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눈높이 맞춘 마케팅으로 차이나 드림 신화 창조 ‘닮은꼴’



가전제품 도소매를 주로 하는 유통업체 궈메이를 창업, 차이나 드림을 일군 중국 최고 갑부 황광위.

궈메이(國美)그룹은 중국 전역 280개 도시에 1200개의 직영점을 가진 최대 전자(電子) 제품 전문 유통회사다. 1987년 중국 공산당이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격동기에 탄생한 이 기업은 ‘차이나 드림(China Dream)’의 살아 있는 전설로 꼽힌다.

중국 남부 광둥성 산터우의 인구 300명 남짓한 벽촌에서 태어나 중학교 중퇴 후 행상을 하던 황광위가 19세 때 베이징에서 99㎡(약 30평)의 작은 가게를 열어 가전제품을 판 게 이 회사의 시발점이다.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현재 궈메이는 중국의 ‘국민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중국 내 고용 종업원만 20만 명으로 ‘기업 제국’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중국의 유명 전자제품 제조업체인 하이얼·TCL·창훙이 모두 궈메이의 협력업체다.

올해 9월14일에는 삼성전자가 궈메이와 향후 5년 동안 중국에서 5조원 이상의 판매를 목표로 전략적 협력을 체결했다. 이는 중국 가전 유통업체와 외국 가전 업체가 맺은 가장 큰 규모의 판매 합작이다. 삼성이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궈메이의 유통망에 올라탄 것이다.

황광위는 1999년부터 중국 내 부자 순위를 조사발표해온 후룬연구소의 중국 부호 명단 순위에서 2004년부터 2005년까지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2006년에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의 ‘세계를 변화시킨 100인’ 가운데 한 명에 뽑혔다. 하지만 황광위는 지난해 9월 경제 범죄 혐의로 기소돼 징역 1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면서 천샤오 사장 등 현 경영진과의 경영권 분쟁을 빚는 등 악전고투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황광위라는 제왕이 없어도 궈메이가 건재하다는 점이다. 황광위가 철창신세로 있는 와중에도 사업은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1년이 넘는 정부 당국의 조사에도 궈메이는 권력에 기대서 돈을 번 것이 아닌 것으로 판명 났다. 그렇다고 궈메이는 최첨단 과학기술을 갖고 독점적 이윤을 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국영 자산을 이용한 대기업은 더더욱 아니다.

궈메이가 잘 나가는 첫 번째 실마리는 1998년 1월 황광위가 펴낸 230쪽 자리의 ‘궈메이 경영수첩’이다. 그가 창업 후 10여 년 동안의 경험을 정리해 펴낸 이 책자는 2000년과 2001년 선진국 프랜차이즈업의 성공 스토리와 자신의 경험을 다시 결합하고 2차례 수정을 거쳐 최종 1000여 쪽에 달한다.

이 수첩은 궈메이 내의 각 부서와 각 계층, 각 직위의 모든 사람이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예컨대 ‘제품을 깔끔하게 전시하라’는 지침의 경우, 황광위는 매우 구체적으로 이를 밝혀놓고 있다. ‘컬러TV는 같은 방향으로 디스플레이 해야 한다. 옆에서 봐도 직선이어야 하고 앞에서 봐도 직선이어야 한다’는 게 궈메이식 지침이다. 또 직원의 업무 방법과 관련, 창고에서 제품을 내릴 때 직원은 어떤 부분을 어깨에 올려서 짐을 옮겨야 하는지 등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 경영관리 수첩 덕분에 궈메이는 전국 어디에서도 매장 전시가 똑같고 종업원의 동작과 반응이 동일해 고객에게 신뢰를 주고 있다는 평가다.

궈메이는 또 시간대와 지역별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 서비스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주말에는 소비자가 몰리지만 주중에는 비수기인 특성을 구분해 서비스의 시간과 방식도 다르게 했다. 즉, 주말에는 30분 안에 판매가 이뤄지도록 하고, 평일에는 가능한 한 여유를 주면서 1시간 안에 판매한다.

제품 설명도 주중에는 10분 동안 자세하게 하지만, 주말에는 핵심만 골라 2분 안에 끝내게 돼 있다. 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남쪽 지역에서는 밤 12시까지 영업하고 밤 10시에 취침하는 습관을 가진 일부 북쪽 지역에서는 영업점을 아침 6시에 열고 저녁 6시에 닫도록 하고 있다. 중국 남부와 북부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 다른 것을 감안해 마케팅 전략도 지역별로 다르게 한 것이다.

소비자들의 충성도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특별 마케팅을 시행한 것도 주효했다. 업계 최초로 시행한 회원제 매장 운영이 대표적이다. 궈메이의 골드 회원은 생일에 케이크와 함께 가스레인지 무료 청소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중국인들이 기름진 음식을 많이 해먹기 때문에 가스레인지와 환풍기가 쉽게 더러워지고 청소하기도 매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칭다오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회원제를 실행했을 때 무려 70%의 고객이 매장을 다시 찾아와 재구매를 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한번 고객이면 끝까지 궈메이 고객’이라는 룰을 정착시킨 것이다.

