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시 인도의 실험은 현지의 파트너십을 통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서도 성공의 폭을 넓히고 있다. 기존에 확보하고 있는 기술과 연구 인프라를 현지의 다른 기업이나 연구소와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본사 획일적 지휘는 ‘옛말’…

다른 제품 ∙ 전략으로 글로벌 마케팅





다국적 기업들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이라는 이름처럼 ‘여러 나라에 위치한 기업’이라는 점은 변화가 없으나 구조가 완전히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한 국가에 본부를 둔 기업이 다수의 외국에 지점이나 분점 등을 개설, 본부의 지휘통제를 받고 인력을 파견받는, 혹은 현지에서 채용하면서도 본부의 지휘와 통제를 받는 개념이 지금까지의 다국적 기업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개념은 현지의 실정과 환경 등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시행착오를 거듭해왔다. 일부 다국적 기업은 현지의 분사나 지점망에 일부의 재량권을 줘 그 한계 내에서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다국적 기업의 대명사인 펩시와 제너럴일렉트릭(GE)이 대표적이다.

두 회사는 이머징 마켓에 위치한 경우 아예 철저하게 현지의 운영에 맡기고 있다. 즉 미국 본사와 이머징 마켓 국가들에 위치한 회사들은 그냥 이름만 펩시나 GE라고 쓸 뿐 아예 전혀 다른 회사로 운영된다. 특히 인도와 중국의 경우 별도로 설립된 독립 회사로 운영되고 있다. 물론 회사의 소유형태나 총수의 인사 등에 있어서야 본사의 입김을 벗어날 수 없으나, 그 운영방침이나 방법, 경영 등은 각자 나름대로 알아서 움직이는 것이다.

콜라회사에서 벗어난 펩시 인도

이같은 다국적 기업의 변화는 이머징 마켓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는 유럽에 위치한 경우에도 유사한 변화가 감지된다. 이제 다국적 기업은 이름만 같을 뿐 실제로는 개별회사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이런 변화의 근저에는 두 가지 목표가 놓여 있다. 즉 현지 회사들은 철저하게 해당 지역의 시장을 활성화해야 하고 성공해야 한다. 펩시 인도는 미국의 펩시와 같은 이름과 로고를 사용하지만 판매하는 품목은 다르다. 펩시의 CEO인 인디라 누이는 이 회사를 미국에서처럼 콜라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건강에 좋은 음료를 파는 회사로 바꾸어놓았다.

누이는 기존 식음료시장이 소비지향적이며, 때때로 정크푸드라고 손가락질 받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몸에 좋은 건강식품 및 음료 회사로 회사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고 판단했고 실제로 그의 작업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변화를 위해 누이는 기존에 프리토레이와 같은 감자 칩과 콜라 등으로 대표되는 유흥적인 음식(Food-for-fun)을 만들어내던 기존 제조패턴을 과감하고도 빠르게 개혁, 이제는 몸에 좋은 음식(Good-for-you) 생산자로 변모시켰다. 콜라 대신 오렌지 주스나 퀘이커 등과 같은 건강식 시리얼 등을 주력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펩시 인도는 주력제품과 전략이 본사와 다른 만큼 이미지도 180도 다르다. 누이는 이같은 회사의 이미지 변신에 따른 이익극대화 모델로 현재 이머징 마켓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성장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막 성장한 이머징 국가의 소비자들이 건강에 신경을 쓸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는 점에 착안, 그들의 니즈를 파고든 것이 성공의 비결로 꼽힌다. 현재 한해 100억달러 정도인 판매량을 오는 2020년, 즉 10년 뒤에는 3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누이가 이같은 변모를 염두에 둔 것은 펩시라는 회사가 미국에서는 이미 이전부터 청량음료로 시작해 발전을 해와 청량음료 내에서는 더 이상의 제품변화는 사실상 어렵다는 점, 신흥공업국들에서도 청량음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데다 건강식품에 대한 의식이 많이 고취돼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었다. 게다가 인도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 좋은 시장으로 판단됐다. 시장의 규모 또한 거대해서 새로운 시도가 성공한다면 막대한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곳으로 기대됐다.

벼농사에 진출한 콜라회사

펩시 인도의 실험은 현지의 파트너십을 통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서도 성공의 폭을 넓히고 있다. 기존에 확보하고 있는 기술과 연구 인프라를 현지의 다른 기업이나 연구소와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비단 음료만이 아니다. 음료를 넘어 자신들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다면 어디든 진출하고 있다.

