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절감 명분 '너도 나도' 선호...

기업 이익 늘었지만 고용은 '바닥'

미국의 근대화 모습 가운데 핵심적인 장면 중 하나는 산업의 기계화이다. 포드 자동차 공장의 분화된 자동화는 미국이라는 국가의 합리성과 부의 효율적인 분배라는 개념과 어울려 금세기 가장 고도화된 사회의 상징이 돼왔다. 이 같은 미국 산업의 기계화는 끊임없이 이뤄져 모든 작업 공정을 기계로 대체하는 과정을 이어왔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항상 자동화를 반기는 것은 아니었다. 80년대 후반부터는 오히려 자동화가 상품의 고품질화에 맞지 않는다는 ‘소비자들의 반격’으로 후퇴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손으로 만든 신발이 유행하는가 하면, 손으로 두드려 만든 자동차가 대량 생산화와 기계화로 계측돼 정교하게 만들어진 엔진보다 더 우수하다는 이유로 고가에 판매되기도 했고, 의류와 액세서리류 등에서는 수제품이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인정받았다. 손으로 만들면 무조건 더 우수한 것이며, ‘수제’라는 말이 곧‘고품격’이나‘명품’의 필수 요소처럼 간주되기도 했다.

이런 유행 아닌 유행에 따라 일부 자동차 메이커들은 대량 생산체제를 통해 제조한 차량의 마지막 작업을 손으로 마치는 것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기도 했다. ‘장인 정신’이 깃든 제품으로 알려, 다른 차량보다 몇 배나 비싸게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해 짭짤한 재미를 봤다.

아몬드 농장에도 기계가 대세

자동화란 말 자체에는 이미 인간의 손을 배제한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애초부터 인간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한다는 의미로 시작돼, 그것이 더 정교하고 일률적인 데다 인간의 피로를 덜어준다는 장점이 강조됐다. 자동화는 곧 산업화와 선진화의 척도로 여겨졌고 저개발국가는 자동화를 자신들의 궁극적인 목표로까지 인식하기도 했다.

자동화가 최근 미국 내에서 다시 산업계의 미덕으로 칭송되고 있다. 자동화가 전 산업 부문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던 작업, 가령 과일 농장에서도 자동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아몬드 농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기후 조건이 맞는 데다 초콜릿 산업과 맞물리면서 아몬드는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매력적인 농산물 중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거의 특산물로까지 대접받기도 한다.

아몬드 농장에서 열매를 따고 이를 수집하는 일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주로 멕시코에서 온 낮은 임금의 인력이 담당했다. 나무에 열리는 아몬드 열매를 기계로 따낸다는 것은 아무리 자동화의 영역이 넓어진다 해도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그 때문에 낮은 임금의 불법체류자들을 대거 고용해 일일이 손으로 열매를 취합해왔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불경기가 밀어닥치면서 대규모 인원을 고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농장 경영진들은 그에 대한 돌파구를‘기계화’에서 찾기 시작했다. 아몬드 나무의 열매를 따기 위해 나무를 흔드는 기계가 발명됐으며, 시장도 불경기 이후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떨어진 열매는 뒤따라오는 기계가 수거한다. 미국의 실업률이 9.6%로 발표되고 실업으로 인한 불경기, 주택 모기지 연체로 인한 차압사태, 소비위축 등이 항시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업체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용 대신 기계를 선호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기계화, 컴퓨터화가 비교적 느렸던 농업 부문의 정보화와 기계화는 생산과 수거라는 차원을 넘어 농산물의 관리와 판매, 그리고 이에 따른 행정보조 부문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기계로 대체된 일자리는 앞으로도 영원히 사람을 고용하는 일이 없는, 영구적 기계화가 될 공산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기계화로 사라진 일자리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속도가 느리기는 했으나 사실 농업 부문에서 기계화는 꾸준히 이어져왔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8달러인 농업 부문의 일자리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미국의 농업 부문에서 고용은 11%나 줄어들었다. 반면 생산량은 크게 늘었다. 아몬드 농장의 경우 생산량이 종전의 2배 수준인 16억 파운드로 증가했다. 농업 분야에서 기계화 비용이 싸진 데다 힘든 작업 과정까지 모두 기계화가 이뤄질 정도로 기술 축적이 됐기에 가능한 결과이다.

