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중국을 가까이하고 인도를 소외시켰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인도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있다.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중국 경제와 달리, 인도는 IT 중심 서비스산업이 강해 미국 경제와 보완 관계에 있다. 인도와 미국의 새로운 밀월관계는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인도와 함께 춤을’…

과거 불신 훌훌 털고 새 밀월관계 정립



오바마 대통령과 만모한 싱 총리

지난 6월 미국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키로 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러나 이 소식을 들은 인도인들은 그다지 기뻐하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는 오바마 대통령이 얼마 전(11월 6~8일) 실제 인도를 방문할 때까지도 이어졌다.

그 이유는 오바마 정부에 대한 인도인들의 깊은 불신 때문이다. 인도인들은 지난 2008년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 대통령’이 당선되자 환호했다. 같은 유색인종으로서 동질감과 깊은 유대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유대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바마 정부는 이전의 빌 클린턴 정부나 조지 부시 정부와는 달리 인도를 무시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 직후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각국 정상들과 전화 외교를 적극적으로 펼쳤다. 심지어 인도의 숙적인 파키스탄 정상과도 통화했다. 그러나 인도는 제외했다. 오바마의 이런 자세에 자존심 강한 인도 국민들은 큰 배신감을 느꼈다.

인도 소외시켰던 오바마

인도를 소외시키는 듯한 오바마 정부의 태도는 계속 이어졌다. 2009년 2월 오바마 정부 출범 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순방 일정에서 인도를 제외했다. 그 해 11월 이번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첫 아시아 3개국 순방에 나섰다. 주된 방문국은 중국이었고, 한국과 일본이 포함되었으나 이때도 인도는 제외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해 향후 전 지구적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양국관계를 설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주요 2개국(G2), 즉 미국과 중국 양극 체제를 강조하며 친중국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를 본 인도인들은 크게 상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직후 만모한 싱 인도총리를 백악관에 초청했다. 인도의 불만을 달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친중국적인 행보를 계속해 인도인들의 불신은 줄어들지 않았다.

인도를 배제하는 듯했던 오바마 정부의 태도는 이번 인도 방문에서 180도 바뀌었다. 인도 방문 중 오바마 대통령은 대학생들과 토론을 벌이는가 하면 함께 춤을 추는 등 적극적인 스킨십 외교를 펼쳤다. 오바마 부부는 인도 뭄바이의 한 고등학교를 방문해 직접 인도 전통춤 공연에 끼어들어 춤 솜씨를 선보였다. 미셸 오바마 여사는 뭄바이 보육원에서 신발을 벗고 아이들과 게임을 하거나 춤을 추며 어울리기도 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만모한 싱 인도 총리에게 “인도는 이미 세계 강국 중 하나(already a world power)”라고 추켜세우며 “미국과 인도는 21세기의 결정적인(defining) 동반자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는 세계의 가장 큰 2대 민주주의 국가로, 매우 크고 성장률이 높은 자유 시장 경제이면서, 강한 다원주의와 관용의 전통을 가진 다인종 사회다. 우리(미국과 인도)는 세계를 지도할 기회와 책임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미국과 인도가 21세기의 결정적인 동반자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이유라고 믿는다.”

인도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오바마 대통령 발언의 절정은 11월 8일 인도 하원 연설이었다. 이날 연설은 그동안 인도인들이 오바마 정부에 갖고 있던 불신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몇 년 이내에 인도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포함되기를 원합니다.” 이 말을 듣자 인도 국회의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열렬한 지지와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은 인도의 오랜 숙원이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 개편문제는 유엔 회원국들의 이해가 상충하는 민감한 사안으로 미국 대통령이 특정 국가를 편드는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오바마의 이날 발언은 인도와의 관계를 증진함으로써 미국의 지위를 위협 중인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강한 포석으로 해석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도 국회의원들의 열렬한 지지에 신이 나 친인도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면 이제 인도-미국 관계의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글로벌 도전에 대한 글로벌 파트너십을 갖는 것입니다. 미국은 인도가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것에 대해 기뻐할 뿐만 아니라 서로 어깨를 맞대고 함께 나아갈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도 하원에서 연설하는 동안 36번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특히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지 발언을 할 때는 가장 오랫동안 열화와 같은 박수세례를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친인도 발언을 쏟아내자 그의 인도 방문 시점에도 큰 의미가 부여됐다.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등 과거 인도를 방문한 미국 대통령들은 모두 연임 대통령이었다. 이들은 모두 연임 기간 중에 인도를 방문했다. 그러나 오바마의 인도 방문은 대통령이 된 지 2년 만에 이루어졌다. 즉, 첫 임기 동안 인도를 방문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면서 대통령 임기 중 가장 일찍 인도를 찾은 대통령이 됐다.





