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처럼 일본도 주차문제가 심각하고, 대도시일수록 더 그렇다. 그러나 이를 오히려 기회로 만든 기업이 있다. 바로 타임즈다. 일본 최대 무인주차시스템 업체인 이 회사는 주차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놀라운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파크24의 타임즈 성공 비결을 살펴봤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도 주차가 문제다. 특히 불법주차는 골칫덩이다. 우리에게 일본은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알려주는 바로미터다. ‘설계→제작→판매→유지’에 이르는 전체과정에서 자동차 산업의 앞날을 미뤄 짐작케 해준다. 특히 주차장이 그렇다. 일본의 주차장은 이 회사의 등장으로 완전히 재편됐다. 이 회사는 파격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진화과정을 통해 확고부동한 시장점유율을 뽐내고 있다. 어느 동네에서든 노란 배경의 검정글씨가 적힌 회사간판은 쉽게 눈에 띈다.

주인공은 ‘파크24’란 회사가 영위하는 주차장 브랜드 ‘타임즈(Times 24h)’다. ‘타임즈’는 일본 최대의 무인주차장으로 유명하다. 시간제로 운영하는데 각종 IT 기술을 접목시켜 주차문제가 심각한 일본에선 주차장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주차장=타임즈’란 등식처럼 주차문화를 바꿔버렸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행보는 가히 독보적이다. 업계 2위보다 2배 이상의 격차로 시장을 리드한다. 전국에 포진한 1만853개 주차장에 주차대수 47만3261대로 2위(13만56대)보다 월등하다. 매년 7만대 이상 주차장을 개발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회사매출은 더 놀랍다. 장기 불황에도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1241억엔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총이익(333억엔), 영업이익(133억엔), 경상이익(127억엔), 순이익(66억엔) 등 전년보다 모두 상승했다.

주차장 사업모델은 비교적 간단하다. 숨죽인 수요와 감춰진 공급의 절묘한 조합이 틈새시장을 거대산업으로 변신시켰다. 주차수요는 갈수록 증가세다. 불법주차에 대한 엄격한 벌칙구조 탓이다. 거액의 과태료에 벌점 및 보험료에까지 영향을 미치니 불법주차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차단속을 민간에 맡겨 불법 파악은 더욱 꼼꼼해졌다. 물론 정식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그런데 이게 불편하고 부당하다. 월 단위로 주차료를 선납해 고정적으로 빌리거나 혹은 잠깐을 대도 30분, 1시간 요금을 낼 수밖에 없어서다. 공급도 마찬가지다. ‘타임즈’ 이전의 주차장은 관리인 상주형태로 운영됐다. 즉 인건비 탓에 수익창출이 어려웠다. 그러니 주차장 창업수요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파크24’는 이런 문제점에 일찍부터 눈을 떴다. 그 결과가 바로 무인·시간제 주차장이다. 운전자가 직접 주차하는 대신 주차료는 세분화해 만족도를 높였다. 토지주인·운전자의 상생구조를 제안한 메이커의 등장이 일본 주차문화를 ‘업그레이드’시킨 셈이다. 

일본 파크24 주차장 모습. 작은 사진은 GS그룹과 함께 세운 GS 파크24 주차장 모습.
일본 파크24 주차장 모습. 작은 사진은 GS그룹과 함께 세운 GS 파크24 주차장 모습.

아무도 몰랐던 틈새시장 공략 ‘대성공’

이런 점에서 주차장은 틈새사업이다. 주차 이슈는 흔히 행정당국 몫으로 이해된다. 다만 정책현실은 좀 다르다. 예를 보자. 반경 1㎞에 300대의 주차장이 필요하다면 행정은 대형 지하주차장을 만들어 대응한다. 계산상으로는 수급이 일치하겠지만 실제로는 아니다. 1㎞나 떨어진 곳을 이용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파크24’의 판단은 보다 시장친화적이다. 동일범위 내 10대의 주차장 30곳을 만드는 게 낫다고 봤다.

