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읽기가 어려워졌다. 국내의 한 유력 경제신문은 최근 사설을 통해 중국 경제가 무기력증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7월 경기지표가 수출이나 내수, 산업생산 등이 모두 뒷걸음질치고 있고, 이 가운데 수출은 7월 증가율이 1%에 그쳐 2009년 11월 이후 가장 낮았으며,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증가율도 각각 9.2%와 13.1%로 전문가들의 예상치에 크게 못 미쳤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도 20.4%로 6월에 비해 조금도 늘지 않았고, 수도 베이징(北京)의 유명 백화점들은 50~70% 세일에 들어갔지만 상점마다 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라고 했다. 거기에다가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한 다각적인 처방을 실시했는데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유력 경제신문은 중국 경제에 관해 정반대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8월24일로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가운데 7명이 앞으로도 중국에서 투자를 더 늘리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이 설문조사에는 베이징,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칭다오(靑島) 등 한국 기업 진출이 활발한 8개 도시에서 한국 기업인 321명이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이들 한국 기업인은 중국 사업 전망에 대해 응답자의 71.5%가 ‘잘 될 것’이라고 답했으며, 11.5%만이 ‘잘 안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의 현주소에 대해서는 중국 내부에서도 보는 눈이 서로 크게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내부 사정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홍콩의 중국어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은 최근호에서 “중국 경제의 겨울이 시작됐느냐를 놓고 남북 양파로 갈려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서 말하는 남북이란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경제전문가들이 보는 중국 경제의 현주소가 서로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베이징에서는 결코 비관을 하고 있지 않고(不悲觀), 상하이에서는 결코 낙관을 하고 있지 않다(不樂觀)”는 것이다.

중국 광둥성 선전에 있는 폭스콘 공장에서 애플의 제품을 조립하고 있다.‘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은 GDP 성장률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
중국 광둥성 선전에 있는 폭스콘 공장에서 애플의 제품을 조립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은 GDP 성장률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
중국은 수출증가율이 떨어지는 등 경기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중국 칭다오시의 한 슈퍼마켓.
중국은 수출증가율이 떨어지는 등 경기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중국 칭다오시의 한 슈퍼마켓.

‘세계의 공장’ 둥관시 1분기 GDP 성장률 1.3%

중국학자들이 중국 경제를 보는 시각이 크게 나뉘고 있는 것은 중국 경제 곳곳에 켜진 빨간불을 어떻게 보느냐를 놓고 서로 견해가 갈리기 때문이다. 빨간불은 국가통계국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6%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데서부터 켜지기 시작했다. 중국의 GDP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8.9%, 올해 1분기 8.1%를 각각 기록하다 2분기 들어 처음으로 8%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발표됐다. 올해 상반기 전체 대외무역거래액 증가율은 8%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8%에 비해 무려 17.8%포인트나 낮아졌다. 6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2.2%로 2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공업생산자가격(PPI) 상승률도 2.1%로 낮아졌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제조업 수출기지인 광둥성 둥관(東莞)시의 올해 1분기 GDP 성장률도 최근 들어 가장 낮은 1.3%를 기록했다. 저장(浙江)성 인민대표대회가 파악해본 결과 중국경제의 주요한 동력 가운데 하나인 원저우(溫州)시의 3998개 기업 가운데 140개 기업이 이미 생산을 중단했으며, 둥관 기업들이 받아놓은 생산 주문도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공업생산증가율은 지난 2월에 마이너스 12.5%라는 낮은 수치를 기록한 이래, 3월에는 마이너스 1.6%, 4월에는 마이너스 0.9%, 5월에는 겨우 보합수준으로 돌아섰다. 

이처럼 중국 경제 곳곳에 빨간불이 켜지기는 했지만 세계은행 부행장의 임기를 마치고 최근 귀국한 린이푸(林毅夫)는 “중국 경제가 경착륙을 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며 최근 20년간 보여준 것과 같은 고속성장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중국 국가정보센터 전문가 위원회 가오후이칭(高輝淸) 위원도 <아주주간>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경제성장 목표가 7.5%로 지난해에 비해 0.5%포인트나 낮게 책정된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올해의 경제정책 목표가 ‘온중구진(穩中求進)’으로 제시된 점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메이신위(梅新育) 연구원도 2분기 경제성장률이 7.6%로 다소 낮아졌지만, 곧 추세를 회복해서 연말까지는 전체 8%의 GDP 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경기둔화 우려로 지난 5월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경기둔화 우려로 지난 5월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베이징의 관변 경제학자와 전문가들이 애써 낙관론을 펴고 있지만 중국 최초의 민간은행이라 평가할 수 있는 초상(招商)은행 본점 금융시장부 고급분석사 류둥량(劉東亮)은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분기 경제성장률 7.6%는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여준 것으로, 6월에 발표된 각종 수치를 분석해보면 하반기에 중국 경제가 반등할 공간은 별로 없다”는 견해를 <아주주간>에 밝혔다. 중국 남부의 광둥(廣東)성 사회과학원 핫머니 전문가 리여우환(黎友煥)도 6월말에 이미 중국 산업 각 부문에서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1978년 이후 30여년간 계속된 빠른 경제발전과 이에 따른 사회변화의 결과 중국 내에서 정부 관변의 시각과 다른 시각을 발표하는 경제전문가들이 생겨난 것 자체가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정부를 대표하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 최근 중국경제가 직면한 어려움을 솔직히 털어놓았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8월14일과 15일 저장성 항저우(杭州)와 후저우(湖州), 자싱(嘉興) 등지의 경제상황을 시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재 우리경제의 기본은 괜찮다. 경제가 평온하면서도 비교적 빠른 발전을 할 수 있는 적지 않은 조건을 구비하고 있다. 우리가 이와 동시에 분명하게 깨달아야 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기초가 아직도 단단하지 못하고, 각종 곤란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중요한 것은 믿음을 갖는 것이다. 각급 지도자들은 신심을 가져야 하고, 기업들도 믿음을 가져야 하며, 우리 사회 전반에서도 믿음을 가져야 한다.” 

원자바오의 말은 그의 평소 언급에 비추어보면 요즘 중국경제에 각종 문제가 생긴 게 거의 분명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석해도 무방한 정도의 언급이라 할 수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겸 중국공산당 총서기도 지난 7월31일 당면한 경제 형세와 경제공작을 분석하는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다. 중국 최고지도자들이 부산하게 경제 형세를 분석하는 회의를 소집하고, 총리는 총리대로 지방 현지의 경제시찰을 부산하게 다니는 것을 보면 중국경제의 기본 흐름에 다소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하다는 진단을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다. 우리 경제의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만큼 중국 경제가 본격적인 병이 아니라 그 예후를 보일 때부터 우리 경제를 보호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보통사람들이 즐겨하는 “한 나라의 운명은 30년이면 바뀔 수 있고, 한 사람의 운명은 10년이면 바뀔 수 있다”는 말은 잘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30년간 계속 되어온 중국경제에 이제 환절기가 다가온 것이 아닐까 하는 조짐이 곳곳에 보이고 있는 것이 요즘 중국경제의 기상도다.