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행복 경영으로 48년 연속 성장

열도 뒤흔든 '작은 회사의 큰 기적'

회사의 존재 이유는 뭘까. 역시 이윤 추구가 최대 덕목일 터다. 미국식 경영에 좀 더 충실한 답이라면 주주 이익이 꼽힐 것이다. 그래서 변화·속도처럼 경쟁력 강화가 일상적으로 요구된다. 다만 세상사 다 그렇듯 예외가 있다. 더구나 이 예외의 성과가 주류가치를 웃도는 경우도 많다. 새로운 가치발견이다. 이런 점에서 이나(伊那)식품공업(이하 이나식품)은 주류경영학의 돈키호테라 불릴 만하다. 회사성장은 수단일 뿐 직원의 행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직원이 행복하면 회사도 행복해진다는 게 이 회사의 모토다.

그런데도 실적은 탁월하다. 시행착오가 없진 않지만 반세기 가까이 우상향 성적표를 기록 중이다. 학계를 비롯한 주요 언론의 연구 대상인 이유다. 도대체 이나식품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나식품은 일본에선 이미 유명한 회사다. 특이한 추구 가치를 실현하려는 뚝심 경영 덕분에 언론을 자주 탄 덕분이다. 사카모토 코우지(坂本光司)의 <일본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픈 회사>에 소개되면서 일본 최고의 인기회사 반열에 올랐다. “본인이 연구해온 6000개 회사 중 상위 5개사에 꼽을 정도로 기적의 회사”라는 게 저자의 평가다.

직원 행복의 힘 … ‘사양 사업을 성장 엔진으로’

호평의 이유는 적잖이 일본적이다. 직원 행복을 위한 전통적인 공동체 정신을 실현했다는 게 핵심 요지다. 더구나 경영 성적이 뛰어나다. 대의명분이 좋아도 내치(內治)가 흔들리면 도루묵인 법이다. 이나식품은 48년 연속 매출·순익 동시증대라는 입지전적인 성과를 냈다. 단 한 번의 구조조정도 없었다. “불황이라고 직원을 해고하는 경영은 잘못됐다”는 가치 판단에 따라 앞으로도 구조 조정은 없다는 방침이다. 회사 CEO가 금융 위기 이후 열도전국에서 훈수를 부탁받는 이유다.

이나식품은 성장 산업과는 거리가 있다. 주력 품목이 해조 식품인 우뭇가사리(한천·우무)로 이를 가공해 부가가치를 얹어 파는 게 핵심 사업 모델이다. 최근 다이어트·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인기를 끌었지만, 성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나식품은 업계에서  세계 1위 메이커다. 국내점유율 80%에 세계점유율 15%를 차지한다. 매출액 165억엔(2007년)에 임직원 400여 명이 근무 중이다. 2007년을 빼면 매출액 경상이익률 평균 10% 이상의 위업을 달성했다. 결코 만만찮은 성장세다. 기후 변화에 좌우되는 원료 조달 탓에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경쟁 시장이란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성장의 해법은 사람, 즉 직원의 애사심에서 도출됐다. 직원의 놀랄 만한 애사심, 이익의 10%에 이르는 R&D에 투자가 맞물리면서 히트상품이 속속 개발됐다. 지금은 과자·스프·화장품·의약품·필름 등으로 취급품목을 확대했다. “멀리 보면 부유해지고 가깝게 보면 가난해진다”는 츠카코시 히로시 회장의 말처럼 직원 행복을 최대 가치로 두는 독특한 가치 추구가 장벽은커녕 회사를 키우는 놀랄 만한 동력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 회사가 추구하는 직원 행복은 구체적이고 공개적이다. 회사 곳곳에 직원 행복 실현 회사임을 강조하는 푯말이 걸려있다. 그만큼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와 존재 이유가 명확하다. 회사의 사시는 ‘좋은 회사를 만들자’는 것이다. 허울 좋은 미사여구일 수 있다. 하지만 이나식품이 추구하는  ‘좋은 회사’는 꽤 구체적이다. 회사 구성원 전체가 일상생활에서 참 좋은 회사라고 말할 수 있는 조직을 의미한다.

사시 구현을 위해 요구되는 자세는 △패밀리 의식과 일상적인 공사(公私)협조 △창의·열의·성의로 좋은 제품·서비스 제공 △ 모든 것에 풍부한 인간성으로 배려 △공덕심을 가진 유익한 인간 성취 노력 등으로 축약된다. 근무시간뿐 아니라 사적 관계에서조차 서로 협조할 만큼 패밀리 의식을 강조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폐쇄적이지도 않다. 내부 구성원만의 행복에 그칠 게 아니라 이를 사회에 환원·공헌 하라는 행동 강령도 뒤를 잇는다.