또한 펩시 인도는 지난 4월 인도의 대표적인 기업인 타타차(Tata Tea)사와 합자, 건강에 좋은 식품과 음료개발에 들어갔다. 합자를 통해 인근 방글라데시나 스리랑카, 동남아시아권의 기근 다발지역이나 상시적인 영양부족 현상을 겪는 지역에 그들의 제품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06년에는 벼농사에도 발을 내밀었다. 펀자브 지방의 농업대학과 손잡고 트랙터를 이용해 직접 파종하는 벼농사를 시작한 것이다. 이 방법은 물을 가둬놓고 벼를 심은 뒤 이를 자라게 해 모종을 내는 기존의 방식에 비해 여러 장점이 있었다. 모종을 키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일손이 줄어든다. 또 물 사용을 30% 줄이면서 탄소가스 방출은 무려 70%나 감소시킬 수 있었다.

품도 덜 들고 친환경적인, 획기적인 펩시 인도의 농사법은 인도 곳곳에 급속히 전파되고 있다. 편할 뿐만 아니라 기근 해소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이 농사법을 기근이 자주 발생하는 국가로 수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펩시 인도의 행보는 미국에서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라 할 수 있다. 과연 미국 내의 펩시 본사가 벼농사에 관심이나 가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가진다 해도 성공할 수 있는지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GE 인도 이미지 제고 통해 판매증가

펩시와 마찬가지로 GE 역시 전 세계에서 건강한 사회를 구축하는 데 앞장서면서 이미지 변모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GE는 헬시매지네이션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말은 건강을 뜻하는 헬스(Health)와 상상을 의미하는 이매지네이션(Imagination)을 합성한 말로 건강을 염두에 두는 상상이라는 의미다.

실제 내용에서는 GE사가 운용하는 경영주체들을 총망라해 인류에게 건강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으면서, GE의 의료기기 제조사가 만드는 기기들을 더 많은 이들이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미지 제고와 판매 증가를 동시에 이뤄내겠다는 얘기인 셈이다. GE의 헬시매지네이션 전략은 인도의 병원 사업에서 대표적인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인도의 병원에는 최근 많은 분자영상장치(Molecular Imaging)가 보급되고 있다. 분자영상장치는 암을 조기진단하는 데 사용되며, 이 장치를 설치해서 운영하는 데 상당한 노력과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도입하는 것보다 운영하는 것에 더 많은 자금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인도의 병원들이 이 값비싼 기기들을 도입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GE도 이를 파악, 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GE의 전략 핵심은 분자영상장치를 사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FDG라는 인체투입약품의 공급을 최대한 편리하게 하는 데에 있다. FDG를 흡수하지 않으면 영상이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FDG가 매우 불안정한 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인체에 투입돼 영상장치를 보여주게 한 뒤 사라질 정도다.

FDG는 인체 외부에서도 쉽사리 변질된다. 신속하게 유통되지 않으면 도로 위에서 성질이 바뀌어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문제는 인도의 교통 인프라가 매우 열악하다는 점이다. 10명분을 주문하면 보통 6~7명분이 상하고 고작 3~4명분만 건지기 일쑤다. GE는 바로 이 점을 파고들었다.

GE 인도는 인도의 FDG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와 교통기관, 그리고 이 장치를 이용할 수 있는 건강센터를 전략적인 위치에 따라 건설해 나갔다. 그 결과 미국 등에서 수입되던 FDG가 인도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며 필요한 곳에 적시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FDG의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GE의 분자영상장치 판매도 확대됐다. 2000년 인도에서 단 한 대에 불과했던 이 장치는 현재 25대까지 보급됐다. 이것이 바로 GE가 구상하고 있는 헬시매지네이션이다.

펩시나 GE처럼 다국적 기업이면서도 현지에서 전혀 다른 형태의 업무를 하거나 아예 다른 상품을 다루고 더 많은 이익을 실현하면서도 이미지를 높이는 사례는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많은 다국적기업이 같은 업무를 하는 업체가 여러 국가에 존재한다던 종전의 개념에서 벗어나 이름만 같을 뿐 제각기 다른 회사로 변모되고 있기 때문이다. 종전의 다국적기업의 개념에 이제 겨우 진입한 한국의 다국적기업들이 어떻게 이러한 변화에 적응해 나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최철호 미주경제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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