에 대한 원인과 그 이후의 대책을 내놓는다. 육아보육 지원비가 줄어들었지만 보육에 사용되는 비용의 세금을 줄여주는 방법으로 전환해 보육시설에 의존하지 않고 자녀를 잘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학비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비싼 편이다. 물론 교통 지원금, 학자금 융자, 생활비 지원 등의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지만 결국 졸업을 하고 난 후에 빚이 된다. 이자율은 낮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만 30세 이전에 졸업을 하면 갚지 않아도 됐던 지원금도 이제는 갚아야 한다. 이런 정책은 직업학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대학을 선택하는 학생에게만 적용되는 정책이다. 이는 오랫동안 공부를 하고도 취업을 하지 못하는 고학력 실업자가 양산되면서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원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지원금을 줄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는 개개인의 삶의 질과 행복을 만들어주는 체계다. 더 행복한 나라의 더 행복한 아이들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개선과 노력을 지속해나가는 국가의 노력이 국민 개개인을 행복하게 만드는 기반이다. 국가의 정책들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수레바퀴와 같아서 어느 하나가 균형을 잃으면 각각의 역할을 해낼 수 없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아이들의 행복이 가정의 단 한 사람의 역할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그렇기에 가족 구성원들 전체의 노력은 물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낸다. 오랜 시간을 통해 합리적인 가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식인 민주주의를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나라가 네덜란드다. 올해부터 정부 지원이 줄어드는 정책들이 많다. 그 가운데 보육시설 지원에 관한 정책이 변화했고 지원비도 감소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느끼는 행복이 줄어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