수급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탓에 일본은 행정기관 주도의 주차장 중 90%가 적자다. 주차장이란 수요가 있지만 효율적인 공급이 힘들기 때문이다. 주차장 시장을 3조5000억~5조엔으로 보지만 이것도 주차요금 환산수치에 불과해 실제로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일본은 500㎡(151평) 이하면 허가 없이 영업이 가능해 정확한 주차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회사는 이를 역발상으로 해결해냈다. 우선 ‘타임즈’의 부지개발과 주차과정 및 서비스범위를 살펴보자. 일본엔 노는 땅이 많다. 버블붕괴 이후 건물을 올리는 무리수보다는 나대지로 두는 게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럴 때 주차장은 토지 소유주로선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 나대지를 일정기간 주차장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특히 ‘1대분 넓이만으로 계약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일부는 상가수익률이 떨어지자 이를 없애고 대신 주차장을 만들기까지 한다. 주차는 간단하다. 출차 때 자동코인센터로 주차시간만큼 지불하면 끝이다. 정산 이후 바닥의 잠금장치가 해제된다. ‘파크로크(Park Lock)’라는 자동 잠금식 요금징수기 덕분이다. 주차를 하면 잠기고 이용시간만큼 동전을 넣으면 해제되는 구조다. 요금은 입지조건에 따라 다르다. 시내는 비싸고 근교는 싸다.

백미는 서비스범위의 확장세다. IT를 활용한 각종 시스템이 주차장 그 이상의 사업모델을 제공해준다. ‘파크24’ 아래의 10개 관련회사가 모두 주차장에서 비롯된 주변·휴대서비스 등의 새로운 부가가치에 주목해 설립됐다. 주차장관리, 렌터카, 로드서비스, 결제서비스 등 가지각색이다.

일본 파크24 주차장 관리직원
일본 파크24 주차장 관리직원

관계사 10곳, 주차 관련 서비스로 시너지

특이한 건 저비용 사업모델이란 점이다. 그러면서 시장잠재성은 크다. 일례로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꽤 높다. 기본적으로 ‘돈이 들지 않는(Non Asset·무투자)’ 비즈니스다. 땅은 소유자에게 빌리고 설비투자는 대부분 리스다. 주차장 사업만 본다면 매출액이익률은 26~27%에 달한다. 차입이 늘고 있지만 기본적인 사업전개는 연간 범위의 캐시플로로 해결된다. 물론 처음은 힘들었다. 초기 10여년은 선행투자로 상당히 고생했다. 20년을 넘기면서 특정 규모에 달하자 현금 수입이 쌓인 형태다. 고무적인 건 성장성이다. 주차장에서 파생되는 부가아이템을 감안하면 시장규모는 5조엔 이상이란 게 회사 판단이다. 이 잠재수요를 일깨워 수익을 쌓는 게 ‘파크24’의 성장 배경이다.

포인트는 ‘공유’다. 주차공간이든 자동차든 이해관계자가 서로 공유함으로써 상생이득을 챙기는 사업모델이다. ‘카셰어링’만 해도 주차 차량의 재활용을 염두에 둔 공유모델 중 하나다. 이런 아이디어가 모이고 모여 ‘타임즈’라면 안전하고 저렴하며 편안한 주차장이란 이미지가 구축됐다.

실적 상승에는 ‘TONIC(Times Online Network & Information Center)’이라는 IT정보시스템이 큰 역할을 했다. 요일·시간별로 주차수요를 효율적으로 파악해 주차요금과 수급의 탄력조정이 가능한 체제다. 운전자에게 주차정보의 실시간 제공도 가능하다. 휴대폰·인터넷·내비게이션으로 주차장 위치와 주차공간까지 표시해준다. 판매매장의 판매시점관리(POS) 시스템과 비슷하다. 주차장 IT네트워크로는 업계 최초다. 주차장관리와 마케팅, 고객관리 등 3대 과제를 일원화해 수익성을 향상시킨 일등공신이다. 특히 ‘TONIC’은 추가 아이템까지 제공해준다.