이런 사시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게 회사의 영속성이다. 회사 영속은 직원 행복을 극대화시키는 전제조건이다. 정신·물질적인 행복감에 영속성을 더해 이를 사회에 공헌토록 하는 게 강조된다. 때문에 매출·이익 크기보다 회사가 늘 빛나며 영속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높은 직원 만족 …‘월급은 가능한 많이’

영속이라면 으레 업적 본위를 떠올린다. 돈을 벌어야 오래가서다. 그런데 이 회사는 눈앞의 돈엔 크게 관심이 없다. 그러니 경쟁도 없다. 단기적인 유혹을 참는 원동력은 장기 경영에서 찾을 수 있다. 무리한 급성장보단 꾸준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한다. 요컨대 ‘나이테 경영’이다. 회장은 “어떤 나무든 나이테는 매년 하나씩만 생기듯 기업도 순리에 맞게 천천히 성장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90년대 버블붕괴 이후 일본재계엔 종신고용·연공서열을 경시하는 경향이 심화됐다. 아예 미국식 유연시스템으로 돌아선 기업도 많다. 이런 점에서 이나식품은 옹고집이다. 회사 홈페이지에 “인간에게 가장 자연스런 경영기법”이라며 종신고용·연공서열 원칙준수를 밝히고 있다. 연령에 따른 체험적 판단·지혜야말로 가장 소중한 재산이란 입장에서다. 게다가 “취직·결혼·육아 등 입사 후 직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경제적 부담 없이 행복하게 보조해주는 최선책이 연공서열”이라고까지 적시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급여다. 이나식품의 인건비는 사실상 목에 찼다. 일본 최고·업계 최고는 아니어도 줄 수 있는 범위 안에선 최대한 지급해서다. 최소한 월급 때문에 불행해하는 사원은 만들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연령에 따라 임금이 높아지는 연공서열을 채택한 것도 이런 이유다. 이익 증대조차 직원 행복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보는 판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만큼 회장은 “인건비는 비용이 아니라 행복을 얻고자 하는 임직원의 노동대가”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인건비는 가능한 많이 지급하는 게 목적을 이루는 지름길이다.

이는 ‘회사=가족’이라는 회사의 기본 입장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직원이 가족인데, 가족이 돈을 많이 받으면 그만큼 좋은 일도 없다는 논리다. 결국 이나식품의 인건비는 절감대상의 지출이 아닌 증액대상의 수입에 해당된다.

덕분에 직원 만족도는 상당한 수준이다. 회사의 엄청난 배려 덕분이다. 가령 직원 만족을 위해서라면 낭비도 서슴지 않는다. 직원이 안전·쾌적하게 지내는 데 필요한 전력 사용은 좋은 낭비라고 여길 정도다. 쾌적한 근무 환경을 위해 대규모의 ‘칸텐파파’라는 정원까지 조성했다. 직원은 물론 외부에까지 공개해 지금은 관광객이 찾는 지역의 명물이 됐다.

매년 사원 여행도 떠난다. 게다가 2년에 1회는 해외여행이다. 상당 금액을 회사가 부담하는 형태로 40년 가까이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공사를 가리지 않는 의기투합이 회사로선 메리트다. 사택도 완비됐다. 본사엔 55채 가량의 단신·기혼용 사택이 있고, 지점·영업소라도 회사가 현지주택을 임대·제공하기에 문제가 없다.

각종 수당도 후한 편이다. 개인 능력에 따라 수당 삭감이 빈번하다지만 이나식품만큼은 예외다. 결혼·출산때 10만엔의 축하금이 지급되고 2007년부턴 가족 수당도 증액됐다. 덕분에 이 회사 출산율은 2.1명으로 일본평균(1.3명)보다 월등히 높다. 일종의 사회공헌이다.

한번은 여직원이 본인의 조작 실수로 상처를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회사 대응은 빨랐다. 당시로선 회사가 무너질 수도 있는 거액을 투자해 작업환경의 안전성을 높였다. 근로자의 실수였지만, 다시는 위험한 일을 시키지 않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사람의 희생 덕분에 회사 매출을 높이는 건 우리 회사의 목적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종업원의 감동은 당연했다. 이는 곧 높은 사원 만족도로 나타났다.