여기에서 한 걸음 나아가 궈메이는 올해 새로운 변신에 나섰다. 지금까지 중간 유통 역할에 안주했다면 올 6월부터 자체 브랜드 제품을 런칭해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애플의 아이패드와 유사한 플라이터치(Flytouch)라는 태블릿PC(키보드 없이 터치스크린 기법으로 조작하는 개인용 컴퓨터)를 내놓은 것이다. 플라이터치의 크기는 아이패드보다 조금 크다. 그러나 가격은 회원가 999위안(약15만원)으로 아이패드 가격의 20% 수준이다. 궈메이 제국의 거대 유통 채널을 십이분 활용해 중국의 저가 태블릿PC 시장을 선점해가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황광위의 독특한 경영 방식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월마트의 샘 월튼이 세계 최초로 위성항법장치(GPS) 재고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면, 황광위는 중국에서 최초로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도입한 주인공이다.

소매업의 특성상 재고관리와 자금 회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남들보다 앞서 행동에 옮긴 것이다. 그의 스피드 경영도 한몫했다. 그는 “나는 3개월 동안 사업계획서를 완벽하게 만든 후에 행동에 옮기는 것은 딱 질색이다. 30%의 확신만 있으면 바로 시작하고 일하면서 끊임없이 수정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는 소신이 있다. 말이나 생각보다는 ‘실천과 속도’를 중시하는 경영 방식이 오늘의 궈메이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비슷한 측면에서 주목되는 또 다른 중국 기업은 1999년 당시 35세이던 전직 영어 교사 출신의 마윈이 18명의 직원과 함께 창업한 알리바바닷컴이다. 이 회사는 불과 10년 만에 1만8000명이 일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전 세계의 찬사를 받고 있다. 2008년 매출 4890억원에서 지난해 6357억원을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폭풍을 잠재웠다. 지난해 순이익만 1630억원에 달했다.

알리바바닷컴은 돈만 잘 버는 회사가 아니다. 2008년 기업가들을 위한 세계적인 잡지 <앙트르프리니어(Entrepre neur)>는 알리바바닷컴이 기업가를 위한 최고의 사이트라고 평가했고, <패스트컴퍼니(Fastcompany)>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3위로 이 회사를 꼽았다.

올해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협상을 시작한 지 단 6분 만에 2000만달러를 알리바바닷컴에 투자키로 결정했고, 헤지펀드의 대부인 조지 소로스도 알리바바닷컴에 베팅해 대주주가 됐다.

알리바바닷컴이 이처럼 욱일승천하는 비결 역시 먼 곳에 있지 않다. 첫째는 철저한 고객 중심 마인드다. 대다수 인터넷 기반 기업들이 최대한 많은 회원을 모아 이들을 대상으로 가입비와 거래 수수료를 받거나 광고를 해 수익을 내는 데 비해 알리바바닷컴은 많은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회원의 어려움을 어떻게 하면 잘 해결해주고 그들이 편하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도와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거래 수수료를 따로 받지도 않는다. 추가 서비스가 필요한 기업들은 2999달러의 연회비만 내면 된다. 만약 유료로 사용하고 싶지 않다면 무료로도 얼마든지 활용 가능하다. 창업 10년 만인 2009년 말 기준으로 알리바바닷컴에는 전체 4770만 명, 유료 회원 61만5000명이 가입해 있다.

돈보다는 중소기업을 돕고자 하는 진정성을 더 우선한 결과, 고객들과 신뢰는 물론 축적된 비즈니스 관련 고급 정보가 쌓였으며 이는 회원 증가와 사세 확장으로 이어졌다.



마윈 알리바바닷컴 회장.

바이어 집중공략 전략으로 승부

알리바바닷컴이 겨냥하는 마케팅 영업활동 대상도 독특하다. 인터넷 시장에서 셀러(seller: 판매자)를 많이 모으면 연회비가 많아져 수익이 올라가지만, 알리바바닷컴은 바이어(buyer: 구매자)를 집중 공략한다.

즉 중소기업 셀러 고객을 위해 적극적으로 바이어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2008년에는 금융위기 와중에서 3000만달러를 투자해 ‘바이어 타게팅 광고’도 했다. 이런 노력으로 알리바바닷컴 회원의 90%는 바이어다. 바이어가 많이 있으니 더욱 많은 셀러들이 모여드는 것은 당연하다.

고객의 비즈니스를 도와줘야 한다는 기업 가치관을 실천하기 위한 ‘가치관 경영’ 노력도 주목된다. 이 회사의 모든 임직원이 적용받는 성과평가에서 50%는 가치관 평가다. 평가방법도 색다르다. 고객 우선, 팀워크, 변화에 대한 수용, 열정, 정직, 책임 등 6개 항목으로 평가항목을 나누고 각각의 항목 아래 구체적인 행동양식 5가지를 제시한 다음 1점부터 5점까지 점수를 부여해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1점은 상대적으로 실행하기 쉽고, 5점은 가장 힘들다. 그러나 5점짜리 행동을 했더라도 1점의 가치관을 지키지 않으면 평가에서 5점을 받을 수 없다. 그만큼 기본에 충실하여 가치관을 수행하도록 설계해 놓은 것이다.

평가결과에서 업무역량이 떨어지면 재교육을 통해 능력을 키우면 되지만 가치관이 잘못돼 있으면 무조건 해고라는 엄정한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실제로 마윈 회장은 최근 고객에게 거짓된 약속을 했다는 이유로 세일즈 성적이 최상위인 2명의 직원을 해고했다고 중국 언론은 보도했다.

마윈 회장은 “향후 10년 내 1000만 개의 유료회원 중소기업들이 우리를 통해 비즈니스를 하고 이를 통해 1억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쉽지 않은 과제지만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가치관 경영을 지속한다면 절대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송의달 조선일보 산업부 차장(전 홍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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