무인주차장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IT파워로 차별화하겠다는 구상을 실천해줬다. 단순한 정산시스템을 뛰어넘는 인트라넷과 연결한 첫 시도다. 고액지폐·신용카드로 결제되는 건 물론 전국 거점의 실시간 이용 현황까지 한눈에 파악된다. 신용카드 결제는 이 회사만 유일하게 가능하다. 주차장만 1만개소를 넘다 보니 영업담당자가 커버하기 힘든 부분은 데이터가 정확히 알려줘 대응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전자머니로까지 결제수단이 확대됐으며 개인회원에겐 포인트까지 제공한다.

‘TONIC’은 카셰어링이라는 새로운 사업(타임즈 플러스)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힌트를 줬다. 차량공유라는 콘셉트에 IT시스템을 묶은 결과다. 회사는 이를 “TONIC의 진화·정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한다. 애초 회사의 주력고객은 땅을 가진 주차장 오너였다. 전형적인 B2B였다. 그러다 주차장을 직접 가지며 B2C로 진화했다. 운전자도 세분화되기 시작했다. 차량 소유자에서 무소유자까지 서비스 범주에 넣으며 차량공유라는 카셰어링을 도출해낸 것이다. ‘무인주차장에서의 자동차 렌트’라는 가치제안은 지난 2009년 사들인 마츠다렌터카가 가세하며 본격화됐다. 운전자뿐 아니라 자기 차가 없는 고객으로까지 시야를 넓힌 셈이다. 수익기반이 확대된 건 물론이다. 회사는 “하나의 주차공간을 나눠 쓰는 게 시간제 주차장이라면 1대의 자동차를 공유하는 것도 다를 바가 없다”며 “특히 간단한 시스템 전용만으로 신규 진입이 가능했다”고 했다. 거액의 자금투입 없이 기존 시스템의 발상전환이 낳은 혁신결과라는 평가다. △기기메이커에 불과했던 초기단계 △점차 확대된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라인업 △고객 유형분류의 확대·구분 △가치를 묶어 복수의 수입원 확보 등 수익확장을 위한 사고기반과 진화양태가 애플과 닮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창업자는 마주(馬主)로 유명한 니시카와 키요시(西川淸)다. 주차금지 표시간판을 팔던 단순사업을 현재의 최첨단 무인주차장으로 키워낸 인물이다. 최초로 소유한 말이 경마경주에서 5승을 올리며 마주로도 유명세를 날렸다. 호방하지만 섬세함을 갖춘 경영자로 알려졌다. 현재 아들인 니시카와 코이치(西川光一)가 대표직을 수행 중이다. 1993년 입사 후 2004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창업자인 부친은 2년간의 투병생활 끝에 2005년 사망했다. 아들은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스파르타 교육을 믿고 늘 꾸짖기만 했다”며 “본인도 질책당하며 성장하는 타입으로 컸다”고 회고했다.

카셰어링으로 신사업영역 개척

‘파크24’는 지난 1971년 설립됐지만 주차장사업은 1985년부터 시작됐다. 1991년 로크(Lock)구조를 갖춘 24시간 무인·시간제 주차장 1호가 문을 열었다. 2006년에는 한국에도 GS그룹과 손을 잡고 ‘GS파크24’를 설립·운영 중이다. 회사가 ‘교통인프라기업’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IT를 활용한 신규 서비스 전개는 보다 활발해질 전망이다. 중추기반으로 시간제주차장을 꾸리며 교통정체·위법주차 등의 성장여지를 끊임없이 발굴해 새로운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결심이다. 특히 향후엔 법인고객의 고민 해소가 한축이다.