확고한 경영방침… ‘2006년 성장지체의 교훈’

직원 행복을 극대화하면서 꾸준한 성장을 달성한 데는 그만큼 명확한 방향 설정과 추진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방향이 아무리 옳아도 추진체가 빈약하면 성공신화는 완성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이나식품은 창업 이후 3대 경영 방침을 확고히 지켜왔다. △무리한 성장 지양 △적을 만들지 않음 △게을리하지 않는 성장 파종 등이 그렇다. 이 셋이 합쳐져 시너지를 낸 건 물론이다.

먼저 무리한 성장이란 경기와 유행을 좇지 않는 성장을 뜻한다. 이를 좇을수록 불황 때 과잉투자로 고생하고, 그 결과 해고 단행·임금 삭감 등이 불가피해서다. 1958년 창업이후 이 회사의 연속 흑자 행진은 2006년 딱 한번 멈췄다. 그런데 그 이유가 참 이 회사답다.

당시 다이어트 붐이 일면서 우뭇가사리 효능이 입증되자 전국적으로 엄청난 초과 주문 사태에 직면했다. 하지만 회장의 입장은 분명했다. “모두 거절하라. 이건 일회성 유행이다. 반드시 잦아든 이후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때 사원을 희생시키고 싶지 않다.” 이에 회사는 “우리가 중시하는 건 사원인데 이들에게 잔업을 시키고 싶지 않아 주문에 대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회사의 기업 문화를 모르는 소비자로선 불만이 대단했다. 그러자 이번엔 직원들이 “회사가 우리를 위해주는 걸 충분히 알고 있기에 고객 요구에 부응하는 게 좋겠다”며 자발적으로 증산을 요구·관철시켰다.

우려했던 것처럼 인기는 다음 해 사라졌다. 회사는 작지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래서 50년 가깝게, 혹은 정확히 48년 연속 성장이란 표현을 쓴다. 하지만 회장은 ‘48년 연속 매출·순익증가의 우량 기업’이란 타이틀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보단 48년간 직원을 고용하고 월급겫립駕보?올려준 걸 더 자랑스러워한다. 2010년 현재 이나식품은 다시 매출·순익증가로 되돌아왔다. 

적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도 경영방침 중 하나다. 동종업계·이종업계든 싸움을 하지 않는다. 싸움을 피한다는 건 온리 원(Only one)을 지향한다는 말과 같다. 세상에 없거나 타사는 못 만드는 제품이면서 고객이 원하는 걸 만들면 적 없이 성장할 수 있어서다. 반대로 아류를 만들거나 타사보다 싸면서 좋은 걸 만들자면 반드시 적이 생길 수밖에 없다. 회사가 매년 새로운 부가가치를 더한 지금까진 없는 감동적인 제품을 만드는 이유다.

하청을 포함한 거래 기업도 적이 되기 쉽지만 이나식품은 다르다. 함께 울고 웃는 상생적 윈윈전략을 통해 장기신용을 구축해가는 구조다. 노력 중인데도 적정 이윤을 내지 못하는 거래 기업에 되레 단가를 올려줄 정도다.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조언해주는 건 일상적이다. 이 정도면 “저 회사는 정말 좋은 회사니 저 회사를 위해서라면 힘을 내자”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자사를 위해 타사 직원이 최선을 다해주는데 연속 흑자가 나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하다.

성장씨앗 뿌리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게 마지막 경영 방침이다. 이는 연구 개발 등 미래 경비와 관련된 항목이다. 성장 씨앗이 발아하는 건 확률이 3/1000일 정도로 어렵다. 하지만 그마저 뿌리지 않으면 성장 가능성은 제로다. 회사는 0.3%의 확률을 위해 끊임없이 파종하고 물과 비료를 주며 미래 씨앗을 기른다. 회장은 “성장하는 것도 이익을 내는 것도 모두 회사를 존속시키기 위함”이라며 “회사 존속의 이유는 바로 사원 행복을 위함”이라고 했다.

지속 성장을 통한 장기 존속은 회사특유의 100년 캘린더 활용에서 그 열의를 엿볼 수 있다. 회사는 곳곳에 100년 캘린더를 붙여둔다. 2000~2100년의 100년짜리 한 장은 어디서든 볼 수 있다. 100년 앞의 먼 시간을 두고 경영이든 사견이든 생각하란 의미다. “100년 후에도 가치 있는 기업으로 존속하게끔 회사를 가꾸자”는 판단에서다. 동시에 100년의 시간 안에는 인생 전부가 녹아 있어 일상생활에서 최선을 다하는 효과도 실현된다.

전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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