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인도에는 똑똑하고 열정 있는 인재들이 넘친다. 21세기는 ‘친디아(Chindia·차이나와 인디아의 합성어)의 시대’가 될 것이다. 서구 기업들은 친디아를 향해 움직여야 하며, 젊은이들은 두 나라에 대해 최대한 많이 공부해야 한다.”

 제너럴일렉트릭(GE)을 세계 최고기업으로 일궈낸 잭 웰치 전 회장이 지난 9월2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정경대(LSE) 특강에서 강조한 말이다. 그는 인도를 IT(정보기술) 분야의 세계적인 아웃소싱 텃밭으로 만든 주인공 중  한 명. 때문에 웰치 회장의 충고는 한층 설득력을 갖는다.

 실제 1989년 9월 시장탐색 차원에서 인도를 방문한 그는 인도의 상술(商術)에 반해 깊은 인연을 맺는다. 조찬회담 자리에서 라지브 간디 당시 총리의 최고기술 자문관인 샘 피트로다의 소프트웨어 구매 요청 제안을 받아들인 데 이어 1991년 인도와 기술 제휴를 체결한 것.

 GE의 초기투자는 인도의 IT 및 경영서비스 부문의 대외 신뢰도를 높이는 보증수표가 됐다. 또 1999년 초 GE의 인도 콜센터(call center) 설립은 아웃소싱 강국으로 인도를 세계무대에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중국·인도 제휴로 최대 강국으로 등극

 인도는 이후 최근 10여년 동안 연평균 7%에 달하는 고도의 경제성장을 질주했다. 같은 기간 평균 9.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중국과 더불어 세계경제를 이끄는 ‘신흥 쌍두마차’로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성적표’이다.

 덕분에 1970년대 중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20분의 1, 인도는 30분의 1에 불과했으나, 2004년 현재 중국의 국내총생산은 미국의 16%, 인도는 6% 정도로 급팽창했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두 나라의 연합전선, 이른바 ‘친디아 경제동맹’의 구축 가능성이다. 현재의 경제성장 속도를 유지하면, 중국의 경제규모(국내총생산 DGP)는 2020년쯤 일본을 앞서고, 2040년에 미국을 추월할 전망이다. 인도는 2030년쯤 일본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두 나라의 제휴는 세계 최대 경제 강국의 등극 시기를 훨씬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등은 작년 말부터 “친디아가 21세기의 리더가 될 것”이라는 공공연하게 예상하고 있다. 물론 중국과 인도의 경제 격차는 하늘과 땅 수준이다. 국내총생산은 세 배 가까이 되고,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열 배 이상 중국이 더 많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의 경제협력은 갈수록 급물살을 타는 양상이다. IT에 이어 에너지·철강 등 다방면으로 협력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먼저 2001년 18억달러였던 양국간 교역 규모는 지난해 136억달러로 만 3년 만에 일곱 배 이상 늘었다. 양국은 2008년에는 200억달러, 2010년에는 300억달러로, 앞으로 5년 이내에 지금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양국 교역액이 300억달러를 넘어서면,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인도의 최대 교역국이 된다.

 두 나라는 또 오는 2015년까지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친디아판 FTA는 세계인구 중 40%(23억명)를 묶는 최대 자유무역권의 탄생을 의미한다. 당연히 세계경제 판도에 메가톤급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친디아 경제동맹의 움직임은 국제 에너지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사생결단의 혈투를 벌여 왔던 두 나라가 에너지수급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의 형성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성장에 따른 에너지 수요량 폭증에 직면하고 있는 두 나라는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에서 석유 및 천연가스 채굴권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벌여 왔으나, 앞으로는 입찰 및 개발 과정에서 공동전선을 형성키로 한 것.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이와 관련해 최근 “인도와 중국이 해외의 석유 및 천연가스원을 확보하기 위해 공동전선을 형성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 초안을 곧 교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도 에너지부 고위관리인 탈미즈 알마드는 “양국이 세계 각 지역의 에너지원을 엄선하고 공동입찰을 추진하는 식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도와 중국이 연대하면 세계 에너지시장에서 만만찮은 파워를 형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국의 에너지 파트너십은 지난 2월 인도의 마니 산 카르 아이야르 석유장관이 제안했고, 이어 4월 인도를 방문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에너지안보 분야 협력에 합의함으로써 무르익고 있다.

