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일본 향해 “할 말 하겠다”…

민간 활성화 등 내부 개혁도 추진



서울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 및 국제기구 대표들이 11월 12일 회의 결과를 담은 공동선언문 발표 전에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0년 한 해 동안 중국 경제가 보여준 그림 가운데 가장 뚜렷한 그림은 위안화 가치의 절상문제를 놓고 미국과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운 모습일 것이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서울 G20 회의 개막 직전에 발표한 이른바 ‘양적완화(Quantitative Relaxation)’로 6000억달러를 풀어 위안화 가치 절상을 행동으로 압박하자 서울에서 참았던 말을 요코하마에서 터뜨렸다. 후진타오 주석은 11월13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에 참석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 비즈니스 리더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신흥시장(Emerging Market) 국가들은 글로벌한 도전에 적극 대응해야 합니다. 그 발전단계에 상응하는 국제적인 책임을 담당해야 합니다. 아시아 태평양 신흥시장 국가들은 국제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므로, 국제적인 협력과 남남(南南)협력에 적극적이고 건설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 동시에 아시아 태평양 신흥시장 국가들은 여전히 발전의 초급단계에 처해 있기 때문에 그들의 능력과 발전단계를 넘어서는 책임과 의무를 요구하는 것은 국제협력과 세계 경제의 발전에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아시아 태평양 신흥시장 국가들의 발전에 손해를 입히게 될 것입니다.”

 조심스럽게 말하기는 했지만, ‘발전의 초급단계에 처해 있는 아시아 태평양 신흥시장 국가들’의 대표가 바로 중국이며, 그런 아시아 태평양 신흥시장 국가들에게 ‘그들의 능력과 발전단계를 넘어서는 책임과 의무를 요구하는 국가’의 대표가 바로 미국이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아도 온 세계가 다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후진타오가 그런 말을 하는 분위기를 보면, 중국은 이미 20년 전에 개혁 개방의 총지휘자였던 덩샤오핑이 한 말, “(당분간은) 절대로 머리를 내밀지 마라(不做當頭)”라든가 “어둠 속에서 실력을 기르라(韜光養晦)”라는 말은 벗어던지고, “할 말은 하고, 해야 할 일도 한다(有所作爲)”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중국의 GDP가 세계 전체의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 남짓으로 일본과 비슷한 상황에서, 24% 정도인 미국과 21% 정도인 EU를 상대로 과연 머리도 내밀고 할 말이나 행동을 해도 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중국 스스로 택한 운명이니 그 후과(後果) 또한 중국 스스로 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10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의 경제계는 이른바 ‘G2’라고 불리기 시작한 중국과 미국이 서로 부딪는 두 자루 검의 날카로운 금속성을 들으면서 불안에 떨어야 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2009년 중국을 방문해서 “배를 같이 타고 강을 건너자(Cross a river in a same boat·同舟共濟)”라고 하고, 그 말에 화답해서 원자바오 총리도 “손을 함께 잡고 나아가자”고 했을 때만 해도, ‘미국과 중국이 저런 식으로 협력하면 2008년 10월에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 극복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러나 2010년에 들어서자 미국과 중국은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위안화 가치 절상 문제를 필두로 날카로운 칼날 부딪치는 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 지식인들은 “현재의 중국과 미국 관계는 최소한 동주공제는 아니지만 동상이몽(同床異夢)의 관계는 된다”라는 말을 했다. 미국과 중국이 비록 한 침대 위에서 서로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서로 다른 침대 위에서 서로 다른 꿈을 꾸는 단계까지 나빠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말이었다. 

어쨌든 20년 전 덩샤오핑이 한 당부를 뒤로하고 2011년을 맞는 중국의 각오가 어떤 것인지는 중국 내부의 목소리를 들어보아야 알게 될 것이다. 현재 중국의 수도 베이징의 지식인들에게 가장 신뢰를 받는 신문은 <신경보(新京報)>인데, 최근 이 <신경보>에 중국의 대표적인 지식인들이 2011년의 중국 경제 대세를 예측하는 글들을 기고했다.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후진타오를 비롯한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이미 중국이 고개를 쳐들 때가 됐다는 판단을 내리고 국제사회에 대한 언행을 하고 있으나 중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정치 지도자들과는 달리 보다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중국 최고의 원로이면서도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현역 연구원인 우징롄(80)은 2011년 중국 경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점점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는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중국 경제가 철저한 내부개혁에 나서는 일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여론은 월 스트리트를 요마(妖魔)화 하고 있으며, 그런 월가의 변화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은 부단한 개혁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2011년부터 시작되는 제12차 경제발전 5개년 계획 기간 동안 우리가 해야 하는 가장 긴박한 임무는 전면적인 내부 개혁이며, 정부의 규모를 줄이고, 국영기업이 통제하는 자원의 비중도 줄여야 하며, 민진국퇴(民進國堆: 민간기업이 국유기업보다 빠르게 발전하는 것)를 실현하는 것이다.”

상하이에 있는 중국 최고의 MBA스쿨인 CEIBS(중국유럽공상학원) 경제학 교수 주티엔은 중국이 내년에는 미국의 위안화 절상 요구에 보다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위안화 환율 문제는 중국 소비자들과 수출기업들, 그리고 수입대체형 기업들에게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점진적으로 절상을 하는 방향을 선택해야 할 것”이며 “동시에 외환 관리를 보다 철저하게 해서 핫머니의 유입을 완전히 차단해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만약 중국 거시경제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은 바로 수출이 과도하게 많은 데서 시작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국무원 노동임금연구소 소장 쑤하이난은 “임금의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앞지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는 걱정을 했다. 작년 중국 내 아이폰 생산회사로 대만 투자가가 선전에 세운 폭스콘(Foxcon) 공장에서 근로자들의 잇따른 투신자살로 한번에 임금을 66% 인상한 결과, 중국 내에 확산되고 있는 임금인상 바람이 물가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런가 하면 미 예일대 금융학 박사 출신으로 칭화대 교수인 천쯔우는 “제2의 월 스트리트가 중국 내에 탄생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100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내년에도 중국 소비자들이 소득을 더 높일 수 있도록 해주는 방안이 강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경제학자들이 내는 그런 조심스러운 목소리를 들어보면, 내년 중국 경제는 미국·유럽 경제와 부딪혀 내는 충돌음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는 분위기라고 판단할 수 있겠다. 실제로 위안화 환율은 미 연준의 양적완화 조치 발표 이후 하락폭을 키워가는 중이기도 하다. 그만큼 중국과 미국이 내는 목소리도 낮아질 가능성을 예상해볼 수 있겠다. 하기야 문제는 중국 경제가 아니라 점점 ‘요마(妖魔)’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 미국 경제 쪽에서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전 조선일보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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