지난 11월6일 미셸 오바마 여사가 인도 뭄바이의 무의탁 어린이들과 게임을 하고 있다.

새로운 밀월관계는 중국 왕따가 목적?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인도 방문으로 양국 간 새로운 밀월관계가 시작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러한 인도와 미국의 밀월관계를 ‘신랑과 신부’사이라고 표현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인도에 대한 태도가 왜 이렇게 갑자기 바뀌었을까. 대통령에 당선된 후 인도 총리에게 전화조차 하지 않던 오바마였다. 그 이유는 ‘짝사랑’했던 중국에 대한 실망과 이에 따른 견제 의도, 미 경제위기 극복 필요성, 최근 급속히 가까워지는 중국과 파키스탄 간 관계 강화에 대한 대응 등으로 분석된다.

첫째,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직후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미국 경제위기는 물론 전 세계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래서 중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중국의 경쟁국인 인도를 소외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중국 문제가 풀리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미국-중국 간 환율갈등과 무역 불균형 문제가 더욱 악화됐다. 중국의 뻣뻣하고 비협조적 태도에 실망한 오바마 정부는 결국 ‘옛 애인’ 인도를 다시 찾아 구애작전을 펼친 것이다.

인도는 중국의 패권적 진출에 맞서야 하는 미국과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다. 인도는 인구 규모에서 중국과 비슷하고, 두 자리 수에 가까운 높은 경제성장을 지속해 중국 견제에 있어서는 최상의 파트너다.

둘째, 경제위기 극복 실패로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오바마 행정부가 인도와의 새 관계 구축을 통해 경제적 실리를 챙기려는 측면도 강하다. 이번 인도 방문에서 미-인도 양국 간 100억달러 규모의 무역계약이 체결됐다. 이는 중국에 빼앗겼던 미국인 일자리 중 5만4000개를 되돌리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표심 복구는 물론 중국에 견제구를 날리는 효과가 있다. <뉴욕타임스>는 “인도에 40억달러어치의 군용기를 수출하는 계약만으로 수천 개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며 “인도 관리들은 양국 무역계약이 중국과의 계약처럼 불균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인도 경제관계 강화는 미국-중국과 달리 상호 윈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셋째, 최근 중국과 파키스탄이 핵개발 협력 강화에 나서자 이에 대응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파키스탄에 다섯 번째 원자로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 소식은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인도 정부에 공통의 골칫거리를 안겨주었다”고 전했다.

인도와 미국의 새로운 밀월 관계는 지속될 것인가. 현재로선 미국-중국 간 긴장관계가 유지되는 한 미국-인도 간 ‘사랑의 댄스’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가 간의 관계는 이해에 따라 늘 변한다. 양국 간 이해가 대립되면 현재의 밀월관계도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특히 경제문제에서 그럴 우려가 있다.

미국-중국 간 경제관계는 대립적이지만 미국-인도 간은 상호 보완적이다. 인도는 제조업이 아닌 정보기술(IT)을 위주로 한 서비스산업 경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향후 인도와 미국 경제관계에 갈등 요인이 없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점에서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보도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 잡지는 “인도가 지금은 미국에 일자리를 주지만 이면에선 미국의 대기업과 생존경쟁을 벌일 막강한 군대(기업들)를 육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 인도 기업들이 미국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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