 마니 산 카르 아이야르 장관이 11월 초 중국을 방문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두 나라는 또 에너지 부문 협력을 위한 태스크포스(task force) 가동도 서두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협조체제가 형성되면, 인도의 석유천연가스사와 오일 인디아, 인디안 오일, 중국석화(SINOPEC), 중국석유천연가스총공사(CNPC),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도 구체적인 협력이 본궤도에 올라 글로벌 에너지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철강·IT 분야서 양국 접목 추진

 철강과 IT 분야의 협력도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4월 중국의 12개 철강회사 대표들이 인도를 방문해 안정적인 철광석 확보 방안을 협의했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양국 철강업계가 정식교류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인도는 지난해 브라질을 제치고 중국의 2위 철광석 수입국이 됐다.

 중국은 인도를 안정적인 철광석 공급처로 확보할 경우, 호주 및 브라질 철광석 업체와의 가격협상에서도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철광석 무역업체 20여개사는 지난 9월 말 인도를 방문, 협력 강화를 모색했다. 철강 생산능력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인도 입장에서 중국 철강업계의 투자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중국 젠롱강철 관계자는 “인도는 사회 간접자본 투자가 늘면서 철강시장 전망이 밝은 데다, 생산단가가 향후엔 중국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점에서 투자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IT 분야에서는 인도의 소프트웨어와 중국의 하드웨어 접목이 추진되고 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北京) 중관춘의 소프트웨어단지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파크는 최근 인도의 대표적  IT서비스업체인 TCS와 공동으로 소프트웨어 합작사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2006년 중관춘에 들어설 합작사는 아시아시장을 비롯해 미국, 유럽 등 세계시장에서 IT 아웃소싱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는 하드웨어 대국인 중국이 인도를 지렛대로 삼아 소프트웨어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성공사례로 풀이된다. 작년 말에는 인도 AIIT그룹이 중국 베이쟈정보와 공동으로 푸젠(福建)성의 푸저우(福州)에 소프트웨어종합기지를 건설키로 합의했다.

 두 나라의 경제협력이 급진전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공통점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두 나라가 인접해 있고, 모두 인구가 10억명이 넘는 대국이며, 1970~80년대까지 폐쇄경제 체제를 유지하다 개방체제로 전환했다는 것 등등이다. 

 게다가 양국간의 경제발전상의 차이점이 상호보완적 협력을 부채질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과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정보기술에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도의 결합은 가공할 만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적과의 불안한 동침’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전통적으로 친한 관계가 아니라 구원(舊怨)으로 얼룩진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는 탓이다. 1950년 중국이 티베트를 점령한 이후 인도와 중국 간에 국경분쟁이 끊이지 않았고, 1962년에는 양측간 대규모 전쟁이 발생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또 국경분쟁 해결을 위한 정부간 협상을 수년째 진행하고 있지만, 속 시원한 돌파구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적 협력을 가속하고 있는 이면에는 정치·안보적 측면에서 언제든지 갈등이 폭발할 수 있는 잠재적 ‘뇌관’을 품고 있는 셈이다.

 한국 기업과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실리(實利) 확보’가 최고의 방책인 듯싶다. 그런 측면에서 과열조짐을 보이는 중국경제에 대한 리스크 분산과 안정적인 투자라는 ‘두 마리 토끼’를 겨냥해 중국투자 비중을 낮추고 인도 비중을 높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우리에게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고 있다.

송의달 조선일보 홍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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