늘어나는 무인 서비스대

기존 인력을 기계로 대체하는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기계화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불경기가 모든 반대론을 잠재우고 비용절약이라는 기계화의 명분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와 관련 경제결정(Decision Economics)이라는 산업화 연구단체의 앨런 시나이는 “최근 기계화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기계로 인력을 대체시키는 과정이 아주 용이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 흑자로 돌아서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실업률이 9.6%에서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도 산업 전반에 불고 있는 기계화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8월의 경우 민간 부문에서 6만7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인구 증가속도를 감안하면 10만 개가 창출됐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반면 기업들의 이익은 고용을 늘렸을 때보다 불어났다. 기계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상당부분의 일자리에서 기계화가 이뤄져 향후에도 많은 고용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기계화는 지난 2007년에서 2008년 사이에 생산성 향상의 약 1.6%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지난 2000년에서 2007년까지는 1%에 불과했다. 7년 동안 나타난 생산성에서 차지하던 기계화 비중을 단 1년 사이에 훌쩍 넘어버린 것이다.

서비스업에서도 기계화와 자동화의 물결이 거세게 밀려들고 있다. 2000년 9?1사태 직후 항공사들이 극도의 어려움을 이기기 위해 무인 서비스대를 늘려 승객 스스로 발권을 할 수 있게 해 인력을 줄이던 패턴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이제 일반 소매점과  레스토랑 같은 외식업종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무인 서비스대에서 거래되는 금액은 연간 약 3000억달러 규모에 이르며 2014년까지 4550억달러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서비스업의 자동화 사례는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보편화된 햄버거 체인 가운데 하나인 ‘잭 인 더 박스(Jack in the Box)’라는 업체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업체는‘EMN8’ 이라는 회사에서 제조한 마치 현금지급기처럼 생긴 자동판매기를 사용하고 있다. 기계에 그려진 메뉴 가운데 원하는 것을 골라 버튼을 눌러 주문을 한 후 신용카드를 긁으면 결제가 되고 햄버거를 기계에서 꺼내는 방식이다. 회사는 이렇게 함으로써 햄버거 가게의 비용을 무려 6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 동안 매장에서 필요했던 수많은 인력이 기계 하나로 간단히 해결되는 것이다. 이 업체는 손님이 혼자서 햄버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경제학자들은 19세기 초 산업혁명 시기에 수백 명의 인력을 증기기관 하나가 간단히 대체하던 과정이 현대의 불경기에 재연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그 과정은 매우‘조용’하다고 지적한다. 높은 실업률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사이 기계화 바람이 조용히 고용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결코 기계화를 고용과 연결하지 않는다. ‘잭 인 더 박스’의 경우‘고객들에 대한 서비스 개선’을 기계화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감원’이라는 표현은 하지 않는다. 거대한 기계화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도 조용하게 이뤄지는 이유다.

스마트폰으로 울고 웃는 고용시장

스마트폰도 고용 하락의 이유가 되고 있다. 최근 들어 스마트폰의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이제 기업체의 임원들이 회사 밖에서도 회사와 쉽게 연결된다. 이에 따라 기존에 필요했던 인력의 상당 부분이 불필요하게 됐다. 임원들은 항공기 예약에서 호텔 예약, 그리고 그에 필요한 스케줄을 혼자서도 잘 짤 수 있게 되면서 비서진이 덜 필요하게 됐으며, 총무과나 다른 행정 요원의 필요성도 줄어들었다. 호텔 예약 시스템인 타임쉐어(Time Share) 서비스업을 하는 업체들의 경우 고객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스스로 스케줄을 짜기 때문에 직원의 3분의 1을 해고해도 업무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최근 들어 서비스 부문의 인력고용이 늘어났는데 그 이유는 바로 스마트폰 사용 증가에 따른 신규 서비스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행사와 항공사 예약부문에서 약 2만 명의 고용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계화에 따라 일부 분야에서는 고용이 증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최철호 미주경제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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