동시에 전기자동차 보급에도 눈을 맞춰 적극적으로 대응 중이다. 경쟁 정도는 낮다. 원칙상 진입장벽이 제로지만 대형경쟁사의 출현은 기대하기 힘들다. 주차장이 대량으로 공급된 1990년대의 부정적인 이미지 탓이다. 불량채권으로 생채기 난 땅 중 상당수가 주차장으로 변했다는 이미지 때문에 세간에선 더럽고 어둡고 냄새나는 전형적인 3K업종으로 이해해서다. 

주차장 사업은 자동차 판매와 밀접하다. 차가 많아야 주차수요도 늘어나는 법이다. 이런 점에서 미래는 다소 부정적일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선 차량판매가 정체·감소세다. 그렇다면 회사 입장은 어떨까. 공격적인 전망이지만 결론은 ‘아니오(No)’다. 현재 주차장에 들어올 수 있는 차량은 5000만대다. 이 중 주차수요는 2300만대에 달하는데 공급은 700만대에 불과하다. 압도적인 수급 불균형이다. 결코 축소될 수 없는 사업이란 의미다. 증거는 매년 확인되는 이 회사의 실적 증가세다. 청년그룹 등의 자동차 이탈현상에 대해서도 큰 걱정은 없다. 자동차가 싫은 게 아니라 자동차를 이용하기 힘들게 하는 환경 악재가 더 크다는 쪽이다. 결국 이를 해소해주는 게 회사로선 또 다른 사업아이템이 된다.

Tip l 니시카와 코이치 대표의 사부곡(思父曲)

아버지는 대학졸업 후 공업용지퍼를 만드는 회사에 9년 동안 근무했다. 하지만 당시 자녀 3명과 사는데 샐러리맨의 월급만으론 부족해 사장 결심을 했다. 뭔가 후속 판단이 있지 않은 채 그냥 회사를 그만뒀다는 느낌이다. 1971년 니시카와(ニシカワ)상회를 개업했다. 자본금 100만엔은 본인 저축이 아닌 어머니의 결혼 지참금이라고 들었다. 때문에 아버지가 대단하다는 생각보다는 어머니가 오히려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가 없으셨다면 지금의 파크24는 없다. 또 아버지는 몸집이 커 호쾌하거나 지도자 풍으로 여기는 이가 많지만 실제로는 아주 섬세하고 남과 다른 감성을 지닌 인물이었다. 창업초기 뭘 할지 고민하며 길거리를 헤매다 어떤 가게의 셔터에 붙은 ‘주차금지’를 봤던 모양이다. 워낙 글씨체가 엉망이라 보통이었다면 웃고 지나칠 일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달랐다. “종이까지 붙이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주차가 많다는 뜻인가. 게다가 이 가게만의 문제도 아닐 것”이라며 그때부터 ‘주차금지’라는 간판을 팔기 시작했다.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순풍을 만난 건 본격적인 마이카 붐이었다. 간판판매를 계기로 주차이슈가 비즈니스가 될 것으로 봤다. 아버지는 운이 좋았다. 힘들고 큰돈이 안 되는 간판 판매 대신 파킹미터(주차시간 자동계산기)에 눈을 돌렸다. 판매처에 찾아가 삼고초려를 한 끝에 판매권을 따냈다. 판매가 늘면서 대리점계약까지 따냈다. 최초 타깃은 병원이었다. 이용자의 80%가 병원 이용과는 무관한 이가 주차장을 쓴다는 점을 들어 수익자부담을 강조한 끝에 수많은 병원이 이를 채택했다.

이후 20년간 순조롭던 회사는 1991년 타임즈 1호점을 오픈하며 24시간·무인·시간제 주차장을 시작했다. 본격 성장의 출발점이었다. 상장기업에의 도전의식도 떠올랐다. 당시 아버지는 “은행과 같은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한번 돈을 빌려주면 휴일·야간과 상관없이 착착 금리가 되돌아오는 사업구조에의 바람이었다. 이것이 창업 이후 무난했던 개인소유의 작은 회사를 증시에 상장된 대형회사로 키워낸 자양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